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7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71화(17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71화
얘는 왜 갑자기 진지해지고 난리야? 누가 보면 계곡에 물귀신이라도 도사리고 있는 줄.
껄끄러움에 눈을 찡그리자 견하준과 서예현도 나를 만류했다.
“그래, 이든아. 이 밤중에 물가로 갔다가 미끄러질 위험도 있고, 만약 위급 상황 생겨도 이런 외진 계곡가에서는 도움도 빨리 못 청해. 너 지금 술도 마셨잖아. 발이라도 헛디디면 어쩌려고.”
“맞아, 술 먹고 밤중에 물가로 가는 게 제일 위험한 짓인 거 몰라?”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아, 그럼 큰일이지. 수박은 내일 먹자.”
굳이 지금 꼭 수박을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순순히 포기하자 허탈한 얼굴을 한 김도빈이 시위했다.
“비견하준 차별을 멈춰 달라!”
“그러면 네가 준이처럼 합리적인 이유를 대든지. 창작물 어쩌고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잖아, 인마.”
다들 일어나 뒷정리를 마치고 잠자리로 향했다.
어제처럼 겁쟁이 김도빈에 의해 잠을 방해받을까 봐 안방에서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했지만, 침대도 두 명이 겨우 올라갈 크기고, 이불을 깔고 자기에도 애매했기에 순순히 포기했다.
깨지 않고, 푹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
잠을 설친 건지, 안색이 영 좋지 않은 서예현이 저와 같이 방에서 나오던 견하준에게 물었다.
“하준아, 혹시…… 너 무슨 속삭이는 소리 못 들었어?”
“아니요? 딱히 무슨 소리 들린 건 없는데. 제가 잠귀는 밝잖아요. 그런데 잠귀 어두운 형이 들을 정도였으면 꽤 컸을 텐데.”
“아니, 나 어제 거의 못 잤어. 가위 제대로 눌렸어.”
퀭한 눈 밑을 문지른 서예현이 인상을 찡그렸다. 가위눌린 거 가지고 김도빈이 귀신이라고 난리 치기 전에 선수 쳤다.
“가위눌릴 정도면 어지간히 피곤했나 봐? 하긴, 형이 물놀이로 무리하긴 했지. 오늘은 나이 생각해서 살살 해.”
“너랑 나랑 생일 겨우 8개월 차이거든?”
“오우, 겨우 8개월 차이면 말 까도 돼, 예현아?”
“되겠냐? 그리고 이미 말은 까고 있잖아! 거기에서 형 호칭까지 날린다고? 양심 있어?”
“그런데 질문! 예현이 형이랑 생일 8개월 차이 나는 이든이 형은 말 놨는데 왜 예현이 형이랑 생일 한 달도 차이 안 나는 하준이 형은 존댓말 해여?”
“그러네? 준아, 너도 예현 형이랑 말 놔, 그냥.”
“아니, 괜찮아. 나는 존대가 더 편해서.”
“내 의견도 좀 물어봐 주지 않을래, 얘들아?”
그렇게 레브 족보 브레이킹 이슈로 넘어가며 서예현이 방에서 들은 헛소리는 일단락되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계곡으로 가자마자 수박부터 찾았다.
“수박이 왜 여기까지 굴러와 있냐? 물살이 어지간히 세긴 했나 보다.”
수박은 원래 고정해 두었던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아마 어제 찾으러 갔다면 물에 직접 들어가야 했을 터였다.
오늘은 도마와 칼을 챙겨 나왔기에 중간에 수박을 잘라 먹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하면서 마지막 물놀이를 양껏 즐겼다.
오늘은 DTB 시즌 3 첫방이었기에 안방 화장실에서 씻고 나와 바로 티비를 틀었다.
오늘도 문고리가 뻑뻑하긴 했지만, 한 열 번쯤 힘주고 마구 흔드니까 열리더라.
용철이 형이 등장한 그 대망의 순간, 갑자기 TV가 치지직, 노이즈를 일으키더니 화면이 잔뜩 깨졌다.
음향 역시 슬로우를 건 듯 잔뜩 깨지고 느려졌다.
“아, 지금 중요한 순간이라고!”
성큼성큼 다가가 TV를 퍽퍽 치자 노이즈 없는 깨끗한 화면에 용철이 형의 얼굴이 나왔다.
역시 기계는 때려야 고쳐진다니까.
G1 앞에서 랩을 선보이고 PASS를 받는 장면을 카메라로 녹화하고 사진 찍으며 낄낄거렸다.
[(동영상)] [본방사수 완] 오후 11:46 [용철이형- 보지마 이자식아] 오후 11:47 [역시 강력 우승 후보답게 분량이 ㅎㄷㄷ하네] [Wnet 악편 기대합니다] 오후 11:48 [용철이형- 안그래도 ㅅㅂ 지금 악편됐다] 오후 11:49 [용철이형- 나는 분명 준엽이한테 한 말이었는데 킬제이 형님한테 한 말로 편집됐다니까 ㅅㅂ 덥넷새끼들 미친 거 아니냐고] 오후 11:50어쩐지 너무 자신 있게 탈락할 거라고 하더라니. 역시 악편이었군.
“이든아, 방 조명 나갔어.”
익숙한 얼굴들이 간간이 보이던 DTB 3 첫방이 끝나고 방에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 휴대폰 플래시를 켠 견하준이 내게 말했다.
서예현은 어제 가위 한 번 눌렸다고 도저히 이 방에서 못 자겠다며 나한테 방을 양보했다.
작은 방 조명이 안 들어오면 창문 구석에 소금을 뿌리라는 메모를 기억해 내고 냉장고를 뒤져 소금을 가져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소금이 아니라 맛소금이었다.
“맛소금 뿌려도 이온 나오나?”
맛소금을 창틀에 한가득 뿌렸지만 맛이 간 조명은 다시 불이 들어올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MSG가 첨가되면 이온은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불 끄고 자려 했으므로 위클리 퀘스트를 위한 FROM 게시글과 공계 글을 올린 후, 휴대폰을 끄고 눈을 감았다.
서예현이 침대까지 포기할 정도라 어느 정도나 싶었는데 어제 서예현이 들었다던 속닥거림은 모르겠고.
잠결에 웅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지만 신경을 끄니 들리지 않았으므로 곤히 잠들었다가 개운하게 기상했다.
가위는 무슨. 이게 다아 정신머리가 약해 빠져서 눌리는 거지.
마지막으로 냉장고를 탈탈 털어 아침 겸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서.
“자, 청소하자!”
깨끗이 청소를 마친 우리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겨 차에 탑승했다.
“오, 진짜 촬영하러 왔네?”
숲길을 빠져나가던 중, 펜션 방향으로 들어가는 방송국 차량이 보였다.
“무슨 촬영일까 궁금하다.”
류재희의 호기심 가득한 그 말에 창문을 열고 고개를 쭉 뺀 김도빈이 차량에 붙은 스티커 글자를 읽었다.
“포착! 엑소시스트 촬영팀…….”
김도빈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김도빈이 빽 소리쳤다.
“그거잖아! 재희 네가 이든이 형 빙의됐을 때 보여 줬던 그거!”
“포착 엑소시스트? 그거 페이크 다큐다. 다 짜고 치는 거라니까?”
“형도 진짜 빙의당했잖아요!”
진퇴양난이다.
맨정신으로 눈물 흘린 걸 들킬 것인가, 아니면 귀신 들린 놈으로 남을 것인가.
“어어, 그럼 진짜 다큐인가 보다.”
미안하다, 도빈아. 그렇다고 이 형이 너 하나 안심시키려고 가오가 깎일 수는 없잖냐?
* * *
숙소로 다시 돌아오고, 휴가 마지막 날. 나는 해명을 위해 OA라이브를 켰다.
발단이 내가 올린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안녕, 데이드림.”
-이든아 목요일에 FROM에 올렸던 사진 뭐야?
-수정 전 사진 뭐예요 오빠?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왔습니다.”
이슈가 된 건 첫날 노래방 기기 앞에서 찍은 레브 단체 셀카였다. 이게 무어로 이슈가 됐냐 하니…….
-왜 심령사진을 올리냐고ㅠㅠㅠ 나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ㅠㅠ
-역시 조작이죠? 조작 맞죠? 제발 맞다고 해 빨리
-아니 애가 팬들 엿 먹으라고 일부러 올렸겠냐
심령사진이라고 이슈가 됐더라.
그 사진의 오른쪽 구석에 무슨 흐릿한 형상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그 형상이 묘하게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게 문제였다.
그것 때문에 이게 진짜 귀신이다vs아니다로 넷상에서 한창 갑론을박이 일어난 상황이었다.
“저희가 휴가지에서 뭔 일이 있었으면 귀신 맞나 의심은 해 보겠는데, 진짜 아무 일도 없었던 터라 귀신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그냥 빛 번짐 현상 아닐까요.”
-진짜로 우연히 찍힌 거라고? 귀신 맞나 봐 ㅅㅂ
-차라리 합성이라고 말해 줘……
-빛번짐이라기에는 너무 절묘하지 않냐고ㅠ
-소금팥소금팥소금팥
검지를 입술 위에 올리며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이거 도빈이한테는 비밀이에요. 도빈이 잠 못 잡니다. 저희도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숨겼어요.”
-나도 그 심령사진 보고 꿈에 나올까 봐 잠 못 잤어
-저게 찐이라는 소리 들으니까 나도 잠 못 잘 것 같아 이든아
“참, 무서워하시는 분들도 있으신 것 같아서 지금은 스티커로 덮은 버전으로 바꿔놨습니다, 짠.”
하트 스티커로 빛 번짐 현상을 가려 놓은 사진을 보여 주었다.
-아니 이든아 너는 안 무서워? 우리야 그냥 심령사진 보는 거라고 해도 너는 귀신이라 같이 사진 찍은 당사자잖아
-얘는 지금 심령사진이라고 인지도 못한다니까 빛 번짐 현상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저 얼굴 좀 봐
-심령사진 귀신 하트 스티커로 가리기ㅋㅋㅋㅋ 기존쎄 ㄹㅈㄷㅋㅋㅋ
“진짜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요. 있었으면 벌써 도빈이가 데이드림한테 호들갑 떨었죠.”
-안 그래도 새벽에 혼자 노래방 기기 켜진 이야기 라방으로 한 일곱 번 들은 것 같아
-창틀에 소금 뿌려놓으라는 지시가 적혀 있었다고도 한 다섯 번 들은 듯?
“아무튼 결론! 심령사진은 아니다, 땅땅. 그러니까 너무 무서워하진 마세요, 데이드림.”
살다 살다 심령사진 아닌 걸 심령사진 아니라고 해명도 다 해 보네.
얼마 정도 시일이 지나고 포착! 엑소시스트 홍천 펜션 편이 방송되었다. 덕분에 다들 한밤중에 거실에 모였다.
김도빈은 안 본다고 난리 칠 줄 알았는데 무서움보다 호기심이 더 크단다.
[포착! 엑소시스트: 악몽의 펜션]부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오늘 제보를 받은 곳은 바로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OO펜션] [이 펜션에 머무른 다수의 사람이 이상한 일을 겪었다는데…….]펜션 외관 사진과 홍천 계곡 펜션 추천 글에 달린 댓글 캡쳐 본이 자료화면으로 떴다.
우리가 간 펜션을 언급하는 댓글은 다들 말리는 듯한 뉘앙스였다.
[대체 이 펜션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포착! 엑소시스트 제작진은 이 펜션에서 이상 현상을 겪었다는 이용객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 보았다] [정민수(가명)❘작년 여름 펜션 이용객: 안방 화장실에서 씻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이 꺼지는 거예요. 처음에는 친구가 장난치는 줄 알고 빨리 다시 켜라고 했는데 켜질 생각을 안 해요. 갑자기 불 꺼지니까 무섭잖아요. 그래서 샤워기 튼 채로 뭐 하지도 못하고 멈춰 있는데 계속 물소리에 섞여서 무슨 여자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거예요. 우리는 남자들끼리 왔으니까 여자가 있을 리가 없는데.] [박성준(가명)❘20xx년 여름 펜션 이용객: 안방 화장실 문이 안 열려. 아무리 문고리를 잡아당겨 봐도 문이 안 열리는 거야. 그런데 어디에서 여자 웃음소리가 막 들려. 그걸 들으니까 팔에 소름이 쫙 돋더라고. 그렇게 갇혀 있다가 바깥에서 망치로 문고리 부숴서 겨우 나왔어.] [정민수 씨, 그리고 박성준 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데…….] [그들이 공통으로 한 발언은 바로 여자 웃음소리가 들렸다는 것!]여자 웃음소리 전혀 안 들렸는데. 거봐, 페이크 다큐 맞는다니까. 방송국 놈들, 양념 한 번 오지게 쳐요, 하여튼.
비소를 날리고 있는데 류재희가 나를 툭툭 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형, 그러고 보니까 제게 안방 화장실 조명이랑 문고리 고장 났다고 안 했었어요?”
“여자 웃음소리는 안 들렸어.”
“혹시 형이 못 들은 게 아닐까요……?”
“내 청력 멀쩡하다.”
그 인터뷰를 시작으로 펜션 이용객들이 각자 겪은 기현상들이 줄줄이 나열되었다.
갑자기 노이즈가 끼더니 혼자 픽, 꺼지는 TV, 안방에서 자다가 들린 속삭임 소리, 가위눌림, 홀로 작동되는 노래방 기기 등등.
여기에서 해당되는 거? 없음.
기계를 때려서라도 고칠 생각을 해야지, 하다 하다 고장 난 기계를 귀신 들렸다고 우길 생각을 하냐.
“속삭임 소리! 가위눌림! 내가 겪었다니까?”
“우리 홀로 작동되는 노래방 기기도 겪었잖아요.”
“형이랑 같이 자던 준이는 안 겪었다잖아. 그 방에서 잔 나도 안 겪었고. 그리고 노래방 기기는 몇 번 치니까 고쳐졌잖아.”
내 반박에 어떻게든 귀신이 있었다고 몰아가려 하던 서예현과 김도빈이 조용해졌다.
[이민정(가명)❘펜션 주인: 문고리 계속 고쳤지. 조명도 그렇고. 하도 컴플레인이 들어와서. 그런데 계속 그런다는 거야. 우리는 하도 싸게 내놔서 샀어요. 귀신 나온다, 그런 건 전혀 못 듣고. 이런 곳인 줄 알았으면 안 샀지.]“이모다!”
TV 화면에 나온 중년 여인의 얼굴을 본 김도빈이 반갑게 외쳤다.
이제 무속인을 데리고 직접 펜션에 찾아가는 모습이 나왔다. 멀쩡했던 펜션이 방송상으로는 꽤 음산하게 보이는 걸 보니 역시 편집의 힘은 위대하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달았다.
[전원이 꺼지지도 않고, 밤중에 아무도 만진 이도 없이 홀로 노래가 선곡된다는 노래방 기기] [제작진: 안 켜지는데요?] [PD: 안 켜져?] [제작진: 네, 아예 고장 났나 봐요.]“형이 주먹으로 쳐서 그런 거 아니에요?”
“몰라, 인마.”
[무속인: 어이구, 약이 잔뜩 올랐네. 최근에 왔던 사람들이 어지간히 기가 세서 눌렸어, 얘가. 지금 그거 화풀이하는 거야.]이 계곡이 몇 년 전에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한 사망 사건이 있었던 곳이다, 펜션을 지을 터가 아니라 잡귀가 눌러앉았다, 하는 걸 보며 심드렁하게 소파 팔걸이를 툭툭 쳤다.
저렇게 따지면 우리나라 온 계곡에 물귀신 나와서 계곡에 가질 못하겠네. 계곡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한두 건이냐고.
[무속인: 여기 안에 있는 놈도 세. 그런데 계곡에 있는 놈이 훨씬 더 강해. 여 안에 있는 놈은 괴롭히려는 목적도 있긴 한데 계곡 쪽으로 나가게 만들려는 거야, 원래 목적은. 계곡 근처만 가면 무조건 홀리니까.]“아무도 안 홀렸지? 거봐. 저거 다 시청률 때문에 어그로 끄는 페이크다큐라니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 다들 잘 놀고 와서 왜 그래?”
다들 뭔가 찜찜하다는 듯한 표정이었으나, 우리의 휴가는 그렇게 사소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 * *
김노담 대표님에게 호출받은 나는 긴장한 얼굴로 대표실로 들어갔다.
대표님은 전혀 무섭지 않았지만 대표님 입에서 나오는 복장 터지는 소리는 내 혈압 건강에 무서웠다.
“우리 레브 멤버들, 다들 영어 잘하나?”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