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9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97화(19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97화
“형, 계속 그렇게 식사 자리에서 멍 때리고 있으면 이제 수저 첫 빠따가 예현이 형에게로 넘어갈 수 있어요.”
나를 툭 치는 견하준의 손길과 앞자리에서 들려오는 류재희의 목소리에 파득 정신을 차렸다.
“아니, 난 사양할래. 부담스러워. 그냥 계속 윤이든이 첫술 들게 시켜.”
서예현이 질색하며 거절했다.
“이든이 형 요즘 뭔 일 있어요?”
“DTB 콘서트 서고 온 이래로 계속 저러네. 원하던 무대에 섰다는 감명이 좀 오래가나 봐. 사실상 이쪽보단 DTB 쪽이 이든이 원래 꿈이었잖아.”
내 마음을 고스란히 읽은 듯한 견하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숟가락으로 밥을 한술 떴다. 그걸 신호로 다들 식사를 시작했다.
“응, 무대 재미있더라. 콘서트 무대에 레브로 다 같이 서는 거랑은 또 다르더라고.”
“우리 콘서트 한 번도 안 했잖아요.”
날카롭게 짚는 류재희의 그 말에 WAWA나 가요대전 말하는 걸 왜 찰떡같이 못 알아듣냐고 윽박지르며 속으로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하여간, 눈치 빠른 녀석. 무심코 회귀 전 일을 말했더니만 그걸 또 안 놓치네.
“제 친구들도 형 무대 진짜 멋있었대요. 아니, 내가 이든이 형 무대를 밑에서 봤잖아. 진짜, 와…… 이든이 형 혼자 서 있는데도 무대가 비어 있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더라.”
김도빈이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를 향한 존경심이 더 커진 것 같아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비록 <레브 Time> 휴먼극장 3부에 나온 지옥미궁 장면으로 내게 공주님이라는 별명을 안겨 준 장본인이긴 하지만 말이다.
견하준은 3부 덕분에 혼자 지옥미궁에서 미션을 아무렇지도 않게 수행했다는 이유로 기존쎄 이미지를 얻었지만.
나는 하필 김도빈을 달고 있어 혼자도 아니었으며, 심지어 그 김도빈한테 공주님 안기로 안겨 갔다는 이유로 공주님이라는 별명만 얻었다. 아주 시발스러웠다.
차라리 김도빈에게 붙은 별명인 쌀 포대가 낫지, 공주님이 뭐냐, 공주님이!
“혹시 래퍼로 전향하고 싶다던가…… 그런 마음을 느끼고 계시는 건 아니죠……?”
류재희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숟가락을 문 채로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우리 사랑하는 멤버들이 있는데 굳이?”
일제히 나를 향한 시선에 눈을 깜빡였다. 몇몇은 토할 것 같다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 마음에 아주 미약한 상처를 입었다.
나도 이런 말을 굳이 내 입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점점 퀘스트 마감 기한은 다가오는데 100%를 채우지 못한 사이 개선도 때문이었다.
[▶멤버들과의 사이 개선도-서예현(95%)
-견하준(95%)
-김도빈(95%)
-류재희(95%)]
대체 기준이 뭐냐고 계속 물어도 이 망할 시스템은 사이 개선도는 호감도나 사람 사이의 관계도가 아니라는 말만 계속할 뿐이었다.
멤버들과의 사이 개선이라면 존나 됐잖아. 회귀 전이랑 데뷔 초를 생각해 보라고. 여기에서 뭘 더 바라는 건데?
심지어 이 퀘스트의 페널티는 회귀였기에 다른 퀘스트처럼 그냥 페널티를 감수하자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내가 집어먹은 감자채 볶음을 보고 무언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지은 류재희가 입을 틀어막더니 다급히 사과했다.
“헐, 죄송해요, 형들. 감자에 싹 났는데 버리기 아까워서 싹 난 부분만 잘라 내고 볶았는데 이런 부작용이 일어날 줄이야.”
“내 정신 멀쩡하다. 누굴 상한 음식 먹고 헛소리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사과할 시간에 그놈의 개선도 5%나 마저 올려.
* * *
드디어 11월 둘째 주 목요일, 수능 날이 다가왔다.
이른 아침부터 카메라 감독님이 숙소에 도착했다. 막내의 수능 역시 좋은 리얼리티 소재였다.
이를테면 수능 시험장 패션이라든가, 수능 도시락이라든가, 배웅해 주는 형들의 모습이라든가.
“형, 외투 이게 나아요, 아니면 이게 나아요?”
교복을 입고 나온 수험생 류재희는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패딩과 코트를 번갈아 제 몸에 대며 묻고 있었다.
“아무거나 입어. 네가 수능 보러 가지, 패션쇼 하러 가냐?”
심드렁하게 대꾸하자 류재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수능장 앞에서 사진 찍히잖아요. 교복 입을까요, 아니면 그냥 평상복 입고 갈까요? 도빈이 형! 형은 작년에 뭐 입고 갔지?”
“나 교복에 떡볶이 코트! 그런데 교복 은근 불편해. 그냥 편하게 캐쥬얼룩 입고 가.”
김도빈의 대답에 잠시 고민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던 류재희가 무지 맨투맨과 슬랙스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 상태로 또 한참을 외투로 고민하고 있는 류재희를 향해 혀를 차며 말했다.
“그거 고민하고 있을 시간에 영단어 하나를 더 보겠다.”
“지금 본다고 그게 수능에 나올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아, 이든이 형, 형 무스탕 한 번만 빌려주면 안 돼요? 네?”
“너 얼마 전에 겨울옷 맞는 거 없다고 싹 샀잖아. 새 옷 사 놓고 왜 내 옷을 빌려 입으려고 해?”
“그런데 형 옷이 더 멋있어 보이는데 어떡해요. 이제 형 옷 크지도 않잖아요. 형이 좀 크게 입는 스타일이라 저한테 딱 맞잖아요, 딱.”
“지금 형보다 컸다고 자랑하냐? 차라리 예현 형 옷을 빌려 입어라. 내 수능 등급 수학 8등급이라니까? 너 8등급 맞고 싶어?”
“괜찮아요, 저도 시험 볼 때는 형 옷 벗고 볼 거예요. 이미 시험 볼 때 입을 예현이 형 과잠도 빌렸어요.”
“입어라, 입어. 수능 조져도 내 책임 아니다.”
지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내 허락에 류재희는 좋다며 바로 내 방으로 달려가 내 무스탕 라이더 재킷을 꺼내 왔다.
그렇게 류재희가 한창 패션쇼를 하는 동안, 부엌에서는 수능 도시락이 막 완성되었다.
보온 도시락통에 반찬과 밥, 국을 담은 견하준이 식탁에 도시락통을 올려놓으며 도시락통 뚜껑을 집어 들던 내게 말했다.
“좀 식혀서 닫아야 하니까 아직 뚜껑 덮지 마. 뜨거울 때 닫으면 뚜껑 안 열려.”
“아, 진짜? 도빈이 때는 안 식히고 닫았는데 용케 열렸네. 자기가 안 열어 먹어서 그렇지.”
소불고기와 야채가 든 계란말이, 감자조림, 김치, 소고기뭇국이 류재희의 수능 도시락 메뉴였다.
“와, 하준이 형 도시락이라니, 부럽다. 나는 그때, 하…….”
내 옆에서 도시락을 구경하던 김도빈이 말을 채 잇지 못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 팔자에도 없던 요리를 하고 있던 그날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김도빈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뭐, 인마?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도시락 싸 주니까 도시락 뚜껑 안 열린다는 핑계 대고 고스란히 들고 와 놓고선 뭐가 어쩌고저째?”
저 정도는 아니지만 제육볶음에, 계란말이에 사골국 정도면 진수성찬이지.
“그건 솔직히 형도 못 먹었잖아요! 자기가 만든 제육 먹었다가 뱉은 거 내가 뻔히 봤는데! 그리고 하준이 형이 먹으려고 하니까 바로 먹지 말라고 말렸으면서!”
“오우, 우리 도빈이. 형한테 짜증 내냐?”
“그럴 리가요.”
김도빈이 바로 가식적인 미소를 얼굴에 걸치며 수그렸다.
다들 밴에 타 수능 시험장까지 류재희를 응원과 함께 배웅해 주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카메라가 없었으면 내년 2월 컴백을 위해 작업실에서 곡 작업을 하고 있었을 테지만, 리얼리티 촬영 중이라 어쩔 수 없이 숙소에 계속 있어야 했다.
“할 거 없으니까 우리 여기에서 막내 수능 대박 기원 108배나 하고 있을까?”
“그걸 이제 와서 해도 돼? 하려면 좀 진작 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서예현의 의문 제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결연한 얼굴로 대꾸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거야.”
요가 매트 같은 건 숙소에 없었으므로 김도빈의 이불을 가져와 바닥에 깔았다.
“릴레이 108배 가겠습니다. 한 사람당 27번씩 하면 108배 딱 되네.”
한 사람이 108배를 모두 하면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갈 수도 있으므로 융통성을 발휘해 보았다.
하지만 또 서예현이 태클을 걸어왔다. 저 인간은 너무 꽉 막혀서 탈이라니까.
“이걸 끊어서 해도 되는 거야? 끊어서 해도 효과 있어?”
“그렇게 불안하면 형이 108배 혼자 해 볼래?”
서예현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거봐, 혼자 하라고 하면 절대 안 할 거면서.
“헐, 형…… 설마 제가 수능 봤을 때도 재희랑 숙소에서 이렇게 108배 하고 있었던 거예요? 전 그것도 모르고 도시락 투정이나 부리고…….”
감동 어린 눈으로 나를 보며 눈을 빛내는 김도빈을 향해 사실을 말해 주었다.
“아니? 안 했는데.”
“왜요?”
“왜요는 뭐야 왜요야. 너 어차피 공부 안 했잖아. 왜 억울해하는데?”
거참 이해 안 되는 놈이네.
제일 나이가 어려 팔팔한 김도빈이 108배 릴레이의 스타트를 끊었다. 처음에는 빠릿빠릿하게 잘하던 김도빈이 뚝 멈췄다.
“도빈아, 절 다섯 번 하고 지치면 어떡해. 아직 스물두 번 남았잖아.”
견하준의 말에도 일어나지 않고 계속 넙죽 엎드려 있던 김도빈이 갑자기 딜을 제시했다.
“큰절 한 번을 일반 절 10번으로 치면 안 될까요.”
웃참에 실패하셨는지 카메라 감독님이 들고 있던 카메라가 살짝 흔들리는 걸 캐치했다.
“그래도 되는 거 맞아……?”
영 못미덥다는 얼굴로 묻는 서예현을 향해 김도빈이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중요한 건 마음이죠. 재희가 시험 잘 보길 바라는 마음.”
다들 내심 하기 귀찮았는지 냉큼 그 딜을 받아들였다.
스물일곱 번 해야 할 절을 큰절 두 번에 일반 절 일곱 번으로 퉁 치고 마지막 주자인 서예현까지 릴레이 108배를 끝냈다.
시계를 보니 1교시 언어가 끝나지도 않았을 시간이었다.
아, 이제 언수외가 아니라 국영수라고 하던가?
“재희한테는 우리가 진짜 108배 했다고 하자.”
서예현의 말에 김도빈이 억울한 얼굴로 반박했다.
“아니, 예현이 형.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한 건 가짜 108배예요?”
“이걸 진짜 108배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지 않아? 솔직히 따지면 36배잖아. 안 그래, 하준아?”
“뭐든지 마음이 담기면 진심이 되는 법이죠.”
“하준이 너마저!”
저 인간은 견하준에 대해 잘 모르는군. 견하준은 상식적인 편에 속하긴 하지만 굳이 자기의 노력을 제 입으로 깎아내리고 자기가 받을 수 있는 대우를 걷어차는 성격은 아니다.
융통성 없이 곧이곧대로 말하는 서예현과 달리 말이다.
그렇게 인고의 기다림이 끝나고, 답지를 적어 온 수험표를 당당히 들고선 류재희가 숙소로 돌아왔다.
“오예! 수능 끝!”
“류재, 시험 잘 보고 왔어? S대 정시로 뚫기 각이야?”
“막내야, 우리가 너 시험 잘 보라고 숙소에서 108배 올리고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아이고, 삭신이야. 무릎 관절 다 나갔어, 지금.”
“뻥이죠?”
“야, 뻥이라니. 진짜 했다고.”
“제가 아는 이든이 형이라면, 무릎 관절 진짜 나갔으면 이미 병원 가서 무릎 보호대 차고 왔어야 해요.”
젠장, 나는 이제 꾀병 한 번 부리려면 진단서가 필수가 되어 버린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