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75화(17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75화
어디 할 말 있으면 해 보라는 표정으로 내려다보자 직원이 어색하게 웃었다.
“아시다시피 저희가, 운영팀에서 평소에는 정말 확실하게 체크를 하거든요. 저희도 당연히 알고 있죠. 알러지 위험한 거.”
체리 알러지 있는 사람 앞에 체리 케이크 들이밀고 그런 말을 하면 퍽이나 믿겠다.
“그런데 항상 케이크 담당해 주시던 분께서 이번 주부터 휴가를 가셨어요. 저희가 계속 맡기는 곳이 있었는데, 오늘 케이크 가져온 직원이 이번 케이크는 자기가 담당한다고 하도 우겨서…….”
직원이 말끝을 흐리며 케이크를 가져온 그 직원을 찾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멤버 하나가 체리 알러지 있다고 말해 주긴 했어요?”
불쑥 끼어든 류재희가 질문했다. 직원은 혹여 자기에게 불똥이 튀기라도 할까 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제일 신신당부한 게 그거예요. 통조림 체리도 들어가면 안 된다고.”
“그런데 체리 케이크를 가져왔어요? 이건 징계감 아닌가?”
징계가 뭐야, 잘려도 할 말 없지. 하지만 직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꽤 의외였다.
“아마 그냥 넘어갈걸요.”
“이걸 그냥 넘어간다고? 그 직원이 뭐, 대표님 아들이에요? 아니, 생각해 보니까 대표님 미혼인데?”
“그게…… 기획실장님 조카예요.”
“조카요?”
이러고도 안 잘린다니, 진짜 인맥 회사 끝판왕이네. 이 말도 안 나오는 실태를 알고 헛웃음을 내뱉던 도중.
‘잠깐…… 기획실장 조카라면…….’
잘만 하면 인맥 회사 LnL의 가장 큰 적폐 세력 중 하나인 기획실장까지 날려 버릴 수 있는 기회였다.
“재희야, 살인미수로 고소라도 때릴래?”
“그런 거로 살인미수 고소 때리면 사람이 일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할 수 있는 실수 하나 했다고 사람 골로 보내려 한다고 바로 여론 뒤집히고 저희 그룹 이미지만 타격 가요.”
“크게 보면 살인미수는 맞잖아?”
“당장 눈앞의 참교육도 좋지만, 역풍도 계산해야 한다. 이 말이죠.”
류재희의 똑 부러지는 말에 서예현이 나랑 류재희를 번갈아 보며 혀를 찼다.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당연히 내가 형이지. 노안 온 것 같은 소리 그만하고 빨리 케이크 박스나 찾아봐, 형.”
가게 상표라도 알아보려 케이크 박스를 찾자, 어느새 치웠는지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와, 그새 케이크 박스까지 치웠네. 이렇게 준비성이 철저했나?”
“일부러 라이브 4분 전에 들고 온 이유가 뭐겠어요. 시간 넉넉할 때 가지고 오면 분명 교체당할 거 알아서 그런 거죠. 케이크 박스도 치울 거라고 예상했어요.”
짜증 어린 헛웃음을 내뱉자 류재희가 내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서 형한테 그냥 두라고 한 거예요. 만약 치웠으면 우리만 아는 일이 되어 버려서 꽤 성가셨을 텐데, 이슈가 되면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으니까요.”
역시 류재희는 다 계획이 있었구먼. 우리끼리 아는 이야기면 우리만 빡쳐서 소속사에 따지다가 흐지부지되겠지만, 팬분들이 알게 된다면 항의의 규모가 달라지겠지.
그저 이런 웃기지도 않는 일로 팬들이 스트레스 받고 마음 쓰게 만드는 게 미안할 뿐이다.
“그냥 시말서 정도로도 못 넘어가겠지, 이 정도면.”
일을 키웠으니 소속사에서도 그냥 묻고 넘어가기는 힘들 것이다, 아마.
“그래도 이대로 넘어가면 호구 이미지만 짙어지니까 대표실 가서 한 번 깽판이나 치자, 막내야.”
류재희의 어깨에 팔을 턱 얹으며 말했다.
다음 날 바로 류재희와 함께 대표실로 무작정 쳐들어갔다. 직원이 멤버 수와 엇비슷했던 좆소 시절부터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다.
견하준은 개인 스케줄이 있었고, 서예현이랑 김도빈은 데리고 가 봤자 딱히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안 데리고 갔다.
“대표님, 기획실장님 조카 때문에 저희 막내가 라방 중에 병원 실려 갈 뻔했습니다!”
“맞아요, 체리 케이크를 가지고 왔더라니까요. 그거 라이브 방송으로도 다 나갔어요. 잘못하면 LnL이 아티스트 서포트도 제대로 못 한다고 그거 다 덮어쓸 수도 있어요!”
“이 만연한 인맥 문화, 낙하산 문화를 근절해야 회사가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LnL도 이렇게 체급이 커졌는데 중소 티는 벗어야죠! 지금 낙하산 때문에 아티가 죽을 뻔한 이게 말이 되냐고요!”
쾅쾅 책상을 내리치며 목청 높여 따져 묻자, 대표님이 영혼 빨린 듯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이며 힘없이 말했다.
“그래, 이든아…… 책상 부서지겠다……. 그래! 아무리 김 실장 조카여도 이 실수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일이 어지간한 일이 아님을 알았는지 대표님은 순순히 기획실장보다 우리의 손을 들어 주었다.
내가 열과 성을 내며 토로하는 동안 옆에서 잔잔하게 한마디씩만 얹었던 류재희가 손을 슬쩍 들었다.
“잠깐만요, 대표님.”
류재희가 하는 말을 옆에서 들으며 찝찝함을 느끼긴 했지만, 나쁠 건 없었기에 굳이 말리지도 않았다.
대표님과의 면담을 빙자한 깽판이 모두 끝나고, 대표실을 나와 복도를 걸으며 물었다.
“그런데 그건 확실해?”
류재희가 어깨를 으쓱였다.
“형, 사람은 하나만 하지 않아요. 뭐, 체리 알러지 있는 사람 앞에 체리 케이크 들이민 사람인데 그 피해자로서 이 정도 의심쯤은 정당하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덫을 물지만 않으면 그 사람은 손해 볼 거 하나 없으니까 딱히 문제도 없죠.”
“제에발 걸렸으면 좋겠다. 우리 대표님 하는 거 보면 유출범 색출해 내는 데에 한 10년 걸릴 것 같아서 그래.”
“유출범이 먼저 퇴직할 듯요.”
류재희가 키득거렸다. 소속사 사옥 건물을 나오며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거 사람 하나 보내기 딱 좋은 날씨네.
* * *
명탐정백몽 @adjflk55
체리케이크가 대표 시즌케이크ㅋㅋㅋ
심지어 레터링케이크 전문점도 아니네ㅎ
(카페로기엘_인별_캡쳐_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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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백일몽 @revedream
도X시도 솔직히 퀄리티 에바긴 했지만 거기는 적어도 레터링 글씨 알아볼 수 있게는 써 줬어
체리 케이크도 안 보냈고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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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의 정보력은 참으로 대단하구나. 라방을 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이렇게 바로 케이크 가게가 어디인지 찾아내다니.
오랜만에 서치 퀘스트가 꽤 흥미진진했다. 케이크 가게의 입장문은 이틀 만에 올라왔다.
◎caferogiel
(사진)
♡⌕⇗
puppymoon 님 외 여러 명이 좋아합니다.
안녕하세요, 카페로기엘입니다. 오해가 점점 크게 불거져 생업에도 지장이 가는 수준에 이르렀기에 매장 측 입장 표명 드립니다.
체리 케이크는 저희 매장의 대표 시즌 케이크입니다. 때문에 홍보를 위해서 체리 케이크를 준비했던 거지, 악의적인 이유는 맹세코 없었습니다.
저를 모 그룹의 안티팬으로 몰아가시는 DM이나 댓글과 달리 저는 그 그룹의 팬이 아니기에 그 그룹 멤버에게 체리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점, 그리고 소속사 측에게 케이크가 필요하다고만 전달받았으며 알러지 관련 이야기는 일체 전달받지 못했던 점을 분명히 명시합니다.
악성 댓글과 악의적인 DM, 매장 및 제 사생활 관련 루머는 모두 선처 없이 고소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2142개 모두 보기
day_dream 이러면 알러지 주의도 안 준 lnl 잘못 아니야?
ujiiii__ 케이크 퀄리티도 해명 좀요~ 라방 보니까 인별 사진 퀄리티 절대 아니던데^^
kimyj97 소속사가 문제였네 그쪽 팬들도 죄 없는 매장 그만 패고 소속사부터 잡으시죠
chux.x 라방 중간에 케이크 망가져서 홍보도 안 됐을 텐데 ㅈnl 잘못 때문에 괜히 욕만 먹으시고 불쌍……
rt842_min LnL 유제 알러지 터지고 나서는 과일 하나 안 올라간 순우유나 크림치즈 케이크로만 받아오는 거 뻔히 잘 아는데 소속사 측에서 이런 거 하나 체크 안 했다는 거 못 믿겠음,, 케이크 의뢰받으면서 주고받은 DM이나 통화 녹음본이라도 증거로 올려 줬으면
거대햄찌유제 @hugehamzziiUJ
원래 레브 기념일 케이크 쭉 도O시였잖아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는 곳에서 케이크 받아온 것도 이상하고, 매장 측에서 정 억울하면 소속사 직원이랑 케이크 의뢰 관련으로 주고받은 채팅 캡쳐 올리면 되는데 안 올리고 버티고 있는 것도 이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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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햄찌유제 @hugehamzziiUJ
팔로워 수 보면 유명한 가게도 아닌 것 같은데 사장이 직원 지인일 확률 99.999999%
좋은꿈꿔 @goodreve
다 모르겠고 일단 LnL부터 패자
팩스총공
02-xxxx-xxxx
#LnL_아티스트_똑바로_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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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점점 소속사 측의 잘못으로 기울고 있었다.
팩스랑 메일 총공으로 소속사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난리가 났다는 것까지 매니저 형한테 전해 들었다.
“제가 운영팀에게 들었는데 그 직원 여친 가게였대요. 그걸 왜 입장문까지 써서 자기 입장 곤란하게 만드냐고 전화로 싸우는 거 직접 들었대요.”
어디에서 말을 듣고 온 김도빈이 우리에게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 줬다.
“와우, 지금 자기 여친 가게 홍보에 우리 막내 목숨까지 걸고 우리를 이용한 거야? 대단한데?”
“그런데 더 무서운 거. 그 사람 아직도 안 잘림.”
김도빈이 덧붙인 말에 견하준과 서예현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건 진짜 선 넘은 거 아니야?”
“제가 해고는 보류해 달라고 했어요.”
류재희가 당장이라도 몸을 일으키려는 둘을 만류하며 사실을 말해 주었다.
겨우 케이크 사건만으로 기획실장까지 날릴 수는 없었다. 팬들에게 욕은 들어먹었을지언정 불매운동급까진 아니라 회사가 본 손해는 딱히 없었으니까 말이다.
기획실장에게까지 책임을 지우려면 기획실장이 꽂은 그 낙하산이 회사에 손해를 크게 끼쳐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유출범으로 그 낙하산을 의심하고 있었다.
기획운영팀이면 A&R 부서에서 음원을 첫 번째로 건네받는 팀이니까.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어서요. 잠시만 그냥 놔두고 덫부터 발동시키죠. 그럼 확실해질 테니까.’
류재희 말마따나 사람은 한 가지만 하지 않는 법 아닌가.
만약 아니라면 유감이고. 그러게 누가 여자 친구 가게에서 체리 케이크 협찬받아와서 사람 열받게 만들랬냐.
덫이 될 USB를 가볍게 던졌다가 받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디, 그 심증이 맞는지 확인이나 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