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0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03화(20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03화
힙합의 완성은 자퇴라고, 고등학교 자퇴한다고 부모님 앞에서 지랄한 걸 제외하면 퍽 얌전하게 살았다고 자부하는 인생이지만.
엄마는 내가 술에 취해서 밖에서 무슨 사고라고 칠까 봐 걱정되셨는지 막 스무 살이 된 나를 잡고 신신당부하셨다.
술을 마셔도 절대 밖에서 뻗지 말고 꼭 집으로 들어가라고.
그리고 나는 그 말을 충실히 이행했다. 다만 숙소가 아닌 본가로 가는 게 문제였다.
그게 한 네 번 정도 반복되고 나자 그 후로는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야 처음에나 엄마가 우리 아들 연습생 생활 많이 힘들었냐고 다독이고 반겨 줬지, 데뷔하고 나서는 집에서 눈뜰 때마다 잘하는 짓이라는 눈총과 진지하게 공무원 시험 준비를 권하는 걸 어떻게 버티냐.
그것도 9급도 아닌 7급.
막내가 준비하던 9급 공무원 시험을 슬쩍 곁눈질로 봤을 때도 대가리 터질 것 같더니만, 7급 준비하면 내가 이번 생에 퍽이나 붙겠다.
그렇게 제정신 붙들려고 노력하며 주량을 지킨 결과, 회귀 전후를 통틀어 오랜 시간이 지나자 나조차도 이 망할 귀가본능의 진실을 잊고야 말아 버린 것이다.
시스템 이 망할 자식아, 주량 안 넘게 말렸어야지! 집으로 간다고 하면 기절을 시켜서라도 숙소에 발을 묶어 놨어야지!
[알겠습니다. 다음번에는 융통성 발휘하지 않고 확실히 음주 제한을 시키겠습니다.]아니, 내 말은 융통성을 아예 발휘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라 필름 끊기기 전까지만 봐주란 소리지.
[ㄴ]야, 설마 삐쳤냐?
[ㄴ]내가 시스템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게 못마땅했는지 포도가 뛰어올라 온몸으로 내 명치를 밟았다.
컥, 고통에 잠시 숨을 멈췄다가 오랜만에 보는 포도를 덥석 안아 들었다.
“포도, 형이 그렇게 보고 싶었어?”
포도의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마구 흔들렸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이라서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이러는 터라, 나를 기억하고 반가워서 이러는 건지, 낯선 형도 사람이라 그저 좋아하는 건지를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왜 내 방 침대 위도 아니고 포도의 강아지 하우스 옆에 누워 있는 거지?
갑자기 든 의문에 눈을 가늘게 좁히자 머리 위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보는 형이 같은 종족이 되어서 집에 기어들어 왔는데 얼마나 반갑겠어.”
“거 참 너무하시네. 아무리 술 먹고 개 된 아들이라도 이불이라도 덮어주지. 요즘 바빠서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바쁘다는 애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술을 먹고 다녀?”
“신년이잖아.”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자 부엌에서 냄비를 내오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빠가 이 시간에 왜 집에 있어? 로펌에서 잘렸어?”
“휴일이다.”
콩나물국이 식탁에 놓였다. 해장국을 먹고 튀어, 그냥 튀어?
속이 쓰린 건 둘째치고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공기가 술에 절어 있는 것 같아 순순히 식탁에 앉았다.
숙취로 뒈질 것 같아 허겁지겁 콩나물국을 한술 뜨자 아버지가 타박했다.
“너는 아버지가 수저도 안 드셨는데 먼저 밥을 먹어?”
“요즘 그런 거 지키면서 식사하는 집이 어디 있어.”
심드렁하게 대꾸하고 식사를 이어 나갔다. 한참 말없이 식사를 하던 중,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너, 졸업 사진 그 아이언.”
“아이언이 뭔데?”
내가 아는 아이언은 드래곤 아이언 형밖에 없는데.
“네가 들고 찍은 골프 클럽, 이 녀석아! 그걸 대체 어디에다가 내리쳤길래 그게 그 꼴이 돼! 그리고 그걸 입을 싹 씻고 그냥 넣어 놔? 망가뜨렸다고 말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아, 맞다. 그 졸업 사진 들켰지.
그 골프채는 아마 내 기억상으로는 돌이 더 강한지 골프채가 더 강한지 실험해 본답시고 촬영 장소 근처에 있던 바위에 몇 번 내려쳤다.
그리고 골프채가 망가져서 몰래 아버지의 골프 백에 넣어 놓고 입을 싹 씻었지.
“그럼 아빠가 나를 그 골프채 그립으로 두들겨 팰 게 뻔한데, 퍽이나 말하겠수.”
골프채 그립으로 많-이도 맞아 봤지. 물론 잘못한 거 없이 억울하게 맞은 적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었으므로 딱히 아버지를 원망한 적은 없었다.
“골프 클럽 그 모양으로 만든 건 봐줄 테니까 이번 설에는 할아버지 뵈러 가게 집으로 와.”
이렇게 딜을 하시겠다? 하지만 지금 제게는 골프채 정도는 100개도 사 드릴 재력이 있습니다.
“안 가면?”
“재물손괴죄로 고소 들어가는 거지.”
그 말을 들은 엄마가 아버지의 등짝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당신은 무슨 아들을 고소한다고 하고 있어? 너희 아빠 헛소리 무시하고 얼른 밥이나 먹어.”
“오, 방송에서 썰 풀 거리 생겼다. 기왕이면 활동기 전에 고소해 줘. 활동기에 들어가면 좀 바빠져서. 아빠가 고소인이어도 선임할 변호사 소개는 해 줄 거지? 우리 소속사 법무팀은 영…….”
엄마가 이번에는 내 등짝을 내리쳤다.
“그래도 너희 할아버지가 너 보고 싶으시다고 정아랑 같이 너희가 나오는 예능도 끝까지 보시더라.”
“윤정아에게 들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그걸 끝까지 봤다고? 진짜?”
내가 레브 다섯 명 합동 차례상에 절하는 것까지 할아버지가 봤단 말이야? 나는 한 앞쪽 5분 보고 채널 돌린 줄 알았지, 그 후반부까지 보고 계셨을 줄이야.
그 정도로 내가 보고 싶으셨나? 의외군. 그렇다면 뭐, 얼굴 한번 비춰 주는 것쯤이야.
식사를 마치고 바로 내 방으로 들어가 견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준아! 내가 본가 가는 거 왜 안 말렸어! 내가 혹시 너 몰래 나오기라도 한 건 아니지?”
-난 분명 말렸어.
견하준의 목소리에서 짙은 피로감이 묻어 나왔다.
“……말렸다고?”
대체 전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견하준이 나를 포기하고 본가까지 보낸 거야?
***
+윤이든이 기억하지 못하는 그 날의 비하인드
“이든아, 내가 재희 부축할 테니까 너는 예현이 형 부축해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서 멀쩡한 걸음걸이로 현관문으로 향하는 윤이든의 모습에 당황한 견하준이 부축하던 류재희를 내려놓고 급하게 윤이든을 붙잡았다.
“이 밤중에 어디를 가려고 그래?”
현관문 문고리를 꽉 잡은 윤이든이 눈을 두어 번 깜빡거리더니 매우 간결한 대답을 내놓았다.
“집.”
집에 있으면서 집에 가겠다는 게 대체 무슨 개소리인지 해석할 수가 없어 견하준은 윤이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가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 윤이든을 제지하자 온몸으로 펄떡거리는 활어처럼 몸을 털어 대던 윤이든이 다시 한번 입을 열어 중얼거렸다.
“집에 가야 해.”
“여기가 집이잖아.”
견하준의 그 대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윤이든이 말했다.
“집에 가야 한다니까. 밖에서 술 처먹고 뻗어서 부모 얼굴 들고 다니기 창피하게 만들면 울 엄마가 용돈이고 부모의 연이고 뭐고 다 끊는다고 했어…….”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아 씨, 뭐가 막 따끔하냐…….”
설마 가야 한다는 집이 본가를 말하는 건가……? 없는 벌레를 잡으려 손을 허공에 휘적거리는 친구를 보며 견하준은 윤이든이 말하는 ‘집’의 의미를 깨달았다.
“이든아, 일단 여기는 집이나 다름없는 숙소고, 너는 이제 용돈 안 받고 살아.”
술 취한 사람에게 이러고 있는 게 소귀에 경 읽기라는 걸 알면서도 혹여 이 말을 듣고 이 지랄을 멈출까 싶어 1%의 희망을 안고 친절하게 팩트를 말해 주자 윤이든이 허공에 올린 손을 거두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그래?”
견하준이 말해 준 내용을 곱씹듯 고개를 끄덕이던 윤이든은 그래도 말귀를 알아들을 정신은 있구나 싶어 견하준이 안심하자마자 다시금 폭탄을 던졌다.
“그래도 집에 가야 해. 잘 있어라, 준아.”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은 채 가볍게 올린 손을 흔들어 주고는 현관문을 다시 열려고 하는 윤이든을 필사적으로 붙든 견하준이 물었다.
“너 지금 네 본가 주소는 알아?”
“너는 무슨 그런 당연한 걸 묻냐?”
꼬인 발음도 없고 막힘없이 줄줄 외우는 주소는 견하준 그도 한 번 가 봤던 윤이든의 본가가 맞았다.
“집에 보내 달라! 집에 가야 한다고!”
계속해서 만류하니 이제는 아예 현관에 드러누워 시위하는 윤이든을 내려다보며 견하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견하준은 차라리 윤이든이 그냥 저대로 잠들기를 바랐다. 현관에 뻗은 친구를 부축해서 방에 던져 놓는 것이 본가 간다고 계속 지랄하는 친구를 막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하지만 윤이든은 잠들 기미 하나 보이지 않고 해가 뜰 때까지 저 쌩난리를 피울 수 있을 것만큼 매우 쌩쌩했기에 결국 견하준은 혹여 생길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윤이든과 동행했다.
택시를 부르고, 주소를 읊고, 아파트 단지를 찾아가는 일렬의 과정에 견하준이 개입한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모두 윤이든이 알아서 잘했다.
정말로 술에 취한 게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오직 집을 찾아가는 것만 머릿속에 알고리즘으로 입력되어 있는 AI를 보는 듯했다.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잘 입력하고 집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도 잘 눌러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꼴까지 보고 나서야 견하준은 다시 몸을 돌려 숙소로 돌아갔다.
“이 난장판은 나 혼자 언제 또 다 수습하냐…….”
거실에 널브러진 서예현과 류재희, 그리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술병과 술잔을 내려다보며 마른세수하던 견하준은 둘의 방에 들어가 이불을 가지고 나왔다.
“이러면서 블랙아웃이 올 때까지 술 마시면 안 된다는 걸 배우는 거지.”
두 사람의 몸 위에 이불을 대충 덮어 준 견하준은 묘하게 뿌듯한 얼굴로 제 독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한편 귀소본능으로 인해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본가로 들어간 윤이든은…….
“엄마! 아빠! 아들 와썹! 포도야, 형아 왔다! 울 포도! 형아 보고 싶어쪄?”
“월월! 월월월!”
“억, 포도야, 도둑 아니야. 형이야, 형. 울 포도 지인짜 오랜만이다-. 어어, 그래. 포도도 형 보고 싶었다고?”
맹렬히 짖는 포도와 일방적인지 쌍방인지 모를 대화를 이어 나가면서 포도를 쓰다듬던 그는 곧 포도의 강아지 하우스에 머리를 처박고 곯아떨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제집을 취객에게 빼앗겨 분노한 포도의 인정사정없는 공격으로 인해 강아지 하우스에서 쫓겨나 그 옆에 드러누워 다시 뻗었다.
신년부터 술 처먹고 드디어 집에 기어들어 온 아들이 만든 소란으로 잠에서 깬 윤이든의 부모님은 침실 밖으로 나와 개집 옆에 널브러진 아들을 발견했다.
“유명 연예인 된 아들내미 실물영접을 드디어 또 한 번 하네. 그것도 신년부터 술에 절어서 이 밤중에 가족들 다 깨우는 모습으로. 아들 차암 잘 키웠어. 대체 누굴 닮았는지.”
윤이든 모친의 한탄에 부친이 슬쩍 말을 얹었다.
“아버지가 딱 이러셨는데. 술만 마시면 온 가족들을 다 깨우셨지.”
“당신도 똑같으면서 무슨 아버님만 그러는 것처럼 말해? 아주 삼대가 똑같아,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