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8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80화(18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80화
[1위- ‘D.I – 낙서(Feat. 윤이든 of Reve)’ ♥88,137]“기분 진짜 이상하네…….”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한 곡에 붙은 내 이름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회귀 전에는 다른 래퍼 이름이 박혀 있었는데, 지금은 용철이 형과 내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다니.
어차피 노래는 회귀 전에도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할 만큼 좋았으니 이번 1위에 내 피처링 비중은 딱히 크지 않을 터였다.
음원 차트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내 눈앞에 푸른색 상태창이 떴다.
[☺팬 400,000명 달성!] [보상: 초심도 +10, 아이템 선택권]30만 명 돌파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만 명을 달성했다.
[필수 조건- 3만 명의 팬들을 실망시킨 당신, 3천만 명의 팬들을 기쁘게 만들어라!(452,716/30,000,000)]‘필수 조건 달성은 아직 멀었군.’
해외 투어라도 몇 번 돌아야지 백만 정도 달성하지 않을까.
여전히 턱도 없는 숫자를 보고 있자니 이번 생에 이 수를 다 채울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러웠다.
게다가 회귀하면 숫자는 리셋이 되지 않은가.
물론 이번에 반드시 성공시켜 또 데뷔 날로 회귀하는 일은 최대한 피할 테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혹시 모르는 거니까 회귀해도 회귀 전 숫자까지 누적되는 알고리즘으로 바꿔 줄 생각은?
[ㄴ]역시나.
요즘 들어 참으로 성의 없어진 시스템의 응답을 보며 혀를 찼다. 이거 맞아?
오랜만에 짬 내서 틀어박힌 작업실에서 한창 곡 작업을 하던 도중, 휴대폰이 울렸다.
[✆김도빈]“얘가 별일로 전화를 다 하네.”
평소 전화보다는 문자를 더 선호하는 김도빈의 스타일을 알긴 했지만 별일이다-라는 생각이나 태평하게 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 사랑해요!
“어우씨.”
수화기 너머로 우렁차게 들려오는 사랑 고백에 자동반사적으로 질색을 내뱉으며 전화를 곧바로 끊었다.
고백 공격으로 인해 오소소 소름이 돋은 팔을 문지르다가 김도빈의 목소리가 퍽 다급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지금은 상대방이 통화 중이라는 멘트만 계속 흘러나왔다. 겨우 다시 연결된 전화를 붙들고 다급히 물었다.
“김도빈! 너 괜찮냐? 괜찮지? 무슨 일 있냐? 사고 났어?”
-사고 난 거 아니에요. 형, 사랑해요!
존나 마지막 인사 같아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고 난 게 아니라면 이건…… 그런데 왜 굳이 나한테……?
“도빈아, 혹시 무슨 결심을 한 건 아니지……?”
-아니라고요! 형, 사랑해요! 엘오브이이 러브!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김도빈이 다시 한번 부정하며 love 알파벳까지 또박또박 외쳐 댔다. 이 자식이 무슨 대답을 바라고 이러는지를 당최 모르겠다.
“너 뭐 잘못 먹었냐? 형이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라고 했지.”
-형은 저 안 사랑해요?
“어디 아프냐?”
-아니, 이든이 형! 저 안 사랑하냐니까요?
“너 진짜 왜 이러냐? 귀신 들렸냐……?”
이제는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성격 반전 페널티를 받았을 때 멤버들이 느끼던 기분이 바로 이랬을까. 왜 내게 귀신 들렸다고 단체로 난리를 쳤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짧은 한숨을 내쉰 김도빈이 갑자기 포기를 외쳐 댔다.
-포기요, 포기! 제가 말했잖아요. 저희 팀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미션이라니까요.
“뭐?”
대체 무슨 상황인지 뇌가 따라가지 못해 멈춰 있자 웃음소리와 함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든 씨, 안녕하세요! 시온의 파란밤입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인사드리네요! 시청자분들께도 인사 한 번 부탁드려요!
나랑 On top으로 스페셜 무대를 함께했던 신드롬의 리더, 시온의 텐션 높은 인사말이 와다다다 쏟아졌다.
“아, 예…… 안녕하세요. 레브 이든입니다.”
얼떨결에 휩쓸려 인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발, 애가 미친 게 아니라 라디오 미션이었구나. 십 년감수했네, 진짜.
* * *
자, 그러면 시간을 돌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보자.
‘형, 사랑해요!’를 목청껏 외쳐 댔던 김도빈은 바로 공중파 라디오 ‘시온의 파란 밤’에 알테어의 차연호와 함께 게스트로 출연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 게스트들에게 주어진 깜짝 미션! 바로 그룹 리더에게 사랑한다는 말 듣기!
‘조졌다…… 미쳤냐는 말이나 안 들으면 다행이지. 이 형은 내가 오늘 개인 스케줄이 있다는 것도 모를 텐데.’
미션을 듣자마자 김도빈은 절망했다.
만약 윤이든이 숙소에 있었다면 눈치 빠른 막내가 어떻게든 캐리해 주었을 테지만, 김도빈은 똑똑히 봤다. 낮에 작업실 간다고 숙소를 나서던 윤이든의 모습을.
“연호 씨, 꽤 자신만만한 표정인데요?”
“저는 오늘 파란 밤 최단 기록 세우고 갈 자신도 있습니다.”
차연호가 카메라에 대고 브이를 그렸다. 통화 연결음이 울리다가 동굴 같은 저음의 케이제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정준아, 사랑해.”
-어, 나도 사랑해.
이게 미션임을 바로 눈치채고는 원하는 답변을 찰떡같이 내뱉어 준 케이제이 덕분에 차연호는 호언장담했던 대로 29초를 기록하며, 기존의 최단 시간 기록을 갱신했다.
“아, 대단하네요, 알테어. 사이 진짜 좋은가 보다. 나랑 공한이도 38초였는데.”
감탄사를 내뱉은 시온이 김도빈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때요, 도빈 씨? 연호 씨 기록 깰 자신 있나요?”
“최장 기간 기록은 갱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팀에서는 아무래도 불가능한 미션이기 때문에…….”
이미 김도빈은 모든 기대를 내려놓았다. 그저 윤이든이 제게 미쳤냐고 물으며, 방송 사고만 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통화음이 길게 울리다가 전화가 연결되었다. 중저음의 허스키톤이 심드렁함을 담고 라디오 부스를 울렸다.
-여보세요.
“형, 사랑해요!”
-어우씨.
진심 어린 질색과 함께 뚝 끊긴 통화.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매정하게 끊긴 전화에 휴대폰을 붙들고 김도빈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어우씨랰ㅋㅋㅋㅋㅋㅋ]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끊겼어ㅋㅋㅋㅋㅋ] [이든이 찐텐으로 질색했다ㅋㅋㅋㅋ]실시간 문자 채팅창이 알테어 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쭉쭉 올라갔다.
그럴 만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던 그 질색과 곧바로 끊겨 버린 통화는 꽤 웃겼으니까.
대체 어디에 전화를 해 대는 건지 계속 통화 중이라는 멘트만 띄우던 휴대폰을 붙잡고 있다가, 윤이든 측에서 먼저 걸어온 전화를 김도빈은 환한 얼굴로 받았다.
드디어 이든이 형이 이게 미션임을 눈치채고……!
-김도빈! 너 괜찮냐? 괜찮지? 무슨 일 있냐? 사고 났어?
그럴 리가.
와중에 또 목소리는 참으로 다급했다. 김도빈은 레브 멤버로 살아온 지난 3년간을 되돌아보며 참회했다. 내가 사랑한다는 말에 참으로 인색했던 모양이구나.
-혹시 무슨 결심을 한 건 아니지……?
-너 뭐 잘못 먹었냐?
-어디 아프냐?
-얘 진짜 귀신 들린 거 아니야……?
사랑한다는 말을 유도할수록 갱신되는 어록 하나하나가 참 레전드였다.
[사고ㅋㅋㅋㅋ났엌ㅋㅋㅋ] [이야 그래도 이든이가 도빈이 엄청 사랑하네ㅎㅎ 바로 전화 다시 걸어서 사고 났냐고 다급하게 물어보고 혹시 무슨 결심한 거 아닌가 걱정하고] [이게 사랑해요라는 말에 나올 답변들이냐고ㅋㅋ] [이든아 진짜로 나타난 심령사진 귀신은 스티커로 가려놓고 왜 없는 귀신 무서워하고 있는 거야ㅋㅋ큐ㅠㅠ]“이든 씨, 같은 팀 동생 안 사랑하세요? 아니, 내가 가만 듣고 있는데 어떻게 나도 사랑한다는 답변이 나오지를 않아!”
-아니, 갑자기 뜬금없이 전화해서 사랑한다고 고백 공격, 아니, 고백 멘트를 치니까 당황해서…….
시온과 유선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윤이든의 목소리를 들으며 김도빈은 일단 미쳤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한시름 놓았다.
한편, 그 모든 것을 라디오 부스에서 함께 듣고 있던 차연호는…….
‘눈치 더럽게 없는 걸 보니 역시 윤이든은 확실히 회귀자가 아니다. 돌아온 놈이라면 저 정도 미션도 눈치 못 챌 수가 없어.’
오늘도 순탄히 윤이든을 레브 회귀자 의심 목록에서 완벽히 지워 나가고 있었다.
‘저게 연기면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이 뭐야, 헐리우드 진출해서 오스카 상도 시상하겠네.’
차연호는 잠시라도 저런 놈을 회귀자로 의심하고선 끊임없이 떠보려 시도했던 저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졌다.
라디오 스케줄이 끝나고, 차연호는 김도빈을 잠시 붙잡을 수 있었다. 그의 질문에 아주 짧게 고민하던 김도빈이 금세 대답을 내놓았다.
“팀에서 누가 제일 목소리 크냐고요? 아무래도 메인보컬인 막내?”
순순히 나온 대답에 만족하기도 잠시, 막내 앞에 덧붙인 수식어에 왜인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 차연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말인데 ‘목소리가 크다’를 음량으로 받아들이신 건 아니죠?”
“그거 물어보신 거 아니에요?”
리더나 멤버나, 사람 속 터지게 만들기에 일가견 있는 망할 레브 놈들.
“누가 제일 주도적이냐는 뜻이에요.”
한껏 다정하고 나긋한 목소리를 표방했지만 목소리 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마저 막을 수는 없었다.
“글쎄요, 아무래도 리더인 이든이 형? 아닌가? 막내가 더 주도적인가? 음악 관련해서는 확실히 이든이 형이긴 한데…….”
“견하준 씨는 어때요?”
“하준이 형이요? 하준이 형은 아무래도 목소리 큰 편은 아닌데요.”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김도빈의 모습에 차연호는 입안의 살을 짓씹었다.
‘또 내가 헛다리 짚은 건가?’
연기가 능숙하고 사람을 잘 다룰 줄 알아 보이던 견하준 측이 회귀자라고 생각했는데, 류재희 측에 더 기울어질 줄이야.
그러고 보니 TK에서 진행했던 연습생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에서 항상 최종 데뷔조에 붙었던 두 연습생이 이번에는 떨어졌다.
류재희가 터트린 이슈로 인하여.
게다가 연습생 텃세 및 폭행 이슈와 함께 풀린 표절 이슈는, 원래는 지금으로부터 3년 후에 터지는 것이었다.
회귀의 근거로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대답 고마워요.”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은 차연호가 몸을 돌렸다.
[위험도: 70]레브의 회귀자 후보군을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였음에도 위험도는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