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0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01화(20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01화
이 무대가 끝나고 레브의 팬덤인 데이드림이 알테어의 팬덤인 아퀼라에게 받을 반응은…….
-아무리 레브 팬들이 비벼보려고 해도 역시 알테어는 못 따라오는 거 이 무대 하나로 증명됐죠?ㅋㅋㅋ
-원곡으로나 할 것이지 왜 저따위로 편곡해서 남의 노래를 망쳐 놓음?
-알테어 실력이 넘사긴 넘사라는 걸 새삼 느낀다……
아니면,
-애초에 노래가 좋으니까 바꿔 불러도 무대가 멋있는 거지 레브가 잘했다기엔 글쎄??
-이 팬덤은 원곡자 존중은 날린 거임? 오리지널 없었으면 느그들이 그렇게 부심 가지는 이 무대도 없었을 텐데?
-알테어는 최대한 레브 수준에 맞춰 줬는데 후배그룹이 이 악물고 이겨 먹으려 드는 모습 잘 봤습니다~ 레하다 추브야
둘 중 하나, 극과 극으로 갈렸다.
어쨌건 무대를 못 해도 처맞을 운명이요, 무대를 잘 해도 처맞을 운명이다, 이 말이다.
그러니 강모 양은 차라리 레브가 무대를 찢고 독이 오른 아퀼라들에게 처맞기를 바랐다.
전직 아퀼라로서 후자가 아퀼라의 전투력이 비교도 못 할 정도로 치솟을 걸 알지만, 그래도 그걸 상대하는 게 실력 조롱을 듣는 것보다는 나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녀는 지독한 실력충이었다.
[REVE-Temptation]흐릿한 조명이 비추던 무대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며 대형을 맞추어 선 레브 멤버 넷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둥글게 반원을 만들고 선 멤버들의 얼굴을 한 번씩 비추고 간 카메라가 반원의 중앙에서 무대 위에 한쪽 무릎만 세운 채로 누워 있는 서예현을 클로즈업했다.
째깍째깍, 시계 초침 소리와 함께 느릿하고 관능적인 멜로디가 울렸다.
서예현의 의상은 폼이 넓은 블랙 셔츠에, 윗단추를 두어 개 풀어 쇄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체인으로 연결된 가죽 초커가 그의 목을 감싸고 있었다.
서예현이 짙은 눈화장이 되어 있는 눈을 살짝 내리깔자 나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윤정아 난리 나겠네.’
그 예상이 맞는다고 증명이라도 해 주듯 강모 양의 휴대폰은 1초도 쉬지 않고 미친 듯이 울려 대고 있었다.
[Try to tempt youTry to tempt you tonight]
속삭이는 듯한 서예현의 목소리로 곡의 도입부를 열었다.
-와 도입부부터 예현이라니 이걸 누가 이겨
-미친 울 청순밤비도 섹시가 가능했구나
여전히 누운 상태로 가볍게 한 손을 들어 올린 서예현이 허공에서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탱고음이 점차 섞여들며 드럼 비트가 베이스로 깔렸다.
그다음 파트를 자연스럽게 받은 김도빈이 센터로 들어오며 자연스럽게 서예현의 앞을 가렸다.
목을 한 바퀴 둘러메고 밑으로 길게 늘어진 리본 같은 천 초커가 김도빈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살랑거렸다.
‘와, 처음 부분은 아예 갈아엎었나?’
가사는 그대로지만 키와 멜로디가 바뀐 것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원래 레브의 곡인 것처럼 조금의 위화감조차 풍기지 않았다.
웃음기를 지우고 살짝 힘을 준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김도빈은 평소의 애교 많은 모습을 순간 잊을 정도로 성숙미를 보여 주었다.
-아 도빈이도 섹시 된다고!
-울 멈무 나름 섹시컨셉이라고 눈에 힘준거 봐ㅋㅋㅋ ㄱㅇㅇ
견하준의 파트와 함께 시작된 칼군무가 끝나고,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나오는 유제는 셔츠 위에 단단히 묶은 가죽 하네스로 몸 선을 드러내고 있었다.
옛날의 귀여운 막내 시절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훌쩍 큰 키와 젖살이 빠져 선이 짙어진 얼굴, 느른하게 휘어지는 눈초리.
시원하게 고음을 내지르는 유제의 얼굴에는 별 힘들일 것도 없다는 듯 여유가 가득했다.
[한 발짝 멀어지면 두 발짝 다가와 줘이건 내가 네게 보내는 Temptation]
-저게 정녕 오늘도 10시 전에 퇴근해야 하는 미성년자가 맞는가
-막내 미쳤다…… 울 유제 진짜 미쳤다……-노력하지 않아도 타고났다는 게 저런 걸 말하는 거구나
후렴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윤이든의 랩파트가 치고 나왔다. 드디어 나온 최애의 파트에 강모 양이 입을 틀어막았다.
느슨하게 풀어헤치고 다니던 평소 이미지와 달리 목까지 반듯이 채운 단추와 X자로 교차된 체인 하네스.
하지만 잡아먹을 듯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빛은 평소보다 한 단계나 더 강렬했다.
-저게 어떻게 고양이야 ㅅㅂ 호랑이지
-내가 이든이에게 금욕섹시라는 말을 쓸 날이 올지는 몰랐다
-시발 이든이형
윤이든을 중심으로 V자 대형으로 동선이 한 차례 바뀌었다. 능숙한 웨이브의 움직임에 따라 상체에 걸린 체인 하네스가 찰랑거렸다.
‘춤선 진짜 미친 듯…….’
랩파트가 슬슬 끝나 가자, 그 대형에서 빠져나온 견하준이 윤이든의 뒤에 섰다.
[지루하고 뻔한 멘트지만 한마디 해도 될까함께 dancing in the moonlight?]
제 파트를 마무리한 윤이든이 견하준이 정중히 내민 손 위에 제 손을 얹고 왈츠를 추듯 손을 위로 한 채 몸을 돌리자, 그렇게 윤이든과 무사히 자리를 바꾼 견하준이 파트를 이어받았다.
[널 부르는 눈빛 네게로 뻗어진 손길말 한마디 없이도 단 10초면 충분한걸]
흠잡을 곳 없는 깔끔한 고음이 울렸다. 대형 가장 앞에 선 견하준을 필두로 다들 등을 돌렸다.
앞에 아무 장식이 없어 상대적으로 밋밋하다고 생각했던 견하준의 의상은 등판이 파격적으로 파여 잘 짜인 등 근육을 고스란히 내보이고 있었다.
그가 격렬히 움직일 때마다 등판을 장식한 체인이 들썩거렸다.
-견하준 미친놈아 돌았냐!!!!!
-눈빛 손길 다 필요 없고 등판 한 번 보여 주면 1초로도 충분
-하준아 누가 외간여자들에게 등판 다 내보이래!!!!
엄지로 입술을 훑는 서예현의 파트에서 다시 한번 폭발적인 반응이 터졌다.
[한 발짝 멀어지면 두 발짝 다가와 줘이건 내가 네게 보내는 Temptation]
마지막 후렴구와 함께 딱딱 들어맞는 군무를 소화한 레브는 1절이 끝나자 엔딩 포즈를 잡았다.
멤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줌인해서 보여 주던 카메라가 마지막으로 서예현을 비추었다.
빡세게 눈에 힘을 주고 있던 서예현이 저를 향한 카메라를 발견하고 눈에 힘을 풀며 사르르 웃었다.
-와 이건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엔딩컷이다
-레브 무대 미쳤네 진짜
-레브 섹시컨셉으로 컴백 기원 1일 차
-그냥 찢었다
이 무대 위에서의 은 원곡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레브만의 확실한 색깔을 입힌 곡으로 재탄생했다.
-와 네곡내곡을 이렇게 시전해 버리다니
-레브 섹시컨셉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걱정한 게 무색했다 ㄹㅇ
-이렇게 편곡해 놨으면 2절까지 해 주는 게 예의 아니냐 이제 원곡 어떻게 들으라고
레브 멤버들이 백스테이지로 향하며 조명이 하나씩 픽- 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조명이 꺼지고, 다시 어두워진 무대 위에 형광 야광 빛이 하나둘 등장했다.
토끼 얼굴, 강아지 얼굴, 구름, 스마일 등,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그린 낙서가 둥둥 허공을 떠다녔다.
조명 아래의 인영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희미한 조명이 들어오자 길게 편곡된 도입부 멜로디에 맞추어 격렬한 댄스 브레이크가 시작되었다.
[show just beginreverse in reverse]
차연호의 여유로운 고음과 함께 광택이 도는 검은색 후드 집업을 입은 알테어가 일제히 후드를 내리며 그들의 머리 위로 환한 조명이 쏟아졌다.
후드 집업 밑단과 소매마다 각자 다른 컬러로 포인트가 들어가 있었다. 느슨하게 후드 집업을 내려 입은 몇몇 멤버 덕분에 후드 집업 안에 입은 것이 민소매 목티임을 알 수 있었다.
[okay 자 뒤집어두 번의 기회는 없어 오직 one chance
기회는 덤비는 이에게 찾아오는 법]
케이제이의 랩으로 도입부가 시작되었다.
아크로바틱 동작을 도입하여 시선을 확 잡아끄는 화려한 안무와 안정적인 보컬, 내질러야 할 때는 확실히 내질러 주는 고음 덕분에 알테어의 무대는 원곡에 꿀린다거나 모자란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확실한 곡 해석 역시 무대의 몰입에 한몫했다.
-와 역시 알테어
-처음 댄브부터 쭉 퍼포 미쳤다ㅜㅜㅜㅜ 이러고 라이브 소화하는 거 뭔데ㅜㅜㅜ
-연륜이 확실히 중요하긴 하네 자칫하면 오글거리는 컨셉도 저렇게 여유롭게 소화해 내고
-편곡 안 했는데도 곡 이 정도로 소화하는 거 대단하다
-으음…… 처음에 나온 댄브는 멋있었는데 확 달라진 게 없어서 그런지 이 무대가 레브가 한 무대보다 더 멋있는지는 모르겠음
[show just beginreverse in reverse]
여섯이 한껏 불량스럽게 무릎에 손을 얹고 걸터앉은 포즈로 알테어가 무대를 마무리했다.
1절이 끝나고 무대 양쪽 뒤편에서 흰색 반팔 티 위에 리버스 무대 의상, 후드 집업을 걸친 레브 멤버들이 달려 나왔다.
[몽상가는 현실주의자가 될 수 없다지만꿈이 이루어지는 그때가 바로
몽상가가 현실주의자로 거듭나는 때라고]
알테어가 다시 백스테이지로 가는 동안 레브는 대형을 잡고 자연스럽게 2절을 시작했다.
알테어 바로 다음에 하는 무대라 비교가 더 잘 되므로 강모 양은 제발 레브가 원곡 무대까지 찢길 바랐다. 일단 템테이션 무대는 그녀가 원하던 대로 확실히 찢었으므로.
-오 안밀려 안밀려
-역시 원곡자가 부르니까 확실히 시원시원하구먼
-알테어 버전 보고 감탄했는데 이거 보니까 또 원조의 맛이 있네
-딱히 알테어가 압도했다는 건 잘 모르겠다
-약간 윤이든 페이스가 이 곡 치트키이긴 함 알테어에는 윤이든 같은 페이스가 없어서……
-개멋있어
알테어가 퍼포먼스로 승부를 봤다면 레브는 오직 라이브 실력으로 승부수를 내걸었다. 보컬 라인들은 서로 경쟁하듯 고음을 소화해 냈다.
곡의 하이라이트에 다다를수록 후반부가 초반부에 비해 비교적 심심했던 알테어의 무대는 점점 지워지고 레브의 무대가 대중들에게 강하게 아로새겨졌다.
[세상을 뒤집어우리는 그럴 자격이 되니까]
레브 멤버들이 곡을 마무리하고 무대에 삐딱하게 앉아 엔딩 포즈를 취했다.
팟- 조명이 깜빡이고 레브 멤버들이 몸을 일으키자 스테이지 뒤편에 뚫린 문이 열리며 그 문으로 민소매 목티 위에 정장 재킷을 걸친 알테어 멤버들이 여유롭게 걸어 나왔다.
2절이 무대를 다시 울렸다.
-흠 레브 버전보다 원곡이 약간 더 심심한 듯?
-오히려 이게 레브 곡 커버하는 것 같은뎅
-연륜은 연륜이네 섹시함은 알테어가 한수 위
-역시 원조 못 따라간다
-퍼포 제쳐도 편곡 버전이 더 기억에 남긴 함
-아퀼라들 정신승리ㅋㅋㅋ
알테어의 무대 역시 밀린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건만 경력자인 윤이든이 거의 칼을 갈다시피 한 편곡에 맞서기는 부족했다.
강모 양이 레브에 평생 충성을 맹세하는 순간이었다.
* * *
콜라보 무대를 실수 하나 없이 무사히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와락 끌어안았다.
무대를 하는 멤버들의 모습도, 의 내 파트도, 안무도 모두 참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오직 나만이 느끼는 감정이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멤버들에게 이 곡을 돌려줄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
비록 오늘 무대에서 부른 건 1절뿐이지만, 이제는 시원하게 을 보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