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76화(17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76화
팬송이라고는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에 리얼리티용으로 녹음한 크리스마스 송이 전부였던 터라 공백기도 해외 일정 때문에 길어지겠다, 멤버들 모두 팬송 발매에 동의했다.
거의 [이면] 활동이 끝날 무렵부터 준비했던 터라 일정은 충분히 맞출 수 있었다.
원래는 레브 데뷔 2주년에 맞추어 발매하려고 했는데, 선물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서프라이즈로 주는 편이 제일 감동이라는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개 날짜를 조금 더 늦추었다.
그리고 이 팬송은 일종의 미끼이기도 했다.
곡 자체는 외주를 맡기지 않고 자체 제작인 터라 곡 작업 과정에서 유출되는 위험은 딱히 없었지만, 음원이 발매될 때까지 한두 곳을 거쳐 가는 게 아닌 만큼, 어느 곳에서 새어 나갔는지를 알기 위해 음원용 워터마크를 도입했다.
“그리고 이건 내가 기획운영팀에 있을지 없을지 모를 슈뢰딩거의 스파이 조력자를 위해 신경 써서 제작한, 좀 더 스페셜한 음원.”
손에 들고 있던 USB를 흔들었다. 김도빈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뭔데요?”
“있어, 인마.”
이건 유출범을 확실히 골로 보내기 위한 덫이자 본보기였다.
만약 낙하산이 음원을 유출하는 스파이의 내부 조력자가 아니라면 애꿎은 사람을 의심한 죗값은 겸허히 치러야지.
뭐. 덜 좆되는 스파이의 미래 정도면 죗값으로 충분하지 않나?
어차피 워터마크도 박아 놨으니까 어느 부서에서 유출이 되었는지 찾는 건 어렵지 않을 터였다.
그나저나 명색이 회귀자인데, 내가 지나온 시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회귀 전 이 뜨기 전까지는 기획실장이 낙하산을 꽂을 생각도 못 할 정도로 회사 사정이 어려웠고, 뜨고 나서는 내가 회사와 사이가 틀어져서 회사 사정에 신경을 껐다.
그리고 그때는 음원 유출 같은 일이 딱히 없었고.
‘그러고 보니까 운영팀에서 누가 서예현 스케줄이랑 우리 컴백 일정 유출해서 잘렸다고는 들은 것 같기도…….’
아오, 이렇게 회귀할 줄 알았으면 관심 좀 가질걸!
과거를 후회하며 A&R 팀에 미끼가 담긴 USB를 전달했다. 그렇게 미끼 건 낚싯줄을 던지고 물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중.
“오우, 역시나 올라왔네.”
드디어 유출범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미끼를 덥석 물었다.
회사 내에서만 공유되었던 곡 공개 일시로부터 3일 전, 불법 공유 사이트에 레브 신곡 이름을 달고 곡이 올라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재생해 보니…….
“원곡 아니고 미끼 노래 맞는 거 같은데요? 배경음 확실히 들린다.”
“오케이, 이걸로 부서 확실히 특정됐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메일함을 켰다.
유출로 인한 분노보다는 곧 유출범이 좆되는 걸 보며 느낄 행복감이 더 컸다.
“디X니에 저작권 침해 신고나 해야지.”
“갑자기 X즈니가 왜 나와요? 형, 그 습작곡으로 디즈X랑 콜라보라도 했어요?”
“아니, 밑 배경음으로 디X니 음원 깔아 놨다. 만약 불싸에 올리면 뭣 되어 보라고.”
어차피 이번 곡의 음원사이트 최종 등록은 대표님께서 직접 맡아 주신 터라, 그 미끼곡이 음원사이트로 잘못 올라갈 걱정도 없었다.
서예현이 묘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쩐지 묘하게 익숙한 멜로디가 들리더라니…….”
킬킬 웃으며 영어로 정성스럽게 적은 메일을 수신했다.
“지옥 끝까지 쫓아간다는 디X니의 심판이나 잘 받아 봐라. 남의 저작권을 무시한 대가는 치러야지.”
내가 유출로 얼마나 많은 손해를 봤던가.
뭐 돈이야 디즈니가 벌겠지만, 그건 외주를 쓴 값이라고 생각하지 뭐.
* * *
그리고 며칠 후. 유출범이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유출범 역시나 지난번 불법 유출범과 동일했다. 알테어가 있는 신월 엔터에서 보낸 산업스파이.
제가 를 유출한 증거가 들이밀어지고 기획운영팀에 내부 조력자가 있다는 것까지 밝혀지자 유출범 겸 스파이는 순순히 조력자를 지목했다.
그리고 역시나 그 내부 조력자는 낙하산, 기획실장의 조카였다.
자기보다 어린놈들인 우리가 돈 쓸어 담는 게 꼴 보기 싫었다나 뭐라나. 그러던 와중 스파이가 접근하니까 홀라당 넘어간 거고.
소속사 자체가 체급이 좀 커졌어도 여전히 좆소처럼 얼렁뚱땅 돌아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일로 대표님이 위기감을 느끼셨다는 것 정도?
“진짜 사람이 하나만 하지를 않는구나.”
낙하산 직원이 체리 케이크를 받아 온 이유도 그저 알러지를 좆도 아닌 걸로 보고 여자 친구 가게의 대표 시즌 케이크 홍보용으로 가져온 줄 알았는데, 조력 이유를 알고 나니 케이크 건마저 악의가 그득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케이크 건은 진짜로 대리 홍보용 맞을걸요. 만약 악의가 있었으면 제가 모르고 먹게끔 생크림 케이크 안에 체리를 넣어서 가져왔겠죠. 위에 체리 얹히고 크림까지 체리 크림인 케이크가 아니라.”
류재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음원을 유출한 스파이를 찾아내 보자! ✓▶‘다음 앨범 활동 전까지 음원을 유출한 스파이 검거’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초심도 10과 랜덤 티켓이 주어집니다.]
퀘스트 성공을 알리는 창이 떴다.
덫 아이디어를 낸 류재희의 몫이 대략 5할, 미끼를 만든 내 몫이 4할, 스파이 잡아내겠다고 흥신소까지 가서 돈을 쓴 대표님의 몫이 1할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보상도 막내와 나누고 싶은데 어쩌겠냐, 시스템은 나한테만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매니저 형이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너희 기획실장님 퇴사하는 거 들었냐?”
“오, 진짜? 자기가 꽂은 낙하산이 트롤짓 거하게 했는데 계속 회사에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도 웃기지.”
“오, 드디어 대표님 옆 박수봇 없어지나요.”
기획실장도 소속사 원년 멤버였으니 우리와 꽤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이었지만 멤버들은 다들 기획실장의 퇴사 소식에도 별 감흥 없어 했다.
그도 그럴 게 감 없는 대표님이 자기 의견을 밀고 나가도록 옆에서 박수 치며 자신감을 심어 주는 원흉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이제까지의 그 레터링 케이크가 직원 인맥 가게가 아니었다는 게 더 놀라워, 진짜. 대체 그 케이크 가게를 왜 그렇게 고집하는 거야?”
서예현이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김도빈이 진실을 말해 주었다.
“저도 그거 궁금해서 슬쩍 물어보고 왔는데 그건 그냥 가게가 소속사 근처래요.”
이건 정말 다른 의미로 감탄스러웠다.
* * *
유출본이 바로 내려가고, 일정을 당겨 그 이튿날 레브의 팬송 <사계절의 너>가 디지털 싱글로 공개되었다.
-또 유출? 요즘 ㅇ3 계속 음원 유출되네 소속사는 범인 잡을 생각은 있긴 한 거야?
-헐 범인 잡혔대
-에휴 내부 유출이었다니 진짜 가지가지 한다 ㅇ3
-거기 디X니 OST 깔려 있었다더라 유포자 골로 보내려고 ㅇ3에서 작정한 듯ㅋㅋㅋㅋ
-아 ㅅㅂ 유포자 디X니에게 고소당했대ㅋㅋㅋㅋㅋ 그래서 지도 LnL 고소한다는데ㅋㅋㅋ
└지가 불싸에 유출을 안 했으면 디X니에게 고소도 안 당했겠지…… 음원사이트 올라온 음원에는 디X니 OST 안 깔려 있던데
└범인 잡으려고 설치한 함정카드 밟은 놈이 잘못이지 함정카드 놓은 놈은 무슨 죄가 있겠냐
거듭되는 음원 유출로 분노했던 팬들도 연신 들려오는 훈훈한 소식들에 마음 놓고 기뻐하며 팬송을 감상했다.
-씨발우리레브가원한다면당연히사계절스무번은더함께해 줄수있지
-맨날 레브 빡센 노래만 듣다가 잔잔한 노래 오랜만에 들으니까 좋다
-콘서트에서 꼭 라이브로 불러줬으면ㅠㅠ
하지만 팬송 말고도 팬들도 모르는 서프라이즈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힙합을 유행시키며 요즈음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DTB 3이었다.
[Wnet DTB3 ep.9 선공개] [LilP vs 유태근] [드디어 8강 빅매치 최후의 라운드만 남았다!] [과연 SEMI FINAL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마지막 진출자는?] [R-NZ: 오우, shxt!] [BQ9: 실화야? 이게 된다고?]무대의 스틸컷과 올라가는 파이트머니의 액수, 머리를 쥐어뜯거나 눈을 크게 뜨는 래퍼들의 모습이 촤르르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FINAL 무대에 진출할 최후의 2인을 가리는 시간!] [사회자: 대진표를 공개하겠습니다.]블러 처리가 된 대진표를 보며 입을 틀어막는 래퍼들과 프로듀서들이 한 명씩 비쳤다.
[G1: 역대급 대진표다, 진짜 역대급.] [레이즈보이: 쟤네 완전 칼 갈았어!] [몰틱: 씁, D.I 측은 너무 모험 아닌가? 저라면 절대 그런 시도는 안 했을 것 같고…… ] [D.I: 다 찢을 자신 있습니다. 그렇지, 삐-아?] [?: 아, 당연하지.(목소리 변조)]백스테이지에서 얼굴이 가려진 이에게 어깨동무하며 씩 웃는 D.I의 모습이 지나가고, 흐릿한 조명이 비치는 어두컴컴한 무대에 선 네 명의 실루엣을 비추며 영상이 마무리되었다.
[DROP THE BEAT 3 SEMI FINAL] [이번 주 금요일 밤 10시]현재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만큼 예고편에 살짝 나온,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D.I의 세미 파이널 무대 피처링 가수를 향한 관심도 꽤 커지고 있었다.
-디아이 비큐나인이랑 붙었으면 좋겠다
└둘 다 세미파이널에서 떨어지긴 아까운데 덥넷 측에서 절대 안 붙여놨을 듯
└아 둘 다 결승 가야지
-몰틱이 너무 모험 아닌가? 이러는 거 보니까 D.I가 피처링으로 어그로 제대로 끌 놈 데려온 거 같은데 다음주 ㅈㄴ 기대되네
-키 조낸 크네 누구냐
-ㅆㅂ 아이돌이라는데?
└피처링으로 싸비 보컬 넣으려고 그러나? 제발 노래 잘하는 놈으로 데려왔길
└망했다 포지션 래퍼랜다
└디아이 돌았나??? 이번 무대 그냥 던짐?
└찐임? 걍 루머 아니고?
└아이돌 래퍼 묻어서 무대 망한 거 안 봐도 보이네ㅋㅋㅋ 아이돌 인지도에 묻어가려다가 무대가 묻히게 생겼쥬?ㅋㅋ
└ㅅㅂ 용철아 잘 가다가 왜 이런 선택을 한 거냐
└어그로는 존나 제대로 끌었네
└BQ9형 미리 우승 축하해
└최대 라이벌이 자살골을 이렇게 거하게 넣을 줄 누가 알았겠냐ㅋㅋㅋ
한쪽에서는 지탄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기대감으로 잔뜩 들떴다.
-DTB3 9화 예고편 00:39 이거 이든이 아니야? 얼굴 가려졌어도 몸이 딱 이든인데?
-보자마자 알아보고 바로 소리 지름
-드디어 윤이든 본업 모먼트 볼 수 있는 거야?
└이든이 본업은 아이돌인디
-지금 아이돌이라고 욕 엄청 먹던데 울 국힙원탑이 보란 듯이 무대 찢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