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9화(19/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9화
“아니, 형! 우리 레브의 첫 번째 OA라이브를 침묵 방송으로 만들면 어떡해요!”
항상 말하던 노크 좀 하고 들어오라는 소리도 생략하고 방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류재희를 환대했다.
“막내야!”
[거의 이산가족 상봉인데] [라이브 시작한지 3분 만에 드디어 다시 오디오가] [음소거한 건 아니었구나 하도 소리가 안 나와서 이든이가 모르고 음소거 누른 줄]내 옆에 털썩 걸터앉은 류재희는 곧바로 생글생글 웃으며 휴대폰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 우리 일몽이들! 유제예요! 잘 지냈어요?”
[당근! 울 유제는 잘 지냈어?]“저는 잘 못 지냈어요. 우리 팬들 보고 싶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인사와 멘트에 입을 떡 벌렸다.
그뿐만 아니라 팬들의 니즈에 맞춘 플러팅까지.
저건 그냥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었다.
“이든이 형 표정 좀 보라고요? 억, 형 왜 절 보는데 신문물 영접한 표정을 하고 그래요.”
채팅 하나를 읽으며 나를 휙 돌아본 류재희가 내 표정에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소리에 허, 벌리고 있던 입을 조용히 다물었다.
“어떻게 타이밍 딱 맞춰서 왔냐고요? 사실 제가 먼저 라이브 켜려고 했는데 이든이 형이 먼저 켠 거예요. 그래서 방송 구경하다가 형이 “뭐 하죠?” 한마디 던진 뒤로 침묵만 이어지길래 급하게 달려왔어요.”
“아니, 그게. 제가 OA앱은 처음이라서…….”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하니 막내가 옆에서 깝죽댔다.
“엥, 저도 오늘 처음인데요?”
“예예, 우리 OA앱 천재 유제 씨. 완전 OA라이브를 뒤집어 놓으셨다.”
짝짝, 성의 없이 박수를 두어 번 치자 채팅창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로 도배되었다.
“기왕 라이브 켠 거 간단하게 Q&A 시간이라도 가질까요? 레브에게 궁금한 거 있으시면 질문 남겨 주세요!”
류재희의 제안에 뒤늦게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구나. 그냥 질문받아서 Q&A를 하면 됐구나. 할 말 없을 때 제일 무난한 건데, 그걸 생각 못 했군.
[이든이가 켜고 유제가 진행하는 우당탕탕 OA라이브] [여기도 혹시 막내온탑이야? 이든아 hoxy 막냉이가 라이브 켜놓으라고 시켰니?]“그럴 리가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모두 읽을 수는 있을 정도의 적당한 속도로 속속 올라오는 채팅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멤버들 관련 질문은 제외하고, 다음 활동 언제인지 묻는 질문들도 제외해 가며, 무난하게 답변할 수 있을 만한 질문들을 골랐다.
[둘이 룸메이트야?]“저희 둘이 룸메이트냐고 질문해 주셨는데, 숙소 방이 두 개라서 저랑 하준이랑 예현이 형이 한 방, 도빈이랑 재희가 한 방을 씁니다.”
방을 보여 달라는 요청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방을 치우지 않은 건 둘째 치고 벽지가 너덜너덜 벗겨지고 곰팡이도 좀 핀 방의 상태를 라이브에 고스란히 내보내기는 좀 그랬다.
[레브에서 누가 제일 요리 잘해여?]“요리 종류 상관없이 다 잘하는 건 하준이 형이고요, 예현이 형은 다이어트식 저칼로리 요리를 잘해요. 저희요? 저는 못하고, 이든이 형은 라면?”
“회오리오믈렛도 추가해 주라. 나 그거 진짜 잘해.”
“네, 그렇다네요. 제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스케줄 없어서 시간 널널했던 망돌 시절에 너튜브에서 보고는 꽂혀서 연습했던 거니 지금의 저 녀석은 당연히 본 적이 없을 수밖에.
회귀 전에 공시 공부하던 막내에게 몇 번 만들어서 가져다준 적도 있었다.
아, 그립진 않다, 그때의 추억.
“아, 보여 달라고요? 지금요? 나중에 보여드릴게요. 지금 이 시간에 부엌에서 가스불 켜면 예현이 형이 눈에 불을 켜고 쫓아와서. 6시 이후에 뭘 먹는 걸 싫어해요, 그 형이.”
회오리오믈렛 시범을 다음으로 미루며 슬쩍 서예현의 만행을 팬들에게 찔렀다.
하지만 팬들은 그 말에도 우리 예현이는 자기관리도 완벽하다며 좋아했다.
[제일 좋아하는, 혹은 도전해 보고 싶은 음악 장르는?]“제일 좋아하는 음악 장르…… 역시 힙합이죠.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는 랩 록(rap rock), 아님 트로피컬 하우스?”
“저는 록(rock)이랑 R&B요!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는…… 음, 이든이 형만 믿고 따라갈게요.”
또 대답할 만한 질문이 있나, 질문과 질문 아닌 문장이 뒤섞인 채팅을 훑어보다가 시선이 딱 멈췄다.
[ED-살 만해 ◁이거 혹시 본인 믹테 맞음?]언더 시절에 쓰던 예명과 썼던 곡명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와, 살 만해 이거…… 정말 옛날에 언더 있을 때 낸 믹스테이픈데…… 열일곱인가 열여덟인가 그때 냈었나?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있으실 줄이야…… 이거 어떻게 찾았어요?”
“그렇게 옛날이라기엔 2~3년밖에 안 지났는데요.”
스물일곱 살 찍고 회귀한 내겐 체감상 10년 전이다.
원래 언더 쪽에 관심 있었고 ED 시절의 나를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지더니 데뷔해서 놀랐다는 채팅에 감사의 의미를 담아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 그냥 넘어갈 순 없죠! 우리 데이드림도 한 소절 듣고 싶지 않으세요?”
한 소절 부르기를 유도하는 류재희에 기억나는 가사 한 토막을 짧게 읊조렸다.
“세상이 점점 뭐 같아져도 아직은 살 만해, 이거밖에 기억이 안 난다.”
“형은 어릴 적부터 상당히 시니컬하셨구나.”
[아 목소리 개좋음 ㄹㅇ] [한 소절만 짧게 불렀는데도 느껴지는 실력] [별걸로 다 빨아주네 ㅅㅂㅋㅋㅋ 저 정도는 나도 하겠다ㅋㅋ] [그럼 여기서 시비트지 말고 니도 데뷔해 윗챗 시발아]계속해서 질문에 적절히 대답해 주고 있던 내 눈앞에 ‘그 질문’이 등장했다.
[이든오빠 왜 From 인사말이 항상 기체후일향만강이에요?]드디어 나왔다. 제일 주시하고 있던 예상질문.
여기에서 예전에 류재희에게 대답한 것처럼 솔직하게 ‘글자 수 늘리려고요’라고 대답할 시, 예상 가능한 반응은 두 가지다.
-저 긴 인사말에서 자소서에 최대한 미사여구 붙여서 늘려 쓰던 향기가 느껴진다
-엌ㅋㅋㅋ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네
-할 말 없으면 인사말 최대한 늘이는 거 국룰이지
▲그저 가볍게 웃고 넘어가는 반응.
-가지가지하네 그딴 마음가짐이 자랑이라고 팬라이브에서 당당하게 쳐말하냐
-저런 시커먼 속사정 모르고 귀엽다고 생각했던 내가 ㅂㅅ이지 에효
-그 몇 줄 늘리려고 꾸역꾸역ㅋ 추든아 이하다
-아 너한테는 팬들이랑 소통하는 프롬 게시글이 그냥 숙제였구나 글자 수 몇 자 이상 레포트 같은ㅋㅋ 하, 나만 진심이었지 또
-이든아 얼른 컴활따~ 프롬 게시글 늘려 쓰던 경력으로 자소서도 잘 늘려 쓰공ㅎㅎ
▲내가 처맞는 반응.
몇 주간의 서치와 모니터링, 7년의 아이돌 짬바로 수집한 빅데이터로는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많을 게 눈에 훤했다.
진짜 이유를 아는 류재희가 필사적으로 곁눈질하며 들키지 않게 슬쩍 도리질 쳤다.
안심하라고 든든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미리 준비해 둔 답변을 그대로 읊었다.
“기체후일향만강이 최고의 높임말이자 격조를 갖춘 인사말이잖아요. 제게 있어서 우리 데이드림 분들이 가장 귀중하다는 의미로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효자돌] [앜ㅋㅋ 유제 오글거려한닼ㅋㅋ]아니다. 저건 오글거려 하는 게 아니라 기막혀 하는 거다.
야, 내가 아무리 막 살았어도 7년차 짬밥이 있지, 라이브에서 너한테 했던 말을 그대로 읊을 거 같냐?
그 후로 질문 몇 개를 더 받자 시간이 벌써 11시에 가까워졌다.
“이제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엥 벌써? 라고하기엔 시간 순삭이네] [가지마ㅜㅜㅜㅜ] [예현오빠 불러 주세요]첫 라이브부터 밑천 털리는 것도 좋지 않다. 다음번을 위한 콘텐츠는 남겨 놔야지.
“이번이 마지막 라이브도 아니고, 다음에 또 보면 되죠. 최대한 빨리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는 무언방송 하면 안됑 이든아] [회오리오믈렛 보여 줘 ㄹㅇ궁금] [다음엔 룸메이트들이랑 같이 나와주세요!] [예혀니 진짜 마지막까지 안나와?]우리를 순순히 보내 주는 팬들을 향해 라이브의 끝을 알리는 작별 인사 멘트를 했다.
“그럼 지금까지 레브 유제!”
“이든이었습니다.”
“우리 일몽이들, 다음에 또 만나요! Dream of me! 아, 형! 마지막 인사 구호 같이해야죠! 다시, 다시!”
“아, 거참. 번거롭게.”
다시 인사하자며 나를 잡아당기는 류재희의 손길에 순순히 끌려가 주면서 신호에 맞춰 구호를 내뱉었다.
“Dream of me.”
“Dream of me! 좋은 꿈 꿔요, 데이드림!”
휴대폰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다가 라이브를 종료했다.
그렇게 내 첫 OA라이브는 무사히 끝났다.
휴대폰 화면이 꺼지자마자 매트리스에 드러누우며 앓는 소리를 냈다.
회귀 전에 류재희가 허구한 날 OA라이브 켜서 떠들어 대길래 만만한 줄 알았더니, 이게 쉬운 게 아니었구나.
“와, 죽겠다.”
“형, 제발 라이브 켜기 전에 뭐 할지 생각하고 켜요. 팬들에게 물어보지 말고!”
“그럴 거야. 그럴 거라고. 오늘 뼈저리게 느꼈다고.”
애가 견하준을 닮아 가는지 잔소리를 시전하는 막내에 귀를 막고 매트리스 위를 뒹굴자 에휴, 한숨을 내쉰 막내가 방을 나갔다.
[랜덤 티켓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es/No]뜬금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상태창에 놀라기도 잠시, 침착하게 No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 망할 놈의 시스템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내 눈앞에 선택지를 들이밀었다.
사실상 강매였다.
“아오. 더럽고 치사해서 선택한다, 선택해!”
이상하고 쓸데없는 거 나오기만 해 봐라. 씩씩거리며 Yes를 연타했다.
[동영상 ‘인기 단독 OA라이브 모음’이 나왔습니다!]……와, 존나 쓸데없어.
혹시 이 영상 모음 보고 단독 라이브는 어떻게 하는지 공부하라는 뜻은 아니지?
[정답입니다!]경쾌한 긍정에 무어라 대꾸한 힘도 잃은 나는 재생시키며 빈정거렸다.
이거 진짜 랜덤은 맞냐? 전부터 내게 필요한 것만 참으로 적절히 주고 있는 것 같다?
[원하신다면 다음번엔 쓰레기를 드리겠습니다.]아니, 지금처럼 계속 필요한 것만 주라. 사랑해요, 시스템.
영화 스크린처럼 내 눈앞에 뜬 동영상을 재생시킨 나는 이어폰도 끼지 않았는데 들려오는 소리는 둘째 치고, 익숙한 얼굴들에 눈을 깜빡였다.
휙휙 뒤로 넘겨보며 동영상의 등장인물들을 확인한 나는 이 동영상이 무엇인지 한발 늦게 알아차렸다.
이건 OA앱이 보편화되었을 당시의 미래의 1~2군 아이돌들의 단독 OA라이브였다. 그중에서도 유독 하트 개수와 조회 수가 높은.
‘확실히 참고 자료로는 쓸모 있겠군.’
심드렁하니 생각하며 매트리스에 드러누워 영상을 시청한 지 30분째.
늦은 밤, 새근거리는 숨을 내뱉으며 자고 있는 견하준과 서예현 사이에서 나 홀로 눈을 뜨고 영상 시청에 열중해 있었다.
……이거 좀 재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