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8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88화(18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88화
공은 빨간색이었다.
나랑 견하준의 희비가 교차했다.
머리를 쥐어뜯는 나랑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 없는 환호를 하는 견하준의 모습은 참으로 극과 극이었다.
김도빈이야 혼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기쁨과 나랑 같은 팀이 되었다는 기쁨에 헤실거리고 있었다.
“왜,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찾아온 거지……? 난 정말로 착하게 살았는데?”
넋이 나간 채로 중얼거리자 류재희가 내 등을 토닥이며 위로인지 억장 터트리려고 하는 건지 모를 말을 건넸다.
“그야 하준이 형은 형보다 더 착하게 살았으니까요.”
“얘랑 하준이랑 비교가 되긴 돼?”
그 옆에서 의아하게 중얼거리는 서예현을 향해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각도를 조정하며 눈을 부라렸다.
“휴먼극장 인터뷰 가실게요!”
어김없이 인터뷰 타임이 돌아왔다.
“도빈 씨랑 한 팀이 되신 거에 왜 그렇게 절망하신 거예요?”
“도빈이를 업고 가야 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면 믿으시겠어요?”
귀신의 ‘귀’자도 보이지 않았던 펜션에서의 그 호들갑을 떠올리기만 해도 벌써부터 기가 빨렸다.
“이든이한테는 미안하지만 기뻤죠. 저는 애초부터 이든이랑 같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면 혼자 가길 원했던 터라.”
“도빈이 형이 진짜 겁이 많거든요. 저도 겁 많긴 한데 도빈이 형은 어나더 레벨이에요.”
“도빈이보단 재희가 낫죠. 윤이든이나 하준이가 아닌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재희는 서로 의지가 되잖아요. 도빈이는…… 저라도 그곳에서 정신을 다잡지 않으면 정말 30분 코스를 두 시간을 배회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내 이후로 차례로 이어지는 인터뷰는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나만 빼고.
“제가 어쩌다가 이런 취급을 받게 된 걸까요. 이번 지옥미궁 체험에서 이미지 변신을 한 번 꾀해 보겠습니다.”
하이고, 퍽이나.
“저희 스태프들이 지옥미궁 안에 미션지 세 개를 숨겨놨어요. 그 미션지를 찾아서 미션을 가장 많이 수행한 팀에게 소정의 선물이 주어집니다.”
“아니, 잠깐, 저 여기 알아보고 왔거든요? 그냥 경로 따라서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운데 미션이요? 농담이시죠?”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서예현의 물음에 미션 수행이 의무는 아니라며 PD가 인자한 얼굴로 웃었다.
“그런데 하준이 형은 혼자인데 메리트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딱히 두 명이라 더 유리한 팀이 없는 것 같아서 괜찮아.”
류재희의 말에 견하준이 고개를 저었다. 팀 구성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 모든 이들이 그 말에 납득했기에 견하준은 메리트 없이 홀로 들어가 미션 수행을 하게 되었다.
참으로 부러웠다.
제일 먼저 지옥미궁에 들어가게 된 팀은 서예현&류재희 팀이었다.
30분 코스라 꼼짝없이 30분간은 가만히 앉아 앞선 팀을 기다려야 했다.
“와, 그런데 하준이 형, 진짜 안 무서워요? 여기 그냥 일반적인 귀신의 집이랑 비교가 안 된대요.”
“유명한 곳이니까 무섭기야 하겠지. 그래도 옆에서 공포감을 배로 조장해 주는 사람이랑 들어가느니 혼자가 더 낫지 않을까?”
“엄청 점잖게 제 뼈를 때리시는군여…….”
어느새 30분이 지나고 지옥미궁 체험이 끝났는지 서예현과 류재희가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저긴 미쳤어! 저긴 미쳤다고!”
“평생 살면서 해 볼 공포체험 오늘 몰아서 다 한 듯요.”
여전히 공포가 가시지 않은 듯 펄펄 뛰는 서예현과 한 10년은 늙은 듯한 퀭한 안색으로 중얼거리는 류재희를 보는 김도빈의 눈에 슬슬 두려움이 서리기 시작했다.
“둘이 미션 몇 개 했어?”
“미션 할 정신도 없어! 진짜! 나 미션지 딱 하나 봤어!”
“저 지금 미션이고 뭐고 당장 소금 뿌리고 싶어요…….”
“나 그런데 왜 이렇게 귀가 먹먹하지? 메보 성량 미쳤다.”
“저도 지금 고막 얼얼해요. 나 예현이 형이 그렇게 음정 높이 올라가는지 처음 알았어.”
후기를 들을수록 김도빈은 손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김도빈이 또 얼마나 옆에서 소리를 지를까 싶어 내 손도 떨렸다.
다음 순서는 김도빈과 나였다. 지옥미궁으로 들어가기 전, 김도빈에게 말했다.
“도빈아, 무서우면 형한테 달라붙지 말고 형 버리고 가. 알겠지?”
내 다정한 말에 김도빈이 덥석 나를 붙잡으며 다급히 외쳤다.
“형을 어떻게 버리고 가요!”
“아니야, 괜찮아. 형은 혼자 가도 돼. 혼자 갈 수 있어.”
다정한 미소를 지어 주며 말하자 김도빈이 더욱 단단하게 나를 붙들어 왔다.
“제가 안 괜찮아요! 제가 혼자 못 간다고요!”
“아니, 형은 혼자 갈 수 있다니까?”
“제가 혼자 못 간다니까요?”
턱, 김도빈의 어깨에 팔을 얹고선 가까이 끌어당겨 음산한 목소리로 김도빈의 귀에 속삭였다.
“만약 귀신 나왔다고 나한테 안기면 너 떨구고 나 혼자 간다. 알겠냐?”
“넵, 절대로 안 안기겠습니다.”
김도빈이 쓸데없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지옥미궁에 입성했다.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흐릿한 붉은빛 조명 손전등 하나에 의지하면서 가는 건 좀 힘들긴 했다.
은근슬쩍 내 팔을 꽉 잡아 오는 김도빈의 손길에 ‘씁’ 소리 한 번 내주자 김도빈이 슬그머니 손을 뗐다.
계속 잡고 있었으면 손 털고 혼자 가려고 했는데, 현명한 판단이었다.
“형, 이든이 형. 저희 노래 부르면서 가면 안 돼요?”
“너 혼자 불러.”
“저 혼자 노래 부르면 스산하잖아요. 멜로디가 두 개는 섞여야지 덜 스산해요.”
“그건 또 무슨 논리냐.”
아무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며 벽이 통째로 유리인 곳에 진입했다.
유리벽 너머의 조명이 스산하게 깜빡거렸다. 흐릿한 빛에 비친 내부를 보자 아무래도 수술실인 듯했다.
끼기긱, 들려오는 음산한 소리에 김도빈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빨리 노래 부르자고 나를 재촉했다.
정말로 가지가지 한다고 생각하며 당장 생각나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위한 여행!”
“아오, 벌써부터 귀 아파.”
“형, 노래 멈추지 말고 계속 불러 줘요, 으허헝! 내 친구 피카X! 오, 날 지켜 줄 거라고 믿고 있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내 팔 좀 그만 흔들어.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언제나 어디서나 피X츄가 옆에있어어억! 끄아아악! 진짜 옆에 귀신 있어어억!”
쾅!
갑자기 튀어나와 유리벽에 손과 얼굴을 한껏 들이민 귀신 분장 직원을 본 김도빈이 비명을 내지르며 펄쩍 뛰어오르더니 내 쪽으로 몸을 돌리다가 잠시 멈칫했다.
껴안으면 버리고 가겠다는 내 경고를 잘 기억한 모양이었다. 참으로 대견했다.
“이야, 도빈아. 녹음할 때도 목소리 키 그 정도로만 올려라. 그러면 내가 너한테 뭐라 할 일이 없겠다.”
감탄사를 내뱉으며 유리벽 앞에 놓인 미션지를 집어 들었다.
기괴한 각도로 고개를 꺾는 귀신에게 까딱, 인사를 해 주고 유리벽 너머의 흐릿한 조명 빛으로 미션지의 글자를 읽었다.
[귀신과 함께 셀카 찍기!※팀원 모두가 나오도록!]
“도빈아, 셀카 찍게 이리 와라.”
“으으으…….”
덜덜 떨며 굼벵이가 기어가는 듯한 걸음 속도로 걸어온 김도빈이 필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하며 내 옆에 섰다.
쾅!
다시 한번 유리 벽을 두드리는 직원 때문에 김도빈이 탈주를 시도했으나.
그걸 예상한 내가 이미 김도빈의 어깨에 팔을 꽉 두르고 움직임을 막고 있었기에 무사히 셀카를 찍을 수 있었다.
“오, 잘 찍혔다.”
“혹시 저주받는 거 아니겠죠.”
“분장한 사람이랑 사진을 찍는데 저주는 뭔 놈의 저주냐.”
두 번째 미션지는 낡은 병실로 꾸며진 파트에 있었다.
[토끼 모자를 찾아라!]딱 봐도 무언가를 숨길 만한 곳들이 많은 병실을 두리번거리며 토끼 모자가 숨겨져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
병원 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을 발견하고 성큼성큼 다가가자 병실 침대 밑에서 무언가가 내 발목을 덥석 잡고 끌어당겼다.
“와씨, 깜짝이야, 도빈아, 이쪽으로 오지 마라. 여기 뭐 있다.”
발을 털어 내고 김도빈에게 경고했지만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겁먹은 얼굴로 슬금슬금 내게 다가오는 김도빈에게는 그 경고가 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형, 이든이 형. 찾았어요? 빨리 나가면 안 돼요……?”
내가 서랍장을 열려고 함과 동시에 뒤에서 김도빈의 우렁찬 비명이 들려왔다.
“끄아아아앙!”
갑자기 몸이 번쩍 들리더니 그대로 김도빈의 품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흘러가는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머리가 잠시간 굳었다. 눈을 깜빡이자 김도빈의 가슴팍과 턱 끝이 보였다. 조금 위로 시선을 옮기자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일명, 공주님 안기 자세였다.
그냥 이 상황이 너무 어이없고 웃겨 김도빈에게 안긴 채로 계속해서 웃음만 흘렸다. 사람이 위기에 몰리면 초인적인 힘이 발휘된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내가 안지 말라니까 자기가 안았어. 와, 이건 진짜 뭐라고도 못하겠다.”
“형, 헉, 저 버리고, 허억, 안 갈 거죠? 그런데 좀, 그만 웃으시면, 헉, 안 될까요? 형이 계속 웃으면서 몸 비트셔서, 허억, 붙드는 데에, 힘 들어가요.”
여전히 나를 곱게 안아 든 채로 뛰던 김도빈이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그래, 이건 인정. 아, 그런데 너무 웃기잖아!”
“형, 제가 여기에서, 허억, 형 떨어뜨리고 가면 저 버리고 갈 거죠.”
“당연하지.”
나를 안은 김도빈의 팔에 한결 더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우리는 어느새 좁은 복도로 진입했다. 한쪽에는 벽, 한쪽에는 녹슨 창살이었다.
힘이 빠지는지 점점 늦춰지는 김도빈의 속도에 맞추어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중, 노란 미션 수행지 종이를 발견했다.
“도빈아, 잠깐만 멈춰 봐라. 마지막 미션 수행지 있다.”
우뚝 멈춘 김도빈은 내가 제 품을 벗어나자마자 스르륵 주저앉았다.
창살에 비스듬히 끼워진 마지막 미션 수행지를 향해 손을 뻗자 창살 사이로 새하얀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엄마야아악!”
손목이 잡힌 건 난데 비명은 왜 김도빈이 내지르는 걸까.
점잖게 내 손목을 붙든 손을 두어 번 두드리자 손은 순순히 떨어졌다.
미션 수행지를 펼쳐 미션을 낭독했다.
[창살에 몸을 기대고 사진 찍기!※팀원 모두가 나오도록!]
두 번째 미션도 순탄하게 성공했다.
비록 창살 뒤에서 나를 잡아당기는 손길이 있었지만. 김도빈이 카메라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괴성을 지르며 뛰쳐나가려고 하던 걸 겨우 내 손으로 잡아당겨 멈췄지만.
사진을 찍자마자 김도빈이 다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야, 도빈아. 나는 두 번째 미션 다시 수행하고 올 테니까 여기 있을래?”
“저를 이 지옥에 홀로 버려 두고 어딜 가시겠다는 거예요.”
김도빈이 덥석, 내 발목을 붙잡으며 무슨 한 서린 악령처럼 중얼거렸다.
“카메라 감독님도 계시니까 딱히 혼자는 아니잖아.”
“형이랑 감독님은 다르죠! 형 없으면 저 진짜 여기에서 쓰러져요!”
생각해 보니 김도빈을 잠깐 혼자 두면 그 끝은 두 갈래였다.
귀신 때문에 놀라 무작정 달린 김도빈이 어딘가로 사라져 찾아다녀야 하거나, 아니면 기절한 김도빈을 업고 나와야 하던가.
둘 다 끌리는 선택지는 아닌지라 아쉽지만 그냥 두 번째 미션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럼 가자. 일어나.”
“형…… 형 안고 뛰느라 다리에 힘이 풀려서 못 걷겠어여…….”
여전히 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는 김도빈을 보며 고민했다.
흠, 시끄럽게 내 귀에 소리지르는 김도빈보다는 기절한 김도빈이 더 낫지 않을까.
“누가 안고 뛰라던?”
혀를 쯧쯧 차며 몸을 돌리려 하자 김도빈이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이렇게 저를 버리실 거예요? 형을 이곳까지 안고 뛴 저를?”
“아니, 나는 너한테 안아 달라고 안 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