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7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73화(17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73화
8월 1일.
올해도 어김없이 내 생일이 돌아왔다.
12시가 되자마자 수많은 생일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중 가장 울컥했던 건 언더 인맥들의 생일 축하였다.
[용철이형- 생일 축하한다 짜식] 오전 12:08 [용철이형- 벌써 네 나이가 나랑 너 처음 만났을 때 내 나이라니] 오전 12:09 [용철이형- 시간 참] 오전 12:10 [기정 형- ㅅㅊ] 오전 1:35 [태훈 형- 생일빵 처맞게 와라ㅋ] 오전 1:13 [상열이형- 오늘 모이냐? 모이면 세미파이널 무대 미리 보기 좀] 오전 2:35 [주성 형- 나 용철이랑 이든이 합 맞추는 거 한번 봤는데 진심 찢었음] 오전 2:46회귀 전의 스물두 살에는 받지 못했던 생일 축하 인사. 미래가 확실히 바뀌었다는 사실을 이런 사소한 곳에서 실감하곤 했다.
-생일 축하한다. 선물 보낸 거 아마 오후에 갈 거니까 꼭 본인 수령 해. 네 작업실 주소, 전에 보내 준 곳 맞지?
“예에, 아니, 진짜로 괜찮은데 무슨 또 선물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생일 축하 인사와 함께 제 할 말만 하더니 뚝, 끊긴 전화에 볼을 긁적였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 스케일이려나. 이제는 나도 돈을 제법 벌고 있기에 얼마가 됐든 부담 없이 다시 지원 형의 생일에 돌려줄 수 있었다.
물론 지원이 형 측에서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작년처럼 최대한 가격을 깎아서 말하는 수밖에.
하품하며 아침 식사를 위해 식탁에 앉았다.
‘미역국이 없다……?’
뭐, 생일에 항상 미역국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준이가 끓이기 귀찮았나 보지. 다른 놈들이 한 미역국은 맛대가리 없을 게 분명해서 딱히 먹고 싶지 않고.
내가 이런 걸로 삐지고 그러는 속 좁은 인간은 아니지.
하지만 아침이야 그렇다고 쳐도, 계속 생일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도 없는 멤버들이었다.
일단 맨날 모니터링하고 멤버들 생일 날짜도 캘린더 앱에 기록해 놓는 류재희가 내 생일을 잊을 리가 없다. 견하준도 내 생일을 모를 리가 없고.
두 놈은 진짜 까먹은 건지, 연기인지 좀 긴가민가하긴 하지만.
‘깜짝 카메라라도 기획했나 보네.’
내가 이 정도도 눈치 못 챘을 거 같냐. 노력이 가상하니 놀란 척이라도 해 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지하철 광고에서 인증샷도 찍고, 친구들도 만나 생일을 마음껏 즐기며 일상을 보냈다.
그리고 내 생일 기념 라이브 방송 직전까지 우리 사랑하는 멤버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후 6시 이후에 케이크를 먹으면 죽는 줄 아는 서예현 덕분에, 보통 라방 전에 멤버들끼리 모여 생일파티를 소소하게 하는 게 우리의 루트라 이건 아무리 봐도 챙기는 걸 깜빡한 거였다.
기념일 라방마다 소속사 측에서 준비하는, 더럽게 맛없는 레터링 케이크도 우리의 미니 생일파티에 한몫했다.
데뷔 극초반에야 생일을 안 챙기고 그냥 넘어갔지.
한 명 챙긴 후로는 쭉 다들 생일을 챙기던 터라, 게다가 당장 석 달 전인 김도빈의 생일도 챙겼던 터라 기분이 슬슬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메라 앞이라 티 낼 수도 없었다. 불화설은 물론이요, 초심도도 깎일 게 분명하니까.
한창 생일 기념 라방을 진행하던 중, 갑자기 스튜디오의 불이 팍, 꺼졌다.
“어, 뭐야? 불이 왜 꺼졌어?”
필사적으로 당황하는 척하는 서예현의 연기를 듣자 바로 정황을 알 수 있었다.
깜짝 카메라를 하려면 일단 서예현 연기력부터 어떻게 했어야지, 쯧쯧. 저건 국어책 읽기 아니냐고.
“전기 나간 거 아니에요? 일단 침착하게 불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 보고…….”
견하준의 연기는 그래도 좀 실감 났다. 하지만 어둠에 점차 익숙해진 눈은 빠르게 스튜디오 문을 빠져나가는 막내 라인을 포착해 버리고야 말았다.
“생일 축하해요, 이든이 형!”
“생일 축하해, 이든아.”
“생일 축하한다, 윤이든.”
“울 리더, 생일 축하해요!”
불이 다시 켜짐과 동시에 양쪽에서 터지는 폭죽과 내 앞에 촛불 꽂힌 채로 내밀어지는 생크림케이크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웃어 버리고 말았다.
저 망할 레터링 케이크가 내 유일한 생일 케이크가 되지 않아 정말로 다행이었다.
“이든이 형은 우리끼리 싸우거나, 잊었거나 하는 웬만한 거로는 정말로 눈 하나 깜빡 안 할 것 같아서 좀 극단적인 방법을 썼죠.”
“형, 진짜 안 서운했어요? 깜짝카메라 의심도 안 했어요?”
“내가 너냐, 도빈아?”
김도빈의 머리를 헤집으며 픽 웃었다. 서예현 아니었으면 사실 못 알아차릴 뻔하긴 했다. 라이브 방송에서 깜짝 카메라를 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냐.
다음 활동 곡에서 내 파트를 제외하고는 다들 부르기 힘들게 고음 존나 때려 박으려고 했는데 내 생일 안 잊었으니 봐준다.
생일 다음 날. 용철이 형과 무대 연습을 하던 도중, 용철 형이 나를 툭툭 치며 물었다.
“그런데 올해는 G1한테 뭐 안 받았냐?”
“내 작업실에 있던 디지털 믹싱 콘솔 최신형으로 바꿔 주시더라.”
내가 덧붙인 브랜드 이름을 듣자 용철이 형이 경악했다.
“미친, 그거 4백 넘지 않냐? 뭔 작년 생일보다 스케일이 두 배가 뛰었어? 겨우 30만 원짜리 오인페나 사 준 이 형을 원망해라.”
“괜찮아, 형. 지원이 형 수익이랑 형 수익이 같아? 나도 양심은 있어서 벼룩의 간을 빼먹진 않아.”
낄낄거리며 말하자 울컥한 용철 형이 소리쳤다.
“야! 나도 DTB에서 딴 파이트머니 더하면……! 더하면……!”
“어어, 우승 전까지 그 돈 형 돈 아니죠? 우승해야지 그 돈 받죠?”
말을 잇지 못하는 용철 형을 향해 낄낄거리며 깝죽거리다가 진지하게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그러니까 우승해, 형. 지금까지 딴 파이트머니 싹 받아야지.”
내가 증명했듯이, 미래는 충분히 바뀔 수 있으니까.
* * *
내 생일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후인 8월 8일은 레브의 데뷔일이었다.
“벌써 데뷔 2주년이라니.”
“그러게, 우리가 벌써 3년 차라니. 시간 진짜 빠르긴 빠르다.”
나는 7주년을 찍고 온 터라, 딱히 2주년에 감흥은 없었다.
오늘 레브의 데뷔 2주년 기념 라방 콘셉트는 각자 준비한 요리를 가져오는 포틀럭 파티였기에 아침부터 숙소 부엌은 만선이었다.
상대적으로 요리 실력이 우리보다 나은 견하준과 서예현은 요리 개노답 삼형제인 우리에게 먼저 부엌을 양보했다.
“오늘을 위해서 제가 요리 너튜브만 일주일을 봤습니다!”
김도빈이 장 봐 온 걸 식탁에 힘차게 내려놓으며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슬쩍 보니 무슨 레드와인에, 베이컨에, 소고기 양지에 월계수잎에 야채랑 버섯에, 버터, 밀가루, 토마토 페이스트, 카레 블록까지 별 가지가지 다 사 왔다.
“카레 만드려고 너튜브를 일주일씩이나 보고 있었어? 더럽게 할 일 없었나 보다, 도빈아. 형이랑 작곡 공부나 하자.”
“카레 아니거든여! 이거요! 뵈프 부르기뇽!”
제법 거창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너튜브 썸네일로 보이는 요리는 아무리 봐도 갈비찜이었다.
“이게 뭔데? 갈비찜 아니야?”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맛있는 소고기 요리래요. 그리고 갈비찜 아니에요. 이거 와인 들어가는 프랑스식 소고기찜…… 어라…….”
“어쨌건 갈비찜이네. 그런데 너 이거 성공시킬 수는 있냐? 딱 봐도 난이도 장난 아니게 보이는데?”
중간에 견하준에게 SOS 친다는 것에 서예현의 연기 실력을 건다.
“이 요리를 완성시켜 팬들 앞에 선보여서 오늘로써 저는 반드시 레브 공식 요리 존못 개노답 삼형제에서 벗어날 겁니다. 형이랑 재희만 개노답 이형제로 남으세여.”
“응, 나는 이미 벗어났어. 너랑 재희만 노답 이형제야.”
견하준이 수련시킨 김치볶음밥을 뚝딱 완성하고, 계란물을 기름 두른 후라이펜 위에 풀어 젓가락으로 양쪽을 고정하고 잡아당겼다.
그 상태에서 신속하지만 정확하게 젓가락을 돌리며 계란 모양을 잡았다.
“와, 진짜 이건 봐도 봐도 신기해. 이든이 형의 유일한 요리 재능.”
뚝딱 완성된 회오리오믈렛을 보며 류재희가 감탄했다. 대충 락앤락에 담은 김치볶음밥 위에 회오리오믈렛을 올리며 투덜거렸다.
“야, 유일은 뭐가 유일이야. 라면도 잘 끓이잖아.”
“솔직히 형 라면은 너무 푹 퍼져서 노맛이에요.”
“익지도 않은 밀가루 면 먹는 놈이 말이 많다.”
제일 먼저 요리를 완성한 나는 식탁 위에 요리가 담긴 락앤락 통을 올려놓고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대어 앉았다.
부엌에 남은 건 이제 막내 라인뿐. 대체 부엌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견하준은 아무래도 불안한지 계속 부엌을 힐끔거렸다.
제법 좋은 냄새가 솔솔 풍겨 오긴 했지만 부엌에서 들리는 소음과 비명은 여전했다.
그런데 김도빈 쟤가 왜 견하준을 안 부르지……?
“완성!”
해맑은 외침이 부엌에서 들려왔다. 결국 김도빈은 끝까지 견하준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요리를 완성시켰다.
아아, 그렇지 않아도 없던 서예현의 연기 실력은 아예 갔습니다. 아니, 그래도 아직 완성본을 맛보지 않았기에 서예현의 연기 실력은 아직 회생 가능성이 있었다.
견하준과 서예현도 요리를 마치고, 다 만든 음식을 쇼핑백에 담아 2주년 기념 라이브 방송이 진행될 스튜디오로 향했다.
우리가 만들어 온 음식들을 보기 좋게 접시에 담는 동안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테이블을 훑다가 유독 텅 빈 가운데 자리를 발견하고 물었다.
“이번에는 케이크 없어요?”
“아…… 소통 문제가 좀 있었어서…… 지금 다른 직원이 케이크 가지러 갔어요. 아마 라방 시작 전에는 올 거예요.”
영 불편해 보이는 표정에 케이크와 관련해서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직감했다.
라이브방송 4분 전. 케이크 상자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온 직원이 상자에서 케이크를 꺼내 테이블 정중앙에 놓았다.
케이크를 보자마자 절로 튀어나오는 욕설을 겨우 삼켰다. 김도빈은 이미 류재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고, 서예현과 견하준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작년 레브 1주년 라이브 방송에서 류재희가 쓴 것보다 더욱 삐뚤삐뚤한 레터링 글씨. 그래 이건 둘째치고.
체리로 데코레이션이 된 분홍 크림 케이크. 이건 좀 아니지.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며 헛웃음 지었다.
“와, 지금 뭐 하자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