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2화(22/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2화
긴장감을 선사하기 위해 부러 뜸 들이자 서예현이 휘휘 손을 내저었다.
“뭐야, 진짜 없어? 그럼 다음으로 의견 낼 사람.”
거참 성질 급하긴.
“하이틴 하우스 파티.”
툭 던진 말에 긍정적인 반응들이 돌아왔다.
“오, 괜찮은데요? 하이틴이니까 청량이라고 우겨볼 수도 있고요.”
“응, 괜찮다. 뮤비 찍기도 좋고, 무대 콘셉트 잡기도 좋네.”
“역시 의견은 원작자가 내야…….”
혼자만 동조 안 하고 가만히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흠칫한 김도빈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게 진짜 계속 왜 저러지? 정말로 날 잡고 한번 소속사 끌고 가?
“그런데 여기서 틴(teen)은 저랑 도빈이 형밖에 없지 않아요?”
“그렇게 치면 너는 왜 미성년자가 클럽 콘셉트 하자 했냐?”
깝죽대던 류재희를 말 한마디로 가볍게 제압하고는 회의를 계속 이어 나갔다.
견하준의 노트북으로 하이틴 영화와 하이틴 콘셉트로 촬영한 아이돌 뮤비와 팝송 뮤비 등.
여러 레퍼런스를 찾아보며 하나둘 의견을 내고 모으다 보니 뼈대는 대충 세워졌다.
“그럼 이제 이걸 정리해서 콘셉트 회의에서 발표하면 되려나?”
“PPT 만들자. 대표님이 말로 설득될 리가 없잖아.”
“PPT?”
“지금까지 낸 의견들이랑 찾은 레퍼런스 넣어서 만들면 되잖아. 그게 뭐 일이냐?”
“오, 형이 하시게요?”
“뭔 개…… 헛소리야?”
내가 만들 거라 지레짐작이라도 했는지 미리 박수부터 치고 있는 류재희를 보며 눈썹을 치켰다.
“이 짬밥에 내가 하리?”
[멤버들과의 불화를 조장하는 말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라고 하는 건 좀 그렇지? 공평하게 가위바위보 함 가자.”
또 깎인 초심도에 급히 말을 돌렸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다. 대체 저 불화 조장 문구는 언제쯤 안 볼 수 있을까.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
우렁찬 구호가 끝나자마자 주먹을 냈다. 그리고 주먹 쥔 그대로 환호했다.
“아싸!”
나머지 놈들이 다 가위를 냈기 때문이다.
매트리스에 느긋하게 몸을 뉘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치열한 접전을 길 건너 불구경인 양 구경했다.
가위바위보 최후의 패자는 김도빈이었다.
보자기를 낸 손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던 김도빈이 멍청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PPT는 어떻게 만들어요?”
“글쎄다, 최대한 눈에 띄게……?”
나도 고1 때 이래로는 안 만들어 봐서 모르겠군. 만들어야 하는 놈이 알아서 만들겠지.
“콘셉트 회의 언제 잡힐지 모르니까 늦어도 내일까지는 완성해라.”
너무 명령조로 들렸을까 봐 혹시 몰라 한 마디 덧붙였다.
“파이팅.”
[멤버들과의 불화를 조장하는 말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이런 썩을. 격려해 줘도 지랄이야.
PPT 만들기용으로 기꺼이 제 노트북을 양보한 견하준과 함께 우리 방으로 돌아왔다.
한발 먼저 방에 돌아온 서예현은 얼굴에 마스크팩을 붙이고 팔자 좋게 늘어져 있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울리는 꼬르륵- 소리에 배가 출출함을 자각하고 입맛을 다셨다.
“준아, 배 안 고프냐? 우리 과자 한 봉지 먹을까?”
대답은 견하준이 아닌 서예현에게서 나왔다.
“먹지 말고 그냥 자. 지금 이 시간에 과자는 무슨 과자야.”
“아, 형은 먹지 마. 그러면 되잖아.”
“나는 입이 아니라 주둥이냐? 너희들이 옆에서 먹고 있으면 나는 안 먹고 싶을 거 같아?”
‘알 바임? 머리에 힘줘서 참던가.’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나의 소중한 초심도를 위해서 참았다.
“그리고 이 시간에 먹으면 살찌거든? 너 아이돌이라는 자각은 있냐?”
“괜찮아. 성장기, 성장기.”
“성장기는 얼어 죽을.”
“아, 남자는 스무 살 넘어서도 큰다고 했다고.”
설렁설렁 대꾸하고는 낡은 냉장고가 있는 주방으로 쓰윽 나갔다.
냉동실 문을 벌컥 연 나는 생수병과 반찬통 몇 개만이 굴러다니는 냉동실을 마주했다.
얼려 먹으면 맛있다는 소리 듣고 냉동실에 넣어 놓은 바나나킥이 사라져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얌전히 냉동실 한편에 놓여 있던 그 과자가.
서예현이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에 과자를 먹었을 리는 없고, 견하준은 나랑 계속 같이 있었고.
그렇다면 남은 범인은…….
곧바로 류재희와 김도빈의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와, 당 충전 제대로다.”
“형, 그런데 이거 허락 안 받고 이렇게 막 먹어도 돼?”
과자 하나를 집어 들며 묻는 류재희의 말에 여상히 대꾸해 주었다.
“당연히 안 되지.”
문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두 녀석이 입으로 가져가던 손을 멈칫했다.
“맛있냐?”
삐뚜름하게 입꼬리를 올려 묻자, 급히 입에 과자를 욱여넣은 류재희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정신 못 차렸는지 입에 과자를 문 채로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던 김도빈은 막내가 툭 치자 다급히 고개를 저어 댔다.
내가 과자 한 봉지로 직접 갈구는 건 모양새 빠져 보이니 더 효과적으로 갈굴 수 있는 사람에게 외주를 맡기기로 했다.
“예현이 형! 얘네 이 시간에 과자 먹는데?”
“뭐라고? 이 시간에 과자를 처먹겠다는 미친놈은 윤이든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내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예현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얘들아, 너희들은 이 시간에 그게 넘어가든? 혹시 성분표에 써진 칼로리가 안 보이는 거냐? 이 시간에 밥 한 공기 먹으면 미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텐데 밥 한 공기보다 칼로리 더 높은 과자는 참 잘도 들어간다, 그치?”
랩 참 잘하네. 녹음할 때도 이렇게만 했으면 한 번에 오케이였을 텐데, 그치?
핼쑥해진 안색으로 과자봉지를 쓱 밀어 놓는 막내라인과 그 앞에서 칼로리 몇 칼로리인지 읽어 보라고 지랄하는 서예현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는 상쾌한 얼굴로 돌아왔다.
이게 바로 손 안 대고 코 풀기, 뭐 그런 건가.
“하여간 독하다, 독해. 활동기도 아닌데 저 난리면 활동기 때는 사람을 얼마나 들들 볶아 대려고 그러실까.”
활짝 열린 문으로 흘러드는 잔소리를 들으며, 매트리스에 드러누운 채 혀를 찼다.
“언제 스케줄 잡힐지 모르잖아. 예현이 형 말대로 몸 관리는 꾸준히 해야지.”
“그러게, 단독 예능이나 화보 촬영 이런 건 안 들어오려나? 그런 거 들어오기엔 우리가 너무 애매하게 떴나?”
약간의 조크를 담아 킬킬거리자 견하준이 픽 웃었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단 최악은 아니지 않아?”
“맞네, 망돌 길은 피했으니까.”
거기에 내 지분이 크다는 걸 내가 말을 안 해도 다들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 컴백은 언제 할 것 같아?”
“지금이 9월이니까 아마 널널하게 일정 잡아서 1월에는 하지 않을까 싶은데.”
회귀 전, 연초에 컴백했던 기억이 있으니 아마 큰 변수만 없으면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1월일 터였다.
잠깐. 회귀 전, 연초…….
[시발! 데뷔 날짜도 개같이 잡더니 컴백 날짜도 좆같이 잡아 놨어!]회귀 전의 내가 왜 이 말을 했더라……?
몰려오는 싸함과 불안감에 입술을 깨물었다. 어지간히 좆같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만족할 만큼 막내라인을 털고 왔는지 뿌듯한 미소를 지은 서예현이 여전히 얼굴에 마스크팩을 붙인 채로 방으로 돌아왔다.
불을 끄자 방이 곧 어둠으로 물들었다.
시간이 12:00으로 바뀌며 월요일 자정이 되자마자 이제는 익숙한 상태창이 펼쳐졌다.
[☀위클리 퀘스트 정산을 시작합니다.] [모든 퀘스트를 수행했으므로 추가 초심도 3이 부과됩니다.] [초심도 80을 달성했으므로 ‘아이템 선택권’ 사용 제한이 해제됩니다.]드디어 초심도 80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했다.
내가 80까지 올리려고 얼마나 귀찮은 거 참아 가면서 개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무려 모든 위클리 퀘스트를 완수하셨다고.
이놈의 초심도는 올려놓으면 깎이고, 또 올려놓으면 또 깎이고. 내가 무슨 바위 굴리는 시시포스냐?
다시 한번 느끼는 건데 보상 하나 안 받고 이 모든 걸 꼬박꼬박 해냈던 막내 녀석은 역시 대단한 미친놈이었다.
초심도를 올리는 건 어려워도 깎이는 건 쉽기 때문에 초심도가 다시 80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얼른 아이템 선택권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1분 만에 깎일 수도 있는 게 초심도 아니던가.
[아이템 선택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es/No]Yes를 선택하자 네 개의 창이 떴다.
『 아이템 1. 논쟁에서 이기는 100가지 방법
설명: 상대방을 현혹하는 현란한 말재간이 탑재됩니다.
제한: 3시간/1회권 』
『 아이템 2. 페널티 면제권
설명: 위클리 퀘스트 및 서든 퀘스트 미완수 페널티를 제거합니다.
제한: 1회권 』
『 아이템 3. 스포츠의 신
설명: 체력과 운동신경, 모든 운동 종목 수행 능력을 극대화합니다.
제한: 1일/1회권 』
『 아이템 4. 월간 음원 차트(TOP100)
설명: 회귀 전 7년간의 월간 음원 차트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제한: 달 하나만 선택 가능 』
와우, 쓰레기가 하나도 없다.
논쟁에서 이기는 100가지 방법은 내일 있을 콘셉트 회의에 큰 도움이 될 거고.
페널티 면제권이야 말하기도 입 아프고.
스포츠의 신은 아체대(아이돌 체육대회)에서 눈길 끌기는 물론이요. MVP 따기에도 딱이다.
그리고 마지막, 회귀 전의 7년간의 월간 음원 차트.
회귀 전 7년간이면 지금 시점에서의 미래다.
쟁쟁한 컴백 전쟁 시기도 피하고 빈집 털이 시즌도 가늠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콘셉트 회의를 앞둔 지금 시점에서는 아이템 1이 제일 필요했지만 왜인지 자꾸만 아이템 4에 더 눈길이 갔다.
[선택 시간까지 10초 남았습니다.] [10, 9, 8, 7…….]‘아니, 제한 시간은 무슨 놈의 제한 시간이야?’
빠르게 줄어드는 카운트에 4번을 선택했다.
어차피 마음에 두고 있던 아이템이라 아이템 1번을 향한 미련은 있어도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곧바로 레브의 컴백 일로 예상되는 내년 1월 차트를 선택했다.
그리고 차트를 보자마자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외쳤다.
“1월은 안 돼!”
뒤척거린 서예현이 졸음기와 짜증이 덕지덕지 묻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잠 좀 자자!”
지금 잠을 잘 때가 아니라니까? 또 나만 속 터지지, 또!
* * *
콘셉트 회의 당일.
한껏 자신만만한 얼굴로 류재희한테 USB를 던지는 김도빈과 발표자 역이라도 떠맡았는지 동그란 안경을 쓰고 USB를 잡아채는 류재희를 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PPT가 있어서 그런지 다들 근심 걱정이라곤 없어 보였다.
오직 또 하나의 근심거리를 떠맡은 나만이 우중충할 뿐이었다.
‘아이템 1을 선택했어야 했나…….’
음악은 내 분야라 자신 있었지만, 컴백 일정은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도저히 답이 안 나왔다.
“역시 한국은 아직까진 무속이지?”
“응? 무슨 소리야?”
그놈의 다중우주 콘셉트를 떠들어 대는 대표님의 말을 익숙하게 씹어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대체 파티에서 일어난 미제 살인사건을 포기하지 못하고 시공간을 넘어 범인 잡는 탐정 콘셉트는 뭔 소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