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1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15화(21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15화
“이거 컴싸로 쓴 거죠? 제발, 제발 그런 거라고 말해 주세요, 형……!”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타투에 김도빈은 현실 도피를 시전했다.
담배야 치우면 그만이지만 타투는 제거술을 받지 않는 이상은 계속 몸에 남아 있지 않는가!
게다가 이전에 윤이든에게 타투 생각이 있느냐고 슬쩍 물어봤을 때 윤이든은 단칼에 없다고 잘라 냈다.
우리 이든이 형은 타투할 생각이 아예 제로였다고!
윤이든이 말한 그 이유를 김도빈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나중에 후회할까 봐, 아니면 부모님이 싫어해서, 타투하는 게 멋없어 보여서 등의 예상 범위를 훌쩍 벗어난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야, 타투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재수 없으면 c형 간염 걸린다니까?’
역시 건강광인다운 이유였다.
“네 눈에는 이게 컴싸로 낙서한 걸로 보이냐?”
혹여나 진짜 타투일까 발발 떠는 김도빈을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 김도빈의 눈앞에서 필기체로 멋들어지게 적힌 짧은 영어 문장을 윤이든이 제 엄지손가락으로 힘을 주어 문질렀다.
한 치의 번짐도 없는 문장에 김도빈은 다른 쪽으로 열심히 행복한 가정을 해 보기 시작했다.
“그럼 타투 스티커? 헤나? 어쨌든 지워지는 거죠? 지워지는 거 맞죠? 형이 아무리 담배를 피워서 건강광인 이든이 형의 폐를 타르로 더럽혀 놓긴 했어도 설마 몸에 문신을 박는 무개념 짓까지 했으려고, 하하하…….”
“타투 맞아.”
넋 놓은 것처럼 웃음을 흘리고 있던 김도빈의 웃음소리가 그 짧은 한마디에 뚝 끊겼다.
얼굴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좆됐다는 표정에 윤이든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 줘야 해, 말아야 해?
‘어차피 설명해 줘 봤자 이 녀석이 제대로 전달해 줄지도 미지수고.’
말은 옮길수록 변형되지 않는가.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윤이든은 휴대폰 메모장을 켰다.
사실 처음에 타투숍을 예약했을 때는 좋은 의도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보는 깨끗한 손등과 팔뚝, 목덜미와 쇄골이 어색한 것도 있었지만.
본인은 좆같이 살아왔는데 저는 행복하게 사는 꼴이 괘씸해 이렇게라도 망가뜨려 주고 싶었다는 의도가 있었음도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세계가 회귀의 결과라는 걸 알게 된 이상, 현재의 제 몸에 가진 악감정은 사라진 상태였다.
오랜만에 술 담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건강한 몸이 꽤 기껍기도 했고 말이다.
다만 그 역시 윤이든이었기에 며칠간의 기억이 지워진 윤이든이 어떻게 반응할지 아주 잘 예상이 갔다.
평행세계의 저 자신이나 귀신이 들렸다는 변명은 귓등으로도 안 들어먹을 거고, 아마 뇌에 이상이 생긴 게 분명하다고 뇌 MRI를 찍어 봐야겠다 난동을 부리겠지.
정확히 말하면 평행세계는 아니고, 정신의 회귀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는 기왕 타투숍도 예약한 거, 노쇼 고객이 되는 대신 과거의 기억이 있을 윤이든이 부정할 수 없는 증거를 남겨 놓기로 마음먹었다.
오른쪽 팔뚝 아래 안쪽에 새겨진 문장을 그는 잠시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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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거 무슨 뜻이에요?”
“네가 쳐 봐. 스마트폰은 폼으로 있냐?”
제 입으로 뜻을 말하기 민망해 그는 괜히 김도빈에게 타박만 던졌다.
To freely bloom. 자유롭게 피어나기.
그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었다.
이 문장을 몸에 박아 놓고도 피지 못하고 져 버린 회귀 전의 윤이든처럼 살지 말고, 새로이 기회를 얻은 이번에는 이 타투대로 자유롭게 피어나라고.
이번에는 그런 바람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새겨넣었다.
“그러면 이거 하나만 하신 거 맞죠?”
아직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못한 김도빈의 물음에 윤이든은 소매를 걷어 올려 왼쪽 팔뚝을 보여 주었다.
두 송이 분홍색 꽃이 핀 꽃가지 수채화 타투가 떡하니 박혀 있었다.
“……철쭉?”
“진달래, 인마. 너는 철쭉이랑 진달래도 구별 못 하냐?”
생각나는 꽃 이름을 반사적으로 내뱉자, 윤이든이 타박하며 정정해 주었다.
이 타투가 이상하냐고? 아니, 막눈인 김도빈이 봐도 예뻤다. 그래서 문제였다.
인상 사나운 성인 남성의 몸에 박혀 있기에는 지나치게 화사한 분홍 진달래를 망연자실하게 보며 김도빈이 중얼거렸다.
“오른쪽 팔은 몰라도 이쪽 팔 타투는 아무리 봐도 이든이 형 취향은 아닌 것 같은데요.”
영어 문장 타투는 그래도 멋있기라도 하지, 이건 진짜로 윤이든이 당장 파낸다고 난리 칠 것 같았다.
“뱀이나, 호랑이나, 해골이나, 트라이벌, 뭐 그런 거면 몰라도…….”
제 취향이 그렇게 읽기 쉬웠던가. 서른 살의 제 몸에 그려져 있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는 김도빈을 보는 윤이든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아, 그래? 그럼 그것도 하고 올까?”
가볍게 물으며 일어나는 시늉을 하기가 무섭게 김도빈이 온몸으로 대롱대롱 매달려 왔다.
더 이상 타투를 늘리는 건 기필코 막겠다는 굳은 의지가 드러났다.
“그런데 이런 걸 타투로 박아 놨다고 이든이 형이 화내면 어떡해요?”
현실적인 걱정을 하는 김도빈의 앞에서 윤이든이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의미를 안다면 절대 화 안 낼걸?”
이전이나 지금이나 그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진달래가 아닌 화려한 장미였다. 그럼에도 굳이 진달래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아, 의미가 있던 거였어요?”
“그럼 내가 설마 분홍색 꽃이 예뻐서 했겠냐?”
잠시간 안도했던 김도빈이 다시 축 늘어지며 중얼거렸다.
“으아아, 이든이 형이 자기 몸에 웬 타투냐고, 왜 안 말렸냐고 화내면 어떡하지……?”
어차피 이전의 스물넷에도 몸 두 군데에 타투를 박아 놨으니 김도빈의 걱정과는 달리 딱히 상관없을 터였다. 그때와 똑같은 위치, 그리고 똑같은 타투 도안이었다.
이 정도면 믿겠지.
타투가 싫어서 안 했던 게 아니라 하고 싶어도 c형 간염이 무서워서 못 했던 과거의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딱히 유감은 없었다.
그리고 살아 보니까, 타투를 몸에 열댓 개를 넘게 박아도 c형 간염은 안 걸리더라고.
메모장에 메모 작성을 끝내고 몰래 사 온 담뱃갑을 만지작거리며 윤이든이 피식 웃었다.
흡연은 일단 뒤로 미뤄 놓고 몸을 일으키며 윤이든이 김도빈에게 손짓했다.
“가자.”
“어디를요?”
“어디를요? 어-디-를-요? 곡 보내야 하는 거, 오늘까지 아니냐? 죽이 됐든 밥이 됐든 마무리해서 일단 보내야 할 거 아니야.”
멍충하게 네 글자 말했다가 그 배로 돌려받은 김도빈이 다시 한 소리 들을세라 허겁지겁 몸을 일으켰다.
숙소를 나서는 둘을 발견한 서예현이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너희 어디 가? 참, 윤이든 너는 매니저 형한테 미안하다고 꼭 사과해. 적어도 룸메인 도빈이한테는 어디 간다고 말하고 나가야지. 새벽에 진짜 심장 떨어지는지 알았다고.”
제게 투덜거리는 서예현을 보는 윤이든의 표정이 묘했다. 그 표정을 보고 아차, 한 서예현이 김도빈을 툭툭 치며 속닥였다.
“도빈아, 그런데 평행세계 어쩌고 진짜 맞아? 오늘 연습실에서 보니까 멀쩡하던데?”
저를 계속해서 힐긋거리며 묻는 서예현을 본 윤이든이 가볍게 피식 웃었다.
연습실에서의 서예현의 모습을 보자 딱히 적대할 이유가 사라진 탓이었다.
‘실력…… 많이 늘었네.’
회귀 전의 서예현보다 훌쩍 늘어 있는 실력의 서예현을 마주했을 때의 그 당혹감이란.
저렇게 제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고 타박해 대는 모습도 참 낯설었다.
더 성장할 수 있던 이를 너무 멋대로 재단하고 무시한 건 아닌가. 약간의 회의감이 몰려왔다.
“서예현.”
그가 이전에 부르던 대로 부르자 서예현이 당황하며 눈을 굴렸다.
“쟤, 아니 저 사람 서른 살이라 했지? 그럼 나 저 호칭에 기분 나빠하면 안 되는 거지?”
김도빈에게 속닥거리는 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던 윤이든이 호칭을 정정했다.
“예현 형.”
“어, 어? 예? 네? 아니, 응…?”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서예현을 향해 윤이든이 픽 웃으며 대꾸했다.
“그냥. 한 번쯤은 부르고 싶어서.”
한 번쯤은 그렇게 불러 주고 싶어서.
* * *
마지막 곡 마무리를 위해 걸음 한 윤이든의 작업실.
김도빈이 온갖 타박과 구박을 다 들어가며 어찌어찌 작업한 결과물이 울려 퍼졌다.
‘나름 괜찮은 것 같기도?’
지금까지 윤이든과의 즐거운 작곡 놀이의 일환으로 작업했던 것 중 제일 훌륭한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결과물을 들으며 김도빈은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그 부분이 끝나자 다시 처음부터 반복 재생을 시킨 윤이든은 턱을 괸 상태로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갑자기 윤이든이 작곡한 파트를 들으니 방금까지만 해도 꽤 괜찮게 느껴졌던 제 작업물이 전혀 괜찮지 않게 느껴져 한껏 치솟았던 자신감이 다시 풀썩 꺼졌다.
“원래 곡이랑 네가 작곡한 부분이 너무 안 이어지는데. 그런데 정확히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줄을 모르겠단 말이지…….”
다시 마우스 커서를 당겨 노래를 재생시킨 운이든이 일정한 박자로 탁자를 계속 두드리며 진지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노래 자체도-.”
윤이든이 말하다가 멈칫했다. 이건 김도빈에게 말할 만한 게 아니었다.
그는 다시 메모장을 켜다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휴대폰 화면을 껐다.
이건 충고로는 안 되고, 직접 겪어 봐야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가이드녹음을 따 봐야지 좀 정확히 알 것 같은데, 김도빈 네 노래 실력으로는 불가능하단 말이야?”
“그럼 형이 하시면 어떨까요?”
못마땅한 기색으로 혀를 차며 하는 말에 김도빈이 소심하게 맞받아쳤다.
윤이든의 노래 실력이 레브에서 대충 4등 정도를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했을 때, 윤이든에게 한방 먹이는 말이긴 했다.
악귀이든 테라피로 인해 김도빈의 간은 꽤 커진 상태였다. 초기 악귀이든보다 지금이 많이 구마된 것도 한몫했다.
“너 지금 나 놀리냐?”
눈을 부라리며 하는 말에 김도빈이 빠르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구마되었다고 해도 역시 악귀는 악귀였다.
어차피 둘 다 노래 실력은 비슷비슷하고, 제가 녹음 부스로 들어가면 지옥이 시작된다는 걸 알기에 김도빈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해답을 찾아냈다.
“하준이 형한테 맡겨요. 형 가이드보컬은 항상 하준이 형 몫 아니었어요?”
그 말에 윤이든이 멈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