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1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13화(213/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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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13화
입에서 담배를 떼고 힐긋 견하준을 돌아본 윤이든이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다시 정면을 보며 연기를 내뱉었다.
제게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는 김도빈을 손쉽게 떼어 내고 성큼성큼 윤이든의 앞으로 다가간 견하준이 윤이든의 손에 들려 있던 담배를 잡아챘다.
바닥에 툭, 떨어져 견하준의 신발에 짓밟히는 담배꽁초를 당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짙은 눈동자로 내려다보며 윤이든이 입을 열었다.
“이 나이 먹고 담배 피우는 것도 같은 그룹 멤버 허락 맡고 피워야 하나?”
정말로 의외이긴 했지만, 그렇게 필사적으로 피해 다닌 것치고 무덤덤하게 묻는 말이나 윤이든의 표정은 비꼬는 기색 하나 없이 담백했기에 김도빈은 일단 마음을 한결 놓았다.
이제 견하준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달렸다. 무거운 한숨을 내쉰 견하준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피운 건데? 담배까지 피울 정도로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었어?”
역시 레브의 빛과 소금은 다르구나. 윽박도 화도 아닌 다정한 물음에 그 당사자가 아닌 김도빈의 마음마저도 따스해지는 느낌이었다.
안도하며 다시 윤이든을 돌아본 김도빈은 식겁했다.
“아니, 왜?”
견하준에게 담배 피우는 것을 들켰을 때도 딱히 별 반응 없었던 윤이든의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져 있었기에.
“하준아, 견하준.”
감정을 꾹꾹 억누른 채로 견하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평소 입에 달고 살던 애칭이 아니라 그런지, 윤이든의 입에서 나온 견하준의 이름 석 자가 영 어색했다.
그건 호명당한 견하준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윤이든의 어깨를 향해 뻗어지던 그의 손이 멈칫했다.
그런 견하준을 올려다보며 윤이든이 짓씹듯 내뱉었다.
“신경 꺼.”
그 광경을 뒤에서 안절부절못한 채로 지켜보고 있던 김도빈의 머릿속에서 단 네 글자만이 떠다녔다.
파국이다.
차라리 윽박지르는 견하준에게 신경 끄라고 했으면 감정이 격해져서 그랬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하필 걱정하는 사람한테 저래 버리니 수습이 불가능했다.
“왜, 너 그런 거 잘하잖아.”
빈정 섞인 말을 끝으로, 더는 말 섞기 싫다는 듯 다시 시선을 내려 담뱃갑을 여는 윤이든의 손에서 담뱃갑 채 통째로 채간 견하준이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불만 있으면 비꼬지 말고 제대로 말해.”
“말하면 너는 알아들을 수나 있고?”
짧은 웃음을 흘린 윤이든이 견하준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챘다.
“씨발, 왜 이제 와서! 왜 이제 와서 이러냐고! 내가 그렇게 지긋지긋했어? 우리가 쌓아왔던 그 시간들이 견하준 너한테는 씨발, 그냥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였어?”
오, 멱살잡이. 오, 드라마퀸. 멱살잡이까지 나오자 김도빈은 아예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내가 살다 살다 이든이 형이 하준이 형 멱살 잡는 꼴도 다 보네.
“진짜로 죄책감 때문에 붙어 있었던 거냐? 너 혼자 멋대로 가진 그 빌어먹을 죄책감 때문에? 말해 보라고!”
발악하듯 외치는 그 말에 견하준이 그제야 움찔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든이 형! 형이 그렇게 말해도 저 하준이 형은 못 알아들어요!”
퍼득 정신을 차리고 필사적으로 둘 사이를 막아선 김도빈이 감정이 폭발한 윤이든을 겨우 진정시키고 견하준에게 다급히 말했다.
“하준이 형! 제가 다 설명할게요! 제가 이따가 다 설명해 드릴 테니까 일단 숙소로 가 계세요!”
깊은 한숨을 내쉰 견하준이 김도빈을 내려다보며 평소의 나긋함은 온데간데없는 어투로 물었다.
“도빈아, 네가 이든이 대변인이야? 지금 나랑 이든이랑 대화하고 있는 거 안 보여?”
‘형들 중에서 누가 제일 어려운 형일까’라는 주제로 김도빈은 류재희와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망설임 없이 윤이든을 꼽았던 김도빈과 달리 류재희는 잠시간 고민하다가 견하준을 선택했다.
‘엥, 왜 하준이 형이 이든이 형보다 더 어려워?’
‘잘 들어, 형. 속내가 안 읽히는 사람이 제일 어려운 법이야. 이든이 형은 형이랑 다른 결로 투명하잖아. 그런데 하준이 형은 진짜 모르겠다고. 저런 유형의 사람들을 만만히 보고 선 넘었다가 정말로 큰일 나는 거야.’
이제야 류재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제 앞에서 표정을 굳히고 있는 이는 평행세계의 견하준이 아니라 4년간 얼굴 맞대고 살아온 같은 그룹 멤버임에도 낯설었다.
김도빈이 굳어서 입만 뻐끔거리고 있자, 앉은 채로 고개를 푹 숙인 윤이든이 거칠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 가. 지금은 네 얼굴 도저히 못 보겠으니까 제발 좀 가라고.”
“그래, 진정하면 이야기해. 지금 너 담배 들키고 제정신 아닌 것 같으니까.”
짧은 한숨을 내뱉은 견하준이 작업실을 나섰다.
소리 없이 닫히는 문을 보며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쉬던 김도빈은 그가 정신없는 사이에 도착한 문자를 뒤늦게 확인했다.
[뉴트리아류재- 형 하준이형 보냈으니까 둘이 이야기 좀 하라고 하준이 형 오면 형은 얼른 자리 비켜 줘] 오후 3:21이 망할 참극을 만든 게 류재희 너였냐.
[몰라 망했어] 오후 3:40여전히 소파에 걸터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윤이든을 힐끔거리며 김도빈은 원망을 가득 담은 답장을 보냈다.
고개 숙인 상태로 윤이든이 중얼거렸다.
“이전에 들켰을 때는 안 저랬어.”
습관처럼 주머니를 뒤지던 윤이든은 견하준이 제 담배를 가져갔음을 기억해 내고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내가 담배 피운다고 화내지도 않고, 왜 피우냐고 묻지도 않고, 안 들키게 적당히만 피우라고 했다고.”
아무 말 없이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며 그렇게 말하던 옛 친구를 떠올렸다.
그때는 간섭을 싫어하는 제 맞춤 위로라고 생각했지만…….
“그런데 지금 와서 반응이 저러면, 정말로 그때부터 나를 놨다는 소리잖아.”
윤이든이 헛웃음을 흘렸다.
얼마든지 일을 키우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저 호기심에, 혹은 요새 너무 힘들어서 한 번 입에 대 봤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하필 견하준의 그 물음이 쌓아 왔던 감정의 도폭선이 될 줄은 윤이든 그조차도 몰랐다.
‘너 견하준이랑은 연락하냐?’
가끔 보낸 문자에 돌아오지 않는 답장에, 유일하게 꾸준히 연락하던 류재희에게 슬쩍 찔러 보자, 긍정의 대답이 돌아왔을 때의 그 기분은.
‘걔 왜 내 문자 씹는대냐? 연락을 몇 번이나 해도 답장도 안 하고.’
자존심 다 내려놓고 물었던 질문에 마주하게 된 진실은.
‘형…… 하준이 형이 형이랑 마주하기 불편하대요. 자기 때문에 형이 LnL 와서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낸 것 같아서 죄책감 들기도 하고, 그냥…… 힘들었대요.’
‘뭐……?’
‘빚은 다 갚았으니까 이제 서로에게 미안할 건 없는 사이래요.’
항상 제멋대로인 건 그였는데, 왜 마지막에 제멋대로 끝이라고 결정지은 건 견하준이었을까.
“보기도 고역인 얼굴들을 계속 봐야 한다니, 계약 기간이고 뭐고 때려치우고 싶다. 위약금 얼마 내야 하려나.”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진심 가득 담긴 목소리로 한탄하는 윤이든의 팔에 덥석 매달리며 김도빈이 필사적으로 그를 말렸다.
“안 돼요! 형 없이 레브가 어떻게 굴러가요!”
“아니. 나 없어도 잘 굴러가더라.”
윤이든은 저 없이 4명이 진행한 10주년 콘서트를 떠올렸다.
한 번의 실패를 겪고 찾아온 슬럼프에 한창 허덕이던 시절, 류재희가 보내 준 콘서트 티켓을 앞에 두고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그곳에 걸음 했다.
“네 명으로도 잘하더라. 내 빈자리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게.”
그룹에 필요 없던 놈이었다는 걸, 아니 오히려 기여하는 것 하나 없이 그룹 분위기만 망쳐 대던 놈이었다는 걸 서른 살의 윤이든은 그렇게 눈앞에서 확인 사살 받았다.
무대 위에서 빛나던 네 사람과, 혹여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세라 모자와 마스크로 꽁꽁 싸매고 어두운 관중석에서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한 사람.
미련은 있을지언정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니 원망할 사람도, 이유도 없었다.
다만, 그 콘서트가 끝나고,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여 보냈던 문자에도 오지 않는 답장은…….
“……하하, 답장이라도 해 주지.”
그가 가장 친한 친구라 생각했던 이에게 너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확언받았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모든 악재가 겹쳐, 추락의 시작이었다.
묘하게 씁쓸해 보이는 윤이든의 모습을 보며 김도빈이 머리를 긁적였다.
네 명이서 한다고 해도 일단 예현이 형 랩에서부터 조질 것 같은데.
“나야 입 다물고 있으면 그만이라지만, 너는 견하준한테 설명을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공수표를 던졌냐?”
“제가 어떻게든 이 평행세계 상황을 하준이 형에게 설명해서 납득시켜 볼게요!”
김도빈의 자신만만한 말에 윤이든이 실소했다.
“너는 견하준이 그 말을 믿을 것 같냐?”
“잘 설명하면 믿지 않을까요? 세상에 초현실주의적인 일이 많이는 아니어도 가끔은 일어나잖아요.”
“헛수고하지 마. 그냥 내가 갑자기 회까닥 돌아서 견하준한테 기억도 안 나는 옛날 일로 지랄했다고 하는 편이 더 잘 먹힐걸? 아니면 담배로 한 소리 안 들으려고 지랄했거나.”
말하다가 멈칫한 윤이든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다. 나도 어느 순간부터 견하준을 모르겠더라고. 분명 제일 친한 친구였는데도.”
휴대폰 화면을 켜서 시간을 확인한 그가 몸을 일으켰다.
“예약 시간 다 됐네. 너 숙소 내려다 주고 바로 가야겠다.”
“어딜요?”
“네가 알아서 뭐 하게?”
심드렁한 대꾸에 김도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불법적인 건 아니죠?”
“몰라, 아직도 합법화 안 됐나?”
그 대답에 끈질기게 윤이든의 차에서 버티고 있던 김도빈은 운전석에서 내린 윤이든이 직접 끌어내리고 나서야 차에서 내렸다.
그가 뛰어 쫓아가기도 전에 멀어지는 차를 허망하게 바라보던 김도빈이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갔다.
‘좆됐다. 이러다가 9시 뉴스에 이든이 형 나오는 거 아니야……?’
수갑을 찬 채 범죄자 포토라인에 선 윤이든의 모습까지 뻗어 나가던 상상의 나래를 끊어 낸 것은 견하준의 부름이었다.
“이든이 왜 저러는지 알지? 숙소에서 설명한다며.”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김도빈은 열심히 생각하고 외워 왔던 답변을 반사적으로 내뱉었다.
“이든이 형이 지금 우리가 아는 이든이 형이 아니라 평행세계의 이든이 형이에요. 음, 7년 전이라 했으니까 평행세계에서 온 서른 살의 이든이 형?”
이보다 더 깔끔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고 김도빈이 자화자찬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도빈아.”
거칠게 마른세수한 견하준이 차게 식은 눈으로 김도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장난할 상황 아닌 거, 알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