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1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19화(21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19화
“형, 어디 가세요?”
“편의점.”
입이 심심한 건 둘째치고 저 망할 담배 쩐내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나를 니코틴 부족으로 허덕였던 회귀 전 과거를 체험시키면서 인내심 테스트하지 말라고, 빌어먹을.
“저도 갈래요.”
눈을 굴리던 김도빈이 잽싸게 따라붙었다.
“담배 안 사, 인마.”
“저도 형이 마스크도 모자도 없이 담배를 사서 굳이 논란에 오르는 짓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믿어요. 그냥 저도 편의점에 볼일이 있어서 그래요.”
김도빈이 눈을 슬금슬금 피하며 볼을 긁적였다. 검은자위가 옆으로 치우친 저 눈깔은 딱 바둑이가 사고 쳤을 때 나를 보던 눈이 떠오르게 했다.
편의점에서 이쑤시개 통과 방향제만 집어 드는 나랑 다르게 서예현에게 한 소리 듣고 싶은지 컵라면과 과자 등의 주전부리를 쓸어 담는 김도빈을 보며 혀를 찼다.
작업실로 올라와서도 내 눈치를 살금살금 살피더니 내가 평소 간식을 쟁여 놓던 서랍을 열어 빠르게 봉지를 쑤셔 넣는 김도빈의 손목을 턱 붙잡았다.
“동작 그만. 왜 서랍 안에 간식이 하나도 없냐?”
일주일 치 간식을 보관해 놓는 서랍이 텅 비어 있었다.
“그게…… 평행세계 이든이 형이 멤버들이랑 식사하는 걸 꺼리셔서 여기에서 식사를 해결하시는 바람에…….”
“가지가지 했구먼. 어쩐지 몸이 무겁더라. 운동도 안 갔지?”
“넵.”
“돌아 버리겠네. 근손실 온 거 아니야?”
투덜거리며 방향제를 사방에 아낌없이 뿌리고 김도빈과 함께 잠시 작업실 바깥으로 대피했다.
“그런데 이쑤시개는 왜 샀어요?”
“사탕 먹고 있으면 츄X츕스 칼로리 얼마나 되는지 읽어 보라고 눈 까뒤집을 사람이 눈에 선해서 말이야.”
겉옷을 단단히 여미고 이쑤시개 하나를 꺼내 입에 물며 대꾸했다.
“하긴, 저도 얼마 전에 예현이 형에게 프링X스 숨겨 놓은 거 들키고 예현이 형 앞에서 칼로리 읽었어요.”
김도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도빈은 한 소리 들을 만했다. 프X글스랑 츄파X스랑 같냐?
이쑤시개를 잘근잘근 씹으며 내게 이런 일을 겪게 만든 원인이나 다름없는 퀘스트를 확인해 보았다.
사이 개선도를 올리는 것에 계속 실패한다면 또 페널티가 올 것이 자명했기에.
‘어……?’
다시 유예기간이 생긴 퀘스트를 훑다가 눈을 크게 떴다.
[▶멤버들과의 사이 개선도-서예현(97%)
-견하준(99%)
-김도빈(100%)
-류재희(96%)]
죽어도 95%에서 안 올라갔던 사이 개선도가 올라가 있었다.
게다가 초반에는 그렇게 올라가지 않아 내 속을 썩였던 김도빈의 사이 개선도는 무려 100%를 달성했다.
그것도 홀로!
과거의 나한테 김도빈이 제일 먼저 사이 개선도 100%를 달성할 거라고 하면 개소리하지 말라는 소리가 제일 먼저 나왔을 텐데.
“야, 도빈아. 너 닷새 동안 나랑 뭐 했냐?”
이 사이 개선도의 수치가 오르긴 오르는 것이라는 걸 확인한 이상, 내가 할 일은 100%를 달성한 김도빈과 했던 일들을 벤치마킹하는 거였다.
“이상해진 형의 대리인을 했죠.”
“아니, 인마.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을 해 보라고.”
“음, 이상해진 형이 멤버들한테까지 이상하게 비추어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변명을 짜내고, 작업실에 끌려가서 이상해진 형의 담배 냄새를 열심히 페브리즈로 지워 드리고, 이상해진 형의 구박을 들으면서 곡 마무리 작업도 끝내고…….”
쓸데없는 말은 휙휙 넘기다가 은근 거슬리는 단어에 눈썹을 치켰다.
“너 계속 이상해진 형을 엄청 강조한다?”
“그럴 리가여. 저는 있었던 사실만을 말할 뿐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능청만 늘어난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헤집어 주고 김도빈의 말에서 답을 찾아냈다.
‘그러니까…… 같이 곡 작업을 하면 된다는 소린가?’
하지만 지금까지 나와 함께 즐거운 작곡 놀이를 해 왔던 김도빈이 이제야 사이 개선도를 100%까지 올린 게 설명이 안 됐다.
근시일 내에 한 번씩 일단 곡 작업에 참가시켜 보면 되겠지.
견하준을 불러 두 곡의 가이드 녹음까지 마치고, 수정된 버전의 곡과 완성 시킨 곡을 메일로 보내고 나서야 한시름 놓았다.
일단 회의에서 타이틀곡으로 선정되면 녹음 작업을 하면서 더 세세하게 수정하면 되니까.
* * *
타이틀곡 선정 회의에서 후보곡으로 올라온 곡은 총 세 곡이었다. 하나는 외부 작곡가의 곡, 다른 두 개는 내 곡.
‘와, 이게 이렇게까지 갈린다고……?’
타이틀곡 선정 회의에서 자신만만하게 타이틀곡 후보로 선보인 는 평소처럼 압도적인 비율로 선택받은 게 아니라 과반수를 아슬아슬하게 겨우 넘겼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된 터라, 곡 작업에 참여한 김도빈과 견하준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가 내 곡임을 몰랐다고는 하지만, 류재희가 다른 작곡가의 곡을 선택한 건 좀 충격이었다.
서예현은 의외로 에 손을 들어 주긴 했다만 표정은 아직까지도 영 아리송했다.
다른 타이틀곡 후보였던 <세계 일주>는 나 스스로도 타이틀곡보다는 수록곡에 더 어울린다는 걸 인정해서 딱히 상관은 없었지만 는 아니었다.
는 그다지 무겁거나 난해한 분위기의 곡도 아니었다. 따지자면 이지리스닝에 더 가까웠다.
다만 지금까지의 곡과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도전해 보고 싶었던 음악 스타일을 강하게 살렸다는 것뿐.
내가 레브의 프로듀싱을 전담하며 첫 곡인 <내 우주로 와>를 제외한 모든 곡에 내 스타일이 묻어 나왔다지만, 이제까지는 대중성을 의식했던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 는 대중성보다 음악성을 잡고 만든 곡이었다.
회귀 전에도 한 번 시도했던 것이었고, 그 결과는 성공으로 끝났기에 나는 상당히 자신만만한 상태였다.
물론 그때 곡을 받아 간 건 레브가 아닌 다른 그룹이었고, 이 장르는 나도 처음 시도해 보는 거지만.
에 손을 든 사람들을 쭉 훑으며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다가 입을 열었다.
“곡 관련해서 의견을 좀 듣고 싶은데요.”
내 요구에도 눈치부터 살피는 게 내 기분이 상할까 걱정되어서 그러는 것 같았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차라리 단점을 듣고 고치는 편이 내 정신 건강에도 더 나았다.
“음악성은 세 곡 중에서 가 제일 나아요. 그런데 첫 귀에 딱 잡아끄는 건 <다시 시작해>.”
그 후에 나오는 말들도 대부분 비슷한 의견이었다.
<다시 시작해>는 강렬한 비트의 일렉트로닉 댄스곡이었고 는 무게감이 돋보이는 퓨처 하우스풍이었다.
딱 들었을 때 <다시 시작해>가 귀에 꽂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로 나도 그 부분은 인정했다.
그러나 레브 하면 윤이든이 프로듀싱하는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대중들에게도 콱 박혔기에 <다시 시작해>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하기에는 소속사 측도 고민이 많을 터였다.
그렇다고 다른 곡을 받아 오거나 내가 작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했다.
최대한 공백기를 줄여 보겠다고 일정을 빡빡하게 잡은 게 이렇게 독이 되어 돌아올지는 몰랐다.
두 곡 다 표가 엇비슷했기에, 의견이 한데로 모이지를 않자, 기획실장이 책상을 탁탁 치며 말했다.
“일단 녹음 작업부터 먼저 하고, 이틀 후에 다시 한번 회의하죠. 설 전까지는 컨셉 회의까지 끝내야 하니까요. 아무래도 데모곡보다는 아티스트 목소리가 입혀진 곡으로 판단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네요.”
다른 수록곡들은 미리 녹음을 끝내 놨기에 타이틀 후보곡 세 곡만 녹음을 마치면 됐다.
그렇게 확실하게 정해진 것 없이 찜찜한 기분으로 회의실을 나섰다.
“를 밀고 가는 게 과연 맞을까……?”
마른세수하며 중얼거리자 멤버들 중 홀로 <다시 시작해>를 선택했던 류재희가 슬그머니 내 옆에 붙어 나를 위로했다.
“괜찮아요, 형. 저도 그냥 첫 귀에 꽂혀서 <다시 시작해>를 선택한 거지, 곱씹어 보면 음악성은 가 더 나아요. <다시 시작해>는 이제까지의 레브 풍이었다면 는 새로운 도전?”
애쓴다, 애써.
어지간히 미안하긴 했는지 최대한 좋은 말을 뽑아내려 애를 쓰는 류재희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과반수가 안 나온 건 상관없어. 상대 곡이 워낙 멜로디가 강렬했으니까. 가 음악성 면에서도 더 좋다고 평가받기도 했고.”
“맞아요, 누가 작곡한 건데.”
김도빈이 은근슬쩍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에 유난히 열성적으로 손을 든 이유가 다 있었구먼.
견하준이 그러면 왜 그러냐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회의 내내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말을 꺼냈다.
“다른 것보다 대표님이 를 선택한 게 너무 마음에 걸려.”
감이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김노담 대표님이 내 곡을 픽했을 때 들었던 감정은 드디어 내 곡을 인정받았다는 뿌듯함이 아닌 공포였다.
회귀 전에도 대표님이 얻어걸렸던 건 하나가 아니던가. 나머지는 죄다 헛발질이었고.
항상 이상한 곡을 마음에 들어 하던 대표님을 떠올리자, 내 곡을 향한 자신감은 현재 진행형으로 수직 낙하 중이었다. 내가 김노답 픽을 작업했다고? 진짜?
대표님이 내 곡을 선택하지 않으면 그걸로 ‘아, 이번 곡도 망할 일은 없겠다’라고 자신감을 얻었었는데 왜 이번에는 내 곡을 선택하신 거지?
“그러게요……? 대표님 픽? 쓰읍…….”
더 슬픈 건 아무도 내 말에 반박을 하지 않고 수긍하는 분위기라는 거였다.
“일단 작업부터 하자.”
는 내가 녹음으로 확실하게 살릴 자신이 있었다.
“이번 녹음은 평소보다 좀 더 빡셀 거니까 다들 각오하고.”
내 말에 서예현이 벌써부터 새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거기에서 더 빡세질 수가 있는 거야……?”
이미 김도빈은 지옥문을 앞에 둔 표정이었다. 평소에는 녹음을 앞두고도 여유롭기 그지없던 견하준과 류재희도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다들 반응이 왜 그래?”
“형 눈빛이 너무 살벌해서요…….”
류재희가 대꾸했다.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멤버들을 끌고 사옥의 녹음실로 직행했다.
“다시.”
“다시 하자.”
“준아, 다시. 힘 빼고 불러봐.”
“준아, 반음 올려서 다시.”
“그런데 윤이든 너는 왜 계속 이쑤시개를 씹고 있어?”
“입이 심심해서. 도빈아, 다시 해야겠지? 박자 잘 맞춰라.”
“예현 형, 다시.”
“다시 불러봐.”
“그래, 방금은 박자는 맞았어. 그런데 음정이 흔들렸잖아. 다시.”
“Let’s go all the way, 이 부분 계속 박자 놓쳐. 내가 말했지. 박자 따라가기 힘들면 손가락으로 손바닥 치면서 하라고. 다시.”
“살려줘…”
“곡에 ‘살려줘’라는 가사 없어. 다시.”
“재희야, 바이브레이션 줄여서 다시.”
“너무 힘줬다, 다시. 이거 파워풀한 노래 아니야.”
녹음을 마치고 한동안 ‘다시’가 들어간 말이 금지어가 되었지만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그리고 이틀 후, 완성본을 가지고 진행된 회의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