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9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98화(19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98화
리얼리티 <레브 Time>의 마지막 촬영일이 다가왔다.
기획했던 휴먼극장 5부작 촬영도 끝난 상태라 마지막 촬영은 견하준이 지옥미궁 미션 클리어로 받은 상품인 ‘리얼리티 여행 주도권’을 쓰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도빈아, 하와이 가자는 헛소리는 하지 말자.”
내 경고에 김도빈이 뒤통수 한 대 갈기고 싶은 얄미운 표정을 하고선 돌아보았다.
“저도 이번에 하와이 가는 게 말도 안 된다는 건 알고 있거든요?”
“안 그래도 PD님께 전달받았는데 해외는 가급적이면 피해 달라더라.”
견하준이 담담하게 말을 받았다.
“그래서, 생각해 놓은 곳은 있어?”
이미 휴대폰으로 국내 여행지 추천을 검색하고 있던 서예현의 물음에 견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돌 마지막 촬영으로 제주도 여행 갔던 거, 그게 방송은 못 타고 너튜브에만 비하인드 식으로 올라갔잖아요. 그걸 재현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요. 우리 추억도 살리고, 마이돌 때보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비교도 가능하고.”
“오, 괜찮다.”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 같아서 단번에 찬성을 외쳤다.
“야, 윤이든. 너 혹시 하준이가 자전거 타고 국토대장정, 이런 아이디어 냈어도 괜찮다고 했을 거야?”
뜬금없는 서예현의 질문에 눈썹을 치키며 대꾸했다.
“아니. 왜? 내가 하준이 의견이라면 무조건 찬성하는 줄 알아? 제주도 여행 재현 건은 진짜 할 만하고 기획 의도도 괜찮으니까 오케이한 거고, 자전거로 국토대장정은 다르지.”
누군가가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제일 구리고 방송으로도 노잼에 더럽게 힘들기만 한 여행 아이디어에 동조할 만큼 누구를 자기 자아도 줏대도 없는 인간으로 아나.
“음, 그것도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자전거로 국토대장정 하는 걸로 바꿀까? 다들 체력도 좋고, 내년에 우리 레브의 대성공도 기원하고 좋지 않아?”
아니, 준아, 그건 좀.
내 자아와 줏대가 없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저러는 건가 싶어서 슬쩍 옆을 돌아봤지만, 견하준의 얼굴은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했다.
회귀 전 자컨에서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을 때, 견하준의 버킷 리스트에 ‘자전거로 국토대장정 완수’가 있었기에 저게 연기인지 진심인지 나조차도 긴가민가했다.
“준아, 진심이냐……?”
조심스럽게 묻자, 견하준이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버킷 리스트에 자전거 타고 국토대장정 하기가 있어. 성인 되면 언젠간 꼭 해 볼 거라고 다짐했는데 이참에 한 번 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회귀 전 쌓은 빅데이터를 통해 저게 견하준의 진심이라는 걸 도출해 낸 내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김도빈이 내 허벅지를 다급히 쿡쿡 눌렀다. 자전거로 국토대장정만큼은 가고 싶지 않다는 아주 간절한 의지가 철철 넘치는 눈동자였다.
류재희와 국토대장정이라는 말을 꺼낸 서예현도 좆됐다는 표정으로 어떻게 좀 해 보라며 내게 눈짓하고 있었다.
“준이 네가 원한다면…… 엄…… 주도권은 너한테 있으니까…….”
그래요, 시발. 저는 자아도 줏대도 없는 인간이에요.
그런데 여행 주도권을 가진 견하준이 가고 싶다는데 내가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
“야, 윤이든! 이런 상황에서까지 비견하준 차별 꺼내지 말라고!”
서예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형이 먼저 말 꺼내셨으면서 왜 그런 반응이에요?”
견하준이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아니, 하준아. 이건 그냥 예시를 든 거고, 나도 네가 처음에 냈던 아이디어인 제주도 재현 여행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
굳이굳이 입 밖으로 헛소리를 꺼내 이 사달을 만든 장본인인 서예현이 어떻게든 수습해 보려 시도했다.
“그렇게 별로야?”
나를 돌아보며 묻는 견하준이 묘하게 섭섭해 보여 차마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고 있자, 비견하준 셋의 시선이 내게 따갑게 와 닿았다.
“별로긴 해.”
무겁게 내놓은 진실에 입꼬리가 일자가 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나 보다.
만약 저 소리를 한 게 견하준만 아니었으면 자전거 너나 실컷 타라고 한 소리 해 줬을 텐데.
“그럼 어쩔 수 없지. 제주도 재현 여행 가자.”
결국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 버킷 리스트를 포기한 견하준이 선언했다.
미안하니 혹시 견하준이 나중에라도 자전거 국토대장정을 한다고 하면 닥치고 따라가 줘야겠다.
“그럼 우리가 그때 찍었던 영상을 봐야 한다는 소리네요.”
“그 셀프 고문을 다시 해야 한다고?”
리얼리티의 경험을 되살린답시고 <마이돌 관찰카메라>를 보다가 내상만 입은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하지만 루트를 짜기 위해서는 그 동영상의 시청이 불가피했다.
제 노트북으로 공식 너튜브 채널에 들어간 김도빈이 어느새 조회 수 126만 회를 기록한 영상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클릭했다.
공항 부분인 앞부분은 휙휙 넘기고 운전 막 시작하는 부분부터 시청했다.
“이 촬영은 작년 5월인데도 다들 왜 저렇게 어리바리해 보이지?”
“와, 이든이 형 자기 혼자 멋있게 나왔다고 막말한다.”
* * *
[레브 Time] [마지막 이야기-레브의 여행일지]-벌써 마지막이라니ㅠㅠㅠㅠ 렙탐 제작진분들 한 100부작 뽑아달라고요ㅠㅠㅠ
-우린 그저 리얼리티를 봤을 뿐인데 생태관찰다큐부터 휴먼다큐, 여행 콘텐츠까지 종합선물세트를 주네
[이든: 그때나 지금이나 운전 담당은 나구먼?]선글라스를 쓴 윤이든이 백미러의 각도를 맞추며 혀를 가볍게 찼다.
[하준: 이번에는 내가 할까?] [이든: 됐어, 피곤하면 넘길게. 재현 여행이면 최대한 비슷하게 해야지.] [레브에서 유이(唯二)하게 운전이 가능한 두 사람의 대화]-울 쭌이 드디어 장롱면허에서 벗어났구나……!
-오 막냉이가 튼 플리 그때랑 똑같은 플리네ㅋㅋ 음악 들기 시작한 위치도 똑같다ㅋㅋㅋ
[유제: 근황을 간단히 전달드리자면, 아직도 예현이 형은 운전 면허를 안 따셨고, 도빈이 형은 면허를 땄지만 장롱면허고, 저는 내년에 꼭 딸 예정입니다. 예현이 형을 보니까 경각심이 들더라고요.] [예현: 막내야, 같이 딸래……?]그렇게 맏형과 막내가 내년에는 꼭 운전 면허를 따자며 결연한 다짐을 다지는 사이.
차는 해안도로를 지나 어느새 1년 하고도 6개월 전에 레브 멤버들이 왔던 해변에 도착했다.
[하준: 우리가 그때는 종아리까지 바닷물에 담갔더라고.] [유제: 하준이 형, 설마…… 아니죠……?] [도빈: 형, 지금 11월이에요. 딱 봐도 차가워 보이는, 들어가면 감기 프리패스 예약인 저 바닷물이 안 보이시나요.]김도빈의 황급한 만류에 견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 응, 나도 다 같이 들어가는 건 좀 그럴 것 같고.] [도빈: 역시 갓-하준이 형!] [하준: 나랑 이든이 빼고 세 명만 들어가자.]-너희는 왜 쏙 빠지는뎈ㅋㅋㅋㅋㅋㅋ
-레브 실세: 동갑즈
자기는 입수를 피했다고 제 일 아니라며 박수를 치며 웃는 윤이든과 어이가 나간 듯한 셋의 얼굴이 차례로 화면에 스쳐 갔다.
[예현: 잠깐, 동갑즈 너희 둘은 왜 빼?] [하준: 그야 저는 여행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당사자고, 이든이는 운전하잖아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라 차마 반박을 못하는…….]-그렇지ㅋㅋㅋ 운전 능숙한 운전자는 소중하지ㅋㅋ
-하준이도 비윤이든차별? 좀 있는 듯
[도빈: 형, 혹시 제가 운전한다고 하면 저도 빼 주시나요?] [예현: 하준아, 혹시 최연장자 우대는 없어?] [슬쩍 딜을 시도해 보는 도빈과 예현]저를 향한 장화 신은 고양이 눈빛에도 견하준은 단호했다.
[하준: 도빈아, 렌트카로 사고 나면 힘들어. 그리고 그런 건 딱히 없어요, 예현이 형.] [이든: 맞아, 애초에 하준이랑 형이랑 생일이 1개월 차이도 안 나면서 무슨 연장자 우대야?] [두 입수 면제 특권자의 철벽 방어]-하준이 정신력 무슨 일…… 저 눈빛들을 앞에 두고도 어떻게 저렇게 단호할 수가
-ㄹㅇ 나였으면 집문서도 가져다 바치고 있었을 텐데,,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은 류재희, 김도빈, 서예현이 죽상을 하고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도빈: 악, 차가워!] [예현: 11월에 바다 들어가는 놈은 우리밖에 없을 거야, 하하…….] [유제: 분명 재현 여행인데 왜 이렇게 벌칙 같지?] [예현: 다 같이 들어갔으면 그 느낌 났을 텐데 쟤들은 안 들어오잖아.] [원망을 담은 째림에 돌아오는 해맑은 리더의 손 흔듦]몰려오는 파도에 후다닥 나온 셋은 견하준에게서 수건을 받아 들었다.
다시 신발을 신고 해변을 벗어나자 견하준이 다음 일정을 공지했다.
[하준: 다음은 낚시 체험입니다.] [유제: 승마 체험은요? 그때 2대 3으로 나눠서 각각 다른 체험을 하지 않았나요?] [하준: 레브는 다섯이 하나니까 나누어서 하는 체험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낚시로 통일했습니다.] [도빈: 그런데 왜 승마가 아니라 낚시예요? 전 승마하고 싶은데, 쩝.] [이든: 감히 여행 주도권이 있는 주도자님의 결정에 토를 달아?]윤이든이 김도빈을 타박하자 서예현이 슬쩍 입을 열었다.
[예현: 나 알아. 어제 들었어. 윤이든이 하준이한테 낚시하고 싶다고 했어.] [드러나는 진실…… ☆]떨떠름한 얼굴로 멤버들을 돌아본 김도빈이 물었다.
[도빈: 이제 저희 비윤이든 차별 스톱도 외쳐야 해요?]-비견하준과 비윤이든 차별을 멈춰 주세요
-이게 바로 그사세냐?
[하준: 멀미하는 사람 없지?] [유제: 선장님, 안녕하세요!] [레브 멤버 전원 낚싯배 탑승!]작년에 한 번 경험해 본 윤이든과 견하준을 제외한 셋은 설명을 듣고 낚시를 시작했다.
[예현: 잡았다……! 얘들아, 나 잡았어!] [드디어 본 첫 손맛!]낚싯대를 드리운 지 30분 후, 제가 잡은 돌돔을 의기양양하게 들어 올린 서예현은 돌아오는 반응이 영 미적지근하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예현: 왜 다들 반응이 시원찮아?] [말없이 한쪽을 가리키는 유제] [그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이든: 와, 이거 크다! 이거 진짜 큰 놈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낚싯줄과 고전하는 윤이든 발치의 수조에는 잡은 고기가 우글우글했다.
[예현: 뭐야? 쟤 뭐야? 언제 저렇게 잡은 거야?] [도빈: 이든이 형 어복 미쳤어요. 저 형은 전생에 용왕님이기라도 했나 봐요.]-와 우리집 낚시광인 아저씨가 탐낼만 한 재능이다
-윤이든 우리 아빠 사윗감으로 합격~!!
[이든: 이번에는 유유자적 낚싯대 드리우고 강태공처럼 사색에 잠겨 보고 싶었는데.] [예현: 그게 무슨 재미야?] [이든: 있어.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형은 몰라도 될 재미가.]윤이든은 어복이 터지고 견하준은 그때처럼 한 마리도 잡지 못함으로써 동갑즈는 완벽하게 그날의 낚시를 재현해 냈다.
[예현: 이게 손맛이라는 건가? 이야, 왜 다들 낚시에 빠지는지 알겠다.] [도빈: 라고 두 시간 동안 한 마리 낚은 예현이 형이 말했다.] [유제: 이건 두 시간 동안 한 마리도 낚지 못한 저랑 하준이 형을 향한 저격인가요?]-똑부러지는 애들이 낚시 재능은 없다니
-물고기들이 야무진 사람들을 피한다는 게 오늘로 증명되었다ㅋㅋㅋ
그때처럼 잡은 물고기를 손질하여 얻은 회와 매운탕, 그리고 바베큐를 저녁으로 먹고 다시 펜션 안으로 돌아온 레브 멤버들이 카메라 앞에 모여 앉았다.
[유제: 드디어 제가 목 빠져라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시간이 다가왔군요!]형 라인은 죽상을 하고 있는 반면, 막내 라인은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얼굴로 활짝 웃고 있었다.
[유제: 바로! 야자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