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3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39화(23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39화
콘서트 둘째 날의 이벤트는 멤버들의 가족들이 준비한 깜짝 영상 편지였다.
또 눈물 파티가 일어날 것이라는 팬들의 예상과 달리 의외로 멤버들은 가족들의 영상 편지에는 첫째 날처럼 펑펑 울지 않았다.
서예현은 눈시울을 붉히긴 했지만 의연하게 영상을 보고 있었으며, 견하준은 초대석에 앉아 있을 제 누나와 형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여유까지 보였다.
윤이든은 뭐…… 자기 부모님이 이런 말도 다 하실 수 있는 분들인지 몰랐다며 견하준을 툭툭 치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부모님을 보고 감동 어린 얼굴로 울먹이던 레브의 공식 눈물주머니 김도빈은 자기 형이 스크린에 등장하자마자 티벳 여우 표정을 보여 주어 객석에 웃음을 선사해 주기도 했다.
류재희는 다섯 멤버 중 가장 길이가 짧은 부모님과 동생들의 영상 편지에도 담담했다.
덕분에 콘서트 둘째 날에는 팬송인 <사계절의 너>를 다섯 멤버의 목소리로 완벽하게 들을 수 있었다.
첫 소절을 부르던 김도빈의 목소리가 살짝 잠기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무언가 열심히는 부르는데 흠…… 소리가 나오던 첫날의 (거의)윤이든 솔로 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아니 어제 그렇게 오열하던 애들 맞냐고요ㅋㅋㅋ
-젠장 오늘이야말로 2E 눈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애들이 다 가족에 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충격 예현이 어머님-예현이-예현이 여동생분 셋이 똑닮
-나 사실 이든이 부모님께서 이든이 이름 말하기 전까지 누구 부모님인지 몰랐으……
└ㄹㅇ 유전자의 신비 어떻게 저 얼굴 조합의 결과가 이든이일 수가?
-하준이 완전 막둥이었구나 성격이랑 살림 솜씨만 봤을 때는 형제 많은 집안 첫째였는데
└22 하준이가 그룹에서 형라인이다 보니까 그냥 막둥이라고 말만 들었을 때는 실감이 잘 안 났는데 이번에 하준이 형이랑 누나 모습 보니까 얼마나 막둥이라고 애지중지 컸을지 상상이 가더라
-도빈이 왜 자기 친형 보자마자 눈물 쏙 사라지고 표정 뚱해지는데ㅋㅋ
-유제 부모님 쫌만 더 길게 해 주시지ㅜㅜㅜ 울 유제 섭섭했겠다ㅜㅜ
-헐 토콘 초대석에서 D.I랑 이든이 리사 때 나온 조교분? 봤어
└그르네 그분 전역했겠네ㅋㅋ
-우는 모습은 못 봐도 웃는 모습은 마음껏 봐서 좋다
그렇게 둘째 날의 콘서트도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나고.
대망의 마지막 콘서트.
오늘도 기필코 멤버들을 감동시켜 보겠다며 열심히 준비한 이벤트를 팬들이 꺼내기 전, 견하준이 선수를 쳐서 입을 열었다.
“마지막 날이라 저희가 특별히 준비한 게 있어요.”
견하준의 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스크린에 vcr이 재생되었다.
지금보다 훨씬 앳된 외모의 레브 멤버들이 화면에 등장했다.
[이든: 3년 후의 우리요? 어떤 모습일 것 같냐고요?] [도빈: 키가 180cm 달성!] [유제: 형의 개인적인 소망을 말하지 말고. 제 생각에는 아마…… 그래도 히트곡 몇 개는 나오지 않았을까요?] [하준: 정상을 향해 꾸준히 달려가고 있지 않을까.] [이든: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를 세상에 내 보인 그룹이 됐으면 좋겠네요.] [예현: 단독 콘서트는 했을까? 했겠지?] [도빈: 3년 후에는 많은 팬분들 앞에서 멋있는 콘서트 무대를 보여드리고 있을 수도?]치지직, 화면에 노이즈가 끼더니 과거의 레브가 현재의 레브 멤버들의 모습으로 변했다.
한결 성숙해진 얼굴에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이든: 첫 콘서트를 하는 소감이요? 와, 너무 기대된다.] [유제: 빨리 우리 일몽이들이랑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현: 떨리죠…… 완벽한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을까 부담도 되고.] [하준: 멤버들 모두 열심히 준비한 만큼 데이드림 분들도 재미있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빈: 데이드림, 기다려라! 내가 간다!]벌떡 일어나 손가락을 척 치켜드는 김도빈의 정수리를 꾹 눌러 앉힌 이든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장면이 연습실에서 콘서트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레브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콘서트를 준비하는 장면이 빠르게 한 컷 한 컷 넘어가고 첫콘과 둘째 날 콘의 장면이 담겼다.
돌출 무대를 향해 걸어가는 현재 레브의 모습이 스크린에 송출되었다.
레브 멤버들이 돌출무대에 도착하자 영상으로 돌아온 화면이 자막을 띄웠다.
[데이드림에게 향하는 레브의 마지막 발걸음]다시 레브 멤버들의 현재 얼굴이 스크린에 비쳤다.
“아니, 잠깐. 왜 이렇게 멘트가 마지막 은퇴 콘서트 같아? 여러분,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 아직 은퇴하려면 완전 멀었어요! 아직 저희가 콘서트로도, 다른 방식으로도 만날 날이 창창해요!”
서예현의 다급한 외침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초반에 나온 영상, 우리가 언제 찍은 거예요?”
“그때 찍은 거네. <마이돌 관찰카메라> 때. 너 진짜 기억 안 나?”
“……나죠! 당연히 나죠!”
반 박자 늦게 대답한 김도빈의 머리를 피식 웃으며 가볍게 헤집은 윤이든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초반 영상에서 저희가 말했던 소망들이 다 이루어졌네요.”
“그러네요, 정말로…….”
유제가 약간 울컥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하지만 울지 않겠다는 듯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마구 저어 눈물을 떨쳐 냈다.
“그러면 그 소망을 이루어 주신 모든 분들께 다 같이 감사 인사 한번 드려야죠?”
관객석과 가장 가까운 돌출 무대 위에 나란히 선 레브가 서로 손을 잡고 꾸벅 인사를 올렸다.
“저희의 꿈을 이루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울음 섞인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사계절의 너> 전주가 흘러나오자 이번에는 제대로 불러 주겠다며 자신만만한 얼굴로 첫 소절을 시작했던 김도빈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관객석에 색색의 플래카드로 만든 글자가 선명히 떠 있었다. 무대에서 보면 그 어느 곳에서보다도 잘 보이는 글자가.
♥ 레브 영원히 사랑해 ♥
팬들의 화답이나 다름없는 이벤트에 막내 라인이 오늘도 눈시울을 붉혔다.
원체 눈물이 없는 편인 형라인 셋은 이미 적응되어 막내 라인을 다독이거나 또 우느냐고 놀려 댔다.
어제, 그리고 그제와 같이 앵콜 대신 한목소리로 외치는 수록곡의 후렴구와 아쉬움을 충족시켜 주듯 다시 이어지는 앵콜 무대.
그 광경을 초대석에서 지켜보던 이든의 조부가 한마디 툭 내뱉었다.
“……잘하는구먼.”
이든이 작곡했다는 음악과 무대 위에서 빛나는 이든의 모습, 처음 보는 밝게 웃는 표정이 정신없던 첫 콘에서보다 귀와 눈에 잘 들어왔기에 이든의 조부는 그만 고집을 꺾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함성에 묻힌 그 중얼거림을 용케 들은 이든의 부친이 미미하게 미소 지었다.
“데이드림, 사랑해요!”
마지막 인사와 함께 격렬한 밴드 사운드가 길게 끌리며 콘서트의 끝을 알렸다.
팬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사흘이었다.
* * *
그리고 올라온 막콘 후기.
-애들 데뷔 초 얼굴 나올 때부터 눈물 나오기 시작
-그렇게 사흘 간의 콘서트에서도 오열이든을 보는 건 실패했다
└오열도 안 바랐고 눈물 한 줄기라도 흘려 주길 바랐음 ㄸㄹㄹ
└아 이번 아니면 이제 기습 감동 기회 없는데
-막콘 때 윤이든 우는 거 본다고 벼르고 있다가 내가 먼저 울어버림ㅠㅠㅠ
└222 나 진짜 눈물 질질 흘리면서 슬로건 들었잖아ㅠ
-막콘에 이든이 아버님 옆에 앉아계셨던 할아버지 나 첫콘 A구역에서 본 것 같은뎅,,,
└그래서 그 스탠딩 할아버지가 이든이 할아버지라고? 이든이 할아버지가 왜 스탠딩 뛰셨겠어 가족이면 초대석 티켓 다 드릴 텐데
└아무리 이든이가 자기 할아버지 팔순잔치에서 디스랩하는 효륜좌라도 설마 자기 할아버지를 스탠딩 뛰라고 했겠냐고;
└맞아 우리애는 맘 약해서 멘탈 타격밖에 못해
└그러넹 내가 잘못 봤을 수도,,,
그렇게 윤이든 조부의 고집이 쏘아 올릴 뻔한 작은 공은 다행히도 무사히 묻혔다.
* * *
“끝! 끝! 진짜로 끝!”
“다들 정말로 고생 많았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지막 날 콘서트가 끝나고 무대 아래로 내려 오자마자 케이크가 우리를 반겼다.
콘서트 기간 동안 함께 고생했던 스텝들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콘서트 마무리를 자축했다.
지치지도 않는지 아직도 팔팔한 김도빈과 류재희를 보며 혀를 내두르면서 케이크를 먹고 있는데, 휴대폰이 길게 울렸다.
[✆친할아버지]받고 오라는 듯 내 등을 가볍게 떠미는 견하준의 손길에 몸을 일으켜 그나마 조용한 복도로 나왔다.
“오셨네요? 오늘 안 오실 줄 알았는데.”
내 첫마디에 할아버지가 퉁명스럽게 되물었다.
-네 녀석이 오라면서?
“아, 아니, 스탠딩 뛰시느라 몸살 나서 못 오실 줄 알았죠.”
앵콜 때 플로어에 갔다가 할아버지를 마주하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저 영감님 고집에 백 프로 안 오실 줄 알았더니.
-나 아직 정정하다.
혀를 찬 할아버지에게 픽 웃으며 물었다.
“어땠어요? 아직도 제가 딴따라 집어치워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잠시 침묵한 할아버지가 툭, 한마디 했다.
-잘 봤다.
이 한마디를 듣고 싶긴 했나 보다, 내가. 속이 이렇게 뜨거워지고 먹먹해지는 걸 보니.
-네가 잘하는 거, 좋아하는 거, 계속하거라.
인정이나 다름없는 할아버지의 말에 그 기세를 틈타 슬쩍 물었다.
“그럼 제 세뱃돈도 이제 50만 원이에요?”
-뭔 소리냐? 당연히 30만 원이지. 50만 원 받고 싶으면 대학을 가라.
콘서트를 보고 좀 감화되신 줄 알았더니 할아버지는 존나 여전했다.
“허어어? 저도 할아버지 인정은 필요 없었거든요? 조심히 들어가시던가!”
씩씩거리며 통화를 끊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다.
“형, 기분 완전 좋아 보이시는데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전화로 전달받았어요?”
내게 케이크 조각이 올려진 접시를 내미는 류재희의 물음에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좋은 일은 무슨.”
할아버지 인정이 나한테 퍽이나 좋은 일이겠다, 헹.
* * *
급하게 준비한 것치고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필수 조건- 3만 명의 팬들을 실망시킨 당신, 3천만 명의 팬들을 기쁘게 만들어라!(259,007/30,000,000)]충족해야 하는 필수 조건의 숫자도 콘서트 전과 비교했을 때 꽤 올랐다.
해외 투어 몇 번 돌면 천만까지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아 아주 조금 마음이 놓였다.
다만 우리의 앞에 새로이 놓인 문제는 우리의 신곡,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