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7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74화(17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74화
류재희가 체리 알러지가 있다는 걸 소속사 측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케이크 역시 혹시 후르츠칵테일 체리라도 들어갔을까 봐 맛이 더럽게 없긴 해도 매번 철저하게 생크림만 들어간 케이크를 주문 제작해 왔다.
그러니까 케이크가 더럽게 맛없어도 입 닥치고 먹는 시늉이라도 해 줬던 건데, 씨발 이건 좀 아니지.
“아니, 적어도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케이크를 가져와야지, 이거 올려놓으면 퍽이나 좋은 소리 나오겠습니다, 예?”
저 망할 체리 케이크를 눈앞에서 치우기 위해 케이크 상자를 다시 가져오려 걸음을 막 옮기려던 나를 붙잡은 건 현 상황의 피해자나 다름없는 류재희였다.
“됐어요, 형. 라이브 3분 전인데 어떻게 3분 만에 다시 레터링된 케이크를 구해 오겠어요. 저만 안 먹으면 됐죠.”
‘재희야, 호구냐?’라는 소리가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눈을 찡긋하는 류재희 때문에 일단 참았다.
역시 우리 레브의 해결사, 류공명은 다 계책이 있구나. 물론 저 윙크가 무얼 뜻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라이브 끝나고 물어봐야지.
표정을 매섭게 굳히고 있던 서예현이 울컥하며 케이크를 가져온 직원에게 따져 물었다.
“저기요, 알러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그거 잘못되면 진짜 사람 하나 죽는-.”
“라이브 1분 전입니다!”
스텝의 쩌렁쩌렁한 외침이 서예현의 말을 끊었다.
이제 와서 라이브를 늦출 수는 없었기에 서예현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다들 아직까진 얼굴에 짜증과 분노가 서려 있었지만 앞에 놓인 카메라를 보며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케이크에 촛불을 꽂고 불을 붙이자 라이브가 시작되었다는 신호가 나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레브의 2주년 축하합니다!”
박수에 맞추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다 같이 촛불을 훅 불어 껐다.
“하나, 둘, Dream of me! 안녕하세요, 레브입니다!”
내 신호에 맞추어 일제히 구호를 외치고 카메라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네, 이든이 형 생일 기념 라이브로부터 일주일 만에 레브 2주년으로 다시 만나 뵙네요.”
“오늘 컨셉은 포틀럭 파티입니다! 유제 씨, 혹시 포틀럭 파티가 뭔지 아시나요?”
“설마 도빈 씨도 몰라서 저한테 물어보는 건 아니겠죠?”
“무슨 소리이시죠? 저는 알고 있거든요?”
막내 라인은 숟가락을 마이크처럼 들고 MC에 빙의해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류재희가 손가락 하나를 올리며 답을 말했다.
“포틀럭 파티, 각자 자기가 음식을 준비해서 가지고 와 즐기는 파티죠.”
“네, 맞습니다! 그 말인즉슨, 여기 있는 음식들은 모두 저희 레브 멤버들이 준비한 음식이라는 뜻이죠!”
“그럼 여기에서 레브 애정도 테스트! 우리 데이드림은 각각 누가 만든 음식인지 맞힐 자신이 있나요?”
“아, 우리도 서로에게 비밀로 하고 맞히기 게임 해 볼걸!”
그놈의 프랑스 갈비찜 한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던 김도빈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힐끔 옆에 놓인 휴대폰으로 채팅을 확인했다.
[일단 회오리오믈렛은 무조건 윤리다] [아무리 봐도 저거 체리케이크 맞다니까?] [회오리오믈렛ㅋㅋㅋㅋ 저건 진짜 누구 건지 못 알아볼 수가 없다ㅋㅋㅋ] [ㅈln 미쳤냐? 체리?] [일단 회오리오믈렛은 이든이] [갈비찜은 누구지? 하준인가? 아님 예현이?] [갈비찜 칼로리 높아서 예현이일 리가 없음] [유제 알러지 때문에 병원 실려 간 게 1년 전도 아니고 당장 올해 일인데 ㅇ3 뭐하냐? 이런 것도 체크 안 해?] [멤버가 다섯인데 어째서 요리 가짓수는 일곱 개?] [요리 개노답 삼형제 요리는 못 먹을 게 분명해서 그 몫까지 하준이가 만들었을 확률 99.9%] [아니 케이크 퀄리티라도 좋으면 애들 체중 관리 중이라 관상용으로 뒀다고 이해라도 하겠는데 퀄리티도 ㅈ박으면 이건 그냥 울 유제 엿먹으라는 뜻 아니야? 이 소속사는 아티를 무슨 물로 봐?] [혹시 저 체리케이크는 아티 알러지 있는지도 모르는 김노답 면상에 뭉개라고 가져다 둔거냐? 김노답 불러 와 ㅅㅂ] [저 케이준 치킨 샐러드는 백퍼 예현이] [무려 치킨텐더가 들어갔는데 예현이일 리가?] [저 연어 시그니처랩이 예현이 작품 아니야?] [케이크 근처 빵집 가서 기성품이라도 당장 사 와서 바꾸는 성의라도 있어 봐라ㅋ 기념일 라방 볼 때마다 케이크 에바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오늘이 진짜 역대급이네] [저 맨 왼쪽에 놓인 이상한 거 도빈이 거야 유제 거야?]음식 주인을 추측하는 채팅 사이사이에 체리 케이크를 향한 분노가 끼어 올라오고 있었다.
어디 한번 분노의 팩스 세례나 한번 받아 봐라, 망할 LnL.
“회오리오믈렛은 이든이 형 거 맞아요. 이든이 형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요리죠.”
“유일 아니라고 했다.”
“넵, 정정하겠습니다. 라면과 함께 유이하게 할 수 있는 요리로. 그리고 이 갈비찜…… 갈비찜 아니거든요! 뵈프! 부르기뇽! 이건 제 요리입니다. 이게 유제 요리예요, 여러분!”
제 갈비찜을 가리키며 브이자를 그리고, 무슨 요리인지 추측도 못해 ‘이상한 거’로 지칭되던 음식을 가리키며 김도빈이 일러바치듯 킬킬거렸다.
“이게 뭔지 소개 좀 해 주시겠어요?”
“……에그 인 헬이요.”
“확실히 시커메서 비쥬얼이 헬이긴 하네. 혹시 오징어 먹물 넣었어?”
최대한 포장을 시도하는 서예현의 물음에 류재희가 입을 비죽거리더니 솔직하게 대꾸했다.
“……그냥 탄 거예요.”
“어어, 이름대로 먹으면 단번에 헬로 갈 것 같긴 하다.”
짝짝, 박수를 치며 감탄하자 류재희가 내 옆구리를 아프지 않게 쳤다. 곧바로 정수리를 꾹꾹 눌러 응징해 주었다.
“우리 막내가 이제 형을 막 때리네? 데이드림, 제가 이렇게 막내에게 맞고 하극상당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언제 형을 때렸어요! 악, 악! 일몽이들, 보셨죠? 이렇게 바로 응징당하는데 제가 어떻게 이든이 형한테 하극상을 해요!”
이제 저놈 정수리 누르는 데에 팔을 이만큼이나 들어야 한다니. 저 녀석이 작을 때가 정수리 누를 때나 헤드록 걸 때 근육 덜 쓰고 좋았지, 에휴.
“이 연어 시그니처랩이랑 케이준 치킨 샐러드는 바로 예현이 형 작품입니다! 샐러드에 들어간 치킨 텐더 때문에 예현이 형이 아닐 거라는 예측도 많았는데요. 설명 부탁드려요, 예현이 형!”
“다 같이 먹을 음식이라 스스로와 타협 좀 했습니다. 저거라도 없으면 저 막내 라인 삼 형제들이 풀떼기만 있다고 안 먹을 게 뻔해서.”
서예현이 나랑 류재희, 김도빈을 한데 묶어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하셨다시피 저 라자냐랑 감바스는 하준이 형 작품이 맞습니다. 제 갈비찜…… 아니, 뵈프 비르기뇽이랑 헷갈리신 분들도 계셨지만 대부분 저거 두 개를 하준이 형 작품으로 꼽으시더라고요.”
어차피 아무도 안 먹을 케이크라 카메라가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김도빈을 향한 사이에 손가락으로 케이크 겉면을 쓱 훑었다.
손가락에 묻어나온 분홍색 크림을 할짝, 핥자 체리 향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체리 올려진 딸기 크림 케이크라도 쌍욕이 나올 수준인데 아예 체리 크림? 그냥 또 애 응급실 실려 가라고 고사를 지내라.
내 표정이 다시 구겨지자 나를 툭툭 친 견하준이 목소리 낮춰 물었다.
“크림도 체리야?”
“어, 체리 맛 확 난다.”
“으음, 그렇단 말이지…….”
삐뚜름한 미소가 견하준의 얼굴에 짧게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잘못 봤나 싶어 눈을 깜빡이자 견하준이 자기만 믿으라는 듯 싱긋 웃었다.
사고라고는 안 치는 친구가 저러니까 매우 불안했다. 견하준이 사고 치기 전에 지금이라도 내가 케이크를 뒤집어엎어야 하나?
김도빈이 갈비찜, 아니 뵈프 어쩌고를 먹어 보라고 성화를 부려 고민을 멈추고 고기 한 조각을 집어 입 안에 넣었다.
“뭐야, 이거 왜 맛있어? 이거 진짜 도빈이 네가 만든거 맞아?”
“거 봐요! 제가 이번에는 반드시 개노삼에서 벗어날 거라고 했죠! 이제 형이랑 재희만 개노답 이 형제라니까요?”
“나도 빼라고.”
“그럼 막내 혼자 개노답이 되어 버리는데요……?”
아아, 서예현의 연기 실력은 진짜로 갔습니다.
견하준이 제 앞에 놓인 감바스 그릇을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케이크가 놓인 쪽으로 그릇을 뻗었다.
“도빈아, 이거 덜어가서 재희랑 그쪽에서-”
꽤 아슬아슬하게 그릇을 잡고 있다 생각하자마자 접시가 갸우뚱 기울더니 그대로 추락했다.
접시가 테이블 위로 떨어지며 케이크와 라자냐에 철퍼덕, 엎어졌다.
방금 건 정말 누가 봐도 일부러 엎지른 게 아니라 손이 미끄러져 접시를 놓친 거였다. 케이크를 내려다보는 견하준의 당혹감 어린 표정 역시 그 연기에 한몫했다.
“어…… 어…… 감바스랑 라자냐가, 아니 케이크가…….”
“와, 케이크 못 먹겠다.”
“이거 식탁에서 얼른 치워야겠는데.”
다들 기다렸다는 듯 케이크를 치우라고 성화였다. 이 케이크를 우리 눈앞에서 치우기 위한 견하준의 빅픽쳐에 감탄하면서도 아쉬웠다.
시바, 저거 먹고 싶었는데.
내가 감바스 그릇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견하준이 귓가에 속삭였다.
“숙소 가서 다시 해 줄게.”
그렇다면야, 뭐. 미련 없이 분홍 크림 위에서 입맛 떨어지게 뒹구는 새우에서 눈을 뗐다.
거슬리던 체리 케이크는 곧 우리의 눈앞에서 치워졌다.
[나이스 쭌!] [윤이든 왜 아쉬운 표정이냐 동생 체리케이크 못 먹는 거 뻔히 알면서 케이크 빠지니까 아쉬운 티 팍팍 내네;;] [감바스 먹고 싶었나 보지 누가 저딴 케이크 먹고싶어 해ㅋ 억까 그만] [혹시 일부러 엎지른 거 아니야?] [그러기엔 상황이랑 하준이 당황한 표정이 그저 찐] [케이크보다 라자냐를 더 많이 덮쳤자너]라자냐는 버리기 아까워서 위에 쏟아진 감바스 기름만 걷고 먹었다.
“데이드림이랑 함께한 지 벌써 3년이라니.”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 팀 이제 내년이면 미성년자 아무도 없잖아요. 막내도 벌써 성인이 되니까.”
“와, 재희 네가 몇 살 때 데뷔했지? 열일곱? 시간 진짜 빠르긴 하다.”
음식을 먹으며 채팅창 질문도 간간이 읽으며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라방 시간도 끝났다.
라이브 방송이 끝나자마자 우리에게 케이크 안내를 해 줬던 직원에게 곧바로 다가갔다.
짜증 어린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케이크, 설명이 필요하지 않나 싶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