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8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81화(18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81화
“이든이 형, 사랑해요! I love you! 알러뷰!”
“또 무슨 미션 하냐?”
“아니요. 그냥 형의 반응을 들으면서 제가 얼마나 사랑한다는 말에 인색했는지를 새삼 깨달았을 뿐이에요. 앞으로는 많이많이 하고 다니려고요. 류재, 사랑해!”
“우웩, 왜 저래.”
물 마시러 나왔을 뿐인데 갑작스럽게 고백 공격을 당한 류재희가 토하는 시늉을 하고 지나갔다.
그런 류재희의 뒷모습을 보며 김도빈이 진지하게 고찰했다.
“쟤는 왜 점점 형을 닮아 갈까요. 자아가 확립된다는 미성년자 시기에 같이 형을 보고 자랐던 저는 형 닮지 않고 잘 컸는데. 한 살 차이가 그렇게 큰 거였나?”
“뭬야, 인마? 그럼 나를 닮은 건 잘못 컸다는 소리냐? 어?”
가볍게 헤드록, 아니 목 마사지를 시전해 주자 김도빈이 급히 탭을 쳤다.
시원해졌을 목 근육을 문지르며 김도빈이 라디오 스케줄이 끝나고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차연호 선배님이 우리 팀에서 누가 제일 목소리 크냐고 물어보던데요? 무슨 협업이라도 제안하려고 그러나?”
협업은 무슨. 우리 팀에도 회귀한 사람 있는지 떠보려고 그러는 거겠지.
견하준으로 확정 짓고선 계속 헛발질이나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빨리 알아차린 모양이다. 견하준이 회귀자가 아니라는 걸.
“그래서 일단 음악적인 부분은 이든이 형이라고 대답을…… 하준이 형, 사랑해요! 예현이 형도 사랑해요!”
말하다 말고, 방에서 나온 두 사람을 향해 김도빈이 힘차게 고백 공격을 내뱉었다.
“응, 그래. 밥 먹게 냉장고에서 반찬 좀 꺼낼래, 도빈아?”
“왜 갑자기 사랑 전도사가 되어 있어? 무슨 벌칙 받았어?”
거의 먹금이나 다름없는 둘의 반응에 김도빈이 머리를 움켜쥐며 외쳤다.
“아니야……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 멤버들이 다 같이 문제였던 거야! 이든이 형, 29초 만에 성공한 알테어랑 38초 만에 성공했다는 신드롬 이야기를 듣고 무슨 깨닫는 점이 없어요?”
“거기는 케이제이랑 차연호가 했다며. 나도 미션 수행자가 네가 아니라 준이면…… 어, 준이면…… 그래도 답이 안 나왔을 거 같긴 하다.”
미션인 걸 알면 뱉기 수월하긴 하겠지만 미션인 걸 몰랐을 때 친구에게 사랑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답으로 ‘나도 사랑해’는 절대 안 나오지.
“이게 다 우리 그룹에 사랑이 부족해서 그래요. 그래서 그런데, 우리끼리의 인사를 아예 사랑해로 바꾸는 게 어때요? 아침에 일어나면 사랑해-”
“야이씨, 또 헛소리한다. 아침부터 그딴 인사 들으면 밥이 목구멍으로 퍽이나 넘어가겠다. 헛소리 그만하고 부엌 가서 반찬이나 놔.”
김도빈의 머리를 꾹꾹 누르며 투덜거렸다. 왜, 아예 누르면 소리 나는 곰 인형처럼 내가 지금 누를 때마다 알라뷰 알라뷰 해 보지?
* * *
“리얼리티요? 또?”
해외 스케줄을 준비하고 있던 우리에게 통보된 스케줄은 썩 반가운 류는 아니었다.
제일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숙소에 카메라 달아 놓고 행동거지랑 행색 조심해야 하는 게 좋을 리가.
그래도 이번에는 곧 해외 활동도 있으므로 굳이 억지로 짜내지 않아도 콘텐츠가 나올 터라 그거 하나는 다행이었다.
제작진들과의 미팅까지 마친 날, 우리는 이전에 리얼리티를 촬영했던 기억을 되살려 보기 위해 다 같이 모여 내 노트북으로 데뷔 초에 찍은 <마이돌 관찰카메라-레브 편>을 돌려 봤다.
“와, 진짜 다들 누구세요?”
“너무 가식적이야! 악, 쪽팔려! 이게 방송을 탔다고? 형들, 제가 진짜 이랬다고여? 진짜여?”
“지금 보니까 준이 빼고 다들 컨셉질하는 게 너무 잘 보인다. 보고 있기 괴롭다, 진짜.”
“나, 나 왜 이렇게 어색해? 왜 아무도 내가 이렇게 뚝딱거리는 걸 지적하지 않은 거야? 대체 왜?”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마요, 형. 다들 카메라 신경 쓰느라 정신없었을 거예요. 이때는 가뜩이나 데뷔 초창기잖아요.”
유일하게 연기력으로 컨셉질의 장에서 살아남은 견하준이 충격으로 말을 더듬기까지 하다가 손에 얼굴을 묻고 절규하는 서예현의 등을 다독이며 위로했다.
다른 멤버들은 카메라를 한껏 의식한 탓에 어색한 티가 딱 났고, 그중에서 그나마 아이돌 짬밥이 있던 나는 카메라 의식은 확연히 덜 했지만, 시스템이 요구한 그놈의 외강내유 콘셉트를 잡느라 행동거지나 말이 영 부자연스러웠다.
“방송국에 전화해서 내려 달라고 할까……? 아무리 우리가 연예인이라고 해도 우리도 잊힐 권리가 있어…….”
“와, 저는 나름대로 카메라 신경 안 쓰고 자연스럽게 행동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딴 걸 55만 회나 본 거야? 이게 55만 번이나 재생됐다고? 우와…… 멘탈 나갈 것 같다…….”
여전히 <마이돌 관찰카메라>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멤버들에게 말했다.
“그냥 찐 일상생활 찍자. 이렇게 연기하지 말고. 미래의 우리한테 조금 더 꿋꿋해지자고.”
“아니, 형. 그래도 아이돌인데 어느 정도 필터링은 있어야죠.”
“무슨 걱정이야? 우리가 뭐 일상생활에서 욕을 하기를 해, 서로 싸우기를 해, 서로 막 부려 먹기를 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뭐, 왜.”
“혹시 마지막 말을 뱉으시면서 양심이 찔려 온다거나 그러진 않으셨어여?”
“아니, 전혀.”
내가 뭘 얼마나 부려 먹었다고 양심에 찔려야 하는지?
류재희가 <마이돌 관찰카메라>가 띄워진 노트북 화면을 필사적으로 외면하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번 리얼리티는 마이돌처럼 미션 짜내는 게 아니라서 그냥 찍으면 개노잼 될 게 분명하거든요?”
이번에 촬영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레브 Time>은 말이 좋아서 자율성 존중이지, 그냥 리얼리티 찍는 당사자들에게 콘텐츠를 떠넘긴 거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팬들은 볼 거니까 시청률 최소치는 보장되어 있다, 이건가?
내가 속으로 냉소하는 동안, 류재희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다큐멘터리를 섞는 거예요. 제일 유명한 다큐멘터리인 휴먼극장이랑 내셔널 지오 그래픽.”
그래, 류재희가 말한 저 두 개를 조합해 보면…….
“……무인도 체험하자고?”
떨떠름하게 물었다. 옆에 있던 견하준이 나를 툭 치는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오답이었던 모양이다.
“팬분들은 자연보다 우리를 더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막내야? 그리고 휴먼 극장도 넓게 보면 리얼리티 아니야?”
헛소리를 늘어놓는 김도빈을 툭, 쳤다. 이건 내가 들어도 확실히 오답이다.
“그 말이 아니라요. 우리가 자체적으로 좀 그렇게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자고요! 괜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줬다가 팬들의 환상만 깨면서 노잼 소리 듣지 말고!”
류재희가 바닥을 쾅! 내리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말하면 쫌 찰떡같이 알아들으라고요! 그래도 이든이 형은 내가 말한 그 두 개 조합해서 내는 노력이라도 했지, 도빈이 형은 내가 말한 두 개 섞을 생각도 안 했어!”
바닥을 탕탕 내리치며 거의 포효 수준으로 성질내는 막내를 향해 점잖게 말했다.
“알았어, 막내야. 진정해. 층간소음으로 민원 들어오겠다.”
이제는 제일 덩치도 커진 놈이 형들을 위협하고 있어, 쯧.
“첫째 날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가고, 둘째 날부터 휴먼 극장 5부작 찍는 식으로 가는 거예요. 휴먼 극장 부제는 뭐로 할까요?”
서예현이 제일 먼저 손을 슬쩍 들고 말했다.
“한 지붕 다섯 식구.”
“오, 진짜 휴먼 극장 부제목 같다. 휴먼 극장 부제목은 확실히 이런 촌티 좀 있어야 함요.”
“무슨 쌍팔 년대 드라마 제목도 아니고…….”
처참한 작명 센스에 혀를 차자 서에현이 이죽거렸다.
“그럼 윤이든 네가 아이디어를 내 보든가.”
잠시 고민하다가 30초 만에 고심해서 지은 부제를 입 밖으로 꺼냈다
“달려라 레브.”
영 떫은 표정을 한 서예현의 옆에서 류재희가 감탄을 내뱉었다.
“오, 이것도 꽤 휴먼 극장 부제목 같네요. 촌티 팍팍 난다.”
이건 대체 칭찬이야, 욕이야?
“네가 내 아이디어를 비웃을 수준이 아닌데? 그런데 그건 둘째치고 이거 ‘달려라 하니’ 표절 아니야?”
“표절이 아니라 오마주.”
김도빈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이건 어때요? Re:제로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 가장 내츄럴한 모습부터-”
“으아아악! 무슨 그런 끔찍한 이름을! 뭐를 다시 시작해, 뭘!”
내 PTSD를 제대로 자극하는 제목에 나도 모르게 김도빈의 말을 끊으며 소리를 내질렀다. 김도빈이 한껏 억울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끔찍하다뇨! 이거 그렇게까지 씹덕 애니는 아니란 말이에요! 리제로 모르세요?”
“아, 애니 제목이었냐? 아이돌이 주인공이야?”
지금 내 상황이 씹덕 애니의 오마주였다는 소리?
경악하고 싶은 마음을 꾸역꾸역 숨기며 묻자 김도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르시는구나. 원제는 이세계 생활인데 우리 리얼리티 제목에 맞춰서 아이돌로 바꿔봤어요.”
“어어, 그래. 그런데 제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말이 너무 끔찍하다. 기각.”
무한 회귀 페널티를 안은 이 상황이 씹덕 애니와 완전히 같지는 않음에 안도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냥 달려라 레브 하자고.”
“한 지붕 5형제로 가자. 최소한 달려라 레브보단 낫다.”
내 주장에 서예현이 질세라 살짝 바꾼 제목을 들이밀었다.
“뭐라는 거야! 달려라 레브가 한 지붕 5형제보다 훨씬 낫지!”
“레브의 풀하우스는요?”
“진격의 레브!”
“도빈이 형, 그거 지금 넷상에서 우익으로 처맞고 있지 않아? 논란될 만한 건 무조건 피하자.”
“그래? 그럼 레브는 못 말려!”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모두의 마음을 잡아끄는 건 없었기에 다들 자신이 지은 부제목만 들이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금까지 의견을 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견하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백일몽의 꿈은 어때? 팬덤 이름이랑 우리 그룹 이름 뜻 조합으로.”
“오, 괜찮네.”
망설임 없이 달려라 레브를 버리고 견하준의 의견에 한 표를 보탰다.
“그런데 백일몽도 꿈이잖아요. 그럼 꿈의 꿈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런 사소한 건 좀 넘어가, 그냥.”
거수로 이루어진 투표 결과, 달려라 레브 0표, 한 지붕 5형제 1표, 레브의 풀하우스 1표, 레브는 못 말려 1표, 백일몽의 꿈 2표로 그렇게 부제목은 백일몽의 꿈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나를 제외하고 다들 꿋꿋하게 자기가 낸 의견에만 손을 들더라.
달려라 레브랑 한 지붕 5형제만 아니면 뭐든 오케이긴 했다.
전자는 육상부 다큐멘터리 제목 같고, 후자는 너무 쌍팔년도 일일연속극 제목 같다고.
“백일몽의 꿈이요? 조금 애매하긴 하네요. 혹시 생각해 놓으신 다른 이름은 없을까요?”
하지만 제작진과의 미팅에서 적법한 민주주의 절차를 밟고 채택된 그 부제는 기각되었다.
멤버들이 기다렸다는 듯 자기가 밀던 이름들을 쏟아 내자 고민하던 작가가 하나를 선택했다.
“한 지붕 5형제, 이게 제일 괜찮네요. 직관적이고, 휴먼다큐 부제목 같기도 하고.”
그렇게 레브의 휴먼 극장 부제는 한 지붕 5형제가 되어 버리고야 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달려라 레브 계속 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