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4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40화(24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40화
는 차트 20위권에서 아웃이었다.
타이틀곡 회의에서의 처음 결과가 반반으로 갈렸기에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할 거라곤 상상조차 안 했다.
이번에는 저번과 달리 음원 유출이라는 외부적 요소도 없었기에 더더욱.
-레브 노래 아닌 것 같음……ㅜ
-레브 평소 스타일보다 너무 단조롭다 노래가
-처음에만 좀 레브 스타일 아니어서 낯설지 계속 들으니까 중독성 있고 좋네
-<다시 시작해>가 훨씬 귀에 잘 들어오고 레브 원래 스타일 같고 좋던데 왜 타이틀곡을 로 한 거지?
└프듀멤 이름값 지켜 줘야 한다잖아ㅎ
└ㅇ3이 아티스트 자체 프로듀싱 언플 못 잃어서
└객관적으로 가 더 좋긴 함 <다시 시작해>는 비트랑 첫 부분이 강렬해서 그렇지
-음악성 좋지 그런데 그걸 꼭 제일 중요한 시기에 해야겠냐고 이든아 4년차에 탄탄하게 대중성 잡아서 성적 다져놓고 그 이후로 음악성이든 솔로앨범이든 뭐든 네가 하고 싶은 음악 해도 됐잖아 왜 잘 나가다가 찬물을 끼얹어……
└누가 들으면 이든이가 꼭 자기 곡으로 타이틀 하자고 우긴 줄 알겠네 미친아
-노래 좋기만 한데 왜 다들 지랄임?
└ㄴㅁㅇ 내 귀에도 ㅈㄴ 괜찮았는데 2E이 희대의 망곡 뽑은 것마냥 목에 핏대 세우고 회초리질하는 거 너무 꼴보기 싫다
└징징거리는 애들에게 <내 우주로 와> 무한반복 들려줘야 함
– 때는 음원 유출이라는 변명거리라도 있었지 이건 뭐냐고
-하필 ㅇㅌㅇ도 아니고 ㅋㅅ랑 붙었는데 이지랄 나니까 더 쪽팔린다
우리와 같은 날 발매되었던 KICKS의 신곡이 음원 차트 3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런가, 곡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꽤 날카로운 편이었다.
“KICKS에게 밀려서 그래요. 노래가 안 좋은 게 아니라.”
류재희가 굳이 곡 반응을 찾아보고 있는 내 손에서 휴대폰을 뺏으며 말했다.
“KICKS 신곡은 첫 귀에 좋은 노래고, 우리 곡은 반복해서 들을수록 귀에 익으면서 진가가 드러나는 노래잖아요. 첫 주 반응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이제 슬슬 레브의 음악 스펙트럼을 넓혀 가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판단하에 작곡한 곡이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반응이 안 좋을 줄이야.
그렇다고 우리가 뉴욕까지 가서 찍은 뮤직비디오의 반응은 좋았느냐.
-아니 ㅋㅅ는 저번 활동이랑 세계관 연결해서 뮤비에 떡밥 다 넣어 놨던데 우리는 걍 애들 영상화보잖아
└내말이 보니앤클라이드 오마주라던데 뭐가 오마주인지는 모르겠고 범죄자 미화라고 처맞지나 않으면 다행
└ㅋㅅ는 벌써 떡밥 찾으면서 뮤비 조회수랑 버즈량 ㅈㄴ 올라가는데 우리는 뭐 떡밥 퍼먹을 것도 없고
-애들 얼굴만 보는 것도 한계가 있지 영상미가 있음 뭐함 잔잔해서 노잼인데
-뮤비 기억에 남은 거: 예현이 은발, 빨머이든 스카쟌, 왜 거기서 춤추고 있니 도빈이
-다섯 번 돌려 봐도 모르겠는데 뮤비 스토리가 대체 뭐임?
└몰라,, 한 명씩 늘어나는 가출팸?
-윤2E이랑 뮤비 감독이랑 쌍으로 예술병 걸린듯ㅋㅋㅋㅋ
-차라리 6분짜리 리버스 뮤비가 나았다 그건 길다는 거 하나만 단점이었지 스토리 있고 긴박하고 재밌기라도 했어
-ㅅㅂ 제발 세계관 이야기하지 말라고;; 김노답이 평행우주 세계관 ㅈㄴ 사랑한다고 애들이 말했던 거 못 들었음? 니들이 계속 세계관 염불 외우면 김노답 함박웃음 지으면서 <내 우주로 와> 2탄 세계관 내민다니까?
└저희는 그런 노래 업서효
아무래도 그것도 딱히 아닌 모양이었다.
뮤직비디오가 객관적으로 못 뽑힌 편은 아니었지만, 아니, 잘 뽑힌 축에 속하긴 했지만.
하필 KICKS가 칼을 갈고 이전 활동 뮤직비디오와 이어지는 세계관 떡밥 같은 걸 이번 뮤비에 뿌려 놓는 바람에 노래와 어우러질 수 있는 영상미를 중요시한 우리 뮤비는 상대적으로 지루해 보인 것이다.
게다가 콘서트가 막 끝난 상태라 아티스트의 컨디션을 고려하여 음방은 한 주 후부터 들어가기로 한 게 더욱 독이 되어 버렸다.
-아니 안그래도 ㅋㅅ에게 음원 순위 밀렸는데 음방까지 늦게 들어오면 어떡하냐고
-하 킥스는 바로 음방 들어가서 음방 버프로 순위 오르고 있는데…… 얘들아 너네 킥스 옆에서 1위 박수 셔틀 될 거야?
-키백 ㅈㄴ 기세등등한 거 개빡쳐 이때싶 내려치기 오져 진짜
-나락이 나락갔단다ㅋㅋㅋㅋ 어이가 없어서ㅋㅋㅋ 누가 보면 우리애 사회면 1면 나온 줄 알겠네 겨우 곡 하나 이긴 것 가지고 나락 ㅇㅈㄹ
‘대체 뭐가 문제지……?’
회귀 전후를 통틀어 내 음악이 이렇게까지 혹평받는 일은 처음이었다.
작업 시간이 부족해서? 그렇다기에는 더 촉박한 환경에서 작업했던 다른 곡들은 이것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온전한 내 작업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서? 아니, 김도빈이 작업했던 부분은 오히려 곡의 신선함을 살려 주었지 곡에 해가 되진 않았다.
너무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어서? 내 능력이 좋았으면 그런 시도도 반감을 사지 않고 부드럽게 호평으로 받아들여졌겠지.
애써 머리를 차갑게 식히면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봤지만,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든이 형?”
류재희가 조심스럽게 나를 부르는 소리에 상념에서 벗어났다.
“음방 나가면 순위 반등하겠지. 그전에 우리 타이틀곡 회의 때처럼 갑자기 역주행해서 뒤집히던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음방 전까지 연습이나 하러 가자고 몸을 일으켰다.
“맞아요, 좋은 노래는 항상 진가를 보는 법이져.”
김도빈이 냉큼 말을 얹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 녀석도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린 만큼, 반응이 나만큼이나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내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면 김도빈이 또 눈치를 볼 게 뻔하니 저 녀석 앞에서는 표정에 또 신경을 써야만 했다.
이 심란한 상태가 오래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 *
“오, 이든이 형! 1위 후보 오른 거 축하해!”
몇 번이고 경고했음에도 우물에서 물 푸는 것처럼 대가리에서 기억도 퍼내는지 음방 대기실에서 나를 보자마자 히죽거리며 말을 거는 최현민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 스트레스에 20% 정도는 기여한 놈이 깝죽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열불이 치밀어 올랐다.
당장 멱살잡이를 하고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마음을 곧 있을 녹화와 초심도를 상기하며 꾹 내리누르고 있는데 내 옆에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최현민, 적당히 하지?”
정색한 견하준의 표정에 움찔한 최현민이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내게 시비를 걸던 최현민을 모른 척하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KICKS 멤버들도 놀란 얼굴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우리끼리 시비가 붙어도 견하준이 나서는 일은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시피 했으며, 뒷담을 한 것과는 별개로 저 녀석들은 견하준을 영 불편해했으니.
욕설 없이 최현민을 탈탈 털 수 있을 만한 문장 24선을 준비하고 있던 차에 견하준이 먼저 나서 버려서 약간 뻘쭘해졌다.
대기실로 막 들어오는 권윤성을 향해 견하준이 싸늘하게 꼽주는 말을 내뱉었다.
“권윤성, 너는 멤버 관리 좀 해. 네가 리더 아니야?”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사이 불편한 사람한테 일방적으로 면박을 들은 권윤성의 미간이 꿈틀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제 눈치를 보는 최현민의 모습과 내가 꽉 쥐고 있는 주먹, 딱딱하게 굳은 견하준의 표정을 차례로 보고 무슨 상황인지 곧바로 눈치챘는지 권윤성이 최현민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씨발, 현민아. 내가 엔간히 하라고 했지. 경고를 하면 좀 들어 처먹자, 어? 윤이든에게 처맞고 둘이 나란히 뉴스 연예면 장식할래?”
갑자기 나는 왜 장식해?
마른세수를 한 번 하더니 윽박을 내지르는 권윤성을 향해 최현민이 끝까지 뻗댔다.
“아, 왜! 내가 뭘 했다고! 나는 그냥 1위 후보 오른 거 축하한다는 소리밖에 안 했는데!”
“너는 지금 이 지경에 그런 소리를 하고 싶-”
말을 멈춘 권윤성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슬쩍 나를 돌아보았다.
이제는 권윤성한테까지 동정을 받는 건가 싶어 기분이 밑바닥으로 처박혔다.
동정은 씨발, 그놈의 좆 같은 <내 우주로 와> 하나로 충분했는데.
“3월 첫째 주 1위는…… 축하드립니다, KICKS!”
MC에게서 트로피를 건네받는 권윤성을 보며 애써 입꼬리를 올리고 박수를 쳤다.
이런 시기에서는 표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책잡힐 수 있었기에.
숙소로 돌아가는 밴 안.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평소였으면 KICKS에게 졌다고 성토하면서 투덜거리며 난리를 칠 막내 라인은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KICKS 욕을 듣고 싶은 나로서는 막내 라인의 그 선택이 매우 유감이었다. 그렇다고 투덜거려 보라고 할 수도 없고.
“그…… 하준아, 윤이든…… 너희 괜찮아?”
낫 뉴본 출신 셋 중 서예현이 총대 메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는 괜찮은데 이든이가 문제죠.”
견하준이 무덤덤하게 대꾸하며 나를 힐긋 돌아보았다.
“어어, 나도 괜찮아.”
영혼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견하준이 먼저 괜찮다고 대답해 버린 바람에 여기에서 내가 괜찮지 않다고 대답하면 괜히 쫌생이가 되는 기분이었다.
대체 무슨 정신으로 한 건지 기억도 안 나는 음방 스케쥴을 마치고 숙소가 아닌 바로 작업실로 향했다.
어차피 이번 활동은 이미 시작했으니 더는 연연하지 말고 올해 하반기에 있을 정규 앨범에 올인하면 된다.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만 잘 뽑는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작곡 프로그램을 열고 신디사이저의 건반을 누르다가 갑자기 든 생각에 멈칫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떡하지?’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음악의 성패를, 처음으로 의심했다. 처음으로 실패를 상정했다.
건반에 손을 올린 채로 굳었다. 머릿속이 백지가 된 느낌이다. 속이 울렁거려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렇게나 건반을 친 손길이 듣기 싫은 불협화음을 만들어 냈다.
유일하게 나를 배신하지 않았던 음악이, 유일하게 내가 믿을 수 있었던 마지막 지탱지가 무너진 순간이었다.
한 번도 겪지 못한 수준의 지독한 슬럼프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