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5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56화(25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56화
그 선전포고를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윤이든의 셀프디스에 김 모 양은 당황으로 눈을 깜빡거렸다.
‘이든아,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왜 힙합이라고 있는 건 솔로곡 하나라고 셀프 디스를 하는 건데? 솔로곡보다 더 유명해진 게 하트춤이라는 말은 왜 해? 레브 곡들에서 네 파트만 다 모아 보면 미니앨범 하나 정돈 나오겠다는 건 상대 디스가 아니라 네 디스잖아! 정규 1집은 살짝 무리라는 말은 블랙 조크긴 한데 너 스스로를 향한 블랙 조크라고!’
복면으로 가리고 있어 얼굴을 못 보는 것도 서러운데 이 상황에서 남들을 멋있게 디스하며 발라 버리는 것도 아니고 셀프디스라니.
우리 애가 은행강도 패션으로 4대 1 매치를 치르더니 자폭을 하고 있어요.
다른 관중들과 함께 오오오오! 호응이나 내뱉는 혈육과 달리 김 모 양의 속은 시시각각으로 타들어 갔다.
“저거도 하나의 전략이지. 상대측이 자기를 깔 만한 말을 자기가 선수 쳐서 해 버려서 그쪽에서 디스로 그 말을 못 하게 만들어 버린 거야. 이야, 이걸 DTB에서 보네. 국힙수준 지렸다.”
김 모 양의 옆 사람이 제 일행에게 설명해 주는 말이 그녀의 귀에 들어왔다.
그 사람의 힙찔이 패션을 보니 저 말에 신빙성이 더해졌다. 역시 우리 이든이는 다 생각이 있었구나.
“이제 상대방한테 남은 건 세 가지 길밖에 없어. 디스를 포기하는 걸로 장단 맞춰 주거나, 효륜좌가 뱉은 말로 똑같이 디스해서 개노잼 찐따 되거나, 셀프 디스에 안 나온 참신한 가사로 허를 찌르거나.”
물론 급격히 어두워진 네 명의 얼굴을 보아하니 맨 마지막 길은 요원할 성싶었다.
[시작이 바닥부터가 아니라고 내게 이빨 털겠지만나는 from the underground 바닥 그 밑]
그 가사 한마디로 계속 이어지던 셀프 디스를 끝내고 분위기를 환기시킨 윤이든이 본격적으로 제게 덤빈 네 명의 래퍼를 한 명씩 비속어와 인신공격 하나 없이 털어 대기 시작했다.
한 명씩 재낄 때마다 배틀 라운지를 둘러싼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레이블이니 인맥 힙합이니 김 모 양이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도 있었지만 확실한 건, 뒤집어쓴 복면 덕분에 윤이든 쪽이 매우 악당으로 보이는 착시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디스전은 불쌍하게 보이는 놈보다 악당처럼 보이는 놈에게 표가 쏠리는 법이었다.
[아이돌 래퍼에게 4대 1로 진 장면이 니들 인생 레전드 조회 수나중에 자랑하면서 꼭 덧붙여라 4대 1에서 4를 맡았습니다- 라고]
상대 래퍼 중 한 명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윤이든이 디스랩을 마무리했다. 이미 승자가 정해진 듯한 뜨거운 열광이 쏟아졌다.
헛웃음을 친 그 래퍼가 제 어깨에 얹힌 손을 툭, 털어 내고 말했다.
“바로 비트 주세요.”
이어지는 상황은 윤이든의 전략대로였다.
얼굴을 저렇게 복면으로 가리고 있으니 외모 운운하는 것도 우스워질 테고, 선 넘지 않고 디스할 만한 거리들은 모두 윤이든의 입에서 먼저 나와 버렸다.
둘은 가오가 상하는 게 싫었는지 디스를 포기했으며, 하나는 디스랩을 어떻게든 시도해 보려고 했지만, 윤이든의 셀프디스랩에 나온 가사에서 벗어나지 못한 통에 찌질한 놈으로 낙인찍히며 패배가 확정됐다.
제일 최후의 한 명은 언더 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윤이든을 디스해 댔지만, 인상이 찌푸려질 수위의 비속어가 많은 건 둘째치고, 너무 옛날이야기라 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받았다.
“디스전 결과를 발표합니다!”
MC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모두 공정하게 이름 아래 ₩500,000이 적혀 있던 전광판의 숫자가 바뀌었다.
G-TE 사포
₩0 ₩0
라이조 프리히트스타일
₩0 ₩0
Vs
윤이든
₩2,500,000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완벽한 승리였다.
“네 명 중에 한 명도 윤이든을 못 이긴 거야? 대박이네.”
“이야, 이거 본방 언제냐? 벌써 다시 보고 싶은데.”
매치 한 번으로 단번에 200만 원을 쟁탈하며 250만 원의 파이트머니로 현재 파이트머니 보유 1위에 등극한 윤이든이 전광판을 돌아보았다.
“입금됐네요.”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마이크에 대고 말한 그가 드디어 복면을 벗었다.
복면 안에 숨겨져 있던 금발이 땀에 흠뻑 젖은 머리를 터는 윤이든의 고갯짓에 맞추어 사르르 흔들렸다.
김 모 양은 입을 틀어막고 우렁찬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도 굵은 목소리의 환호성들 덕분에 김 모 양의 비명은 묻혔다.
하지만 어떻게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무려 금발이든인데!
형형색색으로 염색하는 와중에 4년간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은 덕분에 팬들도 상상하기 힘들어했던 금발인데!
복면이 어지간히 더웠는지 얼굴에 연신 손부채질을 해대더니, 구석에 놓여 있던 물병을 들어 제 머리 위에 시원하게 붓은 윤이든이 뚝뚝 물이 떨어지는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흰색 반팔 티가 물에 젖으며 완벽한 청량을 보여 주었다. 비록 장소와는 맞지 않는 청량이었지만.
셀프 디스에 등장했던 하트 춤까지 잊지 않고 짧게 선보여 준 윤이든이 미련 없이 등을 돌려 배틀 라운지를 내려왔다. 입금되자 아이돌 자아도 살아난 모양이었다.
철장 바깥에서 보고 있던 D.I가 들고 있던 DTB 슬로건을 윤이든의 머리 위에 턱 얹어 주며 등을 두드렸다.
그 슬로건으로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며 D.I를 향해 씩 웃는 금발 윤이든의 모습은 강도 패션의 충격을 머릿속에서 싹 날릴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솜방망이로 승리를 쟁취한 애기고영을 뿌듯하게 바라보던 김 모 양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혹시 타투했나……?’
윤이든의 오른쪽 팔 안쪽을 가린 살색 스티커를 보며 김 모 양은 잠시 심각해졌지만 장난스럽게 키득거리며 D.I와 대화를 나누면서 다음 디스전 배틀을 볼 준비를 하는 윤이든의 모습에 아무래도 좋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세상에, 연하미 뿜뿜하는 윤이든이라니. 레브의 형라인으로서 항상 연상 모먼트만 보여 주던 윤이든이었기에 저건 참으로 귀한 장면이었다.
그 후로도 이어지는 나머지 디스전도 볼만은 했으나 4대 1 매치의 임팩트를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었다.
“야, 윤이든 진짜 멋있다! 내가 때부터 딱 알아봤다니까?”
거의 윤이든 남팬으로 진화하고 있는 혈육의 감탄을 들으며 그녀는 입장할 때처럼 줄 서서 촬영장을 나왔다.
현장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 DTB 방청 당첨을 잔뜩 자랑해 놓은 지인에게서 DM이 도착해 있었다.
<[꿈꿈 오늘 DTB 방청 갔다며]
<[이든이 봤어?]
<[어땠어?]
방청 내용 유출 시 배상금 4억을 마음속에 새기며 김 모 양은 스포일러 가 되지 않을 수준에서 DM 답장을 보냈다.
[깜고가 치즈고영이 됐어]>* * *
1차 디스전이 끝나고 관객들이 나간 이후, 파이트머니 정산 발표가 이루어졌다.
현재 1위는 250만 원인 나. 100만 원을 기록한 래퍼들이 줄줄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2대 1로 디스전 매치를 치른 래퍼는 그 두 명을 모두 이겼으면 150만 원으로 100만 원 따리들을 모두 제치고 2위에 오를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한 명을 이기고 한 명에게는 패배한 탓에 공동 2위도 못했다.
“2차 디스전에 참가할 래퍼들은 앞으로 나와 주시길 바랍니다.”
1차 디스전은 일종의 탐색전. 2차 디스전에 나오는 인원은 한층 늘어난다.
1차 디스전에서 파이트머니를 털린 놈들, 더 얻고 싶은 놈들, 1차 디스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할 만하겠다고 감 잡은 놈들.
MC의 말이 끝나자마자 성큼 한 발짝 나오는 래퍼들과 달리 나는 잠시 고민에 빠져 있었다.
‘2차 디스전에 참가를 해, 말아?’
지목당하면 기꺼이 나서 줄 의향은 있었지만 내가 지목하는 건 굳이?
여기에서 다른 래퍼를 내가 지목했다가는 욕심부린다고 역풍을 당할 수 있었기에 적당히 사려야 했다.
250만 원이면 다음 라운드인 조별 음원 미션의 조장이 되기에 충분한 액수였다.
2차 디스전에서는 액수를 분할해서 거는 건 불가능하고, 지목한 래퍼와 같은 금액을 걸어야 한다. 자기가 마이너스 금액이 될 것을 각오해서라도.
그러려면 선시비는 걸지 않지만 걸어오는 시비 또한 피하지 않는 콘셉트로 가야겠군.
나랑 매치를 해서 패배하면 무조건 마이너스 금액이 되어 탈락이 확정되는데 과연 나를 지목할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마이너스를 각오하고 자기가 250만 원을 건 채로 나를 이기면 250만 원을 한 번에 따낼 수 있다.
도박으로 한 번은 해 볼 만하지. 물론 져 줄 생각은 없지만?
우리 형진이는 이미 나랑 1차전 디스 매치를 치러 버려서 나를 지목하지 못할 테고.
‘일단 나가 보자. 지목하는 놈이 없으면 내가 나쁜 놈 하지, 그냥.’
욕먹을 각오 하고 아무나 지목하면 될 것 아닌가. 성큼, 한 발자국을 내딛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그리고 다행히 내가 욕먹을 일은 없었다.
“윤이든 지목하겠습니다.”
망설임 없이 나를 지목한 래퍼의 파이트머니 금액은 0원. 극적인 반전을 노리는 건가 싶었다.
그 사람 말고 용감하게 나를 지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결국 탈락자를 만드는구나.
어쨌건 배틀 한 번 더 해서 방송에 얼굴 한 번 더 비추는 게 나쁠 건 없었기에 기꺼이 수락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지목하기엔 찝찝하기도 하고 말이다.
숙소로 돌아와 2차 디스전 무대를 어떻게 꾸려야 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복면은 한 번 써먹어서 신선함이 없어졌어, 이제.”
“그래요, 그건 진짜로 한 번으로 충분해요.”
복면을 들고 가는 나를 끝까지 만류했던 류재희가 뚱한 얼굴로 대꾸했다. 애가 똑똑하긴 한데 힙합을 몰라서 그래.
그리고 선-셀프디스 후 공격도 두 번 써먹으면 청중단에게 먹히기는커녕 실망으로 역풍만 불 터였다.
“아, 어렵네. 어차피 디스할 거리는 한계가 있어서 청중단한테 압도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는 게 제일 중요한데.”
아이돌스럽게 하고 가는 것도 이제 너무 뻔했다.
평가하는 청중단들이야 내가 이전에 무슨 의상을 입은 줄 모르니까 당장은 신선해 보이겠지만 방송을 타면 앞선 의상들로 인해 뇌절으로 보일 터.
고민하던 내 머릿속에 무엇인가가 스쳐 갔다. 필승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