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6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60화(26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60화
“일단 나, 1화에서는 무난하게 나왔네.”
1차 예선에 모여든 지원자만 7천 명이다 보니 내가 방송에 등장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물론 다른 지원자들에 비하면 분량을 제법 받은 편이긴 했다.
뭐, 통편집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머리로는 부정해도 가슴으로는 직감하고 있었기에 타격은 없었다.
대기할 동안 내 옆에서 좋은 (일방적)수다 상대가 되어 주었던 후배님도 분할 화면을 용케 피하긴 했다. 가사를 절어 버린 모습이 박제되어서 그렇지.
어그로와 유명인들 위주로 나오긴 했지만, 지금 진행되는 음원 미션 라운드까지 올라온 래퍼들은 짤막하게나마 확실히 얼굴과 1차 예선 때 선보인 랩 장면을 보여 주었다.
“1차 예선을 다음 날 아침까지 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걸 50분 남짓으로 축소해 버리다니.”
“7천 명 중에 대다수가 얼굴도 못 비쳤다는 거 아니야. 역시 서바이벌의 세계는 냉정하구나.”
막내 라인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저희 무릎에 덮은 담요 밑에 숨겨 놓은 팝콘을 서예현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또 하나씩 꺼내 먹었다.
이야, 어떻게 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랑 씹어 먹는 소리 하나 없이 그걸 먹냐. 용케 방송이 끝날 때까지 안 들켰다. 무려 서예현이 뒷목 잡고 넘어갈 카라멜 팝콘인데도.
“그래도 마지막 참가자는 방송에 얼굴 비추기 성공했네. 결과는 탈락이지만.”
견하준의 말에 여전히 막내 라인의 일탈을 눈치채지 못한 서예현이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꼬박 24시간을 대기해서 얻은 게 방송 분량 30초면 현타 제대로 올 거 같은데…….”
“어쩌겠어, 그렇다고 장기 대기 특채로 붙여 줄 수는 없잖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지. 그리고 그런 실력으로 2차까지 가 봤자 시간 낭비밖에 더 돼?
“그래서, 그렇게 우리 막내 라인 너희들이 노래 부르던, DTB에 나간 이 형을 본 소감은?”
“우리 이제 청량 컨셉은 형 때문에 안 어울릴 것 같아여.”
김도빈은 오랜만에 내게 목 마사지를 선사 받았다.
겨우 1화만 방영되었을 뿐인데도 DTB 4를 향한 관심은 어마어마했다.
일단 1화가 대중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데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너무 어그로와 유명인들만 부각시킨 게 아니냐는 비판도 어김없이 등장했으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흥미와 재미였기에 그 비판은 주목도 받지 못하고 사그라졌다.
언더 형들도 힙합이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메이저 음악 장르로 부상한 게 꽤 감동이었는지 단체 채팅방은 시즌 3이 방영될 때보다 더욱 활발했다.
[상열이형- 제작진이 저러고 입고 오라든?] 오전 11:48 [태훈이형- 꼬라지가 저게 뭐야 인마 마음만은 언더라고 왜 말을 못해] 오전 12:00 [형 술 마셨어요?] 오전 12:01 [세민이형- 힙합이 대한민국 메이저 장르가 된 세상이라니] 오전 11:30 [세민이형- 내가 지금 꿈을 꾸냐] 오전 11:30 [기정이형- 야야 이든아 dtb 1화 쓰고 나온 베레모 정보좀] 오후 1:01 [기정이형- 어디 거냐?] 오후 1:02기정 형이 평소에도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 내가 패션용으로 쓴 것도 아니고 반강제로 쓰게 된 베레모에 관심을 가지는 건 이해가 안 갔다.
[형 베레모 사게요? 에반데] 오후 2:22진심 어린 만류가 포함된 답장을 보냈다.
[기정이형- 아니 처음엔 저게 뭐냐고 눈 찔렀는데 네 대가리 위에 얹힌 거 계속 보니까 좀 괜찮아 보이더라고] 오후 2:30사실을 말해 주었을 뿐인데 곧바로 박히는 욕설에 순순히 베레모 정보를 스타일리스트에게서 얻어서 내놨다. 그거 길거리에서 쓰고 다니다가 비웃음 받아도 내 책임 아닙니다.
그나마 있는 동생의 정으로 말려 주니까, 쯧쯧.
그런데 왜 다른 형들도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거지? 지금 깜짝 카메라 찍는 건가.
[태훈이형- 성아 이 기회에 너도 커플템 마련해라] 오후 2:33 [주성이형- 저거 아연이 취향 아님] 오후 3:41 [태훈이형- 제수씨 말고 니 남친이랑] 오후 3:41 [주성이형- 태훈아 쌉쳐 제발] 오후 3:42나이스, 주성이 형.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 준 주성이 형을 향해 마음속으로 엄지를 척, 치켜세워 주고 DTB 4 1화 반응을 모니터링했다.
-저번 시즌에 윤이든이 피처링으로 나왔다가 이슈 타서 그런가 이번에 아이돌들 존나 나왔네ㅋㅋㅋㅋ
-그나마 BT? 얘 보고 아이돌 래퍼 치곤 좀 치네? 했는데 윤이든 나오자마자 ‘아이돌 래퍼가 이 정도는 해야지!!!! 갈!!!!’ 이 상태 됨
└의도치 않은 아이돌 래퍼 수준 상향평준화
└무슨 윤이든 소득이 20대 남성 평균 소득이라는 소리 하고 자빠졌어
-윤이든급이면 솔직히 아이돌 래퍼라고 까 봤자 타격 0인데 디스전 어쩔지 궁금하네
-그래서 윤이든은 왜 저렇게 입고 나온 거래?
└주변인들 기선제압
└저주받은 취향이라
-베레모 좀 멋있어 보이는데 살? 말?
-윤이든 디아이랑 G1이랑 사이 가깝다지 않았음? 심사 보는 프로듀서 중에 두 명이나 인맥으로 두고 있는데 이거 공정한 거 맞음? 이러면 못 나오게 방송사 측에서 제지해야 하는 거 아님???
└힙합판 ㅈㄴ 좁아서 대부분 끼리끼리 아는 사인데 이런 걸로 잡으면 dtb 나올 수 있는 래퍼 아무도 없다
-그런데 다음 주 예고편에 인싸토끼모자 쓰고 온 놈 뭐냐? 어지간한 관종 등장인 듯?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스포츠 져지룩으로 가려 했던 나를 만류하고 기어코 스타일리스트와의 합작으로 내게 그 착장을 입힌 류재희의 날갯짓이 어떤 태풍이 되어 돌아왔는지.
챗바퀴 @wheellll
dtb 보고 베레모 뽐뿌와서 나도 살까 하고 장바구니에 넣어 놨는데 오늘 강의실에서 내가 찜한 거랑 똑같은 베레모 쓴 남자 다섯 명 보고 조용히 삭제……
공유 9513 인용 344 마음에 들어요 6557
래비 @ravi0_0
더 무서운 게 뭔지 앎? DTB 12부작 예상이랬음
윤이든 씨의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또 어떤 끔찍한 풍경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거임
그게 이제 11차례나 더 남았음 베레모병은 그저 시작임
공유 10.1k 인용 535 마음에 들어요 4586
깊 @fig1203
@: 유행시키고 싶은 남자 패션 윤이든 인별 DM으로 넣으면 안 됨?
오
공유 8751 인용 1654 마음에 들어요 6821
number1 @no_one
dtb병 이든병 돌고 남자들 사이에서 힙찔패션 유행탈 거 각오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괜찮은데? 옷 잘 입네
(라이더자켓_윤이든.jpg) (가죽무스탕_윤이든.jpg)
(항공점퍼_윤이든.jpg) (코트목폴라_윤이든.jpg)
공유 7942 인용 188 마음에 들어요 9635
이든병이상사병이아니었다니 @edenreve
우리애 패션스타그램 사진만 보고 안도하는 사람들은 모르겠지 DTB룩은 팬들도 처음 보는 착장이었다는 걸
│
예현아밥먹자 @syhtkfkdgo
@edenreve 님에게 보내는 답글
활동단축 이슈도 있어서 겸사겸사 이벤트성으로 한 번 입어 준 듯
너무 힙합 말고 알티 도는 패션 정도만이라도 입고 나와서 정상적인 패션 유행을 선도하길 바라야지ㅠ
덕질 @ejrwlf165
이든아 코르셋좀 팍팍 쪼여 줘
나는 이 땅이 스포츠저지 벙거지 비니 사슬목걸이로 뒤덮이는 꼴을 못보겠어
공유 4513 인용 44 마음에 들어요 5557
베레모 완판남이 된 후, SNS 반응을 보며 내가 지금까지 DTB에 입고 나갔던 옷들을 상기해 보았다.
이게…… 이게 유행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이게 유행하면 이든병이 진짜로 역병이 되어 버릴 것 같은데?
* * *
DTB 4 조별 음원 미션 1일 차.
Wnet 쪽에서 대여해 준 작업실에 조원 네 명이 모두 모였다.
물론 작업실 내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대놓고 설치되어 있는 건 또 아니라서 조금만 느슨하게 긴장을 놓는다면 카메라가 있다는 걸 잊고 좋은 악편 소스를 제공해 줄 수 있었다.
그러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일단 팀원은 나, 라이조, 투혁, 니지어스.
그러고 보니까 라이조 이분은 1차 디스전 때 내게 4대 1로 덤볐다가 파이트머니를 털리셨던 분 아닌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디스를 포기했던 두 명 중 하나였다.
“기왕 저를 선택해 주신 거, 아무도 탈락할 일이 없도록 1등까지 확실하게 버스 태워드리겠습니다.”
신뢰가 가는 미소를 얼굴에 띄우며 팀원들에게 당당히 선포했다. 나는 빈말은 안 해.
“오늘은 등산복 아니시네요?”
“그건 전에도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팀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일회성 복장이라.”
떨떠름한 표정의 두 명과 달리 니지어스는 오오,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처럼 회귀를 하지 않았더라도 전 차수 DTB를 봤으면 이 음원 미션의 곡 메이킹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서바이벌에서 중요한 건 랩 실력도 실력이지만 방송에서 비추어지는 이미지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했다.
시즌 3 악편의 희생자였던 플로디크를 보라.
그냥 타고나길 말을 좀 세게 하는 양반일 뿐인데 편집의 힘으로 용철이 형에게 열폭하는 것처럼 이미지가 잡혀 버려서 본선 2차에서 허무하게 탈락해 버렸지 않았나.
실력만으로 보면 세미 파이널까지는 충분히 진출할 수 있었던 래퍼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음원 미션은 관객 투표로 이어지는 미션. 투표로 인해 탈락자가 발생하는 만큼 이 팀플 과정에서 보이는 모습이 실력만큼이나 중요했다.
악편의 희생자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미션에서 빌런, 조별 과제 프리라이더, 비호감 이미지로 찍혀 탈락한 전 시즌 래퍼가 한둘이 아니었다.
물론 우리 조는 1등을 할 거라 탈락자가 나올 일은 없겠지만, 이곳에서 탈락을 면한다 한들 본선에서 거꾸러지는 일도 왕왕 있었다.
“일단 저희 팀 파이트머니가 총 얼마인지부터 까 보죠.”
디스전 파이트머니는 본선 파이트머니에 더하지 못하므로 이번 라운드에서 무조건 모두 소비해야 했다. 무대 꾸미기나 팀 단합대회 등등.
그래서 파이트머니가 많으면 많을수록 멋있는 효과를 추가해서 무대를 꾸리거나 팀의 단합력을 살리는 것에 유리했다.
“저는 다 털려서…….”
라이조가 나를 힐끔 돌아보더니 말끝을 흐리며 중얼거렸다.
음, 일단 내가 다 털긴 했지. 이 사람이 2차 디스전 때는 안 나왔던가? 그랬던 거 같기도?
“저는 50만 원 있습니다.”
투혁이 슬쩍 손을 들고 금액을 밝혔다.
“저도 라이조 님처럼 0원이요. 제가 1차 디스전에서 50 땄는데 2차에서 싹 털렸잖아요. 그래서 팀 선택할 때 세븐킥이 리더인 팀은 거름.”
이 팀의 유일한 미성년자, 니지어스가 뭐가 그렇게 웃기는지 킬킬거렸다. 요즘 애들 감성은 따라가기가 힘들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