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0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06화(20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06화
[24시간 동안 ‘병약한 육체’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24시간 후에는 건강에 아무 지장 없음!※] [※병원 가서 진단이나 건강검진 받아도 문제 안 나옴!※] [※진짜니까 제발 좀 믿길 바람!※]건강에 아무 이상 없음을 강조해 대는 시스템 알림을 보다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이 빡대갈 시스템은 혹시 ‘병약’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건가? 어떻게 병약과 건강이라는 말이 공존할 수가 있는 거지?
[23:59:59]페널티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뜨자마자 몸이 바위에 짓눌리는 것처럼 무거워졌다. 밀려오는 피로감에 눈을 잠시 감았다.
체감상으로는 잠깐 눈을 붙였다가 뜬 수준이었는데 알람이 시끄럽게 울리는 걸 보니 몇 시간을 내리 잔 모양이었다.
어제는 어떤 페널티가 걸릴 줄 몰라 작업실도 못 갔기에, 오늘은 어떻게든 꼭 작업실에 가서 곡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병약한 육체와 곡 작업은 아무 상관 없겠지, 설마.
습관처럼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던 나는 생각 없이 평소처럼 서예현의 속도에 맞추다가 이 빌어먹을 페널티가 내 몸에 무슨 짓을 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뛰는 속도를 조금만 높였을 뿐인데도 숨이 가빠 왔다.
서예현에게 현재 몸 상태를 들키기 전에 슬쩍 속도를 줄였다.
서예현에게 괜히 헐떡대는 꼴을 보여 주기에는 영 자존심이 상했다.
“야, 뛰라니까!”
“오늘은 뛸 기분 아니야. 나 신경 쓰지 말고 형 혼자 열심히 뛰어.”
서예현의 재촉에 설렁설렁 대꾸하며 몇 바퀴 걷다가 헬스장을 패스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 몸 상태에서 헬스까지 하면 정말로 쓰러질 것 같았기에 말이다.
젠장, 근손실 오는 거 아니야?
문제는 연습실에서 콘서트 세트 리스트 곡을 연습할 때 본격적으로 터졌다.
평소였으면 내리 세 곡을 하고도 쌩쌩했을 터지만 한 곡을 채 마치지도 않았는데 딱 죽을 맛이었다.
겨우겨우 안무를 마치고 바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려는 걸 겨우 막았다.
“허억, 허억…… 잠시만, 잠시만 좀 쉬었다가, 하자.”
이 조금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다고 오한이 들며 식은땀이 맺혔다. 몸을 숙이고 숨을 헐떡거리고 있자 김도빈이 내게 생수를 건네며 물었다.
“형, 아침에 헬스 너무 격하게 하신 거 아니에요?”
“쟤 오늘 헬스 안 갔어.”
서예현의 말에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하필 손에 힘이 안 들어가 생수 뚜껑조차 따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너 어디 아파?”
내 손에서 생수병을 가져가 뚜껑을 따서 다시 내게 건네며 묻는 견하준의 질문에 대답 대신 투덜거렸다.
“내가 깔 수 있었는데.”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켜다가 사레가 들려 입을 틀어막고 기침했다.
몇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기침은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슬슬 배 근육이 당겨 오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겨우 기침은 그쳤지만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연습실 바닥에 널브러진 채 가쁘게 숨만 쉬었다.
빨리 연습 재개하자고 멤버들이 재촉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이건 시발 병약이 아니라 환자 아니냐.
내가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헐떡이며 계속 드러누워 있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나를 잡아끌던 멤버들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건…… 체…… 든다…….”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리자, 류재희가 내게로 몸을 기울이며 되물었다.
“네? 형, 뭐라고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재희야, 운동 빡세게 해라…….”
이런 몸뚱이는 사람이 가지고 살 만한 몸뚱이가 아니다. 내가 옳았어. 역시 건강이 최고라고.
류재희가 단번에 심각한 얼굴이 되어 나를 단단히 붙들었다.
“형, 헛소리하시는 거 보니까 상태 진짜 안 좋아 보이는데 당장 병원 가요.”
“그래, 맞는 말이야…… 나도 내가 지금 당장 병원을 가야 한다고 생각해…… 빨리 매니저 형 좀 불러 봐…….”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류재희를 재촉했다. 내가 의사 말을 믿지 시스템 말을 믿겠냐.
곧 연습실로 달려온 매니저 형의 부축을 받아 병원으로 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체온은 정상이네요. 기침이나 가래 등의 다른 증상은 없으시고요?”
“그런 증상은 없는데, 하루아침에 체력이 뚝 떨어졌거든요. 혹시 면역력에 문제 생긴 게 아닌가 해서요.”
“그러면 큰 병원으로 가셔서 정밀검사를 한 번 받아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거봐, 시스템 이 자식아! 문제 있잖아! 문제 있는 거잖아!
머릿속으로 대학 병원 방문 날짜를 잡고 있던 내 앞에 굵은 글씨의 상태창이 떴다.
[※24시간 후에는 건강에 아무 지장 없다고 했음!!※] [※병원 가서 진단이나 건강검진 받아도 아무런 문제 안 나온다고도 명시했음!!※] [※진짜니까! 제발! 좀! 믿길! 바란다고! 제발!!※]오, 시스템 개빡친 거 같은데……
처음 보는 강경한 태도에 쫄아서 순순히 정밀검사를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내 눈에 비치는 건 다 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었다.
코가 보일 정도로 마스크를 내리고 있던 김도빈이 나를 보자마자 냉큼 마스크를 코까지 올렸다.
“왜 죄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내가 뭔 병균이나 바이러스 살포자냐? 어?”
언성을 높이기가 무섭게 호흡이 달리고 두통이 도져 미간을 찡그리며 이마를 짚었다.
그 모습을 본 김도빈이 두려움에 찬 눈으로 마스크를 단단히 붙들었다.
저 꼴들만 보면 내가 아주 치사율 99%의 감염병에 걸린 줄 알겠다.
“너도 빨리 마스크 써. 윤이든 네가 걸릴 정도라면 보통 심각하고 독한 감기가 아니라는 소리잖아.”
비타민이랑 영양제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자기 몸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챙기면서 꾸준히 운동까지 하는 놈이 저리 빌빌댈 정도면 대체 얼마나 독한 바이러스겠냐며 서예현이 질색 어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너 정도 되니까 그래도 걸어 다니는 거지, 그걸 우리가 걸리면 우리는 진짜 몸져누워.”
서예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독감 아니라 페널티라고. 그리고 나를 걱정해야지 왜 너희들 자신을 걱정하고 있냐고.
“병원에선 뭐래요? 독감은 맞대요? 막 대학 병원으로 가라고 그러진 않았죠? 심각한 건 아니죠?”
“약은 안 받아 왔네? 주사 맞고 왔어?”
차례로 내게 묻는 류재희와 견하준에게 두 문장으로 일축한 답변을 건넸다.
“독감 아니야. 별문제도 없댔어.”
한 번만 더 병원에서 정밀 건강검진을 받겠다고 난리 치면 시스템이 정말로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았기에 그냥 진실을 말했다.
김도빈이 우리 방을 힐끔 돌아보더니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엥, 백퍼 독감인 줄 알고 형 이불도 싹 삶아서 소독했는데.”
“뭐라고? 얌마, 그걸 왜 소독해? 내가 병균이냐?”
“아니, 형, 진정하고 들어 보세요! 제 머리로 나올 생각이 아니잖아요! 하준이 형! 하준이 형이 형 이불 가지고 나오랬어요!”
김도빈이 다급히 해명했다. 견하준이 나를 감염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여기고 있었다니.
충격받은 얼굴로 견하준을 쳐다보자, 그가 담담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아까는 상태가 하도 심각해 보여서 심한 독감인 줄 알았지.”
성큼성큼 내 방을 향해 걷다가 슬그머니 걸음을 늦췄다.
아니, 병약도 적당해야지. 이 거리를 걷는데 숨이 가쁘면 어쩌자는 거야?
벌컥, 방문을 열자, 이불은 물론이요, 매트리스 커버까지 싹 사라져 있었다.
“준아, 그럼 나 오늘은 어떻게 자라고……?”
떨떠름하게 묻자, 견하준이 쿨하게 제 이불을 빌려준다고 했다.
이불을 받으러 견하준의 방으로 몸을 튼 그 순간, 아까부터 계속 시큰거리던 코에서 기어이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가지가지 하네, 진짜로. 왜, 아주 각혈까지 시키지?
드러누워 난리 칠 힘도 없어 고개 숙이고 코 위쪽을 꾹 눌러 지혈하며 견하준에게 물티슈를 건네받았다.
“끄아아, 코피!”
“도빈아, 코피 흘리는 사람 처음 보냐?”
“누구세요? 당신 이든이 형 아니죠? 이든이 형이 이렇게 무덤덤한 반응일 리가 없는데! 당장 119 부르라고 난리 치고 있어야 하는데! 아악, 설마 또 빙의야?”
아오, 그놈의 빙의, 진짜.
“피가 목구멍으로 나왔으면 네가 바라는 대로 난리를 쳤겠지만, 지금 피가 나오는 곳이 콧구멍이잖아, 인마. 코피로 119 부르라고 하면 연예인 갑질로 신문 1면에 대서특필된다고.”
김도빈을 가볍게 타박하며 얼굴에 묻은 피를 물티슈로 쓱 훔쳤다. 윽박지르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지 가능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티슈에 선명하게 묻어나오는 붉은 피를 보니 머리가 다 지끈거려 왔다.
피가 묻은 물티슈를 버리려고 쓰레기통 뚜껑을 열자, 그 안에 버려진 비닐장갑들이 보였다. 방역 한 번 존나 본격적으로 했네.
툭하면 깨지는 유리 인형 취급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긴 했지만, 그렇다고 감염성 바이러스 취급을 원한 건 아니었다.
코피가 완전히 멎자 지친 얼굴로 터덜터덜 소파에 가 앉았다.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축 늘어지자 견하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권유했다.
“독감이 아니라면, 너 요즘 너무 무리해서 이러는 거 아니야? 계속 작업실에서 밤새고 그러니까 몸이 못 견디는 거잖아.”
왜인지 엄마가 떠오르게 하는 견하준의 잔소리를 들으며 아련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준아, 시스템이 건강 관리를 얼마나 혹독하게 시키는데. 지금 상황이야 약 주고 병 준 거긴 하지만.
“오늘은 작업실 가지 말고 쉬는 게 어때?”
코에 이어 시큰거리기 시작한 눈가를 손으로 꾹 누르며 나머지 한 손을 내저었다.
“일정 맞춰서 컴백하려면 곡 작업은 끝내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예전 생각하면 이건 무리하는 축에도 못 끼어.”
데뷔 초, 좆소 소속사를 둔 가내수공업 아이돌 시절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천국이었다.
조금이나마 안정된 기색을 보이는 몸 상태에, 작업실로 가기 위해 몸을 일으키자, 겉옷을 챙겨입으며 견하준 역시 나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그럼 같이 가.”
“어딜……?”
“어디긴 어디야. 네 작업실이지.”
페널티를 수행 중인 내 상태가 어지간히 안 좋아 보였는지 다른 멤버들도 눈치 보다가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너희도 같이 가게?”
“만약 이든이 형이 또 연습실 때처럼 쓰러지면 하준이 형 혼자서 이든이 형을 옮기기엔 힘들잖아요.”
“도빈아, 거기 소파 팔걸이에 있는 담요 좀 챙길래?”
“그런데 다들 그놈의 마스크 좀 벗으면 안 되냐?”
그렇게 다섯 명이 다 같이 내 작업실로 향했다. 견하준의 운전 실력은 훌륭하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잘했다.
“야! 윤이든! 너 설마 저녁에 여기 와서 이런 거 먹고 있었어? 야, 도빈아! 막내야! 먹지 마! 손 떼!”
“아이고, 안 그래도 아파 죽겠는데 맏형이 사람 잡네, 사람 잡아.”
나를 케어하러 온 건지, 내 작업실의 간식을 털러 온 건지 모르겠는 멤버들을 등지고 작업실에서 곡 작업을 이어 나가던 도중.
“우욱, 휴지 좀…….”
이 빌어먹을 시스템이 페널티의 마지막 피날레를 각혈로 장식하려 하는 모양인지, 목구멍에 느껴지는 피비린내를 느끼며 손을 뻗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리 치는 것도 몸에 힘이 있어야지 가능한 일이었다. 역류하는 피를 꾸역꾸역 삼키며 어떻게든 버텼다.
[00:00:00]페널티가 종료되며 언제 그랬냐는 듯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니, 오히려 페널티를 받기 전보다 더 쌩쌩해진 것 같았다.
퉤, 목에 걸린 피를 휴지에 뱉고 벌떡 일어났다.
“자자, 기왕 다 같이 왔으니까 자기 파트 한 번씩 불러보자! 바로바로 수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