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8화(18/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8화
밍키매직 멜로디를 흥얼거리다가 앞에 놓인 노트에 글씨를 끄적이고는 동그라미까지 여러 번 치는 대표님이었다.
이대로 휩쓸리면 다다음 활동은 <밍키매직> 리메이크 버전이 될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하필 대표님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기에 그 행태를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밖에 없던 나는 고혈압으로 쓰러지기 전에 겨우 너튜브에서 보았던 심신 안정 호흡법을 행했다.
‘어쩔 거야?’
고요 속의 외침을 시전하는 서예현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대충 손을 내저었다.
이번에는 기필코 양보하지 않으리라.
우리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는 소속사 의견에 네네- 해 줬던 건 회귀 전으로 충분하다.
대표님은 세 번째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택하는 걸 확답이라도 받으려는 양 재차 물어 왔다.
“<밍키매직>도 괜찮긴 하지만 기왕 곡을 사 왔으니까 이번 앨범은 이 노래들로 가 보자. 그래서, 세 번째 곡이 제일 낫다는 소리지?”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고 네 번째 선택지를 가져왔습니다.”
빠밤, 입으로 자체 효과음을 내며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대표님이 무어라 입을 열기 전에 잽싸게 휴대폰 음량을 최대치로 높이고, 작사·작곡 by. 윤이든, vocal by. 견하준 ver 데모곡을 재생시켰다.
는 약간 빠른 템포의 비트와 일레트로닉 멜로디가 어우러진, 신나는 분위기의 댄스곡이었다.
따라 부르기 쉽고 중독성 있는 훅은 덤.
가사 역시 ‘우리 같이 밤새도록 놀자, 동의하지?’ 이런 식의 하이틴 프롬파티 같은 경쾌한 내용이었다.
다크니스 블랙소울 찾는 가사하고는 비교하는 것조차 미안한 수준이다.
회귀 전, 내게 곡을 사 간 타 아이돌 그룹이 불렀을 당시, 평론가들이 호평하던 곡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미 검증된 성공의 곡. 거기에 업그레이드가 더해진 궁극체.
회의실을 쭉 둘러보자 벌써 후렴구를 따라 흥얼거리고 있는 이들도 몇몇 보였다.
표정들이 다들 밝은 걸 보아하니 객관적으로도 곡이 괜찮은 듯했다.
하긴, 누구 곡인데.
질문을 던지는 듯한 마지막 소절을 끝으로 3분 31초짜리 노래가 끝났다.
본전 생각나는지 영 복잡한 얼굴의 대표님을 향해 씩 웃으며 손가락 네 개를 펼쳤다.
“리더로서 무슨 곡이 제일 타이틀곡에 어울리는지 대표로 답해 드리자면, 역시 4번?”
소속사가 조율 잘하고 차분한 성격인 견하준이 아닌 나를 굳이 리더 자리에 앉힌 이유는 내가 ‘팀 내에서 제일 주도적이고 목소리가 커서’였다.
나중에 곡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소속사에 비협조적이 되긴 했지만, 그전까지는 소속사에서 원하던 리더 상이었다, 이 말이다.
그러니 회귀 전에 내지 못한 목소리까지 합쳐서 열심히 내드려야지.
“괜찮긴 하네. 원찬스처럼 후속곡으로 활동하는 건 어떠냐?”
대표님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손을 든 서예현이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위약금 물 테니까 지금이라도 계약 해지해도 됩니까. 만약 정말로 세 번째 곡으로 활동해야 한다면 저 그냥 레브 나가고 싶은데요.”
“하하, 이제 보니까 예현이가 예능감이 있었네.”
대표님이 애써 포장을 시도했지만, 농담기라고는 하나 없는 서예현의 표정에 대표님의 입꼬리가 떨려 왔다.
지금 팬 유입에 가장 큰 지분을 서예현이 차지하고 있으니 그럴 법했다.
솔직히 서예현은 지금 레브를 나가더라도 연예계 재입성이 쉬울 거다.
소속사만 잘 만나면 오히려 레브 때보다 더 잘 될 확률이 높다.
모인 멤버만 보자면 대표님은 감 말고 운에 스텟을 모두 찍은 게 분명했다.
이 멤버들로 그렇게 대차게 말아먹은 것도 참 재주다.
‘그나저나 저 인간이 대표님 협박도 다 하네.’
말은 저렇게 해도 정말 나갈 생각은 없을 터였다.
만약 진짜로 나갈 생각이었으면, 회귀 전에 미니 2집 타이틀곡 정해지자마자 탈주했겠지.
이전의 원찬스 후속곡 활동 관련 회의 직후에 가만히 입 다물고 있지 말고 대거리 한 번이라도 해 보지 그랬냐는 내 말을 아직도 염두에 두고 있었나?
사람이 염치는 있군.
나도 질세라 지원사격에 나섰다.
“아, 이거 타이틀곡으로 할 생각 없으시다면 곡 팔고 오겠슴다. 블랙소울 부르다가 진짜 아이돌 인생이 다크니스 될 것 같은데 저작권료라도 벌어서 제 살길 찾아야죠, 뭐.”
회귀 전에는 선판매 후통보였다. 아마 우리가 직캠 역주행으로 뜨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였나.
대표님은 내가 내민 을 후속곡으로 하는 게 어떻냐는, 오늘과 똑같은 거절 의사를 내비쳤고 나는 내 피땀이 담긴 곡을 사장시키자니, 타돌의 타이틀곡으로 팔아넘기는 걸 택했다.
나중에 앨범 수록 안 하냐는 물음에 이미 곡 팔았다고 대답했을 때의 얼굴이 얼마나 통쾌했는지 모른다.
그런 일이 대여섯 번 반복되자 소속사를 향한 모든 기대가 사라졌다.
이후에 LnL은 신인 아이돌 그룹을 출격시키며 내가 프로듀싱을 맡아 주기를 원했지만, 이미 소속사에 오만 정이 다 떨어져 있던 나는 보란 듯이 대형 소속사에 곡을 팔아 댔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은 아직 그 작곡가 놈의 곡으로 대박이 터진 적이 없다는 거지.’
회귀 전의 대표님은 한 번 맛본 성공 공식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의지가 너무 강력했기에 그 작곡가의 곡을 고집했다면, 지금의 대표님은 그냥 자기가 350만 원 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거다.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은 대표님이 직원들과 나머지 멤버들을 돌아보며 제안했다.
“그러면 공평하게! 다수결로 정해 보자.”
최소한 사람이 귀가 있으면 미래에 없는 곡 취급당하는 곡과 음방 1위 후보까지 든 곡 중에 무엇이 더 나은지는 알겠지.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가 몰표를 받다시피 했다.
아, 왜 ‘받다시피’냐면 누군가가 세 번째 곡에 한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비록 거지 같은 데뷔곡은 바꾸지 못했지만, 더 거지 같았던 미니 2집 타이들곡을 바꾸는 것에 성공했다.
이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이었다. 지금까지 쌓아 왔던, 소속사를 향한 악감정이 1% 정도는 사그라들 정도로.
“그럼 아쉽지만 내가 받아 온 곡들은 수록곡으로 넣는 거로 하자.”
기어이 수록곡으로라도 욱여넣으려 하는 대표님의 시도를 저지했다.
“미니 2집은 좋은 곡들로만 채우고 싶은데요. 그것들 넣으면 왠지 부정 탈 것 같아서 별로…….”
“곡은 또 어느 세월에 다 받아오겠냐, 이든아.”
“이미 트랙 5분의 3은 완성했는데요.”
꺼내는 족족 내 디펜스에 막힌 대표님은 위기감을 느꼈는지 최후의 일격으로 가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대로 버리긴 아깝지 않을까? 그래도 350만 원짜리인데.”
아직도 350만 원짜리 쓰레기를 향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대표님께 곡의 가장 걸맞은 용도를 추천해 드렸다.
“그 세 곡 돌려 가면서 대표님 아침 알람 곡으로 쓰시면 될 것 같슴다. 노래 들을 때마다 날아간 350만 원 생각나서 잠이 확 깨실 듯.”
그렇게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띠링-
경쾌한 시스템 알림음이 울리더니 눈앞에 상태창이 떴다.
[☺망돌 분기점을 성공적으로 회피했습니다!] [보상: 초심도 +10, 랜덤 티켓, 페널티 1회 무효권] [※하지만 언제나 추락의 위험은 존재하니 긴장을 늦추지 마세요!]망돌 루트에서 탈출했다는 걸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못 박아 주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한 것이라곤 소통 퀘스트를 이행하며 를 홍보한 것과, 미니 2집 타이틀곡을 내 노래로 바꾼 것밖에 없었다.
그래, 겨우 그것뿐인데도 회귀 전에 겪었던 인생 최악의 시기가 존재하지 않는,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시간이 되어 사라진다는 게 참 우스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언더 시절 비트 좀 찍고 가사 좀 끄적이는 수준이었던 작사, 작곡을 조금 더 빨리 본격적으로 시작했더라면.
팬들이랑 짤막하게나마 소통해 왔더라면.
조금 더 강력하게 소속사에 내 의견을 피력하고, 굽히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그 힘들었던 3년간의 무명 생활은 없었을까.
우리의 노래와 무대를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원찬스 때처럼 즐길 수 있었을까.
지나간 후회나 다름없는 가정을 되뇌며 반짝거리는 상태창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페널티 1회 무효권이라니. 이걸로 위클리 퀘스트 한 번 건너뛰어도 되겠다.
개꿀이네.
* * *
그렇게 다음 활동곡이 무사히 정해지고 난 후.
[☑위클리 퀘스트!] [▶주 5회 이상 공식 SNS에 셀카와 글 올리기(초심도 +2) ▶주 6회 이상 팬반응 서치하기(초심도 +2)▶주 4회 이상 팬카페 FROM 게시판에 셀카와 글 올리기(초심도 +2) ▶주 2회 이상 OA앱 팬라이브로 소통하기(초심도 +2)]
위클리 퀘스트 목록창을 열어 퀘스트를 얼마나 완수했는지 확인해 보다가 새로 추가된 퀘스트를 발견했다.
겨우 주 2회라니! 제일 낮은 빈도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나는 김샌 숨을 흘렸다.
주 2회라는 빈도는 꿀이지만, 퀘스트 내용은 꿀이 아니었다.
드디어 OA앱 측의 승인을 받아 레브가 OA스타로 등록된 모양이었다.
OA는 On Air의 줄임말로 팬과 가수가 소통할 수 있는 영상 플랫폼이다.
On Air라는 이름답게 주로 생방송 형식으로 많이 소통했다.
지금은 앱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보편성과 대중성이 떨어지지만, 나중에는 OA앱이 아이돌에게 있어서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된다.
생일, 데뷔 기념일 스페셜 라이브, 컴백 카운트다운, 예능뿐 아니라 쇼케이스나 콘서트 생중계까지 OA앱에서 시청이 가능하게 되니 말이다.
다만 OA앱 라이브는 양날의 검이었다.
재미있는 장면이나 커뮤에서 화제가 될 영상이라도 찍히면 대중들에게 눈도장이 찍혀 그야말로 대박의 발판이 되어 준다지만, 말실수하거나 수습하기 힘든 돌발상황이 송출된다면 그대로 나락 직행이다.
[ON AIR] Test일단 제목을 대충 입력하고 OA라이브를 켰다. 그래도 7년 차 짬밥이 있는데 입조심은 어렵지 않았다.
“이게 맞나……?”
회귀 전에 팬라이브를 홀로 켜본 건 손에 꼽았기에 조금 허둥지둥했다.
물론 컴백 카운트다운 라이브나 멤버들 생일 스페셜 라이브에는 참가했지만.
단독 팬라이브는 다른 멤버들이 켠 라이브에 슬쩍 얼굴만 비추거나, 아니면 막내가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는 나를 한 번씩 찍고 가는 식이었다.
가로로 놓은 휴대폰 화면에 비치는 내 모습을 바라보다가 쓱쓱 올라오는 채팅에 손을 흔들었다.
“안녕, 데이드림.”
“어…… 뭐 하죠?”
[그걸 우리에게 물어보면 어떡하니 이든아]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차나 얼굴만 봐도 재밌어ㅎㅎㅎㅎㅎ] [EDEN!]문제가 생겼다. 일단 켰는데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단체 팬라이브는 대본이 있어서 시키는 대로 하거나 멤버들에게 묻어가면 됐지만 지금은 나 혼자였다.
침묵이 이어질수록 채팅창의 여론도 바뀌어 갔다.
[얼굴만 봐도 재밌다는 말 취소할게 뭐라도 좀 해 봐] [이거 혹시 무언방송이에요?] [말 많아보이는 얼굴은 아니었는데 말이 아예 없을 줄은 몰랐다] [so boring☹] [대체 왜켬? 제목대로 ㄹㅇ 테스트였음?] [예현오빠 보여 주세요]내가 자신 있는 건 프로듀싱이었지 이런 소통이 아니었다.
단독 팬라이브 하나 끌어가지 못하는 내가 7년 차 아이돌이 맞긴 하나.
흘려보낸 세월에 회의감까지 몰려오는 도중, 벌컥- 문이 열렸다.
[엥 누구지?] [누군진모르겠지만이어색한시간을끝내주셔서정말감사합니다] [들어오는 멤 오늘부터 무조건 판다] [예현이니? 예현이야?] [울 햄찌!]구세주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