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7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71화(27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71화
낭독이 끝나고 스케치북을 한 장 더 넘겼다.
내 사인이 스케치북을 크게 차지하고 있었다. 보너스 선물이었다.
물론 투혁도 이걸 선물이라고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중간 점검에서 지원이 형에게 독설을 들은 이후로 내내 세우고 있던 가시를 누그러뜨린 투혁에게 스케치북을 턱, 안겨 주었다.
남자 넷이 노래방에서 발라드만 부르면 [아직은 어색한 남자들의 흔한 노래방 풍경] 이런 자막 하나 붙여 주고 통편집행이겠지만.
노래방에서 곡 작업 관련으로 러브 액츄얼리를 찍는다면 이걸 통편집할 수 있을까? 과연?
심지어 이건 가성비도 좋았다.
다른 팀은 단합대회로 nn만 원 이상씩 태워 가며 1박을 하고 5분에서 10분 정도 방송에 나오겠지만, 우리는 노래방 1시간에 2만 원으로 nn만 원 이상씩 태운 놈들이랑 비슷한 분량을 받게 되잖냐.
이건 우리 팀의 가장 중요한 서사 중 하나라 통편집도 함부로 못 할 거다. 우리 팀 분량을 아예 날리고 싶지 않다면야.
그런데 과연 내가 조장으로 있는 팀의 분량을 PD가 날릴까? 중간 점검권까지 따간 우리 팀을?
“사실 중간 점검에서 G1 프로듀서님께 따끔한 조언을 듣고 고민을 정말로 많이 했었거든요.”
내가 안겨 준 스케치북을 여전히 품에 꼭 안은 채로 투혁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저도 제 랩이 비트를 못 살린다는 걸 느끼고 있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방황도 좀 했고. 그러다 보니까 팀 분위기도 제가 망친 것 같아서 죄송하고…….”
그래, 이제라도 알면 다행이다. 그 깨달음이 조금만 더 늦었어도 비호감 이미지가 대중들의 뇌리에 제대로 각인됐을 거다.
내가 러브 액츄얼리 스케치북 씬을 몇 번을 더 구현하면서 여주인공으로 만들어 줘도 구제가 안 됐을걸.
우리 팀이 음원 1위에 등극해서 탈락자 신세를 면했다 하더라도 본선에서 바로 탈락했겠지.
그러니까 어떻게 보자면 나는 투혁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제 톤이랑 랩스타일이 비트에 안 맞는 게 문제점이라는 것이 확실해졌으니 힘들겠지만 일단 바꿔 봐야죠.”
투혁이 멋쩍게 눈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승낙의 말 아래에 달달한 멜로디가 마치 영화 배경음처럼 깔렸다.
완벽한 힙합 액츄얼리였다.
노래방 시간이 10분이 남았기에 우리는 발라드 파티를 재개했다.
고음이 쫙쫙 올라가는 놈이 한 명도 없었기에 래퍼들이 우려 주는 우중충한 발라드가 탄생했다.
가장 열렬한 반응을 받았던 건 역시 야인시대 OST였다. 니지어스도 열광하는 것을 보니 역시 명작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오, 보너스 시간 들어왔다.”
서로 눈치 게임을 하다가 머리 풀고 힙합을 부르게 된 건 두 번째로 들어온 보너스 시간부터였다. 기왕 DTB 촬영 중이니 DTB 3에서 나온 곡들을 열창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보너스 1시간을 받고 발라드 한 시간, 힙합 한 시간을 부르고 나서야 노래방을 나왔다.
“기왕 단합 대회인데 이대로 해산하긴 좀 아쉽고, 예산으로 식사나 한 끼 같이하고 헤어지죠.”
“예산이요? 저희 파이트머니 말고 따로 단합 대회 예산 받았어요?”
내가 길거리에서 파이트머니라는 단어 꺼내기 싫어서 굳이굳이 예산이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눈치가 없냐, 규찬아.
이곳이 그나마 번화가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후보로 제일 먼저 삼겹살이 나왔지만 어제 삼겹살을 먹었다는 니지어스의 거부에 의해 국밥으로 드리프트했다. 마침 노래방 주변에 24시간 국밥집도 있었다.
“아니…… 저는 삼겹살 말고 소고기를 먹자는 뜻이었는데…….”
“그래, 저 식당에 소머리국밥 있네. 그거 먹으면 되겠다.”
규찬아, 우리가 소고기를 먹으면 우리의 최저 예산 타이틀은 날아간다니까?
설마 통편집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단합대회에서 5만 원 이하로 돈을 쓴 놈들이 있겠냐고.
그렇게 우리는 국밥 네 그릇을 마지막으로 완벽한 가성비 단합 대회를 장식했다.
나머지 파이트머니는 다 무대 장치에 때려 부어야지.
단합대회가 끝난 바로 다음 날부터 작업 곡 수정에 들어갔다.
“지금 중간에 벌스가 이어진 부분이 지루하게 들리는 건 규찬이 너랑 라이조 형 랩 스타일이 비슷해서 그래.”
“아, 진짜요?”
영혼 없는 목소리로 대꾸하는 니지어스를 면전에 두고 있자 거울 치료가 되면서 이 자식한테도 시스템의 축복을 내리고 싶어졌다.
“어, 진짜. 그래서 순서를 아무래도 바꿔야 할 것 같거든. 규찬이 네가 verse 1 맡아라.”
“아, 진짜ㅇ…… 예?”
내게 첫 벌스의 중요성을 거의 세뇌하듯이 들었던 니지어스가 습관처럼 나오던 아진짜요를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왜 원래 첫 벌스를 맡았던 투혁이 아닌 너한테 그렇게 중요성을 세뇌시키다시피 강조했겠냐.
“둘이 붙어 있으면 안 돼. 중간에 투혁 형이 들어가야지 그나마 완화가 된단 말이지.”
귀를 잡아끄는 건 니지어스가 라이조보다 낫다. 그래서 니지어스를 첫 벌스로 배치하는 편이 나았다.
투혁 역시 내 조언에 따라 톤을 낮추고 비트에 맞추어 박자를 살짝 늦췄다. 그 정도만 해도 비트에 충분히 어우러졌다.
‘그 정도’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충분히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사안이라 문제였지.
나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플로우를 이번만 엇박으로 바꾸었다.
물론 이렇게 해도 비트를 살리기엔 충분했기에 내게 딱히 손해는 아니었다.
내가 빡세게 굴렸지만 팀원들은 내가 조장 감투를 쓴 덕분에 지원이 형한테 집중 사격을 들었던 걸 기억하는 터라 순순히 잘 따라왔다.
매일 고구마만 제공하는 비호감 조로 찍힐 갈등 상황을 원천봉쇄하고, 내 지휘와 프로듀싱하에 우리 팀의 곡은 점차 완성되어 갔다.
1차 완성본과는 비교도 못할 수준으로 재탄생되어서 말이다.
“너희 팀 곡 수정 들어갔냐?”
“당연하죠. 한 번 들어 보실래요?”
지원이 형의 물음에 당당하게 대답하자 지원 형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나도 음원 나오면 그때 들을래. 기대치를 낮춰 놓은 게 얼마나 시너지가 터질지 궁금해졌어.”
“와, 그런데 형 연기 진짜 잘하시던데요. 저 하마터면 마상 입을 뻔했잖아요.”
내 넉살에 지원이 형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무슨 연기?”
“중간 점검 때 저 집중 공격한 거요. 그때 사전 만남 당시에 형한테 투혁 파트 짚어 달라는 건 말씀드렸는데, 그거 말하는 건 깜빡했거든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저를 조장이라는 이유로 팀원들 앞에서 눈치 보이게 잘 패 주셨잖습니까.
“덕분에 팀원들이 그런 소리 듣게 만든 게 미안했는지 협조를 빠릿빠릿하게 잘해 주더라고요.”
하하 웃자, 지원 형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부렸다.
“형님? 왜 갑자기 말이 없으세요? 설마 진심이셨던……?”
“음, 음…… 연기하느라 힘들었지.”
“지금 보니까 이 형 연기 더럽게 못 하시네! 진짜 진심이었구만!”
어쨌든 덕분에 원하는 대로 됐긴 했지만!
* * *
드디어 DTB 4화 방영일이 다가왔다.
내 파격적인 의상과 타투가 공개될 날이. 물론 타투는 모자이크 처리가 될 게 분명했기에 타투의 존재가 공개된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군.
“막내야, 혹시 크롭티도 유행이 되는 건 아니겠지……?”
내 왼쪽 어깨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진달래 타투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주는 류재희에게 초조하게 물었다.
오른쪽 팔뚝 안쪽에 있는 문장 타투는 내가 셀프로 찍는 게 가능했지만, 왼쪽 팔의 진달래 타투는 내가 찍으려면 거울 셀카밖에 방법이 없었으므로 촬영을 류재희에게 맡겼다.
“제가 예측하건대 그건 100% 유행할 일 없어요.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 두시고 다리 좀 그만 떨어 봐요, 형. 흔들려서 사진이 잘 안 찍히잖아요. 아니면 허벅지에 얹어 놓은 팔을 떼던가요.”
내 허벅지를 꾹꾹 눌러 대며 타박한 류재희가 다시 사진 찍기에 열중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모양새가 뭐 같은 타투를 새겼다는 말이라도 듣지 않게끔 해야 한다며 타투 베스트 샷을 건져 낼 기세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아, 아니. 가슴골 노출 오픈셔츠도 유행 탔잖아. 난 그것만은 절대 유행 안 탈 줄 알았다고. 그러니 크롭티도 혹시…….”
“가슴 노출과 복근 노출은 다르거든요. 가슴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복근은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듣고 보니 그랬다. 그래서 안심하고 신경을 끄기로 했다.
가장 베스트 샷을 선택한 류재희가 보정은 내게 맡긴다며 촬영을 마친 휴대폰을 건넸다.
“언제 올리지?”
“방송상으로는 모자이크될 테니까 DTB 오늘치 본방 끝나고 올려요, 기왕이면. 타투 정체 공개한다고. 타투 의미도 잘 설명하시고요. 형이 그때 수정한 인별 스타일 글처럼 입만 잘 터시면 아마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도?”
팬카페에 들어가 FROM 글을 작성하다가 본방 시간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쩌렁쩌렁 서예현을 불러 재꼈다.
“예현 형! 형의 사이다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순간을 봐야지!”
“백지 연출은 사이다 상상이 아니라 그냥 너 엿먹이는 상상이라고!”
서예현이 씩씩거리며 곧장 방에서 튀어나왔다. 그거나, 그거나.
* * *
[DROP THE BEAT SEASON 4 EP.4] [이대로 탈락하기에는 매우 아쉽다!] [몰틱: 얘는 무조건 들어가야지. 이 친구가 여기에서 떨어지는 건 말이 안 돼.] [D.I: 개인적으로 이분 랩도 다시 봐 보고 싶어서요. 꽤 괜찮았어요.] [BQ9: 무조건 (이분).] [영빌리: 여기도 좀 고심했지. 나는 이 탈락자.]프로듀서들이 머리를 맞대고 탈락자 중 패자부활전을 치를 이를 고르는 모습이 나왔다.
[프로듀서들의 심사숙고 끝에 패자부활전에 선출된 여섯 명의 래퍼] [과연 이들 중 부활에 성공할 주인공은 누구일까]-닥 윤이든
-윤이든 패자부활전에서도 떨어뜨리면 DTB 칼하차한다
-다른 놈들 보여 주지 말고 윤이든부터 보여 줘
-이든이 떨어뜨리면 각오해라 덥넷 데이드림이 평생 보이콧해 준다
[첫 번째 패자부활 매치는 BT Vs 백프리!]-도토리 또 도토리 키재기 하러 왔네
-아제발 BT야 이번에는 긴장하지 말고 멋있게 발라 버려
BT가 탈락하고 BT의 매치 상대가 부활권을 얻은 후, 모두가 기다리던 이가 드디어 무대에 섰다.
[공출: 아, 이쪽 둘도 선택하는 게 장난 아니었지.] [원백: 또 이렇게 붙여 놓으면 어떡해!] [윤이든(1위) Vs 디셈브(5위)]-3차 예선이야 서로의 상대가 만만치 않아서 그랬지 이건 뭐…… 게임이 되나?
-윤이든이 졸면서 랩해도 디셈브는 이긴다ㅋㅋㅋㅋㅋ
-누가 저거 저지 정보좀
-에잉 오늘은 의상이 너무 평범하네,,, 그냥 평범한 힙찔이 1이잖어
└얼굴은 평범하지 않잖음
[디셈브의 선공!]-여기에서 디셈브가 이기면 지테를 이긴 윤이든을 이긴 디셈브를 이긴 지테가 되는 건가
-디셈브 얘도 여기에서 떨어지기는 아쉬운데 왜 하필 윤이든이랑 붙여놨데?
└그나마 유일하게 윤이든이랑 살짝이라도 비빌 수 있는 급이라?
-오 디셈브 완전 칼 갈았는데?
디셈브가 선공을 마치고 제 차례가 다가오자 윤이든이 시원하게 스포츠 저지 자크를 열어 벗어던졌다.
[AJA: (입틀막)] [BQ9: 오, 오우…… 화끈하네…….]안에 입고 있던 블랙 터틀넥 민소매 크롭티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악시발내눈!!!!!!
-오시발이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