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5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57화(25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57화
“그래, 이거야! 이거라면 120% 이길 수 있다고!”
광기에 찬 외침을 내뱉으며 벌떡 일어나자, 눈을 가늘게 뜬 서예현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그 120%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상탈은 아니지?”
“헐, 음란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형.”
질색하며 두 팔을 교차하여 가슴을 가리자, 네가 이전에 독기룩이랍시고 입고 갔던 민소매 크롭티가 더 음란하다며 서예현이 빡친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응, 그건 방송 심의에 안 걸렸죠? 복근만 노출한 건전한 의상이죠? 그리고 크롭티는 아니어도 민소매를 추천한 건 댁이었죠?”
맞받아치며 귀를 후비고 있자, 서예현이 건전한 거 다 뒈졌다고 또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예현이 형, 층간소음으로 민원 들어오겠어요.”
견하준의 한마디에 서예현이 머쓱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내 원대한 아이디어를 자신만만하게 말해 주자 류재희가 이걸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형, 진심이에요……?”
“그럼, 나는 언제나 진심이지.”
내가 압도적인 승리를 위해서 이 정도도 못할 것 같냐?
김도빈이 뿌듯한 얼굴로 웃으며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역시 제가 상상만 했던 걸 현실에서 이루는 킹갓이든이형. 저도 전 시즌에 디스전 보면서 그 생각을 했었거든요.”
내가 우리 단순한 도빈이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아, 그냥 김도빈이 고차원적인 생각을 한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의상 좀 골라 주라. 내가 이 부분은 영 문외한이라.”
뒷머리를 긁적이며 멤버들에게 부탁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문외한일 것 같은데요.”
류재희가 나머지 멤버들을 쭉 둘러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금발에도 잘 어울리는 룩으로.”
잊지 않고 요구사항을 덧붙이자 견하준이 물었다.
“계속 금발로 있게?”
“어쩌겠어. 당분간은 이 머리로 다녀야지. 여기에서 더 염색하면 머리카락이 바스라질 것 같아, 진짜.”
푸석해진 것 같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대꾸했다. 나도 흑발이 더 좋긴 한데 당장 두피와 머릿결은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이거 어때요? 완전 정석이라잖아요.”
“아니, 전혀 정석 아닌 것 같아. 진짜 촌스러워.”
“깔끔하게 하고 가요. 깔끔한 게 짱임요.”
“야, 원래 그런 건 이걸 입고 해야 하는 거야. 너희가 어려서 뭘 모르네.”
“너무 과한 거 아니야? 취지를 넘어섰는데? 이건 내 아이디어 그다음 단계를 위한 의상인데?”
“이거 괜찮네요. 그런데 저번이랑 겹치지 않나?”
“안 겹치게 스타일링을 해 보자. 윤이든 너 저번에 머리 깠어?”
“아마 반 깠나?”
“이번에는 덮어. 저 금발 상태에서 까면 백퍼센트 건달처럼 보일걸.”
서예현이 낸 의견이 만장일치로 표결되었다.
그럼 이제 디스전 가사를 작성할 차례였다.
저번 1차 디스전에는 크루 형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이번 2차 디스전에는 김준범의 도움을 좀 받기로 했다.
[형 혹시 문케이 알아요?] 오후 8:32 [김준범- 네가 말하는 문케이가 혹시 래퍼 MoonK냐?] 오후 9:00 [네] 오후 9:01 [김준범- ㅇㅇ 걔도 이번에 DTB 나갔다는데 왜?] 오후 9:02김준범과 문자를 나누며 이리저리 디스전에 쓸 만한 신변잡기용 대화를 나누다가 이번 필승 전략에 가장 중요한 걸 물었다.
조금 있다가 김준범한테서 온 답장에 주먹을 불끈 쥐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오케이, 됐다. 진행시켜.
* * *
2차 디스전 촬영 당일.
무대 세팅장에 올라가기 전, 대기실에서 정장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250만 원, 반드시 지켜 낼 자신 있습니다.”
내 앞으로 다가온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오늘 디스전에 꼭 필요한 소품은 쇼핑백에서 나와 내 주머니 안과 품에 각각 들어갔다.
그걸 들고 먼저 진행되는 디스전을 구경하다가 내 차례가 오자, 철장 안에 들어가 배틀 라운지 한구석에 품에 안고 있던 소품을 내려놓았다.
“나는 또 네가 오늘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두렵다, 인마.”
철장 너머에서 철장을 툭툭 친 용철이 형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한탄했다.
“에이, 형. 미친 짓이라니. 이게 다 힙합의 부흥을 위해 내가 내 한 몸 희생해서…….”
“그런 희생은 힙합도 원하지 않을걸.”
용철이 형은 냉철했다. 역시 전 시즌 우승자다운 디스. 나를 한 방에 넉다운시키다니.
용철이 형과 시시덕거리고 있자 곧 오늘의 내 디스전 상대인 MoonK가 올라왔다.
MoonK는 싸이퍼와 1차 디스전 때 느꼈지만 실력만으로 봤을 때는 무시하지 못할 래퍼였다. 하필 유피랑 1차 디스전을 치르는 바람에 털려서 그렇지.
“자, 그럼 윤이든 대 MoonK 디스전, 시작합니다!”
땡땡, 시작을 알리는 종이 치며 비트가 울렸다.
선공은 MoonK였다.
셀프디스 재탕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셀프디스는 선공에서 해야지 먹히는 거지, 후공에서 해 봤자 내가 이 정도로 모자란 놈이라고 사방에 한 번 더 외쳐 주는 꼴밖에 더 돼?
역시 사람이 안주하고 살면 안 된다니까.
1차 디스전 때는 내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온 것도 있고, 흰 티에 청바지라는 매우 심플하고 평범한 복장을 하고 온 덕분에 앞선 패션으로도까지 못했지.
하지만 지금은 1차 디스전 때 내가 했던 셀프디스를 또 하기도 그렇고, 내가 정장을 차려입고 왔으므로 좋은 디스감을 던져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예상대로 여기는 랩 서바이벌이자 패션 서바이벌이 아니라며 신랄한 디스가 쏟아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돌룩 입고 온 거 보라고 MoonK가 나를 가리켰다. 어깨를 으쓱하며 넥타이를 고쳐 매는 걸로 그 디스에 반응해 주었다.
[패션 재탕하는 걸 보니 이제 아이디어도 슬슬 떨어지나 보다네가 싸이퍼에서 했던 컨셉 manner maketh man 그런데 디스전에서도 매너 챙기시게?]
에이, 그건 쓰리피스 정장이었고. 이거랑은 다르지.
아이돌 참 힘들게 산다고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MoonK가 그러니까 수준 맞게 DTB가 아닌 W카운트다운으로나 꺼지라고 내 등을 떠밀며 디스를 마무리했다.
미리 준비해 와 구석에 놓아 둔 장미 꽃다발을 주섬주섬 챙기고 마이크를 들었다.
“틀린 말 하나 정정할게요. 오늘 이 정장은 아이돌룩이 아니라 고백룩이거든요.”
고백룩이라는 생뚱맞은 말에 어리둥절해하며 주위를 휙휙 둘러보는 MoonK를 향해 한마디 더 덧붙였다.
“문케이 형을 위해서 특별히 입고 온 고백룩이요.”
장미 꽃다발을 안고 성큼성큼 걸어간 내가 저한테 꽃다발을 턱, 안겨 주자 MoonK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사방에서 우렁찬 비명이 쏟아졌다.
필승 전략, 고백 공격! 고백으로 혼내 준다!
1년 전, 슬랜더대전 때 내게 막타로 고백 공격을 날렸던 커디보이한테서 영감을 얻은 아이디어였다.
얼타는 얼굴로 얼떨결에 장미 꽃다발을 받아 든 MoonK를 향해 최대한 멋진 미소를 한 번 지어 주고 마이크에 대고 시원하게 외쳤다.
“비트 주세요!”
오늘 디스전의 콘셉트는 바로 가스라이팅 고백이었다.
이어지는 디스는 평범한 수위의 디스였다. 그냥 평범하게 이어 나갔으면 딱히 기억에 박히지도, 특별한 인상을 심어 주지도 못했을 디스. 좀 유쾌하다 싶은 정도?
하지만 여기에 고백 공격이 얹어지면 말이 좀 달라지지. 공격력이 한 100배 정도는 증가가 된다고.
“이렇게 형한테 수많은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좋아해요, 문케이 형. 래퍼 대 래퍼로서. 제 마음을 받아 줄래요?”
고백 공격의 화룡점정.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반지 케이스를 꺼냈다.
거의 넋이 나간 MoonK의 앞에 정중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반지 케이스 뚜껑을 열었다. 반지 케이스 안의 크X하츠 커플링 한 쌍이 조명을 받아 반짝 빛났다.
받아 줘! 받아 줘!
철장 너머의 관객들이 열광하며 연호했다.
내 손 위에서 반지 케이스를 쓱 가져간 MoonK가 마이크를 입가까지 올렸다. 대답을 듣기 위해 순식간에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감사합니다, 마음 말고 반지만 받을게요.”
오, 마지막까지 디스전이다, 이건가?
MoonK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쏟아지는 환호에 삐딱한 미소를 입가에 걸쳤다.
“괜찮습니다, 반지값은 깽값으로 치죠.”
나는 지금 차인 게 아니라 너한테 제대로 한 방 먹인 거고, 이건 깽값 문 거다-라는 뜻이 내포된 말로 받아쳤다.
이번에도 MoonK의 반격 못지않은 함성이 쏟아졌다.
반격은 대체 무슨 정신으로 한 건지 여전히 어질어질한 얼굴로 MoonK가 제 이마를 짚었다.
“MoonK 대 윤이든 디스전 결과를 공개합니다!”
MC의 외침에 ₩0 vs ₩2,500,000이었던 숫자가 촤르륵 바뀌기 시작했다.
MoonK
-₩2,500,000
Vs
윤이든
₩5,000,000
“윤이든, 파이트머니 500만 원으로 1위를 유지. MoonK, 파이트머니 액수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아쉽게도 탈락입니다.”
MoonK와 악수를 나누고 배틀 라운지에서 내려오자 그가 나를 다급히 붙잡았다.
“저기, 반지 받아 가셔야죠.”
“그거 그냥 여자 친구분이랑 커플링으로 쓰세요. 사이즈 안 맞으면 교환해 드릴 테니까 바로 말하시고.”
그렇다. MoonK는 여친이 있었다. 그게 바로 내가 마음 놓고 반지까지 준비하며 고백 공격을 갈길 수 있었던 이유였다.
내 쿨한 대답에도 반지 케이스를 주머니에 넣기를 주저하던 MoonK가 다시 물었다.
“이거 얼만데요?”
“250만 원이요.”
깽값으로 그 정도면 충분하지.
제가 건 파이트머니랑 커플링의 가격이 같다는 걸 깨달은 그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애초부터 질 생각이 없었네.”
“당연한 거 아닙니까. 누가 무대에 질 생각하고 올라가요.”
씩 웃으며 휴대폰 번호를 찍어 주고 손을 흔들어 주고선 뒤돌았다.
* * *
“디스전 최종 결과 발표하겠습니다. 파이트머니 1위는 500만 원을 기록한 윤이든입니다.”
내 금액 발표 이후로 줄줄이 금액 발표가 이어졌다. 2위가 200만 원이었다. 2위랑 차이 너무 많이 나는데?
이번 디스전의 탈락자는 총 다섯 명. 이제 스물한 명이 남았다.
다음 라운드인 음원 미션도 미션이지만 그 전에 빅 이벤트가 하나 있었다.
드디어 DROP THE BEAT 시즌 4의 첫방 방영일이 하루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