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4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44화(24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44화
그렇게 윤이든은 슬럼프도 단번에 극복해 내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해피엔딩을 맞았으면 얼마나 좋아, 젠장.
“왜 아직도 슬럼프냐고!”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난리 발광을 했다.
아니, 이런 건 원인을 알고 내가 마음가짐만 다르게 먹으면 쉽게 극복되는 거 아니었어? 왜 계속 악상이 떠오르지를 않는 건데?
키보드에 머리를 두어 번 박다가 책상에 축 늘어졌다.
“대체 뭐가 문제야?”
잠을 못 잤나요? O
실패고 성공이고 나발이고 KICKS에게 진 게 아직도 열 받나요? O
다음 곡에 부담을 느끼고 있나요? O
다음 곡은 대중성과 음악성 중 무엇을 따를지 아직 정하지 못했나요? O
아직도 대중성과 음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거라는 포부에서 벗어나지 못했나요? O
다음 곡의 음악성을 잡았다가 또 나만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까 봐 주저하고 있나요? O
다음 곡을 자신이 작곡하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사 오면 또 회귀 전과 같은 루트를 밟을까 봐 두렵나요? O
생각해 보니 문제는 아직도 존나 많았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에 관한 내 마인드 바꾸기는 그저 슬럼프 원인을 직면한 거고, 슬럼프 극복의 첫 번째 단계였을 뿐이다.
담배가 또 미친 듯이 당겨 왔다. 막대사탕 하나를 입에 물어 허전함을 채웠다.
서예현도 인간이라면 내 상태를 보고 겨우 막대사탕 하나로 난리 치지는 않겠지.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휴대폰을 켜자, 레브 단체 채팅방에 글자만으로도 시끄러운 김도빈의 채팅이 타이밍 한번 좋게 도착했다.
이 자식, 또 잠 안 자고 휴대폰 하고 있었구먼. 누구는 잠이 안 와서 미쳐 버리겠는데, 누구는 겨우 휴대폰을 하고 노느라 잠을 포기하다니, 세상 참 불공평했다.
[김도빈- 미친!!!!! 저 조금만 있으면 1억 뷰 소원 이룰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오전 1:21악상도 안 떠오르고 새롭게 떠오른 문제를 마주하자마자 질린 통에 할 것도 없겠다, 답장을 보내 주었다.
[네 댄스 버스킹이 너튜브에서 1억 뷰 찍기라도 했냐?] 오전 1:22물론 김도빈이 겨우 찾은 그 동영상의 뷰 수는 35만 뷰였다.
댓글에 한국말이 참 많았지. 그걸로 1억 뷰에 도달하기는 턱없이 모자랐다.
[김도빈- ㄴㄴ 그거 말고요] 오전 1:22 [김도빈- 지금 뮤비 8천8백만 뷰!] 오전 1:23 [김도빈- https://yxxtu.be/OPUBVz35] 오전 1:25“얘가 이제는 880만 뷰를 8800만 뷰로 읽네.”
말을 안 했을 뿐이지, 김도빈도 충격이 많이 컸나 싶었다.
처음으로 자기가 공동작업자로 이름을 올려 참여한 곡의 성적이 이러니 그럴 만도 하지. 나도 극복해 내기까지 좀 걸렸지 않은가.
말도 안 되는 숫자에 코웃음을 치며 김도빈이 보내 준 링크에 접속했다.
Yxxtube
(영상)
Reve(레브) – Ride or Die(Official M/V)
조회수 8801만회
☝78만 ☟
진짜였다.
진짜 8800만 뷰라고.
지금까지의 레브 뮤직비디오 중 역대급 조회 수였다.
심지어 는 이전까지 가장 부진한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기도 했다.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아 눈을 깜빡거려 봤지만 숫자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오류 뜬 거 아니야?”
알고리즘의 축복만으로 될 만한 수준이 아닌데.
아니면 소속사에서 바이럴을 존나게 돌렸다든가…… 하지만 우리 소속사는 8천만 뷰를 만들겠다고 바이럴에 돈을 쓸 회사가 아니었다.
댓글을 보면 알 수 있을까 싶어 댓글을 보자 수많은 영어 및 다른 언어에 밀려 한국어 댓글은 가물에 콩 나듯 하나씩 보였다.
댓글에 유독 자주 언급되는 1:17초 장면이 뭔지 확인해 보자 서예현 단독 파트였다.
저무는 노을을 보면서 옥상 난간 위에 걸터앉아 있다가 뒤를 돌아보는 장면.
일간 서치퀘를 하다가 움짤로 제일 많이 본 장면이기도 했다. 고개를 돌릴 때 사르르 흩어지는 은발이 몽환적이라나 뭐라나.
“설마 서예현 얼굴만으로 8천만 뷰를 만든 거라고?”
회귀 전 직캠처럼?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 입술을 짓씹었다.
아니, 지금은 서예현도 충분히 노력해서 실력을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끌어 올렸고 도 내 곡이니 과거와 똑같은 길을 가지는 않을 거다.
‘서예현과 아이들’이 아니라 ‘레브’로 인정받을 거라고.
천천히 댓글을 읽다가 좋아요가 7천 개 넘게 찍힌 댓글을 발견했다.
-와우 7Second의 비디오에 출연한 사람이 정말로 케이팝 아티스트가 맞았네
7Second는 또 누구야? 대체 우리 멤버 중 누가 이런 낯선 너튜브에 출연했다는 거야?
너트뷰에 검색하자 왠지 좀 낯익은 것 같은 세 남자의 얼굴이 떴다. 길거리에서 각각 기타와 드럼, 마이크를 쥔 세 남자가.
「30초간 리얼 프리스타일이야. 자신 있어?」
정중앙에서 마이크를 쥔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울리는 듯했다. 다급히 내가 나온 동영상을 찾다가 드디어 발견했다.
Yxxtube
(영상)
7Second – 지나가던 행인에게 마이크를 넘겼는데…… (On Summer Day)
조회수 1.1억회
☝121만 ☟
1.1억.
내가 프리스타일 피처링을 했던 버스킹 동영상의 조회 수였다.
뭐야, 이거. 김도빈이 꿈꾸면 내가 이루는 거야?
내 정체를 묻는 댓글들에 레브 너튜브 계정을 태그하거나 뮤직비디오 링크를 답글로 달기도 하고, 아예 대놓고 ‘빨간 머리의 정체: 뮤직비디오 링크’ 이렇게 올린 댓글도 있었다.
왜 그렇게 조회수가 급증했는지 깨달았다.
마침 뮤직비디오 배경도 딱 뉴욕이었기에 이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왔다가 잠깐 이 동영상에 출연했다는 걸 눈치챘겠지.
이런 건 원래 멤버들끼리 한 버스킹이 대박 쳐서 해외 팬들이 유입이 되지 않냐……?
또 우리 막내가 자기 실력이 부족해서 동영상이 이슈가 못 되었다고 땅굴 파고 들어가면 어떡하지?
-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러 왔다가 기념비적인 순간을 만들고 가다니 너무 낭만적인 우연이야 : )
-보니앤클라이드 오마주인가? 느낌을 꽤 잘 살린 것 같네
-노래가 정말로 중독적이야
다시 뮤직비디오로 돌아가서 그 동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다가 퀭한 눈 밑을 문질렀다.
그래서 대체 타임라인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잠 못 드는 밤을 보낼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 * *
-이번에 우리애들이 대상 받는 거 아니야?
-‘그’ 팬덤 아직도 자기들이 진 거 인정 못 함?ㅋㅋㅋ 네 그래봤자 킥스 2주 연속 공중파 3사 음방 1위~
-데이드림! 팬덤 이름대로 살지 말고 꿈 좀 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ICKS의 팬덤인 키백은 한창 기세등등했다.
데뷔 초부터 계속해서 성적 추이로 밀리고, 이제 레브하고 비빌 급이 아니라는 소리까지 듣다가 이번에 동발 활동에서 제대로 KICKS가 뒤집은 것이다.
-ㄱㅊㄱㅊ 이번 활동 대상감은 아님 다음 활동으로 뒤집으면 됨
-잘된 날도 있고 안되는 날도 있는 거지 어떻게 모든 곡이 대박 치겠어
└ㅁㅈ 우리 레브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해왔잖아
-알테어 컴백 안 하나 킥스 대상 받는 거 보느니 차라리 알테어가 대상 타주라
-그냥 이든이에게 맡기지 말고 다음 활동에는 곡 사오면 안 됨……?
└아시발 정병들 또 프듀멤 패려고 시동 거네
└이든이 스트레스 받아서 활동단축까지 했는데 이런 글 보면 아주 좋아라 하겠다
└아니 나는 이든이 부담이 너무 큰 것 같아서…
물론 데이드림은 키백의 어깨가 한껏 높아질수록 약이 바싹 올랐다.
하지만 키백도 모르고 데이드림도 몰랐다.
곡 반응이 뜬금없는 곳에서부터 대박을 터트리며 나올지는.
시작은 버스킹 그룹 7Second가 업로드한 영상이었다.
해외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유명 버스커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구독자와 팬이 있고 입소문을 탄 이 버스킹 그룹에서 올린 영상은 힘숨찐 메타와 알고리즘의 축복까지 받으며 1억 뷰를 찍었다.
피처링한 행인을 찾는 댓글에 케이팝 아티스트라는 답글이 달리며 레브는 그렇게 알려졌다.
그리고 1억 뷰 피처링 영상에 더해 미국에서 현재 유행하는 리액션 영상의 제법 구독자 수가 있는 계정이 를 리액션하며 입소문을 탔다.
존나 잘생긴 은발 코리안 보이가 나온다고.
서예현의 얼굴도 한몫을 했지만 뮤직비디오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영상미, 적절한 수준의 보니앤클라이드 오마주 역시 큰 몫을 했다.
비록 메인 차트는 아니지만 빌보드 차트에도 가 올라갔다.
-와 미친 빌보드 차트인
-키백 그렇게 기세등등하더니 게임 안 되쥬?ㅋㅋㅋㅋ
-노래 욕하던 새끼들 다 대가리 박아라 니들은 기뻐할 자격도 없다
-거봐 곡 좋았다니까!!! 반응 제대로 터질 줄 알았다고!!
-울 이든이 천재야 진짜♥♥♥♥ 이든아 평생 음악길만 걸어♥♥♥♥♥
“형, 저희 빌보드 차트인 했대요!”
“hot100 아니잖아. hot100 아니면 딱히 빌보드 들었다 하기에도 뭐하긴 하지.”
“세상에, 작곡란에 내 이름이 올라간 곡이 빌보드 차트인을 하다니!”
“너 내 말 뭐로 들었냐.”
김도빈의 행복한 외침에 윤이든이 심드렁하게 찬물을 끼얹었다.
그래도 여전히 기쁘게 웃고 있는 김도빈을 본 윤이든이 픽 웃으며 김도빈의 머리를 가볍게 헤집었다.
“그래, 네가 좋으면 됐다. 잘했어, 인마.”
이로써 두 사람 다 서로를 향한 짐을 한결 덜게 되었다.
* * *
그래서 빌보드까지 오르면서 해외 반응이 제대로 터졌겠다, 슬럼프 정도는 쉽게 극복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웬걸.
이제는 부담감 때문에 머리가 새하얘졌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며 정규 앨범 발매를 미루고 올 한 해 미국 투어를 부르짖는 대표님을 간신히 뜯어말리긴 했지만, 정규 앨범 타이틀곡을 향한 부담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불면증은 나아졌다 심해지기를 반복했다. 이전처럼 아예 잠을 못 자고 밤을 지새우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대신 얕게 잠들다가 깨곤 했다.
멤버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수면제를 삼켰다가 토해 내는 날들 역시 그만큼 반복되었다.
또 수면제를 찾으러 나온 밤.
“이거 찾아요, 형?”
언제 나온 건지 식탁에 턱을 괴고 앉아 있던 류재희가 손에 쥐고 있는 수면제 통을 흔들었다.
내가 들고 있는 휴대폰 플래시에 비친 눈동자가 유독 짙어 보였다.
“야, 인마. 한참을 찾았잖아. 제자리에 놔둬야 할 거 아니야.”
타박하며 수면제 통을 류재희의 손에서 낚아채려 했지만 류재희는 수면제 통을 잡은 손의 힘을 풀지 않았다.
어라? 이거 봐라? 우리 막내가 좀 컸다고 형이랑 힘싸움을 하려 하네?
손등에 핏줄 설 만큼 힘을 주고 확 잡아당기자 수면제 통이 손쉽게 내 손으로 들어왔다.
“네가 나를 힘으로 이기려면 아직 멀었어, 인마.”
삐딱하게 승자의 미소를 지어 주고 수면제 통을 열자, 류재희가 나를 만류하듯 내 옷을 잡아당기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면제 삼키면 바로 토하면서 왜 먹으려 하는 건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씹어먹어 보려고. 그러면 구토는 안 하지 않을까?”
자꾸 물과 함께 넘기면 토하는 날이 반복되니까 내가 내린 최후의 조치였다.
내 진지한 대답에 잠시간 벙찐 표정을 지은 류재희가 표정을 굳히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형, 과로가 아니라 불면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