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0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00화(20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00화
이 모든 게 순전히 내 욕심이란 걸 나도 알고 있다.
이 원래 우리 곡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오직 나밖에 없으며, 현재의 다른 멤버들에게 있어서 은 아무 의미도 없는 곡이다.
그래도 회귀 전, 그리 서로 맞지 않고 쌀쌀했던 우리의 의견이 만장일치가 될 정도로 가장 의미 있는 곡이라 손꼽혔던 곡이라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곡으로 인생이 바뀐 것이나 다름없었던 서예현과 달리 내게는 그리 애틋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는.
차연호가 무슨 생각으로 을 스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빼앗긴 줄도 모르고 남의 곡이 되어 버린 곡을 단 한 번만이라도 이 곡을 그리 의미 있게 여겼던 멤버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비록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자기만족이라고 할지라도.
견하준이야 내 의견에 별말 않고 협조해 줬고, 서예현은 제게 선택권이 딱히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가타부타 말을 얹지 않았다.
“저는 안무가 더 마음에 들긴 한데.”
김도빈은 에 더 미련이 남는지 차마 내 말에 정면으로 반박은 들지 못하고 소심하게 제 의견을 피력했다.
하긴, 음악성이나 퍼포먼스로만 따지자면 가 더 낫긴 했다.
아무리 회귀 전과 다른 쪽으로 편곡을 했다지만 이 더 좋았으면 그게 대상을 탔겠지.
거실 바닥을 손가락 끝으로 툭툭 두드리던 류재희가 입을 열었다.
“형이 그걸로 하고 싶다면 저야 오케이죠. 도빈이 형이 섹시 컨셉을 소화할 수 있느냐가 좀 걸리긴 하지만요.”
저를 도발하는 듯한 말에 미간을 꿈틀한 김도빈이 류재희를 휙 돌아보며 이죽거렸다.
“해 봐? 내가 해서 증명해 봐?”
“형이 보여 줘야지 알지. 나는 이때까지 형 깝죽거리는 모습밖에 못 봤는데.”
방금까지만 해도 를 밀던 김도빈이 단번에 콜을 외쳤다. 그렇게 우리의 알테어와의 콜라보 무대 곡은 만장일치로 이 되었다.
류재희가 보라는 듯 김도빈의 시선을 피해 내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윽박지르는 것보다 더 간단한 방법이 존재하다니. 역시 도발만큼 더 좋은 설득 방법은 없구나.
곡이 정해지자마자 곧바로 작업실에 틀어박혀 편곡 작업에 돌입했다.
알테어의 곡이 되어 버린 이번 버전을 따를 생각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회귀 전 버전을 그대로 재현할 생각도 없었다.
비록 그게 의미 있는 곡이라고는 하지만 회귀 전의 버전은 ‘계속 들으면 들을수록 중독성 있는 곡’이지, 처음 들었을 때 와! 하고 감탄이 나오는 곡은 아니니까 말이다.
1절만 부르는 이상, 어떻게든 귀에 때려 박히도록 뜯어고쳐야 했다. 그리고 그 작업은 딱히 어렵지는 않았다.
회귀 전에 무대를 하면서, 작곡 능력치를 키워 나가면서 계속해서 생각했으니까.
어떤 식으로 손을 보면 난해한 코드가 나아질지, 어떤 곳의 키를 높이고 낮추면 멤버들의 음역대에 맞게 수정될지, 어떤 식으로 편곡하면 확실히 원곡을 유지하면서도 귀를 잡아끌 수준으로 바뀔지.
정말로 질리도록 했던 무대라 가능했던 일이었다.
“생각만 했던 걸 이렇게 이루는구먼.”
1절의 마지막 코드까지 손을 보고 작업실 의자에 기대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안무는 소속사 측에서 알테어 안무를 맡았던 안무가를 초청한다는 걸 거절하고 김도빈에게 맡겼다. 대신 옆에서 회귀 전 안무 레퍼런스를 계속 전달해 줬다.
안무는 눈을 감고도 출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여전히.
하긴, 회귀 전에는 지금보다 한없이 낮은 능력치를 갖춘 서예현도 실수하지 않고 출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얼마나 반복했다는 소리겠냐고.
“와, 이든이 형. 이거 형이 생각한 거예요? 안무가 완전 제 스타일인데요?”
편곡 버전에는 살짝 안 맞는 것 같으니 조금만 더 수정하면 괜찮을 것 같다며, 내 안무 창작 능력을 찬양하는 김도빈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야 네가 짠 안무니까 네 스타일이겠지.
우리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연말 무대 준비를 하고 있을 알테어를 떠올리며 삐딱하게 웃었다.
미끼 적당히 던져 줄 테니 그 미끼 주워 먹고 어디 또 열심히 헛발질해 봐라, 차연호.
개꿀잼 콘텐츠 미리 고맙다!
* * *
“와, 연호 형이 맞았네? 연호 형이 돈 다 털어간다.”
“진짜 연호 형이 이런 거에 강하다니까.”
레브는 을 할 것이라 전달받은 알테어는 단 한 명 빼고 모두 자체 내기에서 져 돈을 털릴 위기에 봉착했다.
무슨 곡으로 체인지했을까 가늠해 보는 서프라이즈도 꽤 재밌긴 했겠지만, 2절부터는 원곡자가 이어 불러야 했기에 상대가 무슨 곡을 할 건지 미리 알아야 하긴 했다.
다들 에 표를 던진 터라 유일하게 에 표를 던진 차연호가 유일한 승자가 되어 판돈을 싹 쓸어 갔다.
“당연히 나는 할 줄 알았지. 아닌가? 비교될 것 같아서 올해 히트곡은 피한 건가?”
“소신 발언하자면, 이 더 어려울 텐데. 일부러 어려운 곡 골라서 명죽 택한 걸 수도.”
“명죽까진 아닌 것 같은데. 레브 보컬 라인도 실력 제법 짱짱하더라고.”
“랩은 정준이 형이 밀리는 거 아니에요? 거기 리더가 국힙원탑이라잖아요. DTB 피처링이랑 이번 솔로곡 장난 아니던데.”
“그런데 얘네 진짜 중소의 기적이긴 하다. 작년에 활동 겹쳤을 때도 성적 엄청 아슬아슬하게 엎치락뒤치락하지 않았어?”
레브라면 이를 가는 차연호와 달리 나머지 알테어 멤버들은 딱히 레브에게 악감정은 없었다.
악감정이 생길 만큼 활동이 그리 자주 겹친 편도 아니었으며, 현재 위치도, 소속사 크기도 차이가 나는 터라 아직은 저들 자리를 위협하는 라이벌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연호 형, 혹시 레브 멤버 중 하나랑 우리 몰래 연락이라도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내기 제안한 거 아니죠?”
그 멤버는 웃자고 한 소리였지만 예상 이상으로의 날카로운 반응이 되돌아왔다.
“내가 걔들이랑 연락을 왜 해.”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질문했던 멤버는 눈동자만 굴리고, 옆에 있던 멤버는 또 저런다며 혀를 차면서 몸을 일으켰다.
케이제이가 차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러 분위기를 풀기 위해 유하게 말했다.
“연호야, 너 요즘 너무 예민해졌어.”
제가 실수했다는 걸 알아차린 차연호가 마른세수를 한 번 하고는 질문했던 멤버에게 미안하다고 순순히 사과를 건넸다.
“미안하다, 태혁아. 내가 요즘 좀 걱정이 많아져서.”
“여유 좀 가지고 살아도 되잖아. 우리 다들 잘하고 있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케이제이의 물음에 차연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70을 유지하고 있던 위험도가 갑자기 80으로 치솟았다는 이야기를 멤버들에게 어떻게 하겠는가.
시스템부터 설명하자니 아무도 믿어 주지 않을 것 같아 차연호는 이 빌어먹을 상황을 온전히 홀로 감내해 가며 속만 썩히고 있었다.
‘콜라보 무대 제안을 받았을 때 그냥 보이콧을 했어야 했나……? 그럼 위험도가 오르지 않았을까? 아니면 위험도가 올라간 다른 이유가 있나?’
레브와 콜라보 무대를 하는 이런 상황은 차연호 그에게도 처음이었기에 도저히 맞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시 회귀하자니 지금까지 쌓아 온 시간들이 또 아까웠다.
‘이미 올라간 건 어쩔 수 없고, 현 상황에서 위험도를 낮출 방법은 단 하나다.’
어떻게든 레브를 누르고 알테어가 실력 면에서 확실히 우위라는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콜라보 무대가 정말로 중요했다.
“정준아, 편곡은 하지 말고 키만 조정해 줘. 그리고 순쌤한테 안무 싹 뜯어고쳐 달라고 말도 좀 전달해 주고.”
“오, 차연호 칼 갈았는데?”
케이제이의 능청에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은 차연호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는 다시 한번 결심했다.
회귀자가 누구든, 과거의 추억에 휩쓸려 을 선택한 것 같은데 그 선택을 한 걸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 * *
12월 31일. 가요빅매치 녹화 현장.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곡 정말 감사합니다!”
내게 꾸벅 인사를 건네는 신인 보이그룹, 네이비를 향해 따스하게 웃으며 화답해 주었다.
“어어, 너희도 곡 잘 살렸더라. 잘 들었어.”
“감사합니다!”
우렁찬 인사가 다시 돌아왔다. 회귀 전보다 더 잘 된 녀석들을 보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역시 가져간 대신 좋은 곡 주길 잘 했다.
“아, 얘네가 걔들이죠? 형이 곡 팔았던? 쟤네가 TK 신인 보이그룹이랑 동발해서 뛰어넘었던데.”
내 뒤에서 불쑥 나타난 류재희가 물었다. 네이비 멤버들이 다시 또 꾸벅, 류재희한테 인사했다.
이만 가보라고 손짓하자 네이비 멤버들이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멀어졌다.
녀석들이 가수석으로 가서 앉는 모습을 보던 류재희가 내 옆구리를 콕 찌르고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이든이 형 이렇게 다정한 모습은 처음 보는데요. 쟤들이 좋아요, 우리가 좋아요?”
“너는 비교할 걸 비교해라.”
“형이 쟤들에게 하는 절반의 태도만 우리한테 해 줘도 이런 유치한 생각 안 해요. 나 순간 형 다른 사람인 줄 알았잖아.”
“저기 한 명 음색은 너보다 더 좋아.”
“헐, 그래서 저기에 곡 팔았구먼? 그럼 하준이 형이랑 비교하면요?”
“당연히 준이가 압승이지. 준이 뛰어넘을 사람 없다니까?”
시시덕거리며 가수석으로 향하던 와중, 우리와 오늘 콜라보 무대를 함께할 알테어와 딱 마주쳤다.
내게 잠시 머무르던 차연호의 시선이 류재희를 향했다. 가늠하는 듯한 시선이 기분 더럽긴커녕 또 이 인간이 헛발질을 하고 있구나, 싶어 웃기면서도 짠해졌다.
“이따가 또 뵙죠.”
차연호의 인사에 고개를 까딱…… 하려다가 내 뒤통수를 꾹 누르는 류재희의 손길에 강제로 꾸벅 숙였다.
“제가 책잡힐 짓 하지 말라고 했죠, 형.”
스산한 읊조림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차연호의 시선이 류재희의 옆얼굴에 더 오래 머물렀다.
저거 저거, 또 헛발질 시동 건다, 쯧쯧.
* * *
[가요빅매치 SPECIAL STAGE!] [Altair X Reve] [collaboration stage]12월 31일. 몇 시간 뒤면 이제 곧 성인이 되는, 수능 끝난 고 3이라면 술집 앞에서 대기 탈 시간에 강모 양은 가요빅매치를 보고 가겠다고 집에 남아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이름도 잘 모르는 신인 아이돌 그룹들의 무대를 심드렁하게 넘기며 친구들과 채팅을 나누고 있던 강모 양이 그토록 기다리고 있던 무대 예고가 떴다.
그녀는 제 구 오빠들과 현 오빠들의 이름이 나란히 적힌 콜라보레이션 무대 예고를 빤히 바라보았다.
구 돌과 현 돌이 이렇게 한곳에 모인 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겨우 알테어에게서 탈덕했는데 왜 이런 시련을 안겨 주는 건지.
아이돌의 성적보다는 실력이 우선인, 지독한 실력충인 강모 양에게 있어서 오늘이 바로 분기점이었다.
오늘 무대에 따라 다시 알테어에 재입덕할지 아니면 레브에 평생 충성할지 정해질 터였다.
[윤정아- 제발 키포인트이길 바랐는데 왜 하필 템테이션이냐…….] 오후 9:35 [윤정아- 나 지금 볼까말까 고민중] 오후 9:36 [윤정아- 사촌오빠 섹시컨셉 같은 건 딱히 보고 싶지 않단말임ㅠ] 오후 9:37TV 화면 속, 블랙 셔츠를 입은 다섯 남자의 머리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친구의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해 강모 양은 다급히 문자를 보냈다.
[서예현 초커 차고 나옴] 오후 9:39 [윤정아- 미친 당장본다 윤이든 흐린눈 ㅆㄱㄴ] 오후 9:40 [윤이든은 체인 하네스] 오후 9:40 [윤정아- 그건 안 궁금해] 오후 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