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26화(22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26화
“아, 왜! 나도 친구들이랑 같이 가야 한다고!”
“세 장이나 받았는데 한 장은 할아버지께 드려라.”
“두 장은 친구들 거라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 윤정아를 향해 막내 작은어머니께서 타박했다.
“너는 티켓팅하면 되잖아. 허구한 날 티켓팅한다고 야자 빼먹고, 학원 빼먹고 난리를 치더니.”
“친구들 다 초대석에서 보는데 나 혼자 다른 구역에서 보라고? 줄도 다르게 서는데? 내 친구들이 얼마나 뻘쭘해하겠어.”
“됐다, 어멈아. 그냥 내가 티켓팅인가 뭔가 해서 가련다.”
손주 티켓을 뺏는 건 좀 그랬는지 할아버지가 손을 내저었다. 겨우 급한 불을 끈 윤정아가 안도하려던 찰나.
“실패하실 거 같은데…….”
셋째 사촌 형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왜, 늙은이가 하기에는 방식이 복잡해?”
“아니, 제가 예전에 친구가 간다는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을 도와준 적 있는데, 수강 신청으로 단련된 저도 힘들던데요. 이든이 그룹이 정아 말대로 요즘 대세 아이돌이면 아마 난도가 그 정도는 될걸요?”
“그거 실패하면 못 가는 거냐?”
“못 가죠. 표가 있어야 입장하니까요. 잡아도 앞 좌석은 순식간에 나가니까 무대랑 까마득히 떨어진 좌석에서 관람하거나. 그럼 잘 보이지도 않을걸요?”
윤정아가 눈앞에서 제삿밥 뺏긴 귀신 같은 표정으로 셋째 사촌 형을 노려보았다. 존나 무서웠다.
셋째 사촌 형도 같은 생각인지 슬며시 윤정아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 그럼 정아 네 초대석 좀 줘 봐라. 할아비가 티켓값 두 배로 용돈 쳐주마.”
할아버지의 그 말에 윤정아가 거의 밥상을 뒤엎을 기세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든 오빠 말이 맞죠! 왜 혈육이라는 이유로! 서버 시계 보면서 초조함을 느끼지도 못하고! 서버 대기가 내 앞에 1만 명이 있는 것도 겪어 보지 못하고! 이선좌의 아픔도 겪어 보지 못하고! 초대석으로 편히 콘서트를 가서 내 돌이 땀과 눈물 어린 노력으로 준비한 무대를 팔짱 끼고 관람하려 하는 건가!”
콘서트 준비할 때 땀은 흘렸어도 눈물은 딱히 흘리지 않았는데.
그나저나 대체 팬심이란 무엇이길래 평소에 그렇게 할아버지를 무서워하던 윤정아가 저렇게 할아버지 앞에서 배짱부리도록 만드는 것일까.
저 녀석이 할아버지를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아는 나로서는 저 광경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런데 정아 너도 따지고 보면 혈육이라 초대석으로 가잖아?”
사촌 누나의 의도치 않은 팩트 폭력에 윤정아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달라! 나는 노오력을 했다고! 내 최애 보겠다고 혈육의 섹시 컨셉을 흐린 눈 하는 게, 친구가 해 대는 사촌오빠 찬양을 듣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그래, 내가 섹시 컨셉을 했다는 것까지 이렇게 동네방네 소문내 줘서 차암 고맙다, 윤정아.
“윤정아, 어른들 다 있는 식사 자리에서 어디서 큰소리야? 내가, 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어? 손님도 있는데 잘하는 짓이다!”
할아버지의 호통에 드디어 제정신을 차린 윤정아가 몸을 움츠리며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숟가락을 든 채로 뻣뻣하게 굳어 식은땀만 흘리고 있는 류재희를 툭 쳤다.
“너는 왜 식은땀을 흘리고 그래?”
류재희가 정말 몰라서 묻느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소매를 잡아 나를 끌어당긴 류재희가 내 귀에 속삭였다.
“제가 그냥 초대석 티켓 한 장 드리고 싶은데 저도 받은 초대석 티켓을 지인들에게 다 뿌려서…… 혹시 한 장 더 받을 수 있는지 소속사에 지금 문의라도 넣어 볼까요?”
“내버려 두라니까. 그렇게 간절히 오고 싶으시면 할아버지가 알아서 잡으시겠지. 안 간절하니까 저러시는 거 아니야. 그리고 밥상머리에서 휴대폰 하면 기본예절이 안 됐다고 얼마나 고함을 지르시는데.”
어깨를 으쓱하고 할아버지께 충고를 건네드렸다.
“참, 할아버지. 플미 티켓 소비는 하지 마시고요.”
“플미가 뭔데?”
할아버지의 물음에 나 대신 윤정아가 대답했다.
“암표요. 공연을 보지도 않으면서 티켓 사서 더 비싸게 되파는 놈들 있어요.”
“전직 법조인에게 불법 저지르지 말라는 소리는 또 처음 들어 본다, 내가.”
골 아프다는 표정을 한 할아버지가 미간을 문질렀다.
할아버지한테 티켓을 티켓팅으로 잡아서 오라고 하긴 했지만, 결과는 알고 있었다.
윤정아가 초대석 티켓을 뜯기겠지. 갑자기 할아버지 변덕에 휘말린 불쌍한 녀석, 쯧쯧.
이 오빠는 네 초대석 티켓을 보호해 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혹여 뜯겨도 나를 원망하지 마라.
내가 회귀 전에 알테어 콘서트 초대석 티켓은 못 구해 왔어도 레브 콘서트 초대석 티켓은 줬잖아, 그때도.
그리고 그때의 너는 우리 노래는 구리다고 레브 콘서트에 안 왔지.
“할아버지, 제가 용병이 되어 드릴게요.”
제 초대석 티켓을 빼앗기지 않을 방법을 찾아낸 건지 윤정아가 쓸데없이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용병? 그건 또 뭐냐? 같이 간다고?”
“제가 콘서트 좌석 잡아드린다고요. 제가 이래 봐도 티켓팅의 신이거든요? 한 번도 본무대 앞 스탠딩 펜스를 놓친 적이 없는!”
윤정아가 당당한 태도로 제 가슴을 두드렸다.
“엥, 그러면 할아버지가 잡은 게 아니라 네가 잡은 거니까 의미가 없는 거 아니냐?”
내 심드렁한 물음에 윤정아가 검지를 제 입술 위에 가져다 대며 눈을 부릅떴다. 방해하지 말고 입 다물라는 뜻이었다.
“겸사겸사 할아버지께 티켓팅 체험도 시켜 드리고, 내가 100%의 확률로 티켓도 잡고, 일석이조!”
“그래, 알았다.”
마지못한 표정으로 할아버지가 승낙하셨다.
류재희의 얼굴에 그나마 안도감이 내려앉은 걸 보니 윤정아의 대안이 나쁘지는 않은 방식인 듯했다.
그렇게 난장판이나 다름없던 식사를 마치고 나자, 사촌들이 내게로 다가왔다.
“이든아, 내 친구가 사인 좀 해 달란다.”
단톡방이 켜진 화면을 내게 보여 주며 둘째 사촌형이 내게 펜과 종이를 찾아 내밀었다.
[김진명- 오우쉣 진짜 님 윤이든이랑 사촌임?] 오전 9:41 [이병호- 개도랐ㅋㅋㅋㅋㅋㅋ ㅈㄴ 안닮았는데?ㅋㅋㅋㅋ] 오전 9:43 [손민운- 사인좀 그리고 커디보이 디스전 때 입덕한 팬이라고 전해 줘] 오전 9:43 [김진명- 네 사촌 동생 DTB 4 출연할 건지 물어봐봐 랩 개잘하던데ㅋㅋㅋ] 오전 9:44 [이병호- 사촌이 연예인이면 무슨 기분이냐ㅋㅋ] 오전 9:47 [구상민- ㅆㅂ 개부럽네] 오전 9:51 [구상민- 사촌 동생한테 부탁해서 걸그룹 번호 받기 ㅆㄱㄴ 각?] 오전 9:52 [윤이헌- 상민아 대가리에 똥만 찬 것 같은 소리 좀 그만해라] 오전 9:54 [윤이헌- 보여 주기 개쪽팔린다] 오전 9:55이 형도 은근 프리스타일 디스의 자질이 있단 말이지. 익숙하게 사인을 휘갈겨 주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확답 못 드린다고 말해 드려.”
“왜, 나가면 좋은 거 아니야? 그거 내 친구들도 엄청 보던데. 나는 그렇게 D.I인지 뭔지 피처링 욕하다가 갑자기 찬양해서 대체 누군가 했다. 그게 너였구나.”
첫째 사촌 형도 슬그머니 와서 여자 친구 여동생 몫의 사인을 받아 갔다. 최애는 서예현이란다.
“이든아, 잠깐만 기다려. 나도 친구들한테 혹시 사인 필요한 사람 있냐고 물어볼게.”
단 두 마디로 회귀 전 망돌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 사촌 누나였다.
그때는 아무도 사인이 필요 없었는지 사촌 누나가 연락을 돌린 이후 사인 요구를 안 했다.
과연 지금은 어떨지?
“누나, 그래서 몇 장 남았다고……?”
“응? 있어 봐. 혜진이 동생이랑, 수영이, 민정이, 서란이 친구랑, 시원이 언니랑…… 여섯 장만 더 해 줘. 아니다, 방금 또 왔다. 여덟 장. 뭐야, 얘도 팬이었어? 아홉 장만 더 해 주라, 이든아. 얘는 이름도 써 줄래? 황혜림 누나라고 써 달래. 고양이도 그려 달라는데?”
“누나 은근 친구 많다…….”
류재희와 함께 열심히 사인 기계가 되어 사인을 하며 중얼거렸다.
뭐, 사인 이야기 꺼낸 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받는 것보단 낫지.
“어차피 아이돌 그거 한철 장사 아니야? 인기 떨어지면 끝이지.”
내가 주목받는 게 영 배알이 꼴렸는지 윤현호가 빈정거렸다.
“응, 저작권료로 숨 쉴 때마다 통장에 돈 꽂혀. 너랑 이야기하는 지금도 돈 들어오고 있어. 요즘 S대 취업률도 뚝뚝 떨어진다는데 네 미래 걱정부터 하지 그러냐?”
전혀 타격이 없어 귀를 후비적거리며 맞받아쳤다. 윤현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나저나, 고맙다, 현호야.”
옆으로 다가가 윤현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네가 팔순 디스랩 동영상 올려 준 덕분에 우리 윤씨 집안이 얼마나 꼰대 집안인지 참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잖냐. 이게 명절 BGM이 되어서 내 인지도도 올려 주고.”
반응이 좋아 제 의도대로 되지 않은 게 분했는지 윤현호는 후다닥 영상을 내렸지만, 영상은 이미 이곳저곳 퍼진 상태였다. 오디오까지 따였으니 말 다 했지.
“너였냐? 할아버지께서 영상 퍼트린 놈 잡히면 전관 변호사까지 써서 빨간줄 그이게 해 주겠다고 벼르고 계시던데.”
첫째 사촌 형이 분에 차서 씩씩거리는 윤현호를 보며 혀를 찼다. 그 말에 윤현호가 완전히 굳었다.
뭐, 고마움의 표시로 할아버지에게 말하진 않을 테니까 알아서 숨겨 봐라. 이미 사촌들도 다들 알게 된 이상 얼마나 숨겨질지 모르겠지만.
할아버지의 부름에 거실에 다 모이자 할아버지가 어느 때처럼 가족 간의 화합, 그리고 그놈의 비전, 지식과 인맥의 중요성, 엘리트주의적인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할아버지의 호통이 날아들었다.
“윤이든!”
“아, 맞다. 드릴 게 있는데 깜빡했네.”
벌떡 일어나 주머니에서 챙겨 온 돈 봉투들을 꺼내 친척 어른들께 싹 돌렸다.
“제가 이제 또 경제 활동을 하니까, 부족하지만 용돈 하시라고 챙겨 넣었습니다.”
부모님의 얼굴에 묘하게 뿌듯해하는 미소가 걸렸다. 할아버지께는 특별히 준비한 봉투를 건넸다.
“편지도 썼어?”
봉투를 열어 본 할아버지가 그 안에 접혀 있는 종이를 발견하고 흐뭇한 얼굴로 그걸 꺼냈다.
엥, 웬 편지? 편지를 쓴 기억은 없었기에 잠시간 상황파악을 하다가, 드디어 저 종이가 뭔지 깨달았다.
이런 미친, 저걸 빼고 드리는 걸 깜빡하다니.
할아버지가 망언하면 돈 뿌리면서 쇼미더머니를 보여 주려 했던 내 계획이 할아버지가 의외로 효륜디스랩에 강한 반응을 보이시며 어그러졌다. 그래서 저 종이는 빼고 드렸어야 했는데.
“재희야, 속 안 답답하냐? 체한 것 같지 않고?”
“아니요?”
류재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지한 얼굴로 류재희에게 속삭였다.
“아니야, 지금 너는 체한 거야. 알았지?”
“불안하게 왜 그러는데요?”
대답하지 않고 류재희의 팔을 붙잡고 벌떡 일어났다.
“어이쿠, 우리 막내가 체한 것 같다고 해서. 저희는 이만 가 봐야겠습니다!”
“안, 안녕히 계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류재희가 얼결에 함께 꾸벅 인사했다.
류재희를 끌고 쏜살같이 현관을 향해 내다 달리기가 무섭게 효륜디스랩 2탄 가사가 적힌 종이를 읽은 할아버지가 노성을 내질렀다.
“윤이든! 당장 이리 안 오냐!”
“공연까지는 안 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