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3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34화(23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34화
“내 노트북이……!”
별로 세게도 안 쳤는데 왜 고장이 난 건데!
망가진 노트북을 붙잡고 어떻게든 살려 보기 위해 몇 번 더 쳐 보다가 견하준의 만류로 순순히 손을 뗐다.
“너 그러다가 서비스 센터 가도 이거 못 살린다니까?”
“행운 토템을 앞에 두고 한 번 노트북을 다시 쳐 보시는 건 어떠세요?”
김도빈의 제안이 꽤 솔깃했기에 김노담 대표님의 프로필 사진을 띄우기 위해 휴대폰을 집어 들자마자 윤정아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여보세요. 성공했냐? 누가 잡았냐? 할아버지?”
-으아아아! 오빠, 어떡해?
어찌나 성량이 좋은지 스피커 모드로 바꾸지 않았음에도 쩌렁쩌렁 들려오는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슬쩍 귀에서 휴대폰을 멀리 뗐다.
“왜, 너도 티켓팅 실패했냐?”
-아니, 그럴 리가! 성공은 했는데, 내가 습관적으로 스탠딩을 잡아 버렸어! 물론 할아버지는 광탈!
“나는 아예 서버에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넌 대체 어떻게 잡았냐?”
-그거야 껌이고. 2층 중앙석 좌석을 잡아드렸어야 했는데……! 내 손이 본능적으로 본무대 앞 스탠딩을……!
옆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류재희가 그대로 내뿜었다.
기침하며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는 류재희의 얼굴에는 경악이 가득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다른 멤버들이 대체 저게 뭔 소린지 몰라 멀뚱히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그야 류재희는 윤정아의 저 말뜻이 뭔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녀석이었으니까.
류재희가 곧장 휴대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빠르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너는 진짜 불효를 신박한 방식으로 한다. 팔순 넘은 영감님을 본무대 앞 스탠딩에 세울 생각을 다 하다니. 와우. 야, 앞으로 내 팔순잔치 디스랩은 명함도 못 내밀겠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감탄을 내뱉었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아니, 나도 진짜 습관적으로 그랬다니까? 나는 맨날 그 구역 스탠딩만 가니까!
돌아 버릴 것 같다는 윤정아의 외침에도 아직도 효륜 레벨 패배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 보이지 않을 걸 알면서도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몇 시간 동안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인 상태로 서서 보는 거라고 설명해 드리니까 표정 완전 썩으셨어…… 물론 펜스 잡으면 앞에서는 안 밀리고 뒤에서만 좀 밀겠지만. 내가 잡은 게 A구역 20번 대 후반이라 할아버지가 펜스 잡으시긴 쌉가긴 해.
들으면 들을수록 내 효륜디스랩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윤정아의 말이 끝나자, 혀를 차고 한마디 해 줬다.
“네가 스탠딩 가는 게 낫지 않겠냐?”
-나 진짜 초대석 티켓 할아버지한테 양보해야 해?
“어쩌겠냐, 네 업보인데.”
좌석에서 관람하시라고나 생각했지, 스탠딩을 뛰는 할아버지를 상상한 적은 없었단 말이다.
-으허헝! 내가 왜 그랬을까! 망할 손가락!
대성통곡과 함께 통화가 뚝, 끊겼다.
그리고 1시간 후.
[윤정아- 할아버지가 그냥 나 초대석 가라고 하시는데???] 오후 8:21 [윤정아- 할아버지 콘서트 안 가시려나 봐] 오후 8:23역시 그럼 그렇지.
애초에 오실 것이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에 실망도 딱히 없었다.
티켓팅 다음 날, 우리는 김도빈의 노트북 주변에 모여 앉았다. 내 노트북은 A/S 수리센터로 떠났기에.
조회를 클릭하기 직전,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돌아본 류재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 혹시 제가 대학 세 군데 다 떨어지면 20만 원 뱉어 내야 해요?”
“배째라고 해.”
킬킬거리며 가볍게 답변해 줬지만, 류재희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창백해졌다.
“막내야, 떨어질 리 없어. 나머지 두 곳은 성적 맞춰서 넣었잖아. 그리고 실기도 분명 잘 봤을 거야.”
이곳에서의 유일한 입시 경험자인 서예현이 차분하게 류재희를 진정시켰다.
도무지 마우스 위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류재희의 손을 보다가 답답함에 내가 대신 클릭했다.
류재희의 수험 번호와 함께 합격을 축하드린다는 문구가 모니터에 떴다.
“거봐, 인마. 합격이잖아.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마우스 클릭 하나 못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류재희가 와락 서예현을 껴안았다.
“형, 저 합격했어요!”
“막내야! 내가 너는 할 수 있다고 했지!”
감동적인 학원 드라마 한 편을 찍는 서예현과 류재희를 보다가 목소리 한껏 낮춰 김도빈에게 속닥였다.
“도빈아, 빨리 치킨 시켜라. 예현 형이 닭가슴살을 꺼내기 전에.”
“넵.”
이런 기쁜 날에 닭가슴살을 씹고 있기는 싫었는지 생전 처음 보는 속도로 잽싸게 치킨집 쿠폰을 낚아채 방으로 들어간 김도빈이 1분 후에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왔다.
류재희와 함께 기쁨을 한껏 나눈 서예현이 밝은 얼굴로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 그러면 막내 합격 기념으로 축하 파티나 할까? 내가 이럴 줄 알고 어제 가공품 말고 생 닭가슴살을 사 놨어.”
“어어, 형이 그럴 줄 알고 우린 치킨 시켰어. 아마 지금쯤이면 취소가 안 될 거야.”
“야, 치킨 칼로리-”
“오븐에 구운 치킨, 960kcal.”
역시나 예상대로 치킨 칼로리를 읊어 보라고 지랄하기 일보 직전인 서예현의 말을 끊고 선수 쳐 칼로리를 읊었다.
“막내가 대학 합격한 기쁜 날인데 치킨 정도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요?”
김도빈이 간식을 앞에 두고 ‘기다려’ 명령을 받은 개 같은 아주 간절한 눈빛으로 서예현을 바라보았다.
연습실과 녹음실이라는 공간을 제외하곤 나한테는 한없이 강하지만, 김도빈에게는 한없이 약한 서예현은 마음이 흔들렸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콜라 먹는 거 금지, 소스 찍어 먹는 것도 금지.”
“엥, 그러면 치킨을 먹는 의미가 없지 않나여.”
“그럼 닭가슴살 먹을까?”
“아니요! 어차피 콜라는 입에 대지도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스까지만 좀 허락해 주시면 안 될까여?”
“자, 도빈아. 이 치킨집 홈페이지 들어가서 소스 칼로리 한 번 읊어봐.”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치킨에 서예현이 대체 언제 시킨 거냐고 미간을 문지르며 상당히 골 때린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면 류재 드디어 미팅 경험해 보는 거야? 이전 연기 대회에서 네가 한 그 발 연기 생각난다. 실제랑 비교하는 거 이제 가능?”
“형, 내가 미팅 나가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대체 무슨 글이 올라오라고…….”
내가 굳이 올린다고 바득바득 우겨 소속사에서 글 양식을 전해 받은 후, 레브 공계에 콘서트 티켓 추첨 글을 올리고 다시 치킨을 뜯었다.
[▶주 5회 이상 공식 SNS에 셀카와 글 올리기(5/5)] [초심도 2가 주어집니다.]위클리 퀘스트 중 공계에 글 5번 올리기를 달성하며 초심도가 올라갔다.
드디어 그 빌어먹을 서른 살 나 자신 개쉑히가 40점대까지 깎아 먹은 초심도를 70점대로 복구했다.
70점대로 이렇게 기뻐하고 있자니, 90점을 훌쩍 넘어 쌍욕도 마음 놓고 여섯 번씩 갈기던 과거가 참으로 그리워졌다.
[초심도 70을 달성했습니다.] [위험도가 영구히 제거됩니다.]일단 위험도인지 뭔지 하는 성가신 건 이제 내게서 완전히 사라졌다.
만약 차연호가 이 위험도를 넘긴 장본인이라면, 나 역시 그 자식에게 이 엿 같은 초심도를 넘길 수 있지 않을까.
[별 효과는 없을 겁니다.] [차라리 상대방의 위험도를 높이는 걸 추천드립니다.]차연호 역시 여전히 위험도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린가? 그렇다면 내가 초심도 시스템을 차연호에게 넘긴다고 한들, 내게도 남아 있을 거라는 소리군.
‘흠, ’상대방의 위험도를 높여라’라…….’
차연호의 위험도를 높이려면 알테어를 건드리는 게 확실하겠지. 내가 지니고 있었던 가장 큰 패는 차연호가 먼저 손을 쓰는 바람에 사라져 버렸다.
다만…….
‘공동 작업으로 이름을 올린 그 작곡가, 분명 한 명이었어.’
검색해서 찾아보자 역시나 케이제이의 이름 옆에 병기된 이름은 단 한 명이었다.
내게 익명으로 도움을 요청했던 최초 고발자. 대형 소속사의 횡포에 의해 곡을 뺏긴 채 지하 작곡가로만 살아가야 했던 그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
차연호보다 먼저.
오랜만에 머리 좀 써야겠네. 그런데 머리는 어떻게 쓰더라……?
레브의 만능 해결사 류재희의 도움이 벌써부터 절실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막내 도움도 못 받는다고.
빌어먹을 케이제이! 엿 같은 차연호! 망할 알테어! 왜 나를 건드려서 내가 굳이 머리를 쓰게 만들어!
* * *
“와, 뭐야? 우리 이번 앨범 KICKS랑 동발이야?”
뉴본에서 낸 연예 기사를 보며 탐탁지 않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필 대표님 픽이 타이틀곡이 되었을 때 KICKS와 정면으로 맞붙다니.
게다가 이번에 뉴본 측에서 꽤 칼을 갈았는지 이번 KICKS의 앨범은 업계에서 성공 공식이라 자리 잡힌 프로듀서가 전담했단다.
그 프로듀서와 친하다는 지원이 형에게 슬쩍 물어보니 자기도 짧게 듣긴 했지만, 노래가 제법 괜찮았다고.
“칭찬에 더럽게 짠 그 양반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진짜 좋다는 소린데…….”
지원이 형에게 온 답장을 확인하며 앞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 올렸다.
권윤성이야 이제 내게 마주하기 껄끄러운 녀석 정도로 자리 잡긴 했지만, 마주할 때마다 내 속을 살살 긁고 류재희에게 대놓고 시비를 걸어 대는 최현민이나 여전히 권윤성이 없는 곳에서 잊을 만하면 우리를 한 번씩 까 댄다는 다른 KICKS 멤버 놈들은 껄끄러운 정도가 아니라 꼴 보기가 싫었다.
그런 꼴 보기 싫은 놈들이 의기양양하게 우리를 이기는 꼴을 본다?
그날이 바로 내가 뒷목 잡고 넘어가는 날이다.
평소였으면 당연히 이길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겠지만, 하필 작업 시간도 급박했던 데다가 내 음악성 취향을 위해 대중성을 약간 포기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고, 대표님 픽이었기에 결과를 확신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자 옆에 털썩 앉은 견하준이 내게 한 소리 했다.
“너는 아직도 걔들에게 얽매여 있는 거 같아. 걔네랑 동발인 게 그렇게 신경 쓰일 거 있어? 그냥 우리는 우리만의 음악을 하면 되는 거잖아.”
“준아, 너도 우리 음악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해?”
예민한 내 물음에 견하준이 눈썹을 치켰다. 날카로웠던 신경을 누그러뜨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평소였으면 질 리가 있겠냐고 그랬을 텐데. 그런 소리는 하나도 안 나와서.”
“그냥, 네가 부담 가지질 않길 바라.”
견하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덕분에 부담은 내 등에 지워지지 않았지만 불안감은 여전했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
드디어 이번 회차에서의 우리의 첫 콘서트 날짜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