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4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42화(24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42화
[⚠WARNING!⚠] [⚠WARNING!⚠]예전에는 입안에 넣고 나서야 온갖 경고창을 다 띄워 대더니, 이제는 수면제를 손바닥 위에 한 알 털어 놓자마자 경고창이 떴다.
나 잠 좀 자자.
내가 시발, 이 한 통을 주둥이에 다 털어 넣겠다는 것도 아니고 딱 한 알만 먹고 자겠다는데.
[섭취 시 부작용은 시스템이 책임질 수 없습니다.]설마 또 그때처럼 토할까 싶어 반신반의했지만, 이 몸 상태론 그 부작용도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순순히 약통에 다시 수면제를 집어넣었다.
‘대체 수면제가 뭐라고 이렇게 경고창까지 띄워 대고 난리야?’
물론 약에 의존하는 건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긴 하지만, 불면증 때문에 신체 리듬 박살 나서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건 생각 안 하냐고.
수면제 먹기는 글렀기에 방으로 터덜터덜 돌아와 열심히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는 김도빈에게 물었다.
“야, 도빈아. 잠 잘 오는 영상 같은 거 없냐?”
“그거 완전 직빵이에요. 전생 체험.”
김도빈의 추천을 받아 너튜브에 전생 체험을 검색했다. 일말의 희망을 담고 조회 수가 가장 높은 영상을 터치했다.
몽롱한 배경음과 함께 조곤조곤한 중장년 남성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귀에 꽂혔다.
[이제 좁은 동굴로 천천히 들어갑니다.]멍하니 목소리가 지시하는 대로 상상하고 있으니 벌써 들판을 지나 동굴까지 도달했다.
[동굴의 끝에 빛이 보이면서 당신은 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무엇이 보이십니까?]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그래도 수면에는 도움이 되는지 점점 정신이 가물가물해졌다.
-거봐, 나는 달라지기 그른 놈이라니까.
자조적인 내 목소리가 꺼지기 시작하는 내 정신만큼이나 흐릿하게 들려왔다.
-포기하자. 너나 나나 이제 지쳤잖아. 이게 내게 안배된 결말인가 보지.
전생이든 현생이든 목소리는 똑같나? 퍽 지친 것 같이 들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네 명이서도 충분히 행복해 보였던 그 녀석들 얼굴을 다시 보는 것도 고역이고. 알아, 내 잘못도 있다는 것도 아는데, 그래도 원망스러운 걸 어떡하냐.
문득 너무나도 낯익은 푸른색 상태창을 본 것 같기도 했다.
잘못 봤나 싶었지만 오랜만에 마주하는 수면이 너무 달았기에 속수무책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오랜만에 개운한 정신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효과 직빵이더라.”
“그쵸, 형 혹시 뭐 봤어요? 저는 맨날 들판에서 리타이어돼서 한 번도 성공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아, 내 전생 짱 궁금한데.”
나도 딱히 본 게 없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맑은 정신이 참으로 오랜만이었기에 그 기세를 틈타 스케줄이 끝나자마자 작업실로 달려갔다.
‘잠이 문제가 아니었나……?’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를 마주하자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역시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알아야겠지.
내가 생각하기에 그 원인은 명확했다. 내 실패, 그리고 내 음악을 향한 혹평.
그걸 극복해 내야만 하는데, 문제는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모른다는 거였다.
처음으로 마주한 현실의 벽에는 회귀 전의 지식과 경험도 아무 쓸모가 없었다.
오늘도 모니터를 보며 멍때리다가 늦은 저녁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 그 수면용 동영상을 틀고 지그시 눈을 감았는데, 감은 시야 앞에 상태창의 글자가 떴다.
[최면 차단이 발동됩니다.]……최면? 최면이었어? 어쩐지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더라.
아니, 나는 이제 최면의 힘까지 빌려야지만 잠들 수 있는 거야?
최면이 차단된 전생 체험은 그저 잠을 방해하는 나레이션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나는 내 불면증을 끝낼 유일한 수단을 잃고 또 날밤을 샜다.
잠 못 자서 병원 실려 간 놈이 되고 싶지 않다면 이제는 정말로 슬럼프를 탈출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 * *
[Notice] 미니 4집 [Attention] 활동기 단축 안내……아티스트의 건강을 위해 내린 결정이니 팬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리며…….
-헐 뭐야?? 활동기 단축???
-이든이 아파?ㅠㅠㅠㅠㅠ
-분탕질에 넘어가고 초반 마플 물타기하면서 얼씨구나 하고 이든이 팼던 놈들 다들 반성해라 애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그렇게 건강했던 애가 활동 단축해야 할 정도로 아프냐
-이든아 물어뜯는 말들은 보지 말고 예쁜 말만 봐♥
-푹 쉬고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보자 우린 항상 네가 우선이야
-노래 진짜 좋았는데……
-징징거리던 것들 이제 만족하냐?
결국 3주로 예정되어 있었던 활동은 내 컨디션 때문에 2주로 단축되었다.
G1의 연락을 받은 것도 그때쯤이었다.
“슬럼프? 비트는 잘 찍는 것 같은데?”
“지금 이것도 옛날에 찍었던 비트 재탕하는 거에요.”
내 대답에 착잡한 얼굴을 한 지원이 형이 작업실이 하도 넓어 그 한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흡연실로 향했다.
그런 지원이 형을 따라 흡연실로 들어갔다. 옆에 털썩 앉자 지원 형이 당황한 얼굴로 손을 마구 휘저어 담배 연기를 걷어 냈다.
“야, 넌 담배도 안 피우는 게 왜 들어와?”
“형, 저도 담배 하나만요.”
뜬금없는 요구에 지원이 형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만류하거나 타박을 던지며 거절할지 알았건만 의외로 지원이 형은 내게 아무 말 없이 흔쾌히 담배를 내밀었다.
자연스럽게 필터 부분을 입에 물자 그런 나를 빤히 보던 지원이 형이 물었다.
“너 담배 피우냐?”
“아니요?”
계속 물고만 있으니 담배를 재떨이에 지져 끈 지원 형이 거듭 물었다.
“불 달라고 안 해?”
“딱히 진짜로 피울 생각은 없어서요.”
금연하기 위해서 견뎠던 그 시절이 얼마나 지옥 같았는지 잘 기억하고 있는 터라 기분은 내고 싶어도 딱히 피울 생각까지는 없었다.
“에이씨, 불 달라고 하면 존나 멋있게 한 소리 해 주려고 했는데.”
지원이 형이 제 뒷머리를 헤집으며 투덜거렸다.
“그래서, 슬럼프라고?”
“이렇게 머릿속이 백지장이 된 건 처음이라서요.”
“너 이전에도 잠깐 슬럼프 왔다고 하지 않았냐?”
“그거랑은 지금 수준이 달라서…….”
필터를 잘근잘근 씹으며 말끝을 흐렸다.
“이제까지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내가 말하는 ‘이제까지’는 회귀 전후를 통틀어 말하는 시간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실패하지 않았기에 나는 확신했다.
그 확신이 이렇게 이르게 깨질지는 몰랐지만.
“실패를 판단하는 기준이 뭔데?”
“대중의 평가죠.”
내 대답에 담뱃갑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어 입에 문 지원이 형이 나처럼 불을 붙이지 않고 필터 끝을 물고만 있으면서 뭉개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중의 평가라…….”
지원이 형이 피식 웃으며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 안으로 골인시켰다.
“자신감 가지는 거 좋지. 하지만 실패는 절대 없을 거라고, 네 음악이 항상 대중에게 먹힐 거라고 확신한다?”
노란색 색안경 너머의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응시했다.
“너 그거, 자신감이 아니라 오만이야.”
내게 제 휴대폰을 휙, 던진 지원 형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내 이름 검색해서 곡 훑어봐라. 다 성공한 노래만 있는지.”
히트곡 제조기이자 아이돌 성공 공식으로 불리는 G1이기에 눈에 익은 제목의 노래는 꽤 많았다.
하지만 처음 보는 곡들도 간간이 존재했다.
“수록곡 아니에요?”
내 물음에 길게 목을 빼서 제목을 훑은 지원이 형이 나를 쥐어박으며 투덜거렸다.
“타이틀이야, 인마.”
머리를 긁적이자 지원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봤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니까? 앞으로도 계속 성적 안 나올 때마다 슬럼프 왔다고 골골거리면서 살래?”
지원 형의 손이 격려하듯 가볍게 내 등을 두드렸다.
“성적이 안 나와도 명곡은 명곡이지. 세상에 좋으면서도 묻힌 곡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서 그러냐. 성적이랑 평가에 너무 집착하지 마. 네가 만족하면 됐지.”
아니, 나는 그것들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성적과 평가는 내 노래를 외면한 소속사에게, 내가 실패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들이밀 수 있는 지표이자 결과였으니까.
나의 자기만족은 내가 만족한 곡이 최상의 성적과 호평을 얻게 될 때에야 비로소 완성되었으니까.
음악은 내게 삶 그 자체였지만, 실패를 거듭하던 내가 쓸모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일종의 증명 수단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그렇게 아득바득 증명해 낼 필요가 있나?
진짜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으면서 아직까지 과거의 굴레에 묶여 있었던 게 아닐까.
는 작업하면서도 만족했던 곡이었는데, 인터넷에서 본 몇 개의 혹평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곡에게까지 실망하게 되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우리 같은 놈들은 물론 음악이 밥 먹여 주긴 하지. 그런데 음악이 삶의 전부는 아니잖냐. 네가 작곡 못해 봤자, 너는 레브 래퍼고, 리더고. 먹고살 길은 아직 열렸잖아. 곡이야 사 오면 되지.”
명쾌한 목소리는 내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걸 짚었다.
“너무 하나에만 의지하지 마. 너 그러다가 그거 하나 무너지면 훅 간다.”
지원 형의 손길이 내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허를 찌르는 충고에 얌전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 밤 숙소.
어쩌다 보니 지원이 형한테 털어놓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불면증은 현재 진행형이었고, 제발 잠을 자고 싶었던 나는 부작용이든 뭐든 좆까고 수면제를 한 알 먹고 자기로 결심했다.
“아이씨, 어디에다가 놔뒀더라?”
수면제 통을 찾아 선반을 뒤적거리다가 드디어 수면제 통을 찾았다.
생수를 꺼내기 위해 냉장고를 향해 몸을 돌리자 마침 냉장고 앞에 서 있는 김도빈과 딱 마주했다.
“형, 지금 손, 손, 손에 들린 그, 그거…….”
김도빈이 말을 더듬으며 휴대폰 플래시를 내게, 정확히는 내가 들고 있는 수면제 통에 비추었다.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불면증 때문에 눈에 뵈는 게 없었던 터라 퀭한 눈으로 김도빈을 노려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 내가 수면제 먹겠다는데 네가 뭔 상관이야.”
김도빈이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일단 불화 조장 초심도 감점은 안 떴긴 하지만, 너무 심하게 말한 건가 싶어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려던 그 순간.
“으아아악! 악귀이든의 재림이다!”
쩌렁쩌렁한 김도빈의 비명에 벌컥, 방문들이 열리며 서예현을 제외한 멤버들이 부엌으로 뛰쳐나왔다.
서예현이야 뭐, 이 정도 수준의 소란에 일어날 인간이 아니지.
어정쩡하게 수면제 통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이 류재희가 망설임 없이 켠 부엌 조명 밑에서 환히 드러났다.
“수면제?”
“이든이 형이…… 수면제……?”
잡아떼지도 못할 완벽한 현장 검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