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1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10화(21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10화
주머니에서 나온 담뱃갑에 김도빈은 식겁하며 황급히 윤이든의 행색을 살폈다.
다행히 모자와 마스크는 쓴 상태였지만 알바생이 윤이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보장도 없었기에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 목격담 올라오는 거 아니겠지……?’
게다가 윤이든의 손에 들린 담배는, 담배에 딱히 관심 없는 김도빈도 독한 담배로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 본 것이었다.
그래도 라이터가 없으니 피우지는 못할 것이라 안도한 것도 잠시, 주머니에 다시 들어간 윤이든의 손에는 이번엔 라이터가 쥐어져 있었다.
“우리 이든이 형은 노담이라고요!”
김도빈이 담뱃갑을 여는 윤이든의 팔을 필사적으로 잡고 늘어졌다.
“씨발, 너 지금 나한테 대표 새끼라 그랬냐?”
저를 향해 희번덕이는 분노 어린 살벌한 눈빛에 김도빈은 다급히 해명했다.
“노 담배! 비흡연자! Not 김노담 대표님! 그리고 그쪽이 아니라 우리 이든이 형!”
“그쪽? 호칭 똑바로 안 하냐?”
꼰대력은 변치 않고 그대로였다. 그나마 겨우 원래의 윤이든과 제 앞 악귀이든의 공통점 하나를 찾은 김도빈은 안도했다.
안도하면서도 슬퍼했다. 이게 기뻐할 거리인가 하며.
팔을 흔들어 김도빈을 가볍게 털어 낸 윤이든이 마저 담뱃갑을 열고 모자와 마스크를 벗어 던졌다.
“스물셋인데 비흡연자는 개뿔.”
픽, 비소하며 담배 필터를 입에 문 윤이든이 능숙한 손길로 라이터를 켜 담배 끝에 불을 붙였다.
그 모습이 김도빈의 눈에 솔깃할 정도로 퍽 멋있게 비치긴 했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그 감상은 얼마 가지 못했다.
“커헉, 컥! 쿨럭!”
담배 한 모금을 들이켠 윤이든이 몸을 수그리며 거의 내장을 토해 낼 정도로 기침을 해 댔기 때문이다.
생리적인 눈물이 맺힌 채로 쿨럭거리며 숨을 헐떡이던 윤이든이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며 제 손에 들린 담배를 내려다보았다.
“진짜 담배를 한 번도 안 피웠다고……?”
누가 봐도 담배를 처음 피우는 몸이었다. 기침과 어지러움이 진정되자마자 다시 담배를 문 윤이든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빈정거렸다.
“염병, 존나게 살 만했나 보네.”
깊게 연기를 내뱉은 윤이든이 씁쓸한 어조로 읊조렸다.
“나는 그때, 시발, 이거라도 없으면 버틸 수가 없었는데…….”
죽은 눈으로 연기를 좇는 눈앞의 이가 너무 위태로워 보여서 김도빈은 차마 더는 말리지 못했다.
독한 담배 연기에 콜록거리는 김도빈을 보고 혀를 찬 윤이든이 휙, 차 키를 김도빈에게 던졌다.
“간접 흡연하기 싫으면 꺼져.”
걱정해서 그러는 건지 거슬려서 그러는 건지 도통 모르겠는 그 한마디에 김도빈이 소심하게 반박했다.
“밖은 추운데요.”
“너 혹시 대가리가 안 돌아가냐? 내가 차 키를 왜 줬겠냐?”
“차 안도 그다지 따뜻하진 않은데요…….”
“차에서 히터라도 틀고 있던가.”
김도빈과 최대한 먼 반대쪽으로 담배를 치우며 윤이든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그래도 돼요? 아니, 그래도 이든이 형 찬데 허락을 형이 아니라 원래 이든이 형에게 맡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싸구려 차를 그렇게 애지중지해?”
윤이든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렸다.
가격이 7천인가 한댔는데, 싸구려라니…… 물론 윤이든이 현재의 제 차를 딱히 애지중지하진 않았다.
사고 싶은 모델이 출시될 때까지만 임시로 몰고 다닐 차라서 별로 돈을 안 들였다고 했던가.
“우리 이든이 형은 페라리 살 거라고 했단 말이에요!”
어느새 김도빈이 원래 윤이든을 부르는 호칭은 ‘우리 이든이 형’이 되어 있었다. 눈앞의 악귀이든으로 인한 상대적 천사화였다.
“뭐, 열심히 돈 벌어서 사 보라고 해. 근데 이렇게 평화롭게 살아서 가능할지는 모르겠네.”
윤이든이 비웃음을 내뱉었다. 원래의 윤이든이 들었다면 이게 평화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냐고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 만한 소리였다.
다시금 시작되는 기침에 김도빈은 잽싸게 작업실 문을 열고 튀어나왔다.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좀 살 것 같았다.
“으, 담배 냄새 밴 것 같은데.”
옷을 탈탈 털며 투덜거리던 김도빈이 행동을 뚝 멈췄다.
“냄새……?”
제가 한 말을 다시 중얼거리며 작업실을 한 번 돌아본 김도빈은 주차장이 아닌 편의점으로 비장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다시 작업실.
작업실 뒤편에 놓인 소파에 늘어지듯 기대어 무료한 얼굴로 담배만 태우고 있던 윤이든의 폰이 짧게 두 번 진동했다.
[A&R팀 이승연 팀장님- 이든씨 혹시 10일까지 데모곡 보내 줄 수 있을까요?] 오전 11:09 [A&R팀 이승연 팀장님- 가이드녹음까지 빠듯하면 AR만 보내 줘도 괜찮고요] 오전 11:10수신인의 이름을 보며 윤이든이 눈썹을 치켰다.
‘AR팀에 이런 사람이 있었나?’
문자 내용을 쭉 훑은 윤이든은 답장을 보내지 않고 휴대폰을 아무렇게나 던져 두었다.
담배꽁초를 소파에 지져 끄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친 그는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며 멍하니 눈앞의 작곡 장비들을 바라보았다.
찰칵, 라이터 켜는 소리가 들리고는 다시 매캐한 담배 연기가 작업실에 퍼져 나갔다.
작업실에서 이렇게 흡연을 하고 있자 문득 생각나는 이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그 인간도 작업실 안에서 담배 피우는 거 존나 싫어했는데.”
대체 무슨 패션인지 이해도 안 되는 대걸레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던 이를 떠올린 윤이든이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지금 스물셋이니까 진작 손절했겠네. 하여간 병신 새끼…….”
아니, 꽤 많은 게 변한 세상이니 혹시 손절하지 않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옆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던 휴대폰을 들어 올리던 그가 멈칫했다.
“그래, 확인해서 뭐 해. 시발, 반갑다고 인사라도 하게?”
제 머리를 거칠게 헤집으며 한참 동안 허탈한 웃음을 흘린 윤이든이 바닥에 다 태운 꽁초를 던지고 신발 뒷굽으로 짓눌러 불씨를 꺼뜨렸다.
[김도빈- 형 이제 숙소 가야 할 시간이에요] 오전 11:25김도빈의 문자에 작업실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자, 조수석에서 열심히 폰을 보고 있던 김도빈이 무언가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갈 건데 뭐 하러 내려?”
“잠깐만요, 형. 담배 냄새 안 빠지셨잖아요. 그대로 숙소 들어가시면 난리 나요. 자, 입 다무시고, 눈도 감으시고.”
짧게 사전 공지를 한 김도빈이 편의점에서 사 왔던 페X리즈를 윤이든에게 미친 듯이 뿌려 대기 시작했다.
얼굴로도 분사되는 액체의 느낌에 윤이든이 으르렁거렸다.
“미친놈아, 얼굴에는 왜 뿌려!”
“냄새날까 봐여.”
아랑곳하지 않고 페브X즈를 촤악촤악 뿌려 대는 김도빈의 얼굴에는 왜인지 모를 후련함까지 비쳤다.
현재 상황은 거의 김도빈의 기 단련 캠프나 다름없었다.
이제 김도빈은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지경에 오른 것이다.
그렇게 페브리X 한 통을 거의 다 쓰고 차에 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야, 창문 열 테니까 모자랑 마스크 써.”
“좋은 생각이에여, 형.”
좁고 밀폐된 공간을 가득 채운 독한 탈취제 향에 코를 틀어막은 김도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숙소로 돌아오자, 코를 찌르는 탈취제 향에 서예현이 인상을 찡그리며 마른기침을 내뱉었다.
냄새를 내쫓으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으며 서예현이 물었다.
“켁, 이게 무슨 냄새야? 너희 둘 다 탈취제를 들이붓기라도 했어?”
윤이든의 입꼬리가 비틀리는 걸 발견한 김도빈이 잽싸게 윤이든과 서예현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둘 사이가 그래도 요새 꽤 좋아진 편인데, 저 악귀이든이 다시 망쳐 놓는 꼴은 볼 수 없었다.
“삼겹살 먹고 왔거든요. 고기 냄새가 옷에 너무 배어서요.”
오늘도 김도빈은 레브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려 입을 털었다.
학창 시절에 이렇게 머리를 굴려 공부를 했으면 전교 상위권도 가능했을 텐데.
그가 필사적으로 서예현의 시선을 붙들고 있는 사이, 윤이든은 휙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고 보니까 둘이 엄청 친해졌네. 단둘이 고기도 먹고 오고. 도빈이 너 요새 윤이든이랑 엄청 붙어 다니잖아.”
아니요, 제 의사가 아니에요. 살려 주세요, 형…….
김도빈의 간절한 텔레파시는 물론 서예현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하준아, 점심은 세 사람만 먹어도 될 것 같아. 윤이든이랑 도빈이는 밖에서 먹고 왔대.”
“아싸, 오늘 점심 소불고기!”
류재희가 환호성을 지르며 방 밖으로 튀어나왔다. 나도 소불고기 좋아하는데…… 눈물을 머금고 뒤도는 김도빈의 배에서 작은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윤이든과 마찬가지로 방에 들어온 김도빈은 서랍 안에 서예현의 눈을 피해 몰래 숨겨 놓았던 빵을 슬쩍 꺼냈다. 윤이든에게 반으로 가른 빵을 내밀며 김도빈이 물었다.
“형, 빵 드실래요?”
윤이든도 배고팠는지 별말 않고 빵을 받아 들어 입에 물었다. 처음으로 저 윤이든이 조금 친밀하게 느껴졌다.
* * *
“도빈 씨.”
일이 있어 소속사 사옥에 잠깐 들렸던 김도빈을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돌아보니 AR팀의 팀장이었다.
“이든 씨에게 모레까지 타이틀 후보곡들 데모 전송 좀 해 달라고, 만약 안 돼도 AR이라도 보내 달라고 전해 줄래요? 메일이랑 문자 보냈는데도 이든 씨가 답장을 안 하네. 전화도 안 받고.”
지금의 이든이 형은 팀장님이 아시는 이든이 형이 아니라서…… 차마 남에게 말 못할 사정을 속으로 삼키며 김도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바로 윤이든이 있을 작업실로 향했다.
“형, 형!”
작업실 뒤편 소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윤이든이 그 부름에 몸을 일으키며 빈정거렸다.
“너 이제 내가 존나게 편해졌나 보다?”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윤이든의 얼굴은 평소보다 인상이 1.5배는 더 사나워 보였다.
“엥, 수면제 드셔도 못 주무세요?”
“한두 알로 안 돼. 그런데 그거 공용이라며. 그거 몇 개씩 처먹고 숙소에 있는 다른 놈들에게 역겨운 걱정받느니 차라리 씹어 먹고 말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윤이든이 마른세수하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왜 불렀냐.”
“형 작곡 가능하죠?”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김도빈은 이상을 눈치채지 못하고 윤이든을 모니터 앞으로 잡아끌었다.
“저희 타이틀 후보곡 데모 전송 좀 해 주래요. 아마 작업실 컴퓨터에 있을 거예요.”
컴퓨터를 켜자마자 보이는 잠금 화면에 김도빈이 입을 떡 벌렸다.
“헉, 큰일 났다. 비밀번호 모르는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사이 윤이든이 키보드로 손을 가져가 숫자 네 개를 입력했다.
“헐, 풀렸다. 어떻게 알았어요?”
“……뻔하지.”
“뭔데요?”
“0808.”
익숙하게 마우스로 폴더 하나를 열어서 그 안에 날짜별로 구별되어 있는 폴더를 쭉쭉 확인하던 그가 제일 최근 날짜 폴더를 열었다.
후보 1, 후보 2로 저장된 음악 파일을 재생시킨 그가 뚝 끊긴 뒷부분에 어깨를 으쓱했다.
“보다시피 미완이네.”
“형이 마무리하시면 되죠.”
김도빈이 윤이든에게 배운 대로 DAW를 열며 말했다.
제 눈앞에 뜬 작곡 프로그램을 빤히 바라보던 윤이든이 고개를 숙이고 숨을 몇 번이나 고르더니 키보드를 들어 모니터에 세차게 집어 던졌다.
식겁한 김도빈이 반사적으로 키보드를 잡아채, 모니터가 박살 나는 참사는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형! 뭐 하시는 거예요! 이거 박살 나면 형이 아니라 제가 죽는다고요!”
김도빈이 제게 무어라 하든 말든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문 윤이든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내뱉었다.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