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0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05화(20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05화
“아, 맞다. 준아, 생일 축하한다.”
숙소까지 오는 길에 잠시 베이커리에 들려서 사 온 케이크를 식탁 위에 턱, 올려놓으며 말하자, 문이 벌컥 열리며 서예현이 비척비척 걸어 나왔다.
“뭐야, 오늘 하준이 생일이야……?”
눈을 비비며 묻는 서예현의 얼굴은 유난히 퀭해 보였다. 그렇다고 못생겨 보인다는 건 아니고. 저 얼굴이 못생겨 보이는 게 가능할 수가 있나.
그냥 좀 지쳐 보이는 서예현 얼굴?
와중 캘린더 앱에 멤버들의 생일을 모두 입력하고 다니는 류재희는 진작 생일 축하를 건네긴 했는지. 마치 그것도 몰랐냐는 듯한 표정으로 견하준의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생일 축하해…… 밥 먹었지? 그럼 저녁에라도 미역국 끓여 줄까? 저녁, 저녁…….”
마른세수를 하며 축하 인사와 함께 혼잣말인지 물음인지 모를 중얼거림을 내뱉던 서예현이 저녁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유독 퀭해 보이던 그의 눈에 안광이 돌았다.
“잠깐, 그러면 저녁에 라이브 있잖아!”
현관 거울로 달려간 서예현이 절규했다.
“미쳤어! 이 꼴로 어떻게 카메라 앞에 서어어억!”
우당탕탕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서예현의 뒷모습을 보던 우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한마디씩 했다.
“혹시 저 거울에 예현이 형만 자기 얼굴이 왜곡되어 보이는 저주라도 걸려 있는 거예요?”
“조금 피곤해 보이는 것만 빼면 딱히 평소랑 다를 게 없는데. 뭐, 당사자는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지.”
“왜 저래? 세수만 하고 바로 카메라 앞에 서도 아무도 뭐라 안 하겠구먼.”
시계를 휙 돌아보며 매니저 형이 보내 준 스케줄 문자와 더불어, 오늘 일정을 체크했다.
“녹음은 내가 봤을 때 아예 불가능이고, 오늘 콘서트 연습하고 준이 생일 기념 라이브방송 하기엔 시간이 좀 빠듯하려나?”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이제 소속사가 일을 해서 그런지 과로로 짓눌려 죽을 정도는 아니네요.”
소속사 내부 물갈이가 끝나고 우리는 드디어 자기주도형 가내수공업 아이돌 신세에서 벗어났다.
하긴, 콘서트 준비에 신곡 준비까지 하는 상황에서 소속사마저 일을 안 한다면 계약 파기해 주고 레브 이름이나 양도해 달라고 죽창을 들고 일어났지.
“와, 그럼 다른 소속사 연예인들은 이 안락함을 계속 누리면서 살아왔다는 소리 아니야.”
망할 소속사 때문에 제일 많이 혹사당했던 나는 현재가 너무 행복했다. 회귀 전후를 통틀어 처음 느껴 보는 소속감과 안락함이었다.
지원이 형이랑 상열이 형을 비롯해서 작곡가로 전향하는 형들에게 곡 구걸하고 다닌 게 전생 같았다.
* * *
작년 음악 활동 평가가 이루어지는 시상식.
우리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은 알테어가 자기들 자리로 가면서 우리에게 꾸벅 인사를 건넸다.
이전과 달리 약간의 거리감이 섞여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우리의 연말 무대 여론이 우리에게 기울어져 우리와 ‘같은 급’이 되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TK 신인 보이그룹과 내가 곡을 준 네이비가 신인상 후보에 나란히 올라 있었다.
“제발 네이비…… 네이비가 신인상 타라…….”
류재희가 옆자리에서 나만 들릴 만한 목소리로 기도하듯 간절하게 중얼거렸다.
물론 표정 관리와 자세는 완벽했기에 겉보기에는 TK 신인 아이돌이 신인상 수상에서 미끄러지길 바라는 모습으로 전혀 안 보였다.
나도 내 곡으로 데뷔한 녀석들이 더 잘되기를 바랐기에 류재희의 기도에 속으로 동참했다.
내가 굳이 앞길이 탄탄대로일 게 분명할 대형 아이돌을 챙겨 줘야 할 이유가?
그러다가 갑자기 든 의문에 류재희 쪽으로 몸을 기울여 물었다.
“그래도 지난번에 연말 가요대전에서 봤을 때는 반갑게 인사하더니만. 왜, 그 두 자식 말고 가해자가 더 있어?”
잠깐 마주했던, 로 데뷔한 TK 신인 보이그룹과 류재희의 사이는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은 탓이었다.
이전에 몇몇은 레브가 데뷔했을 때 페이X북으로 류재희에게 데뷔 축하 인사를 보냈던 기억도 있고 말이다.
내 질문에 류재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그냥 그 두 인간을 끝까지 안고 가려고 했던 TK가 괘씸해서요.”
소속사 엿 먹이고 싶은 마음은 인정이지.
“한 명도 제 편을 적극적으로 들어 줬던 사람도 없긴 했고요. 물론 제가 저 친구들 입장이어도 그러지 않았으리란 보장은 없어서 이해는 한다만…….”
어떻게든 이유를 붙이려는 류재희에게 충고했다.
“이해하지 마. 네가 이해할 이유가 뭐 있어.”
저런 타입이 꼭 어떻게든 이유를 붙여서 이해하려 들다가 속 썩는 타입이지. 이유가 뭐가 됐든 네 잘못은 네 잘못. 이 마인드로 살면 얼마나 편한데, 쯧쯧.
“올해의 신인상은…… 축하드립니다! 네이비!”
항상 TK 신인 그룹이 받았던 신인상을 이번에는 네이비가 받았다.
힘차게 박수를 치며 축하하다가, 나랑 마찬가지로 회귀자인 차연호의 표정이 궁금해 슬쩍 알테어 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마찬가지로 우리 레브를 향해 시선을 돌리던 차연호와 눈이 마주쳤다.
다정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자 차연호의 표정이 묘해졌다. 빡침과 의문과 저 새끼 왜 저러나 등,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인 듯한 얼굴이었다.
“가끔 하준이 형이 부럽긴 해요.”
류재희가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갑자기 여기에서 견하준이 왜 나와?
“형처럼 망설임 없이 때려치우고 같이 나와 줄 친구가 있어서.”
굳이 견하준을 언급한 이유를 알자 비죽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일자로 다물렸다.
류재희가 입에 올린 견하준은 내게 거의 유일하게 ‘이유가 뭐가 됐든 네 잘못은 네 잘못.’ 이 마인드를 탑재하지 못하는 상대였기 때문이다.
시상식이 한창 이루어지는 무대를 바라보며 한탄처럼 중얼거렸다.
“모르겠다. 그게 상대한테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
우리 사이가 완전히 갈라지지 않았을 때로 돌아와서 단둘이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 나는 견하준이 내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견하준의 속내를 몰랐던 회귀 전의 내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홀로 손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서예현과 나의 갈등을 오롯이 홀로 떠맡고 있었다는 것까지 알게 된 이상, 함부로 원망할 수도 없지 않나. 굳이 제 마음을 말로 꺼내지 않는 견하준의 성향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내가 견하준에게 가끔 느끼는 의미 모를 거리감은 온전히 회귀 전에서 비롯된 거라, 지금의 견하준을 붙들고는 결코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부담을 못 느꼈다면 거짓말이지.”
앞을 보고 있던 견하준이 그대로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우리의 대화가 들렸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방금까지 자아 성찰을 하고 있었던 터라 입안에 쓴맛이 감돌았다. 짧은 헛웃음을 흘리기가 무섭게 견하준이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부담보다는 고마움이 훨씬 더 컸어. 그건 알아 두라고.”
“그건 다행이네.”
픽 웃으며 대꾸했다.
“저를 사이에 두고 그런 진지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손끝 오그라드는 건 둘째 치고,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아요.”
류재희가 약간 질린 듯한 얼굴로 작게 투덜거렸다.
“인마, 네가 먼저 준이 이야기 꺼냈으면서.”
“형들에게 이런 깊고 어두운 사연과 감정이 있는 줄은 몰랐죠.”
습관적으로 류재희의 머리로 향하려는 손을 거두어 녀석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여기에서 머리를 흐트러뜨리면 내가 뒷수습도 못하는 건 둘째 치고, 요즘 류재희의 앉은키가 예전과 달리 높아져서 이제 머리를 헝클이는 데에 에너지가 더 들었다.
“내가 네게 그런 친구는 못 되어 줘도 그런 형은 되어 줄 수 있거든.”
우리 나이 차가 몇인데 너랑 내가 친구 먹기는 좀 그렇잖냐? 크루 형들이랑도 내가 친구를 여태까지 못 먹었는데.
그 말에 류재희가 웃음을 터트렸다.
“형은 참 한결같아서 좋네요.”
“내가 좀 그렇긴 하지.”
“네, 줏대 있는 진정한 꼰대 같아서 좋아요.”
“짜식이, 형한테 계속 꼰이라고 해라?”
음원 본상 후보들을 훑으며 혀를 찼다.
“에이, 빌런이 없네. 차트 1위도 찍어서 희망을 가졌건만.”
“한번 반짝하고 내려왔잖아요. 그래도 홍보 하나 없이 그 정도 성적이면 엄청 선방한 거죠.”
뭐, 내 솔로곡 말고도 DTB 음원들도 후보에는 없었다. 용철이 형 세미 파이널 무대 곡이었던 <낙서>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Wnet에서 진행한 서바라서 그런지 WAWA에서는 DTB 3 출연진들로 스페셜 무대도 하더니만.
레브는 미니 3집 [이면]으로 음반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덕분에 올해도 무사히 수상 소감을 발표할 수 있었다.
내 수상 소감이 시스템이 내건 기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가 문제지만 말이다.
저번에는 너무 길어서 훈화돌이라는 별명만 얻고 실패로 돌아갔지. ‘일몽이들 사랑해요’ 한마디 한 서예현이 더 주목받을 줄이야.
하지만 이 시행착오와 서예현의 케이스 덕분에 감은 잡았다.
임팩트를 주려면 짧고 굵게 하면 된다. 이거 맞겠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마이크 앞으로 가려고 하는 나를 류재희가 자연스럽게 제 몸으로 막았다.
1년 전이었으면 아주 손쉽게 치우고 마이크까지 갔을 테지만, 키가 훌쩍 크며 벌크업까지 한 류재희를 치우는 건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돌파하여 마이크를 잡으려 시도해 봤지만 김도빈까지 가세해서 나를 막아 댔다.
시바, 재희야! 우리 신인상 발표까지는 훈훈했잖아! 왜 위로 섞인 충고까지 해 준 이 형을 페널티 지옥으로 밀어 넣으려 하는 건데!
차라리 지난번처럼 어미가 ‘냐’로 끝나는 거면 어떻게 활용이라도 해서 무사히 넘기지, 또 성격 반전되면 이번에는 진짜 멤버들의 손에 이끌려 무당집에 끌려갈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 마이크를 잡은 견하준이 담담히 수상 소감을 이어 나갔다.
“[이면]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드리고…….”
짧고 굵은 한마디라도 해야 하는데……!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드디어 내게 마이크가 왔다.
“감사합니다.”
그 한 마디 뱉자마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 무대를 내려왔다. 일단 망했다는 건 직감했다.
“음반 부문 대상은…… 알테어의 [Talk]입니다!”
알테어는 2연속 대상 수상으로 확실하게 1군 위치를 다졌다. 환하게 웃고 있는 케이제이와 차연호의 얼굴을 보자 또 열이 받았다.
시발놈들이, 남의 히트곡 도둑질해 갔으면 그걸로 상을 타기라도 할 것이지.
“한바탕 또 전쟁 일어나겠네.”
류재희가 혀를 차며 작게 중얼거렸다. 대체 홀로 온라인상에서 무슨 싸움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시상식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나는 내게 주어진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조건 불충분으로 인한 QUEST 실패!] [랜덤 페널티가 부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