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7화(27/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7화
“형형, 진짜 서라온 안 만났어요? 제가 부탁한 사인 받아 오기 부끄러워서 뻥치는 거 아니죠?”
“인마, 내가 몇 번을 더 말해야 믿겠냐? 못 만났다고!”
버럭 소리를 내지르자 막내가 몸을 움츠리더니, 그것은 추진력을 위해서였다는 양 맞받아 질렀다.
“왜 성질을 내고 그래요!”
“너 같으면 똑같은 말을 열 번을 넘게 하고 있는데 성질이 안 나겠냐? 부처님도 열 뻗쳐서 불단에서 일어나시겠다, 이 자식아!”
“아니, 막 나란히 서서 눈 마주치면서 노래하고 그런 거 있잖아요. 그리고 부처님은 형처럼 그렇게 마음이 좁지 않아요. 괜히 4대 성인이겠어요.”
“너는 피처링이 무슨 듀엣인 줄 알아? 그리고 뒤질래, 재희야?”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맞다, ‘뒈지다(유사 발음: 뒤지다)’도 초심도 깎이는 비속어였지.
따끔함을 느끼며 비속어와 동태눈깔, 금지어 기준 좀 완화하라고 시스템에게 대략 1034번째 문의를 넣었다.
도끼눈으로 쳐다보며 한 소리 하자, 그 헤어스타일로 그렇게 눈 뜨니까 무섭다고 류재희가 잉잉댔다.
그래, 시바. 차라리 최단신 미성년자인 지금 마음껏 잉잉거려라.
대신 성장기 지나서도 이러기만 해 봐라. 집어 던져 버릴 테니까.
그날을 위해서 웨이트를 더 빡세게 해야겠군.
나보다 5cm는 더 커지는 류재희를 떠올리니 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메이크업을 막 끝낸 견하준이 우리에게 합류했다.
이곳은 지금 앨범 재킷 컨셉 포토 겸 뮤직비디오 촬영장이었다.
세트장과 별장을 빌려 두 곳에서 촬영이 이루어진다.
오늘은 학교 촬영 씬을 찍을 차례였다.
“내가 모범생 반장 역할 하고 싶었는데.”
단정하게 니트를 차려입은 견하준의 착장을 보고선,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지 않아 훤히 보이는 검은 반팔 티를 펄럭이며 투덜거렸다.
“왜요?”
스포츠브랜드 저지 차림에 헤어 밴드를 쓴 류재희가 저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선 물었다.
“사람은 자기가 안 해 봤던 걸 해 보고 싶은 법이야.”
“모범생을 안 해 봤단 거예요? 반장을 안 해 봤단 거예요?”
“둘 다. 아, 반장은 초등학생 때 한번 해 봤다.”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대꾸하자 류재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뭔가 그럴 것 같았어요.”
“뭔 뜻이냐?”
“리더십이 출중하신 우리 리더 형님께서 반장 정도는 당연히 해 봤을 거라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비꼬냐?”
“비꼰 거 아닌데여…….”
막내 그만 잡으라고 견하준이 나를 말리자 금세 기가 살아 의기양양해진 류재희가 견하준의 등 뒤로 쏙 숨었다.
든든해 죽겠다는 그 얼굴에 무어라 할 의욕을 잃어버린 나는 견하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아, 안경 좀. 어때, 모범생 같아?”
견하준에게서 렌즈 없이 동그란 안경테만 있는 안경을 건네받아 쓰자 견하준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류재희는 허리 숙여 끅끅거리고 있었다.
“그 머리에 안경 쓰니까 진짜 안 어울려.”
“……그렇게 안 어울려?”
“어, 케이크에 김치 먹는 느낌?”
웃음기 섞인 대답에 말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툴툴거리면서 휴대폰 카메라를 켜 얼굴 앞에 비췄다.
현재 헤어스타일은 은발로 탈색하고, 슬릭 백 언더컷으로 넘긴 머리.
짧게 친 옆머리가 어색해 까끌까끌한 머리를 괜히 문질렀다.
내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미련 없이 다시 안경을 벗어 견하준에게로 건넸다.
미리 받은 콘티에 적힌 각 멤버들의 역할을 상기했다.
모범생 반장 역할인 견하준.
농구부 에이스 역할인 류재희.
인기 많은 학생 역할인 서예현.
평소에는 평범하지만 사실은 인별 스타 역할인 김도빈.
그리고 내가 맡은 역할은 양아치…… 가 아닌, 양아치로 오해받은 밴드부 보컬이었다.
걷어붙인 소매의 오른쪽 팔목에 주렁주렁 감긴 팔찌들을 매만지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필 보컬이냐. 드럼이랑 일렉밖에 안 해 봤는데.”
“헐, 형 진짜 밴드부였어요?”
“축구부 하다가 친구가 밴드 드럼 자리 안 구해진다고 사정사정해서 밴드부로 바꿨던가, 아마. 그런데 아무리 밴드부라고 해도 학교에 포마드 바르고 오는 놈이 있냐?”
“은발로 탈색하고 오는 놈도 없죠, 일단.”
이제는 흐릿해진 학창 시절 이야기로 시시덕거리다가 김도빈의 스타일링까지 끝나자,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갔다.
아직 날이 밝을 때 앨범 재킷으로 쓸 컨셉 포토를 먼저 찍고 뮤비 촬영에 돌입했다.
제일 먼저 들어간 건 단체 안무, 그리고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컷.
그 촬영이 끝나자 멤버들의 개인 샷 촬영이 시작되었다.
막대사탕을 물고 벽에 기대어 있자 전생에서 겨우 끊었던 담배가 생각났다.
담배 피우면 초심도 얼마나 깎이려나…….
하지만 굳이 흡연이 초심도 몇 점을 깎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담배를 피울 생각은 없었다.
[아이돌다운 훌륭한 마음가짐입니다.]이 망할 시스템은 기준 완화 문의 넣을 때는 사람 말을 그렇게 씹더니만 이럴 때만 잘 튀어나와.
“슛 들어가겠습니다!”
지금 찍는 컷은 내가 입에 물고 있는 막대사탕을 담배로 착각하고는 놀란 표정으로 뒷걸음질하는 여주인공을 향해 입안의 막대사탕을 빼 흔들어 주며 씩 웃는 장면이었다.
뮤직비디오 촬영 경험은 차고 넘쳤기에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가 어색하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감독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컷을 외치자, 제 파트 촬영을 마치고 구경하고 있던 류재희가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형, 진짜 양아치 같아요!”
“이건 뭐 칭찬이야, 욕이야?”
레몬맛 사탕을 입에서 굴리며 녀석의 헤어 밴드를 힘껏 잡아당겼다가 놓았다.
“아, 형! 헤어 밴드 늘어남요!”
아쉽게도 탄력이 그리 강한 건 아니었는지 녀석의 이마를 친 헤어 밴드 소리는 그다지 찰지지 않았다.
의상을 갈아입고 그 뒤로 있는 밴드 공연 씬 촬영도 한 큐에 무사히 마치고 나머지 멤버들의 촬영을 구경했다.
서예현의 뻣뻣한 연기력에 웃어 주고.
학교에서는 외모를 숨긴 인별 셀럽이라는 콘셉트에 잡아먹힌 김도빈에게 두피 마사지를 내려 정신 차리게 해 주고.
역시 미래의 연기돌답게 다정한 모두의 첫사랑 반장 연기를 끝내주게 잘하는 견하준을 구경하다 보니 이제 노을이 배경인 류재희의 마지막 단독샷만이 남아 있었다.
S#32. 노을 지는 하늘 밑의 야외 농구 코트
재희, 공이 한가득 널브러진 코트에서 계속해서 골대를 향해 공을 던진다.
계속해서 골대에 들어가는 공에 감탄사를 내뱉는 여주인공.
그런 여주인공을 발견한 재희, 손을 잡고 농구 골대 앞으로 데려와 농구공 하나를 주워 준다.
재희의 도움으로 골을 넣은 여주인공. 하이파이브하며 기뻐한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시놉 내용 자체는 어려울 거 하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와, 더럽게 못 넣네.”
“형이 해 봐요! 진짜 어렵거든요!”
내 감탄사에 땀을 뻘뻘 흘리던 류재희가 고개 돌려 빽 소리쳤다.
결국 감독이 컷을 외쳤다.
어차피 휴식 시간이라 거리낌 없이 류재희가 있는 농구 코트로 들어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농구공 중 하나를 주웠다.
농구공을 가볍게 튕기다가 골대를 향해 휙 던졌다. 포물선을 그린 공이 골대에 깔끔하게 들어갔다.
“에이, 운 좋게 하나 들어간 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널브러진 농구공 하나를 더 주워 던졌다.
역시 이번에도 굿샷이었다.
“뭐라고?”
“깝치지 않겠습니다…….”
물을 마시며 구경하고 있던 서예현이 혀를 찼다.
“둘이 역할 바꿔야 하는 거 아니야?”
“저는 이든이 형만큼의 양아치미가 없는데요.”
“양아치 속성도 이쪽에 주는 거지. 솔직히 키까지 봤을 때 농구부에 어울리는 건 윤이든이잖아.”
맞는 말이었다. 래퍼에게 보컬 역할 주고 팀 내 최단신에게 농구부 에이스 역할을 주다니, 너무 미스매치 아닌가.
하지만 이제 와서 역할을 바꿀 순 없었고, 촬영으로 밤을 새울 순 없으니, 특훈을 해 주기로 했다.
“자, 잘 봐. 이렇게 공을 잡고.”
“이렇게요?”
“아니, 너는 무슨 손이 세모세요?”
“형은 네모에요?”
특훈 덕분인지 촬영은 노을이 완전히 지기 전에 끝이 났다.
대략 30개 넘게 던졌는데, 성공한 컷만 잘라서 편집한다나 뭐라나.
그렇게 오늘 분의 촬영은 끝이 났다. 남은 씬은 별장에서의 하우스 파티 촬영.
감독과 스태프들, 그리고 엑스트라 역할과 여주인공 연기를 맡은 배우들에게 수고하셨다고 직각으로 인사를 건넸다.
어차피 촬영도 끝났겠다, 입고 온 후드티 모자를 눌러쓰고 끈을 잡아당겨 머리카락을 완벽히 숨기고는 휴대폰을 셀카모드로 바꿨다.
갑자기 불쑥 난입한 류재희까지 끼어 셀카를 찍고 나서 막내에게 내 휴대폰을 휙 던졌다.
“동영상 좀 찍어 봐.”
공을 가볍게 드리볼하다가 농구 골대에 공을 던져 연속해서 슛을 넣었다.
30초가량의 짧은 촬영을 끝내고 다시 폰을 돌려받았다.
“역시 형이 농구부 에이스를 하고 제가 밴드부 보컬을 했어야 했는데. 하, 허접인 거 뽀록 안 나게 편집 잘해 주시겠죠?”
“거 10초도 안 나올 장면 가지고 걱정도 팔자다.”
류재희의 이마를 툭 치고 먼저 차로 향하는 견하준을 향해 휘적휘적 걸어갔다.
차에 타 숙소로 돌아가는 길, 목베개를 한 채로 오늘 몫의 위클리 퀘스트를 몰아서 완수했다.
[From 이든](이든&유제_셀카.jpg)
데이드림, 기체후일향만강하셨어요?
저희는 곧 데이드림 다시 만날 날 생각만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ㅎㅎ
자세한 건 이야기하지 못하겠지만 일단 지난 활동과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자신 있게 말씀드릴게요.
모두 팬분들 덕분입니다. 항상 감사하고 앞으로도 쓴소리 팍팍 부탁드리겠습니다.
댓글 245
-뭐야? 컴백해?
-제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요? 기대해도 되는 거 맞죠?ㅠㅠㅠㅠㅠ
-와씨 지난 활동이랑 같은 참사는 안 일어난다니 드디어 마음이 놓인다 이제 두발뻗고 잘 수 있음
└동감이요ㅎ 내우주 2탄 나올까 봐 진짜 걱정했는데
└333 빠따들고 LnL 쳐들어갈 일 없어서 다행ㅠ
-유제는 머리 그대로 같은데 이든이 머리 너무 궁금하닼ㅋㅋ 너무 꽁꽁 싸맨 거 아니냐구ㅋㅋ
-마지막 말 소속사 헛짓거리할 때마다 뒤지게 패라는 시그널이지?
(댓글 더 보기)
스포가 적당히 되는 선에서 From 게시글을 올리고 SNS 공계에 접속하여 동영상과 짧은 글을 올렸다.
REVE_official @LnL_reve
[이든 Dream]아니 막내야 이게 어렵냐ㅋㅋㅋ
나랑 예현이 형이랑 보다가 속 터지는 줄 알았다
#Reve #레브 #이든 #유제 #데이드림 #농구
(동영상)
공유 4903 인용 596 마음에 들어요 8711
————————–
꿈♥백일몽 @revedream
@LnL_reve 님에게 보내는 답글
이든아 어려울 만할 것 같아;;; 그래도 덕분에 아체대 걱정은 안 든다
역시 서치킹답게 모니터링하고 있었던 듯 내가 글을 올리자마자 뒷자리에 있던 류재희가 팔을 뻗어 내 어깨를 덥석 잡았다.
“아, 혀엉! 지워요! 제가 농구부 에이스가 아니란 게 뽀록 나잖아요!”
“어차피 사실 아닌데 뽀록 나 봤자 뭐 어때?”
“아씨, 너무해! 저 이제 형이랑 말 안 할 거예요!”
내가 그놈의 불화 조장 초심도 마이너스 때문에 강제로 유해졌더니 막내가 요즘 내가 많-이 편해졌나 보다.
“그래라. 너 이제부터 나한테 말 걸면 한 마디당 만 원씩이다?”
“와, 진짜 너무해!”
“시끄러워! 잠 좀 자자!”
서예현의 짜증에 류재희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조용해진 차 안에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이어폰을 껴 노래를 재생했다.
저 형이 도움이 될 때도 다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