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1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11화(21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11화
“그…… 혹시 장비가 최신식이 아니라서 그러세요? 아니면 쓰던 장비가 아니라 손에 안 익으셔서?”
최대한 희망찬 선택지를 꺼낸 김도빈을 비웃듯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인 윤이든이 한숨을 뱉듯 짙은 연기를 내뱉으며 대꾸했다.
“나 이제 음악 안 한다고.”
여전히 떨리는 손을 주머니 속에 찔러 넣어 숨기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윤이든이 터덜터덜 소파로 다시 돌아갔다.
항상 든든하고 커 보이기만 했던 형의 왠지 모르게 초라해 보이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김도빈은 잠시간 제 귀를 의심했다.
적어도 김도빈에게 있어서 음악을 향한 열정이 없는 윤이든은 해적왕의 꿈을 포기한 루피나 다름없었으니까.
그 정도로 말이 안 됐다는 소리다.
“아, 이거 꿈이네.”
드디어 김도빈마저 현실 부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갑자기 평행세계의 이든이 형이 찐 이든이 형의 몸을 잠식해서 저러고 있는 게 말이 돼? 아하하, 하준이 형 말대로 웹소랑 웹툰을 당분간 끊든가 해야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평행세계가 아니라 회귀였다. 다만 차연호의 술수로 인해 시스템이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회귀가 진행된 것일 뿐.
스스로의 뺨을 짝짝 내리치던 김도빈은 빨갛게 부어 얼얼한 볼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아프면 현실이랬는데.”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그런가, 저 모니터 앞에 윤이든과 나란히 앉아서 즐겁지 않은 작곡 놀이를 했던 것이 마치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그 작곡 놀이, 얼마든지 즐겁게 연속 5시간 동안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했잖아요. 형의 전부라면서요. 그런데 왜…….”
음악과 창작을 대할 때만은 마치 다시 없을 기회를 얻은 것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고 행복해 보이던 윤이든의 모습을 떠올리며 김도빈이 말끝을 흐렸다.
“좋아했던가……?”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뭉개진 발음으로 윤이든이 혼잣말처럼 되물었다.
“그래, 좋아했을 수도 있겠네. 그런데 지금은 마주하기만 해도 고통스러운데 어떻게 좋아할 수가 있겠냐.”
그제야 김도빈은 작업실에 온 윤이든이 한 번도 이전의 제가 매번 앉아 있던 의자에 앉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저 윤이든은 항상 작업실 뒤편의 소파에만 앉아 있었다는 것을.
“슬럼프 온 거예요?”
“슬럼프?”
비웃듯 김도빈의 말 한 단어를 따라 한 윤이든이 피식거렸다.
“그건 극복이라도 가능하잖아.”
손을 들어 올려 타투 하나 없이 깨끗한 제 손등을 공허한 눈으로 올려다본 윤이든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추락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리겠네.”
애정이 비틀리면 증오가 되더라. KICKS 놈들이 그랬고, 크루 형들이 그랬고, 견하준이 그랬으며, 음악이 그랬다.
멱살을 잡을 정도로, 욕설을 잔뜩 쏟아 내고 끊어 낼 정도로, 꼴도 보기 싫다고 휴대폰을 집어던질 정도로.
그리고 장비에 망설임 없이 무언가를 던져 박살 내려 할 정도로, 딱 그 정도로 증오했다.
차라리 잘못 끼운 첫 단추는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다는 걸 스스로가 알기라도 하지.
그동안 쏟아부었던 애정이 상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때의 허무함과 무력감은, 그리고 배신감은…….
윤이든은 더는 이야기하기 싫다는 듯 휴대폰으로 시선을 내렸다.
“지금 있으려나……? 스물넷에 처음 받았으니까…… 2년 차라고 했고…… 역시 지금도 하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익숙하게 계정 하나를 검색하여 계정주에게 DM을 보내는 윤이든을 향해 김도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이거 모레까진 보내야 하는데 어떡해요?”
블랙 앤 그레이 타투 도안이 올라온 피드를 휙휙 넘기며 윤이든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팀에 작곡 가능한 놈 없어? 하긴, 없겠구먼. 그때도 없었으니까. 왜, 그놈. 그 잘나신 LnL 전속 작곡가 있잖아. 으로 인생 자알 역전하신. 그 인간한테 맡기던가.”
비틀린 감정이 가득 담긴 빈정거림에는 악의마저 느껴졌다.
“은 우리 곡이 아니라 알테어 곡이라니까여…….”
그리고 그 곡이 좋긴 했지만 딱히 알테어가 그 곡으로 대상 수준의 히트도 치지 못했는데 그게 인생 역전까지 할 곡인가? 대상을 받은 곡도 가 아니었던가.
레브 의 역주행 신화를 모르는 김도빈이 충분히 품을 수 있는 의문이었다. 윤이든이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미완성으로 보내던가, 아니면 너희 넷이 알아서 해결하던가.”
“일단 작곡 가능한 사람은, 저요.”
김도빈의 당당한 그 말에 윤이든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런 농담 한다고 내 기분 안 풀어져. 아니면 뭐, 나한테 위기감이라도 느끼라는 거냐?”
비꼬는 기색 하나 없는 진지한 얼굴이 김도빈에게는 더 마음의 상처였다.
“진짜예요. 형은 모르겠지만 형이 가르쳐 줬다고요.”
“너희 친형?”
“그럴 리가요. 우리 이든이 형이요.”
그리고 이걸 말할까 말까 망설이던 김도빈이 툭 내뱉었다.
“그리고 우리 전속 작곡가는 형인데요.”
그 말과 동시에 윤이든의 인별 계정이 그의 터치로 인해 열렸다. 피드를 열자마자 보이는 이용철과의 투샷에 윤이든이 손가락을 움찔했다.
“……여긴 대체 뭐야.”
환히 웃고 있는 이용철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며 그가 억눌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씨발, 대체 뭔데! 왜, 왜……!”
분노와 함께 발작적으로 터져 나오는 목적 없는 물음은 끝을 맺지를 못하고 공허이 맴돌았다.
레브의 곡이 된 . 세트 리스트에 있던 제 작곡 스타일의 곡.
작사·작곡 란에 버젓이 적혀 있던 제 이름.
제 인별에 박제되어 있는 이용철.
사이 좋아 보이는 레브 멤버들.
휴대폰을 당장이라도 집어던질 듯 높이 들어 올리던 윤이든이 힘없이 손을 내려 제 얼굴을 감쌌다.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게 더 말이 안 되잖아…….”
김도빈은 얼굴을 가린 채로 한참을 떨고 있는 윤이든에게로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주저했다.
위로는 제 몫이 아님을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겨우 진정했는지 고개를 든 윤이든의 얼굴에는 눈물의 흔적 따위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야, 일단 해 봐.”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윤이든이 김도빈을 향해 턱을 까딱했다.
“네? 뭐를요?”
“나한테 작곡 배웠다며. 일단 김도빈 네가 완성시켜 보라고. 피드백 정도는 해 줄 테니까.”
맨날 잔소리와 윽박을 들은 기억밖에 없긴 하지만 그래도 무어라도 해 보기 위해 김도빈은 모니터 앞에 비장한 표정으로 앉았다.
시간을 슬쩍 확인한 그는 이 상태의 이든이 형 앞에서 제 작곡 결과물을 보여 준다면 악귀이든이 다시 강림하실 것이라 판단, 시간 때우기를 시전했다.
“이든이 형, 그쪽 저는 형이랑 친했어요? 형이 저한테는 은근 유하신 거 같아 보여서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작업에나 집중해. 네가 그렇게 천재야? 온갖 군데 다 참견하고 별 쓸데없는 호기심 가지면서도 작곡 뚝딱 해내게?”
하지만 김도빈이 30초에 한 번씩 힐긋힐긋 돌아보기를 시전하자, 미간을 구긴 윤이든이 짓씹듯 내뱉었다.
“안 친했어. 네가 씨발, 나만 보면 무슨 학대당한 개처럼 눈치 보고, 주둥이 꾹 다물고, 슬금슬금 피하고 그러는데 어떻게 친해져.”
담배를 재떨이에 지져 끄며 윤이든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너희 콘서트 안무 영상 좀 보내 봐.”
윤이든의 말에 김도빈이 눈을 깜빡였다.
“연습 참여하시게요?”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잖아. 연습할 때는 말이라도 안 섞지, 얼굴 마주 보고 설명해야 하는 게 더 귀찮다고.”
윤이든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대꾸했다.
“너도 지금 쥐어 짜낼 변명은 다 떨어졌잖아? 아니면 뭐, 다리에 깁스라도 하고 와?”
“아니요! 저야 형이 연습 참여하신다면 매우 감사하죠! 지금 다른 멤버들이 저를 거의 형 대변인처럼 대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혹여라도 윤이든의 마음이 바뀔세라 김도빈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형, 이제 저희 숙소로 슬슬 돌아갈 시간인데요.”
“어느 정도 했냐?”
“음…… 5% 정도?”
“내일 본격적으로 하게 오늘은 이만 손 떼.”
담뱃갑을 열며 윤이든이 김도빈을 향해 손짓했다.
“숙소 가기 전에 담배 한 대 태우고 가게 너는 차로 미리 내려가 있어.”
“넵, 페X리즈도 준비해 놓을 게여.”
김도빈이 작업실 밖으로 나가자마자 윤이든은 다시 담배를 물었다. 하루에 한 갑씩 피우다가 반 갑도 못 피우려니까 죽을 맛이었다.
‘숙소에서 피우면 난리 나겠지.’
다 자는 밤에 베란다로 나가서 피워 볼까도 생각했지만, 사진 찍힐 위험은 둘째치고, 그렇게 잠자리에 예민한 놈이 담배 냄새를 맡고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참…… 끝까지 성가시다, 견하준…….”
그가 쓰게 웃으며 담배 끝에 불을 붙였다.
[시스템 안정화까지 60%]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상태창에 윤이든은 제 눈을 비볐다.
“수면제 부작용도 아니고, 이제 하다 하다 헛것이 다 보이냐. 수면 부족이라 그런가?”
담배를 한 모금 더 빨아들이는 순간, 따끔한 고통이 가해졌다.
[흡연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뭐야, 씨발!”
흠칫하며 담배를 입에서 다급히 떼어 낸 윤이든이 휙휙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다시 한번 따끔한 고통이 그를 아프게 찔렀다.
원래의 윤이든이라면 이제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응, 이제는 적응돼서 하나도 안 아프죠? 여기에서 고통 강도 더 올리면 윤이든 학대죠?’ 이런 소리나 하고 있을 테지만 지금의 윤이든은 이런 고통에 내성이 없…….
“뭔 놈의 고통이 타투 바늘 찌르는 수준이냐. 존나 익숙하네.”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또 따끔하게 찔러 오는 고통을 무시한 채 윤이든은 다시 제 앞에 뜬 상태창을 뚫어지라 노려보았다.
“초심도? 이건 또 뭐야? 진짜 꿈이라서 별 헛것을 다 보는 건가. 이 초심돈지 뭔지가 0점 되면 어떻게 되는데?”
[죽습니다.]툭, 윤이든의 손에 들려 있던 담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