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1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12화(21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12화
다급히 담배를 신발 뒷굽으로 콱콱 밟아 불씨를 꺼뜨린 윤이든이 경악하며 고래고래 외쳤다.
“미친 거 아니야? 욕 좀 하고 담배 좀 피웠다고 사람을 죽여?”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오랜만에 그의 죽은 동태눈깔에 안광이 돌아왔다.
[아직 시스템이 불안정하니 최대한 초심도를 깎는 행동을 삼가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초심도 감점 목록] [비속어 사용] [금지어가 포함된 협박성 말들] [타인의 눈에 부정적으로 비추어 보일 수 있는 행동들] [카메라 앞에서의 동태눈깔] [카메라 앞에서의 ‘아 진짜’ 및 파생어들] [멤버들 간의 불화 조장] [활동 준비~활동기 중 고칼로리 음식 섭취] [흡연] [제한을 넘긴 음주] [공식 게시판에 2줄 이하의 성의 없는 글 작성](……)
끝도 없이 늘어지는 초심도 감점 목록을 질린 얼굴로 휙휙 내린 윤이든이 새 담배를 입에 물며 투덜거렸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담배에 불을 붙이자 익숙한 고통과 함께 방금 전에도 보았던 상태창이 눈앞에 떴다.
[흡연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뭐, 2점 감점 정도면 하루에 세 대씩은 피워도 괜찮을 수도? 윤이든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
본질은 같은 사람이라 가능한 욕설 횟수 계산하던 윤이든이 어디 갈 리가 없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흡연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담배 한 개비가 아니라 한 번 흡입당 초심도 2점 감점이었다.
총 6점을 깎이고 나서야 윤이든은 담배를 재떨이에 신경질적으로 지져 껐다.
또 한바탕 페X리즈 세례를 맞고 난 후, 숙소로 돌아가자 류재희가 그를 붙들었다.
“어우, 무슨 페브X즈를 들이부으세요, 요즘?”
대꾸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는 그의 등 뒤에 대고 류재희가 소리쳤다.
“아 참, 형! 혹시 안 바쁘시면 팬카페에 생존 신고 겸 글 좀 올려 주세요. 팬분들이 형 엄청 찾으시던데.”
그의 기억 속 류재희가 그에게 지겨울 정도로 자주 했던 말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들려오자, 윤이든은 순간 흠칫하며 류재희를 돌아보았다.
“왜요?”
그런 윤이든의 반응에 본인이 더 놀란 류재희가 눈을 깜빡이며 묻자 윤이든이 힘없이 픽 웃으며 대꾸했다.
“너도 참 여전하다 싶어서.”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드러누운 윤이든은 팬카페에 접속했다.
제 이름을 부르는 팬들의 게시글이 눈에 들어왔지만 애써 외면하며 글 작성을 열었다.
‘대체 뭘 적었더라……?’
윤이든은 제 기억 속을 뒤져 탈퇴 전의 그가 가끔 FROM 게시판에 올리던 글을 비슷하게 재현해 냈다.
찰칵, 베란다에 나가 사진을 찍고 열심히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렸다.
[공식 게시판에 2줄 이하의 성의 없는 글 작성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여기에서 뭘 더 어떻게 늘려, 시ㅂ-.”
습관적으로 욕을 뱉으려던 윤이든이 멈칫했다. 초심도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시스템이 성의 없다고 하든 말든, 일단 초심도인지 뭔지가 한 번 깎였으니까 된 거 아니냐며 윤이든은 아랑곳하지 않고 업로드 버튼을 터치했다.
“생존 신고는 이 정도로 충분하지.”
* * *
[From. 이든](밤하늘_사진.jpg)
Age is no guarantee of maturity.
댓글 8999
-이든아, 이게 뭐야……?
-기체후일향만강은 어디에다가 버리고 왔어!! 그거 네 시그니쳐였잖아!!
-한 줄도 아니고 한 문장? 셀카도 아니고 시커먼 밤하늘 사진?
-왜 이래?
-뭐임? 이 예술병 말기 동태돌 같은 게시글은?
-기체후일향만강이 없잖아 이거 이든이 아니야
-헉 해킹인가??
-아쓰벌 저거 남돌 예술병 초기증상이잖아
-우린 감성사진과 감성글귀를 원하지 않아 네 셀카와 구구절절한 네 이야기를 원하는 거지
-뭔가 지금 이든이가 글 올릴 상황이 아니라서 타멤이 대신 올린 거 아님?
└뭔가 막내라면 ㄱㄴ할듯한……
└└└ 유제였으면 백퍼 기체후어쩌고까지 퍼펙트카피했어
-윤이든 벌써 례술병 왔냐
-흑역사 박제 각ㅋㅋㅋㅋㅋㅋ
-아 이거 올린 거 이든이 아니라고 이든이는 이런 글에도 기체후일향만강 붙일 애라고
-그래서 저거 뭔 뜻이야?
└나이가 성숙을 보장하지는 않는 대
└뭐지 김노답이랑 싸우고 빡쳐서 올렸나
꼬박꼬박 글을 올려 주던 소통멤이 오랜만에 들고 온 글이 이 모양인지라, 댓글창은 온갖 추측과 음모론으로 들썩였다.
나잇값 못하는 팬들 돌려까기 아니냐는 억까도 빼놓지 않고 등장했지만,
-우리 이드니가 그렇게 음침한 짓을 할 리가
-이든이었으면 프롬에 글 적고 있는 게 아니라 디스곡 정발했어;;
-우리 이든이 돌려까기 실력 그 정도 레벨 아닙니다
사실에 기반한 실드로 인해 금세 사그라졌다.
“아니, 이 형 진짜로 왜 이러지?”
그걸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던 류재희가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옆 침대에 누워 있던 서예현이 빙글, 몸을 돌려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윤이든이 또 뭔 짓 했어?”
“이든이 형이 From 게시판에 올린 글 때문에 지금 난리 났어요.”
“대체 뭘 올렸기에 그래?”
궁금증에 팬카페를 접속해 윤이든이 올린 글을 구경한 서예현이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딱 윤이든 감성 아니야? 나는 걔가 From 글을 그렇게 길게 쓰는 게 더 신기하던데. 걔 인별 피드는 다 이런 식이잖아.”
“안 그러다가 갑자기 이러니 문제죠.”
지끈거리는 미간을 문지른 류재희가 한탄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이게 한 번이라면 어쩌다가 한번 해 본 일탈 정도로 넘어갈 수 있지만, 반복되면 인기 맛 좀 보더니 성의 없어졌다고, 초심 잃었다고 말이 나오기에 딱 좋았다.
“그런데 요즘 좀 이상하긴 해. 어제도 도빈이랑 같이 연습 건너뛰고 작업실에 박혀 있는 것도 그렇고, 그때 안무 연습할 때 우두커니 서 있던 것도 그렇고.”
이상 행동을 보이던 윤이든을 회상하며 서예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윤이든의 당혹 어린 표정을 정면에서 직관한 사람이었다.
“묘하게 멤버들 피하는 것 같은 느낌도 좀 들고. 당장 봐도 요새 도빈이랑만 대화하잖아. 둘이 얼마나 친했다고.”
“그건 솔직히 도빈이 형이 이든이 형을 무서워한 것도 한몫했죠. 도빈이 형 쪽에서 먼저 다가간 거면 뭐…….”
이해가 안 간다는 서예현의 표정에 류재희가 설명을 덧붙였다.
“이든이 형 은근 자기 따르는 동생들에게는 유해지잖아요. KICKS 최현민 그 싸가지만 봐도 얼마나 이든이 형이 유하게 대해 줬으면 지금까지 이든이 형한테 그렇게 겁 없이 기어오르겠어요.”
얼굴 마주할 때마다 윤이든한테 선 시비를 걸고 움츠러들기를 반복하는 KICKS의 막내를 떠올린 서예현이 이제야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맥락을 모르겠는 영어 문구 하나와 밤하늘 사진만 달랑 올라온 From 게시글을 보며 류재희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어느새 몸에 배어 버린 윤이든의 습관이었다.
“아무래도 하준이 형한테 이든이 형이랑 대화 좀 해 보라고 부탁해 봐야겠어요. 무슨 일 있나 봐요, 진짜.”
* * *
한창 후보곡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는 작업실.
“어때요, 형? 저 좀 감각 있는 거 같지 않아요?”
의기양양한 김도빈의 물음에 이마를 짚은 윤이든이 깊은 한숨과 함께 질문을 던졌다.
“너는 이 코드 다음에 그 코드가 오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을 해서 넣은 거냐?”
“왜여, 뭔가 세련된 감각으로 어울리지 않아요?”
“너는 음악으로 초현실주의 현대 예술이라도 하냐? 어?”
결국 평정심을 잃고야 만 윤이든이 윽박질렀다.
왠지 낯익은 이든이 형의 면모가 나오자 김도빈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무어라 할 여력도 잃을 그 맑은 눈빛 앞에서도 악귀이든은 꺾이지 않는 기세로 김도빈을 갈궈댔다.
결국 먼저 항복한 김도빈이 “타임!”을 외쳤다. 음료수 캔 하나를 따 모니터 앞 책상에 뻗은 김도빈의 앞에 놓아준 윤이든이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물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넌 여기 작업실 비번을 어떻게 알고 있냐?”
작업실 비밀번호는 윤이든의 언더 시절 첫 믹스테이프 발매일이었기에 그걸 김도빈이 알고 있을 리가 없었건만, 김도빈은 처음 그를 작업실로 데려왔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었다.
“형 작업할 때 휴대폰 잘 안 보시잖아요. 그래서 혹시 급한 일 있으면 바로 찾아오라고 우리 이든이 형이 그냥 비밀번호 공유해 줬어요.”
“작업실 비번을 공유했다고? 뇌에 무슨 전기 충격이라도 받았대냐?”
곡 작업할 때 방해받는 걸 싫어하는 자신의 습성을 아주 잘 아는 윤이든에게 있어서 작업실 비밀번호 공유는 천지가 개벽할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저나 예현이 형은 그냥 좀 형 작업실이라 해야 하나, 녹음실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곳들이 공포의 장소라 가는 걸 꺼리고, 재희는 원래 남의 개인 공간 침범하는 거 싫어하는 녀석이라 잘 안 가서 딱히 방해는 안 될걸요.”
변명 같은 설명을 늘어놓던 김도빈이 볼을 긁적이며 덧붙였다.
“아, 그나마 하준이 형이 자주 가요. 아무래도 하준이 형은 가이드보컬을 도맡아서 하시니까.”
윤이든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하더니 담배를 또 꺼내 들었다. 견하준 이야기를 꺼냈던 게 잘못이었나 싶어 김도빈은 괜히 윤이든의 눈치를 살폈다.
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숨 쉬듯이 비견하준 차별을 하던 사람이 저렇게 견하준 이름만 나와도 표정을 굳혀대는지.
물론 제가 그 사정을 들으면 제 가슴만 무거워지지 해결해 줄 능력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김도빈은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김도빈은 이런 것만큼은 객관성이 뛰어났다.
입에 담배를 무는 윤이든의 모습에 조용히 작업실에서 나온 김도빈은 계단에 걸터앉아 발을 까딱이며 생각했다.
‘어떻게 좀 해결됐으면 좋겠다.’
견하준이 유독 팀의 엄마 같아서 그런가, 견하준을 속이는 건 왠지 모를 죄책감까지 들었다.
‘나 혼자 감당하기 힘든데, 슬슬 류재한테 살짝 찔러 봐? 막내는 눈치 빨라서 지금 이든이 형이 이상하다는 거 알 것 같은데. 저 악귀이든 형도 막내한테는 적대감이 덜해 보이고.’
추위에 떨며 멍하니 생각에 잠긴 김도빈은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를 채 듣지 못했다.
“도빈아? 추운데 겉옷도 안 입고 왜 나와 있어? 이든이가 쫓아냈어?”
제 귓전을 때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김도빈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제 머플러를 벗어 김도빈에게 건넨 견하준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길 잘했네. 진짜 얘 요즘 왜 이러지?”
잠깐, 저 안에서는 이든이 형이…….
김도빈이 어떠한 행동을 취할 새도 없이 비밀번호를 입력한 견하준이 문을 벌컥 열었다.
“형, 하준이 형! 잠깐만ㅇ-.”
벌떡 일어난 김도빈이 급히 견하준의 옷을 잡아끌었지만, 이미 견하준은 작업실의 풍경을 눈에 담은 후였다. 매캐한 담배 냄새가 두 사람의 코를 아프게 찔러 왔다.
담배를 물고 있는 윤이든을 뚫어지라 보며 견하준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너…… 지금 뭐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