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0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07화(20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07화
피가 보이지 않도록 구긴 휴지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짝짝 손뼉을 치자, 작업실 뒤편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김도빈이 파뜩 고개를 들며 눈을 떴다.
방금까지 골골대고 있다가 갑자기 멀쩡해진 나를 본 다른 멤버들도 입을 떡 벌렸다. 계속 내 상태를 체크하고 있던 견하준이 눈을 가늘게 좁히며 물었다.
“이든이 너, 방금까지만 해도 계속 앓고 있지 않았어?”
“내가?”
일단 뻔뻔하게 밀고 나가기로 했다. 당사자인 내가 다 나았다는데 뭐 어쩔 거야.
“뭐지……? 혹시 이든이 형 종족이 뱀파이어였어요? 밤에만 기력을 찾는, 뭐 그런 거예요?”
“도빈아,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녹음실 들어가라.”
말도 안 되는 씹덕 같은 소리를 해 대는 김도빈을 녹음 부스로 떠밀었다. 들어가지 않기 위해 부스 문가를 잡고 버티며 김도빈이 다급히 외쳤다.
“살려 주세요! 저는 형을 케어하기 위해서 온 거지, 지옥을 경험하기 위해서 온 게 아니에요!”
“지옥문 들어가냐? 본 녹음 아니라서 오늘은 그냥 가볍게만 할 거니까 빨리 들어가, 인마. 곡 다듬어야 해서 그래.”
“진짜죠?”
“그래, 이 자식아. 속고만 살았냐?”
녹음실로 들어간 지 5분 만에 내가 제게 구라를 쳤다는 김도빈의 대성통곡을 들으며 혀를 찼다. 내 가볍게랑 네 가볍게랑 기준이 같겠냐.
그다음 순서인 서예현의 얼굴은 이미 파리하게 질려 있었다. 쌩쌩한 모습으로 김도빈을 갈구며 ‘다시’를 외쳐 대는 나를 보며 서예현이 후회 가득한 목소리로 한탄했다.
“아주 멀쩡하기 그지없네. 괜히 걱정해서 따라왔어.”
“그래, 걱정해 줬으니까 형은 김도빈보다는 덜 갈굴게.”
“나 이거 고마워해야 하는 거야……?”
“어어, 고마워해.”
그리고 서예현은 정확히 5분 뒤, 분명 덜 갈군다 했지 않냐며 녹음 부스 안 마이크로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 댔다.
거 참 시끄럽네.
혀를 차며 귀를 후비적거리자, 내 옆에 앉아 있던 류재희가 팔팔하기 그지없는 내 모습을 보며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보통 아팠다가 낫는 건 하룻밤 푹 잔 이후이지 않나……?”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
“그렇죠, 형은 건강광인 이든이 형이죠.”
그렇게 작업실에서 밤샘했다가 작업실 근처 24시간 국밥집에서 아침 식사로 국밥 한 그릇씩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죽겠다…….”
분명 골골거리면서 숙소에서 나섰던 건 나였는데 앓는 소리를 내며 드러눕는 건 멤버들이었다.
“김도빈 너는 작업실 소파에 드러누워서 잘만 퍼질러 자고 있더만.”
“그 전에 혹사당했잖아여.”
김도빈의 그 말에 내 취향 음색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제일 혹사…… 까지는 아니고, 열일한 견하준이 김도빈을 말없이 돌아보았다.
제가 생각해도 견하준 앞에서는 양심 없는 소리라는 걸 알았는지 김도빈이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며칠씩 이러고 사는데도 딱 그만큼 아픈 것도 재주다, 재주.”
소파에 엎드려 쿠션에 얼굴을 묻은 서예현이 감탄사인지 빈정거림인지 모를 말을 웅얼거렸다.
딱히 비꼬는 투는 없었기에 나를 향한 감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호흡 곤란, 코피, 각혈까지 3종 세트를 꽉꽉 채워 준 이번 페널티가 현재로선 최악의 페널티 1위로 등극했다.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페널티였다. 바이러스 취급은 한 번으로 족하다.
꿈♥백일몽 @revedream
이거 누가 교장쌤 훈화 말씀 막으려는 학생들이래 ㅅㅂㅋㅋㅋ
(시상식_레브_수상소감.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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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령 @allreve
이번에는 이든이가 과연 수상소감 몇 분 기록할지 궁금했는데
훈화돌 이름값은 하고 갔어야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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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리제 @UJham
왜 멤버들이 리더가 수상소감 못하게 몸으로 막고 있었냐고요?
울 리더는 전설의 훈화돌이라고 무려 홀로 4분 넘게 수상소감을 발표한 전적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길어_짤.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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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페널티를 받게 된 것의 한 80%의 비중을 차지한 막내 라인의 시상식 무대에서의 행동은 밈이 되어 움짤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물론 두 녀석들이 막지 않았어도 내가 퀘스트를 성공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이긴 했다.
‘그래도 제일 최악의 페널티는 뭐니 뭐니 해도 회귀지.’
그리고 내게는 지금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무려 회귀를 페널티로 달고 있는 퀘스트가 하나 있었다.
공략법이라고는 좆도 모르겠어서 계속 현상 유지만 하고 있는 퀘스트가.
그런데 진짜 그 미션 하나 성공 못 시켰다고 다시 회귀시키려나?
내 기준으로 그리 거창하거나 중요한 퀘스트도 아니었기에 굳이 이런 퀘스트에 회귀 페널티까지 붙여놓은 게 의문이긴 했다.
‘95%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최대한 해 보고, 실패하면 그때 따지면 되지.’
그렇게 태평하게 생각하며 콘서트 준비와 새 앨범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내 취향을 모두 때려 부은 타이틀곡 후보들 작업도 순항 중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HIDDEN QUEST] [▶멤버들과의 관계 개선하기-내용: 멤버들과의 진중한 대화와 배려하는 행동을 통하여 사이 개선도를 100%로 채워 보세요.
-보상: 초심도 20, 아이템 선택권
-기한: 2년
※100%를 달성하지 못할 시 ‘회귀’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멤버들과의 사이 개선도
-서예현(95%)
-견하준(95%)
-김도빈(95%)
-류재희(95%)]
내 앞에 펼쳐진 히든 퀘스트창에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굳이 이게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났다는 뜻은 시스템이 준 2년간의 유예 기간이 끝났다는 알림이나 다름없었다.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때와 변한 것 없이 여전히 모두 95%인 사이 개선도.
그래, 빌어먹을. 나는 무려 회귀가 페널티로 걸린 퀘스트를 실패했다. 그리고 나는 여기까지 온 이상, 다시 데뷔 초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성취감은 온전히 맨땅에서 일궈냈기에 느낄 수 있는 거였으므로.
이대로만 하면 성공한다고 이번 회차를 똑같이 반복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는데. 그게 초심이야? 오히려 시스템이 내게 요구하는 초심에서 더욱 멀어지기만 하는 게 아니냐고.
어떻게든 시스템과 딜을 해 보기 위해 머리를 굴리던 그 순간.
[기한 만료로 인한 QUEST 실패!] [‘회귀’ 페널티가 부과▚궭▝▜] [⚠░정상적인 외부 ▒섭이 감▓되었습█다‽] [#&!ERROR!] [#&!ERROR!] [#&!ERROR!]시야가 붉게 변했다. 아니, 정확히는 내 눈앞에 떠 있던 상태창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수면제를 입에 넣었을 때 보다 더욱 심하게 글자가 깨져 보이는 상태창이 미친 듯이 눈앞에서 깜빡거렸다.
그 당시보다 더욱 심각해 보이는 상황에 반사적으로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 닥쳐온 건 그때와 같은 환영이 아닌 섬뜩한 검붉은색 상태창이었다.
아니, 차라리 잘 된 건가. 에러가 떴으면 페널티도 진행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말이다.
그런 나를 비웃듯 다시 눈앞에서 검붉은색 상태창이 깜빡였다.
[※시스템 안정화에 실패하였습니다.※] [페널티가 진▛됩▗다.]온통 붉은 시야로 인해 눈이 아팠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부릅떴다. 지금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가게 생겼는데 시력이 무슨 소용이야.
씨발,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 왔는데 다시 회귀한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무슨 큰 잘못이나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겨우 관계 개선도인지 나발인지를 100% 못 채웠다는 이유만으로? 이게 말이 돼?
상태창을 향해 이를 악물며 화풀이하듯 주먹을 연신 내리치다가 갑자기 드는 의문에 멈칫했다.
잠깐, 시스템이 불안정한데 페널티는 제대로 진행되는 건 맞나……?
내 의식을 확 잡아끄는 듯한 느낌에 생각이 강제로 멈췄다. 곧이어 시야가 새까맣게 변했다.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회귀할 때마다 느껴지던 그 빌어먹게 끔찍한 고통은 없었다.
* * *
[위험도를 넘기시겠습니까?]드디어 눈앞에 뜬, 그가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문구가 차연호의 눈앞에 떴다.
이 기회가 처음 그에게 왔을 때는 위험도를 보내야 할 상대를 꼭 사람으로만 지정해야 하는 줄 알고 허둥지둥하다가 허무하게 날렸지만, 이번에는 같은 실수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위험도를 넘기는 데에 굳이 사람을 특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다면 레브의 회귀자를 찾겠답시고 시간 낭비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간만에 이 빌어먹을 붉은 시야에서 벗어나는구나.”
눈가를 문지르는 차연호의 목소리에는 묘한 해방감이 서려 있었다.
레브의 빌어먹을 회귀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네놈만 내게 일방적으로 엿을 먹일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받은 만큼은 돌려줘야 하는 법 아니겠나.
기왕이면 회귀자가 알테어를 무너뜨린 윤이든이었다면 참 좋았을 테지만, 레브가 무너지면 윤이든 역시 크게 타격을 받을 테니 이것만으로 일단 만족해야지.
차연호는 회귀하고 멀쩡히 살아 숨 쉬는 케이제이를 마주한 이래 처음으로 매우 환하게, 그리고 시원하게 웃었다.
[Yes/No]Yes를 터치하는 손짓에는 망설임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 * *
여느 때와 다름없는 레브 숙소의 아침 7시 30분.
윤이든의 휴대폰에서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반듯하게 누워서 자는 게 아니라,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엎드려 자던 윤이든이 몸을 뒤척였다.
팔을 뻗어 침대 위를 더듬거리다가 드디어 손끝에 걸린 휴대폰을 잡아채 신경질적인 손짓으로 알람을 끈 그가 밭은기침을 내뱉으며 부스스 눈을 떴다.
“씨발…… 수면제 다 떨어졌겠네.”
짧게 욕설을 읊조리며 상체를 일으킨 윤이든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다가 멈칫했다.
그의 시선은 맞은편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김도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안광이 죽은 짙은 눈동자로 방을 한 번 둘러보고 느릿하게 눈을 두어 번 깜빡인 윤이든이 낮게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야,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