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8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84화(18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84화
참으로 격렬했던 원카드가 끝나고, 판을 정리하며 류재희가 내게 속닥였다.
“거봐요, 제가 뭐랬어요. 확실히 하준이 형 상이 타짜 상이라니까요. 물론 하준이 형급은 아니지만 저렇게 비슷하게 눈썹 진하고 눈초리 살짝 내려간 삼촌 있는데 명절마다 아주 고스톱 판을 싹 휩쓰신다고요.”
“야이씨, 원카드에 무슨 타짜야. 원카드는 운빨이지.”
“형, 모든 타짜들은 겉보기에는 미친 운빨을 지닌 사람으로 보여요. 하지만 그 사람들은 운삼기칠을 실현하는 사람들이라고요.”
“그렇게 궁금하면 기술 썼냐고 준이한테 가서 물어봐라, 인마.”
오늘 원카드의 MVP인 견하준은 류재희의 질문에 단 한마디로 답했다.
“굳이 원카드에 기술까지 쓸 필요가 있어?”
정말로 타짜스러운 대답이었다.
정리를 마치고 다섯 명 모두 낮은 상 앞에 나란히 앉았다. 원카드 판으로 썼던 모포는 나랑 류재희의 어깨 위에 나란히 얹혀 있었다.
“잠깐 시트콤은 제쳐 두고 레브로 다시 돌아와서! 추석을 기념하여 서로에게 덕담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서로 얼굴 보고 하면 부끄러워서 할 말도 못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롤링 페이퍼로 준비해 봤습니다. 명절 덕담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도 마음껏 쓰시길 바랍니다.”
위에 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하나씩 지급되었다.
이런 건 쓴 상대를 예측할 수 없도록 적는 게 재미지. 멤버들의 롤링 페이퍼에 길고 정성스러운 글을 적어 내려갔다.
다들 한 번씩 돌아가며 서로의 롤링 페이퍼에 글을 적고, 리더인 나부터 낭독 시간을 가졌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누구냐? 김도빈 너 맞지? 너지?”
그 쌩뚱맞은 새해 인사가 적혀 있었던 게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사방에서 피해자가 속출했다.
“나도 새해 복 적혀 있어서 누가 적은 건지 했더니!”
“누가 추석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해. 미치겠다, 진짜.”
“도빈아, 이건 신정이랑 설 인사고.”
다들 한 치의 의심 없이 김도빈을 지목했고, 역시나 반전은 없었다. 김도빈이 머리를 긁적이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명절 덕담이래서…….”
김도빈을 향해 한 명씩 타박을 던져 주고, 다음 덕담 글귀를 읽었다. 이번 건 제법 길었다.
“벌써 올해의 끝이 다가오고 있네. 올해도 참 리더로서 수고 많았어. 평소에는 표현을 못해서 전해지진 못했지만 항상 레브를 위해 분골쇄신하는 거 너무 고맙고, 너한테만 이렇게 큰 짐을 지우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네가 원하는 만큼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나도 노력할게. 올해 한 해 무사히 마무리 잘 하자. 이건 준이 같은데? 맞지?”
내 물음에 견하준이 고개를 저었다.
“나 아닌데?”
“그럼 막내 너냐?”
“저도 아니요. 저는 도빈이 형 빼고는 반말로 안 썼어요.”
그럼 남은 건…….
“야, 지워 버리게 내놔!”
귀 끝이 새빨개진 서예현이 내 롤링페이퍼를 향해 손을 뻗었다.
세상에, 이걸 쓴 사람이 서예현이었다니. 올해 최대의 반전이었다.
“점점 여유를 찾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앞으로도 쭉 조급해하지 말고 그렇게 살아가자. 이게 준이가 쓴 거겠고. 형이 만드는 곡은 다 좋으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 마시고 앞으로도 쭉 좋은 곡들 내주세요. 이건 재희.”
다들 웃기려는 것보다는 진짜 덕담을 택한 모양이다.
다음으로는 서예현의 낭독 순서였다.
“우리 중에 가장 실력이 성장한 사람을 꼽는다면 단언컨대 형일 거야. 부족했던 실력에도 굴하지 않고 노력하는 형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걸 느꼈어. 이제는 성장한 형 실력에 형 스스로도 뿌듯해해도 될 것 같아. 앞으로도 같이 파이팅하자. 이건 하준이네. 100% 하준이.”
“아니, 왜 조금이라도 길면 다 내가 썼다고 의심하는 거지? 나 별로 길게 안 썼는데.”
견하준이 손을 내젓자 서예현이 조심스럽게 류재희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럼 막내?”
“저는 존댓말로 썼다니까요?”
“도빈이…… 는 새해복이고…… 그럼 남은 건…….”
귀신이라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서예현의 얼굴에 울컥하여 롤링 페이퍼로 손을 뻗었다.
“아오, 지우고 짧게 다시 써 줄 테니까 내놔.”
“와, 나. 방금 네 기분이 무슨 기분이었는지 이해했어.”
서예현이 입을 틀어막으며 중얼거렸다.
쭉쭉 낭독 순서가 이어지고, 모두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명절 날짜 감각 상실한 덕담을 쓴 장본인인 김도빈이 제 롤링페이퍼에 적힌 덕담을 읽으며 투덜거렸다.
“3cm만 더 크자. 유일한 170대인 너 때문에 지금 레브 키가 평균 180.6cm밖에 안 된다. 나도 지금 레브에서 키 제일 작아서 속상한데, 누구야! 이게 덕담이냐고!”
“나다.”
손을 슬쩍 들자 김도빈이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리더님의 덕담이시니 최선을 다해서 커 보겠습니다.”
그렇게 이른 추석 특집까지 모두 끝나고.
“참, 내일 DTB 결승 무대 보러 갈 사람?”
세미파이널로부터 한 달이 지난 내일이 DTB 시즌3의 결승이었다.
당연히 파이널 무대는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현장 평가단은 미리 사전 모집을 했기에 신청을 해야지만 추첨으로 뽑힐 수가 있었지만, 나는 용철이 형 인맥 찬스로 그런 거 없이 보러 갈 수 있었다.
한두 명 정도는 데려와도 괜찮다길래 나와 함께 DTB 애청자였던 막내 라인에게 물었다. 둘 다 안 간다고 하면 친구들이나 데려가거나 나 혼자 가야지, 뭐.
“저요! 저요!”
“헉, 저도 갈래요.”
예상대로 막내 라인은 둘 다 가겠다고 손을 번쩍 들어댔다. 예의상 견하준과 서예현에게도 물어봤지만 둘은 거절했다.
“형이 D.I님이랑 친하다고 했죠? 형 인별도 이제 개설했는데 투표 격려 이런 거 안 올려요?”
류재희의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올려다봤자 인맥 통해서 아이돌 인기발로 표 얻었다고 용철이 형 뒷말만 나오지. 차라리 안 올리는 게 훨 나아.”
마음 같아서는 나도 이번에는 회귀 전과 달리 용철 형이 우승하도록 돕고 싶지만.
내가 나섰다간 용철 형의 노력과 실력이 폄하되리란 걸 알기에 조용히 응원만 하는 게 제일 상책이었다.
당장 세미 파이널 곡만 봐도 피처링한 아이돌의 팬들 덕분에 음원 차트 1위를 찍었다고 조롱하는 여론도 있지 않은가.
그 곡은 내가 피처링하지 않았던 회귀 전에도 1위를 찍는다고, 아이돌 래퍼만 보면 발작하는 이 힙찔이들아.
* * *
모자와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파이널 무대가 이루어지는 방송국 세트장에 도착했다.
그래 봤자 류재희가 들고 있는 카메라 때문에 시선이 흘깃흘깃 쏟아졌지만 말이다.
제지당하긴 했지만 상황을 설명하니 생방이라 그런지 사녹보다는 유하게 넘어가 주더라. 사녹이었으면 얄짤 없었을 텐데.
파이널 무대는 총 2개의 투표로 우승이 결정된다.
생방송 현장 투표, 그리고 문자 투표.
이 두 투표를 합산한 결과가 최종 결괏값이 된다.
“형, D.I에 투표하면 되죠?”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묻는 막내 라인에게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너희가 더 마음에 드는 무대에 투표해야지, 왜 나한테 확인을 받으려고 그래?”
원래 이런 건 강요에 의한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파이널 무대는 BQ9의 선공이었다.
“확실히 잘하긴 잘한다.”
BQ9의 무대를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내게 재수 없는 놈으로 찍히긴 했지만, 실력과 인성은 별개였다.
비트는 그닥이었지만 귀에 때려 박히는 훅과 자기만의 독특한 랩 실력으로 그걸 보완했다.
반면 용철 형은 훅이 약했지만 비트가 꽤 좋았다. 랩 실력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내가 표를 던진 건 당연히 용철 형의 무대였다.
현장투표는 선공을 택한 BQ9이 ₩3,101,000, 후공인 D.I가 ₩2,950,000으로 BQ9이 근소한 차로 앞섰다.
“문자 투표까지 합산한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MC의 말에 나도 모르게 두 손을 꽉 모아 쥐었다.
“아, 제발…… 20만 원 차이도 안 된다…… 제발 역전…….”
숫자가 슬롯머신처럼 촤르륵 돌기 시작했다.
[BQ9]₩8,801,000
LOSE
[D.I]₩9,101,000
WIN!
내 간절한 기도가 먹혔는지 이번에는 단 30만 원 차이로 용철 형이 우승을 차지했다.
무대 위에서 눈물을 훔치는 용철이 형을 보며 열정적으로 박수를 쳤다.
“응원하시는 분이 우승한 걸 본 기분이 어떠세요?”
“뿌듯하죠. 좋고. 기특…… 기특? 기특하다는 말을 이런 상황에서 해도 되는 건가?”
“그런데 대기실을 이렇게 막 찾아가도 되는 거예요?”
“아, 괜찮아요. 친한 형이에요.”
카메라맨을 자처한 류재희의 물음에 설렁설렁 대꾸하며 대기실 문에 성의 없는 노크를 하고 벌컥 열어젖혔다.
“너희 뭐 하냐? 지금 뭐 찍는 중이야?”
시간이 흘러서 눈물은 멈췄지만, 눈가가 벌게진 채 멍하니 앉아 있던 용철이 형이 카메라를 보고선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매니저 형한테서 받아 온 꽃다발을 턱, 안겨 주며 대꾸했다.
“어, 지금 리얼리티 촬영 중.”
“이야, 연예인이네.”
“형도 여기 보고 인사 한번 해.”
류재희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가리키자 용철 형이 어색하게 카메라를 돌아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D.I입니다.”
“본명 이용철.”
“내가 용철이라 부르지 말라고 했지. 왜 D.I라는 멀쩡한 이름 두고 용철이라고 부르냐고, 짜식아.”
“반대 아니야? 형 이름은 디아이가 아니잖아.”
킬킬 웃자 꽃다발을 소중하게 테이블에 내려놓은 용철이 형이 내게 헤드록을 시전했다.
“우리가 당하던 헤드록의 근원이…….”
김도빈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용철아! 가자!”
뒤에서 들려오는 원백의 외침 덕분에 나는 용철이 형의 팔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 형! 용철이라 부르지 좀 말라니까요!”
원백한테 투덜거리는 것도 잊지 않은 용철 형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너도 회식 따라갈래?”
“됐어. 무대도 안 섰는데 회식을 내가 왜 따라가. 그리고 이 녀석들도 데리고 왔는데 나 혼자 회식 따라가기도 그렇잖아?”
“왜, 같이 오라고 해.”
“우리 막내 미성년자야.”
그 말에 류재희가 아닌 김도빈을 힐긋 돌아본 용철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철이 형이 착각할 만도 한 게 류재희의 키는 내 머리를 훌쩍 넘었을뿐더러 젖살도 제법 빠져 앳된 티가 꽤 사라진 상태였다.
그와 비교해서 김도빈은…… 여전히 철없어 보였다.
“우승 축하해, 형.”
씩 웃으며 건넨 인사에 내 등을 가볍게 두드린 용철 형이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시간 될 때 말해라. 축하파티 한 번 해야지.”
출연진들에게로 합류하는 용철 형을 보다가 나 역시 등을 돌렸다.
“형도 내년에 나갈 거예요?”
“모르겠다. 나가도 환영 못 받을 건 알아서.”
김도빈의 물음에 여상히 대꾸했다. 다른 거 다 제쳐 두고 오직 무대만을 위해서 나가기에는 그다지 간절하지는 않아서.
* * *
리얼리티 <레브 Time> 1화의 방영일.
-우리 애들 이번에는 제발 고립 안 당하게 해 주세요
-마이돌은 ㄹㅇ 고립특집이었지
-오랜만에 마이돌 생각나서 보고 왔는데 레브 진짜 다들 풋풋했다ㅋㅋ 신인 티 팍팍 났어
화면에 웬 다큐멘터리 화면이 등장했다.
[내셔널레브그래픽-다섯 멤버 생태관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