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3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35화(23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35화
“진짜 떨린다. 첫 콘서트라니.”
“와, 무대 보셨어요? 음방 무대랑은 비교도 안 되게 넓네여.”
콘서트 D-1, 런스루 리허설.
이틀 전에 댄서들과 넘버링을 하고 단체 안무까지 맞추는 단계까지 끝내고, 오늘은 예행연습인 런스루 리허설을 위해 공연장에 도착했다.
연주를 맡은 밴드와 인사를 나눈 후, 무대와 조명이 완벽하게 설치된 공연장 무대에 서서 사흘간 공연이 이루어질 공간을 둘러보았다.
“말도 안 돼. 이 많은 객석이 다 찬다고?”
무대 한가운데에 서서 빈 좌석을 멍하니 올려다보며 서예현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첫 콘서트의 크게 다가오는 듯한 멤버들과 달리 이보다 더 큰 무대에도 서 본 데다가, 해외 투어네 국내 콘서트네 하며 콘서트 경험이 꽤 많았던 나는 딱히 감흥이 없었다.
김도빈과 류재희는 이미 돌출 무대까지 신나게 뛰어가고 있었다.
“야, 너네 그러다가 발목 삐끗하기라도 하면 내일 콘서트에 지장 간다.”
막내 라인에게 한 소리 하고 그랜드피아노를 조율하고 있는 견하준에게로 다가갔다.
신중하게 건반을 눌러보고 있는 견하준의 얼굴에는 답지 않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떨리냐?”
견하준의 어깨에 팔을 턱 얹으며 묻자 견하준이 픽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대꾸했다.
“이든이 너는 긴장감이 하나도 없어 보이네. 누가 보면 경험자인지 알겠어.”
농담기가 없는 말에 멈칫했다. 설마…… 알고 한 말인가? 눈을 깜빡이고 있자 견하준이 스텝을 불러 조율을 요청했다.
때문에 나는 묻지 못하고 서예현의 옆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스텝들과 함께 오프닝부터 메인 무대 체크 사항까지 꼼꼼히 점검하고 리허설을 시작했다.
“동선 맞춥시다, 동선!”
“조금 더 거리 넓혀도 될 것 같은데?”
“하나, 둘, 셋에 퍼졌다가 2절 시작할 때 다시 모이자니까.”
내일의 콘서트를 향한 긴장감과 기대가 가득한 멤버들의 얼굴을 보다가 나 역시 픽 웃어 버리고 말았다.
내일 콘서트 무대 위에서 울지 않을 사람은 아무래도 나 하나밖에 없어 보였다.
* * *
콘서트 당일, 콘서트 시작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콘서트장 앞은 인파로 바글바글했다.
각 팬페이지들이 멤버들 이름으로 기부한 내역이 적힌 화환과 팬페이지에서 내건, 응원 문구가 적힌 사진들이 콘서트장 앞에 촤르륵 늘어져 있었다.
나눔이 이루어지는 광경도 심심찮게 보였다.
긴 줄을 서 겨우 MD를 산 김모 양은 텅텅 빈 지갑과 그 금액에 반비례하는 MD의 퀄리티에 짙은 현타를 느꼈다.
‘시발, 좆nL이 또 좆nL했네.’
시즌그리팅이 잘 뽑혀 제법 기대했건만, 좋다고는 빈말로도 할 수 없는 콘서트 MD의 퀄리티에 김모 양은 오늘도 LnL 신사옥 유리창 하나를 떼 오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녀가 이때껏 파던 아이돌들의 MD들도 퀄이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레브 로고 하나만 덩그러니 박아 놓은 수건은 좀 너무하지 않냐?
유일하게 건진 건 리뉴얼된 레브 공식 응원봉과 LED 효과가 들어간 깃털 파츠였다.
김모 양의 순서는 A구역 30번.
스탠딩 대기 줄에 도착한 그녀는 ‘1~100번’이라고 적힌 표지판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이들 사이에 슬쩍 끼었다.
“저기, 혹시 몇 번이세요?”
“저 31번이요.”
물어물어 제자리를 찾아간 김모 양은 제 앞에 서 계신 웬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눈을 깜빡였다.
대체 어떤 미친X인지 미친놈인지 모르겠는데, 자기 할아버지를 스탠딩 대기 줄에 세워 놔?
혹시 스탠딩 대기 줄을 선착순으로 착각한 어린 팬의 만행이 아닐까 싶어 김모 양은 제 앞자리의 할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 할아버지. 혹시 손주분은 어디 계세요?”
“우리 손녀가 자기는 좌석이라 입장하는 곳이 다르다고 여기까지 안내해 주고 갔는데, 혹시 여기가 아닙니까?”
할아버지가 내민 티켓은 A구역 29번이 맞았다. 안도는커녕 더욱 경악스러웠다.
자기는 좌석을 잡고 할아버지는 스탠딩을 잡아드려? 무슨 이런 신개념 패륜이 다 있어?
당장 트위터를 켜 트윗을 쓸 준비를 완료한 김모 양이 할아버지에게 의지 만반의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이라도 좌석 티켓이랑 교환 잡아드릴까요? 할아버지 번호가 꽤 앞 번이셔서 운 좋으면 바로 교환 될 거예요.”
할아버지는 그 말에도 고개를 짧게 저었다.
“괜찮습니다. 여기가 제일 무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해서 내가 고집한 겁니다.”
그렇긴 하죠. 뒤에서 미친 듯이 밀어 대는 것을 감당하실 수 있다면. 김모 양은 치밀어 오르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살짝 물었다.
“콘서트는 어쩌다가 오신 거예요?”
“한번 보고 나면 손주 녀석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해서…….”
할아버지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살짝 말끝을 흐렸다.
세상에, 손녀 덕질까지 이해해 보시려고 직접 콘서트 체험까지 하신다니. 꽤 마인드가 열린 어르신이셨구나.
이번 설날에도 어김없이 어른들에게 너는 그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아이돌이나 쫓아다니냐는 잔소리를 들었던 김모 양이 감동했다.
“스탠딩 A구역 입장하실게요!”
스텝의 안내에 따라 공연장 안으로 들어와 또 스탠딩 입장 대기를 한참 타다가 드디어 콘서트 구역별 입장을 시작했다.
“뛰지 마세요!”
스텝들의 경고에도 통굽을 신은 발걸음이 빨라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직 텅텅 빈 돌출 무대로 이어지는 통로 무대와 사람이 제법 찬 본무대 앞 펜스 중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무사히 본무대 앞 펜스를 잡은 김모 양은 제 앞번호 할아버지 역시 무사히 제 옆자리에서 펜스를 잡은 것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았다.
그나마 펜스라도 잡으셔야지 몇 시간 동안 버티시지. 펜스를 잡지 못한 스탠딩은 물 없는 파도풀 체험이나 마찬가지였다.
점점 채워지기 시작하는 좌석을 돌아보며 할아버지가 중얼거렸다.
“저 많은 사람들이 다 이걸 보려고 왔다고?”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이랑 모레도 다 매진이에요.”
옆에서 김모 양이 뿌듯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한마디 거들었다.
본무대와 무대 옆의 스크린에는 콘서트 시작 전까지 레브의 뮤직비디오가 재생되고 있었다.
김모 양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뮤비에서 분홍 머리를 한 이든의 모습이 나오자 할아버지가 혀를 찼다.
“쯧, 사내자식 머리 꼬라지가 저게 뭐야?”
그래, 나이 먹은 어르신들 눈에는 그렇게 비칠 수도 있지.
김모 양은 순간 울컥했던 속을 차분히 진정시켰다.
콘서트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울렸다. 뮤비가 한창 재생되던 스크린이 픽, 꺼졌다.
응원봉과 펜스를 단단히 쥐며 김모 양은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무대를 응시했다.
콘서트장의 조명이 어두워지며 본무대 스크린이 환하게 빛났다.
콘서트 오프닝 VCR 영상이 전개되었다. 테이크아웃 잔이나 신문, 빵이 든 종이봉투를 들고 마치 뉴요커처럼 뉴욕의 길거리를 걷는 멤버들의 모습을 하나씩 비추더니, 제자리에 뚝 멈춰 선 유제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그걸 시작으로 천천히 되감기하듯 클로즈업된 멤버들의 얼굴을 보여 주다가 가장 처음 등장한 이든의 얼굴에서 뒤를 돌아보는 장면으로 줌아웃되며 레브 다섯 멤버가 다 함께 마음껏 거리를 달리는 뒷모습으로 이어졌다.
노을이 내려앉다가 점점 짙어지는 하늘을 마지막으로 화면이 검게 물들었다.
[Let’s fly to the sky]유제의 찢어질 듯한 고음이 곡의 도입부를 열었다.
콘서트의 막을 여는 오프닝곡은 였다.
함성과 함께 무대 스크린이 반으로 갈라지며 마이크를 든 레브 멤버들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레브를 보기 위한 스탠딩에서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죽겠다는 얼굴로 펜스를 붙들고 있는 제 옆의 할아버지를 발견한 김모 양이 외쳤다.
“밀지 마세요! 앞쪽에 할아버지 계시잖아요!”
그래도 일몽소녀들이 유교를 완전히 저버리지 않았는지, 아예 밀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 이후로 뒤쪽에서 밀어 대는 힘이 제법 완화되었다.
가 끝나고 바로 시작된 다음으로 이어지는 에 공연장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Dream of me! 안녕하세요, 레브입니다!”
힘찬 단체 구호 인사에 데이드림이 우렁찬 함성으로 답했다.
리더인 윤이든이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데이드림.”
“에이, 형! 그런 심심한 인사 말고 형 시그니처 인사로 들려 드려야죠.”
“아, 무슨 시그니처는 시그니처야.”
불쑥 끼어든 류재희의 재촉에 머쓱한 얼굴로 손을 내젓던 윤이든은 기대에 찬 함성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제 시그니처 인사말을 내뱉었다.
“데이드림, 기체후일향만강하셨어요?”
네!!
그에 화답하듯 들리는 단체 외침에 씩 웃은 윤이든이 인사를 이어 나갔다.
“이든입니다. 오늘 다 같이 즐겁게 레브의 첫 콘서트를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멤버들까지 차례로 인사를 마치고, 간단한 토크가 이어졌다.
다른 멤버들은 한 번씩 긴장한 기색이 보이긴 했지만, 윤이든만은 아주 편안한 얼굴로 능숙하게 토크를 진행했다.
누가 보면 콘서트를 한 열 번쯤은 한 10년 차 아이돌이었다.
“이번 무대는 다음으로 레브에게도 의미가 크지만, 제 개인에게도 의미가 큰 곡이죠.”
“그렇죠. 무려 이든이 형에게 훈화돌이라는 별명을 안겨 주었던 그 곡.”
“아니, 그 뜻이 아니었거든?”
김도빈이 덧붙인 말에 무대 위에서도, 객석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가볍게 김도빈의 머리를 헤집은 윤이든이 김도빈의 등을 툭 밀어 센터로 내보냈다.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된 의 전주가 장엄하게 울렸다.
* * *
무대까지 끝나고, 의상을 갈아입기 위해 대기실로 돌아오자마자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류재희를 휙 돌아보며 물었다.
“내, 내,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류재희의 표정 역시 내 표정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여 내가 헛것을 본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분명 제가 막콘 초대석 보내드렸는데 왜, 왜 이든이 형 조부님이 스탠딩에 계시는 건데요? 심지어 펜스도 잡으셨어!”
“뭐? 그 본무대 앞 할아버지가 이든이 형 조부님이셨어?”
김도빈 역시 스탠딩의 할아버지를 발견했는지 입을 떡 벌리고 경악했다.
내가 데리고 간 팔순연과 영통 세배 덕분에 내 친조부를 마주한 적이 있는 서예현이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어쩐지 낯익다 했다…….”
대체 스탠딩에 왜 계시느냐는 견하준의 무언의 눈빛에 내가 한 거 아니라고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이든이 형 조부님께서 저희 팬섭을 좋아하실까요……?”
“일단 해! 막 해! 그냥 해! 그렇게 해서라도 윤이든이 저지른 이 불효를 어떻게든 상쇄시켜야 할 거 아니야……!”
“그래, 스탠딩에 멤버 조부님 두고 팬서비스 한 번 안 하는 아이돌로 찍히는 것보다는 낫겠지.”
멤버들 앞에서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설마 효륜디스랩의 복수를 이렇게 하시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