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8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89화(18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89화
“얌마, 이거 안 놔?”
“저 버리고 가시면 10리도 못 가서 발병 날 거예요.”
김도빈을 다리에 매단 채로 몇 발짝 걸음을 옮기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선, 김도빈을 번쩍 들어 가볍게 어깨에 둘러멨다.
“됐냐, 이제?”
마치 쌀 포대처럼 들려 내 등에 얼굴을 박은 김도빈이 툴툴거렸다.
“형, 저는 분명 형을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락하게 들어드렸던 것 같은데여.”
“뭐라고, 도빈아? 그냥 버리고 가 달라고?”
김도빈이 고개는 들 수 있게 고쳐 들며 묻자, 녀석이 다급히 대답했다.
“아니요, 정말로 안락하다고요.”
한때 인체 실험 및 장기 매매가 성행했다던 폐병동 콘셉트답게 조각난 마네킹과 가짜 장기들이 바닥에 이리저리 흩뿌려져 있었다.
신발에 밟히는 물컹한 감촉에 김도빈을 둘러메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거 밟고 소리를 지르며 펄쩍펄쩍 뛰어다닐 게 뻔했기에.
“너무 짭인 게 티가 난…… 어우씨, 깜짝이야.”
갑자기 내 발 앞까지 굴러온 마네킹 머리통에 흠칫했다. 그 머리통 뚜껑이 달랑거리다가 열려 뇌를 드러내고 있으면 누구라도 놀라지 않겠냐.
“뭔데요? 뭔데 형도 놀란 거예요? 많이 무서운 거였어요?”
“아니, 마네킹 대가리.”
“푸흡, 이든이 형도 사람이긴 하군여. 굴러온 마네킹 머리에 놀라다ㄴ, 으아아아악! 저거 뭐야! 저거 뭐야! 형 사람 맞아요? 어떻게 저걸 보고 그 정도 반응밖에 안 할 수가 있어요?”
굴러온 마네킹 대가리를 이제 봤는지 김도빈이 몸부림치며 소리를 질러 댔다.
“팔딱거리지 마. 던져 두고 간다.”
경고에 다시 얌전해진 김도빈을 다시 한번 고쳐 들고 마지막 코스에 진입했다.
좁은 복도의 양옆으로 녹슨 철문이 늘어져 있었다. 격리실 독방이었다.
천장에 달린 붉은색 조명이 음산하게 깜빡거렸다.
복도를 지나고 있는데 갑자기 쾅! 문 열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형, 형! 귀신! 귀신! 귀신!”
타다다닥, 달려오는 발소리와 다급한 김도빈의 목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형형, 지금 귀신이 형 등 뒤까지 바싹 추격해 왔다니까요?”
“어어, 그래.”
김도빈이 내 등판의 옷을 움켜쥐고 마구 흔들며 급박하게 외쳤다.
“저 지금 귀신이랑 아이컨택 중이라고요!”
“응, 나는 안 보여.”
귀신이랑 아이컨택을 안 하고 싶으면 고개를 숙이던가.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계속해서 같은 템포로 걸음을 옮기자, 김도빈이 이제는 문짝 두드리듯이 주먹으로 내 등을 두드려 댔다.
“으아아악! 빨리! 빨리, 형! 끄허어어…… 살려 주세요……!”
“오우, 우리 도빈이가 형 안마도 해 주네.”
이러다가 김도빈이 숨넘어갈 것 같아 걸음을 조금 빨리하자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도 한결 더 빨라졌다.
쾅! 쾅! 문이 열리는 소리가 두 번 더 들렸다.
한숨을 푹 내쉬고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김도빈은 이제는 아예 석고대죄를 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스미마셍! 들어와서 죄송해요! 그냥 다 죄송해요!”
“우리가 돈 내고 들어왔는데 우리가 왜 죄송해.”
“으아악! 형! 귀신분들이 그 말 듣고 분노하면 어떡해요!”
“괜찮아, 여기 일본이라 한국말 못 알아먹어.”
마침내 출구가 보였다. 한창 쫓아오던 귀신들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오자 그제야 김도빈이 숨을 몰아쉬었다.
“내려 줄 테니까 이제 네 발로 걸어라.”
“저 진짜 네발로 걷게 생겼는데 조금만 더 옮겨 주시면 안 될까여…… 팔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요…….”
“에휴.”
김도빈을 둘러멘 채로 멤버들에게로 다가가자 거의 파김치가 된 김도빈을 보며 류재희가 입을 막고 키득거렸다.
“내가 도빈이 형 저럴 줄 알았다.”
“야, 그래도 도빈이가 나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고 달리더라니까? 내가 그게 기특해서 이렇게 둘러메고 왔잖아.”
“도빈이 형이 형을 안고 달렸다고요? 에이, 말도 안 돼. 들자마자 떨어뜨려서 욕을 한 바가지 먹었으면 모를까.”
“방송 봐 봐라. 진짜인지, 아닌지.”
축 늘어져 있다가 서예현이 다가오자마자 다시 펄떡거리며 김도빈이 외쳤다.
“미쳤어요! 진짜 미쳤어!”
“그치! 내가 미쳤다고 했잖아!”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서예현의 말은 단 1초 만에 부정되었다.
“아니요, 지옥미궁 말고 이든이 형이 미쳤다고요! 지옥미궁도 미쳤는데 이든이 형이 더 미쳤어요! 이 형 진짜 거세됐어요!”
“윤이든이 뭐…… 뭐가 됐다고……?”
“이 형 진짜로 공포가 거세됐어요!”
“인마, 주어를 처음부터 똑바로 말해야 할 거 아니야! 왜 나를 내시로 만들고 난리야!”
열 받아서 바닥에 내던지려 하자 김도빈이 다급히 해명했다.
“머리가 굳어서 말이 덜 나왔어요!”
김도빈을 바닥에 내려 주고 뻐근한 어깨를 돌리고 있자, 류재희가 물어 왔다.
“그런데 형들은 미션 몇 개 성공했어요?”
“두 개.”
사진을 보여 주며 증명하자 우리보다 앞서 들어갔던 쫄보 두 명에게서 감탄사가 나왔다.
“와, 이게 성공할 수가 있는 거였어?”
“도빈이 형 표정 좀 봐요, 형. 이든이 형이랑 같이 간 거 아니면 이 형 절대 성공 못 했어요.”
사진에 담긴 김도빈의 표정은 익숙했다. 녹음실 들어가기 1초 전의 표정이었다.
아니, 시발. 그러면 녹음실이 지금 귀신의 집이랑 동급이라는 소리냐?
홀로 도전하는 견하준을 입구까지 배웅해 주고, 나랑 김도빈은 휴먼극장 인터뷰에 들어갔다.
“많고 많은 노래 중에 왜 하필 군가를 부르셨는지?”
“글쎄요, 의 폐해인가…… 그냥 절로 나오더라고요.”
옆에서 김도빈이 양기 공급송이라며 키득거렸다. 피X츄 부르짖은 놈이 말이 많다. 그럼 그건 양기를 넘어선 전기 공급송이냐?
“왜 이든 씨를 안고 뛰신 거예요?”
“저는 이든이 형 없이는 혼자 절대 못 가는데 이든이 형이 안기면 버리고 간다고 해서…… 그래서 생각했죠. 내가 형을 안으면 되지 않을까.”
“평소에도 이든 씨를 안아서 들어 올리실 수 있나요?”
“아니요? 완전 불가능. 원래 사람은 위기에 처하면 초인적인 힘이 발휘된다잖아요.”
덕분에 지금 팔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고 팔을 덜렁거리며 김도빈이 우는 시늉을 했다.
지옥미궁에서 있었던 일을 과장 조금 섞어 떠들고 있는 세 명에게 간간이 태클 좀 걸어 주며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30분이 지나고, 견하준이 들어갈 때와 똑같은 안색으로 돌아왔다.
견하준의 머리에는 내가 찾지 못했던 토끼 모자가 자랑스럽게 얹혀 있었다. 그 말인즉슨……
“미션 세 개 성공했습니다.”
셀카 두 장을 보여 주며 견하준이 미션 올 클리어를 증명했다.
“아무래도 하준이 형도 공포가 거세되신 듯.”
“왜, 또 주어 빼고 말 해 보지?”
“하준이 형이 제일 미쳤다. 여기를 혼자 들어가서 미션 세 개를 다 해내다니.”
“와, 얘 셀카 표정 평온한 거 봐. 하준아, 진짜 안 무서웠어?”
“무섭기야 했죠. 그런데 딱히 미션 내팽개치고 도망갈 수준까진 아닌?”
이어서 이루어지는 시상식에 박수를 치며 한껏 아쉬움을 표했다.
“아, 도빈이만 아니었어도!”
“자, 도빈이 형을 달고도 미션을 두 개나 수행하고 온 이든이 형한테도 박수!”
하지만 우승 상품은 전혀 탐나지 않는, ‘리얼리티 여행 주도권’이었기에 깔끔하게 미련을 털었다.
수고해라, 준아!
* * *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다른 아이돌들과 마찬가지로 레브의 공식 너튜브 채널에도 한복을 차려입고 찍은 추석 인사가 올라왔다.
하지만 레브의 팬덤인 데이드림에게는 그것 말고도 또 하나의 선물이 더 있었다.
바로 리얼리티 추석 특집 편이었다.
윤정아는 초조하게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거실 텔레비전을 힐긋거렸다. 여전히 뉴스가 한창이었다.
저 거실 텔레비전은 오직 할아버지만이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릴 수 있었다.
그녀가 아이돌 예능 특집 같은 걸 본답시고 할아버지의 손에서 리모컨을 탈취해 채널을 돌리면 곧바로 노호성이 날아오고, 방으로 끌려가 엄마한테까지 혼쭐이 나리란 건 자명했다.
유독 엄한 조부를 앞에 두고 제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집안에서 윤이든밖에 없었다.
안방 텔레비전은 이미 사촌오빠들이 추석 특선 영화를 본다고 차지한 지 오래였다.
“아이씨, 곧 시작인데…… 아, 울 예현 오빠 얼굴 크게 봐야 하는데…… 짜증 나, 이래서 집에 있을 거라고 했는데 엄마랑 아빠는 나를 왜 끌고 와서…….”
방으로 들어가실 생각을 안 하고 소파에 떡하니 앉아 있는 할아버지를 10초에 한 번씩 흘긋거리며 윤정아가 들리지 않게 원망 서린 중얼거림을 내뱉었다.
“윤이든 그 빌어먹을 놈은 손주가 되어서 명절 때마다 얼굴 한 번 안 비춰, 쯧.”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히 묻어나오는 할아버지의 중얼거림에 윤정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격한 공감을 표했다.
윤이든만 있었으면 저 안방에 있는 사촌오빠들에게서 리모컨을 받아 내서 내가 원하는 채널을 볼 수 있었는데……! 제 편이 되어 주던, 양아치 같지만 든든한 사촌오빠가 없으니 명절이 참으로 서러웠다.
“이든이는 이번에 스케줄 때문에 일본 갔어요, 아버지. 제가 이번 설에는 꼭 데리고 오겠습니다.”
“뭔 놈의 소속사가 명절에도 스케줄을 잡아? 때려치우라 해라!”
둘째 큰아버지의 말에도 할아버지의 언짢은 기색은 풀리지 않았다.
윤정아의 머리에 번뜩,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건 기회다.
“할아버지, 이든 오빠 보고 싶으세요?”
“보고 싶긴 뭘 보고 싶겠어? 어른 공경도 안 하는 놈을.”
“아니에요, 할아버지는 이든 오빠를 보고 싶어 하는 게 틀림없어요. 그러니까 오빠를 찾으셨죠.”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할아버지에 윤정아는 세뇌를 강행했다.
“리모컨 좀 주시면 제가 지금 당장도 보여드릴 수 있어요.”
할아버지의 손에서 리모컨을 드디어 얻어 낸 윤정아는 즉시 <레브 Time>이 방영되는 채널로 돌렸다.
그녀는 최애인 서예현을 보고, 할아버지는 보고 싶어 하던 손자를 보고, 일석이조 아닌가. 사촌오빠가 최애와 같은 그룹이라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헐, 시작했다!”
다섯 멤버가 각각 포즈를 잡고 찍은 사진들이 짧게 지나가며 <레브 Time>의 로고가 박히더니, 고풍스러운 한옥집 문이 화면 가득 비추었다.
[레브 Time 추석 특집: 가문의 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