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75화(27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75화
올해 하반기 일정과 내년 중반기 일정까지 전달받고 나서 우리는 회의실을 나섰다.
“그런데 너, 가능하겠어?”
서예현이 내게 답지 않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인간이 저렇게 내 눈치도 보고, 이게 바로 슬럼프의 긍정적 영향인가.
“언제까지 슬럼프에 짓눌려 살 수는 없잖아. 그래도 요즘은 악상도 전보다 제법 떠오르는 편이고. 물론 마음에 들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아니, 그 말이 아니라. 너 지금 DTB 촬영 중이잖아. 내가 알기로 그 촬영이 8월 말인가, 9월인가에 끝나지 않아? 우리 11월 컴백인데 날짜 맞춰서 준비 가능해?”
10월까지는 뮤직비디오와 컨셉 포토 촬영까지 모두 끝내야 했으니 곡이 늦어도 9월에는 나와야 했다.
앞으로 DTB 4는 8주가 더 남아 있었다. 게다가 파이널은 생방송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그때는 아예 레브 곡 작업이 불가능한 상황.
서예현의 말을 듣자 새삼 깨달은 바가 있었다.
“역시 형도 내가 파이널까지 갈 거라고 믿고 있구나.”
대단하다, 힙합의 힙 자도 모르는 서예현에게까지 RESPECT를 이끌어 낸 나 자신.
“그렇게 갸륵한 미소 짓지 말고 탈락해, 그냥.”
한껏 기특하다는 얼굴을 하고선 서예현을 돌아보자 서예현이 질색을 하며 투덜거렸다.
“그래도 기왕 이든이가 갈 수 있는 데까지는 가 봐야 하지 않겠어요? 안 그래도 지금 슬럼프 상태인 이든이에게 부담일 테니 온전히 맡길 수는 없고, 저희도 힘닿는 데까지는 도와야죠.”
견하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설마 얘한테 진심으로 탈락하라고 했겠니…….”
서예현이 힘이 빠진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중얼거렸다.
혹여 부정 탈 수도 있으니까 탈락하라는 말은 우리끼리 있을 때도 웬만하면 하지 말자는 견하준의 다정한 제안이 뒤따랐다.
서예현이 약간 질린 듯한 눈빛으로 견하준을 돌아보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형들! 여기 빌보드 차트인 작곡가, 이 김도빈 님이 있잖아요!”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김도빈이 불쑥 끼어들었다.
“대체 그놈의 빌보드는 언제까지 우려먹을래? 핫백 차트 들고 말하라니까. 저작권료 얼마 안 나왔다고 찡찡거릴 때는 언제고.”
빌보드 변방 차트에 든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저작권료는 언제 들어오냐고 내게 징징거리던 김도빈은 마침내 입금된 저작권료의 액수를 확인하고 며칠을 풀 죽어 있었다.
분명 비율은 6대 4로 나누어 줬을 텐데 혹시 9대 1로 내가 기여도를 잘못 기입했나 싶어서 확인해 보니까 정확히 들어왔더라.
“하도 빌보드가 꿈의 차트라고 하고, 너튜브 9000만 뷰 돌파해서 저작권료가 막 1억, 이렇게 나올 줄 알았죠.”
“꿈도 크다. 그런 변방 차트에 오른 곡도 그렇게 저작권료를 벌면 세계에 인플레이션 오겠다, 인마.”
김도빈에게 타박을 날리며 머릿속으로 차근차근 일정을 정리해 보았다.
이제 DTB 촬영은 음원 조별 미션 무대, 프로듀서 팀 선택과 본선을 앞두고 있는 상태.
팀 선택 후에 있을 단독 공연과 본선에서의 네 번의 무대.
내가 결승까지 갔을 때의 이야기이긴 했지만 내가 결승까지 가지 못할 리도 없었기에 이걸 정설이라고 치자.
음원은 6화 방영 직후에 발표할 테고, 음원을 발매하고 빠르면 하루 후, 늦어도 사흘 후에는 조별 공연이 진행되겠지.
이제 음원 순위가 정립되면 1등 팀의 탈락자는 기사회생하는 거고.
이제 4화가 방영되었으니 6화 방영까지는 일주일하고도 나흘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현재 우리 조의 음원은 이제 최종 녹음 작업만을 남겨 둔 상태다.
다른 조의 현황이 어떤지를 몰라서 확언은 하지 못하겠다만 그래도 우리 조의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이라 자부할 수 있었다. 다 내 빅피쳐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이 곡 작업을 하기에 제일 적기군.’
아이다스 화보 촬영 등의 일정도 중간에 있긴 했지만, 본선에 들어간다면 프로듀서들과 함께라고는 해도 일주일에 한 곡씩은 뽑아내야 했기에 지금이 시간이 제일 널널했다.
조별 미션곡 연습과 무대 리허설이 있었지만 이건 충분히 곡 작업과 병행하면서 할 수 있었다.
기왕 일정 잡히고 말 나온 김에 지금부터 작업을 시작하자는 취지로 멤버들을 끌고 작업실로 향했다.
슬럼프 극복 재활 훈련으로 인해 아직 완성곡은 이르지만 토막곡들은 잘 뽑아낼 수 있었다.
그 토막곡 중 제일 괜찮게 나온 걸 하나 골라서 더하고 깎으면 괜찮은 완성곡이 나올 수 있겠지.
“무조건적인 칭찬, 이런 거 다 필요 없다. 오직 내게 필요한 건 솔직한 평가다.”
내가 이제까지 찔끔찔끔 작업해 왔던 슬럼프 극복용 작업물들을 틀어 주기 전에 미리 강조했다.
“오, 나 그런 거 완전 자신 있어.”
이제까지 내게 받았던 독설을 고스란히 돌려주겠다는 결의가 가득 찬 눈빛의 서예현이 매우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곧, 재생된 노래가 작업실에 울렸다. 이게 내가 만든 곡이라니. 그나마 우리 멤버들이니까 들려줬지, 다른 곳에서는 쪽팔려서 틀지도 못할 곡이었다.
토막곡들이 끝나자 제일 먼저 서예현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야.”
“뭐가 아니야?”
“뭐라고 콕 집어서 설명은 못 하겠지만, 아닌 것 같아.”
“그러니까 어디가 아니냐고.”
“내가 말했잖아. 뭐라고 설명은 못 하겠다니까?”
“아니, 형 문과 아니야? 왜 설명을 못해?”
“모든 문과가 이 추상적인 느낌을 잘 풀어낼 수 있으리라는 편견을 버려.”
서예현은 내 슬럼프 극복에 확실히 도움이 됐다. 어서 슬럼프를 극복하여 서예현을 더욱 격렬하게 갈구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형은 그냥 숙소로 가는 게 어때?”
“내가 가면 여기에서 치킨파티든 피자파티든 짜장면 파티든 아무튼 내가 경악할 만한 음식 파티가 벌어질 것 같아서 못 가겠다.”
귀신같이 내가 저를 보내려는 이유를 꼬집는 서예현이었다.
“그럼 과자파티는 돼요?”
“도빈아, 되겠니?”
김도빈의 헛소리를 서예현이 제압하는 동안, 가만히 있던 류재희가 입을 열었다.
“눈치 보는 게 곡에 느껴져요.”
“눈치를 본다고? 내가?”
“네. 억지로 대중성을 욱여넣은 느낌? 그런데 딱히 그 대중성 느낌이 살아나는 것 같지도 않고요. 그냥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것 같아요.”
힐긋 견하준을 돌아보자 견하준이 그 말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음악성을 잡으려 하다가 대중성을 놓쳤다는 의 평가가 너무 깊이 틀어박혀서 그런가.
“이 평가랑 결과를 털어 내는 게 제일 먼저네.”
일단 어떻게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감은 잡은 듯했다.
* * *
음원 최종 녹음도 마쳤겠다, 조별 음원 미션 무대를 앞두고 덥넷이 빌려준 연습실에서 무대 연습에 돌입했다.
“마지막 훅 부분만 다 같이 받쳐 주시면 될 것 같거든요? 제가 제 파트 끝나고 바로 훅을 들어가다 보니 호흡이 좀 딸려서, 투혁 형님이 낮게 깔아 주시면 될 거 같아요. 굳이 의식해서 안 낮추면 저랑 톤 비슷하시니까.”
“파트 끝나고 바로요?”
“아니요, 제가 훅 한 소절 하고 그다음 소절부터요. 그리고 뒷부분은 다 같이 가고.”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투혁에게 주의 사항을 말해 주고 니지어스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규찬아, 시작 부분 훅 끝나고 바로 들어와. 반 박자 쉬지 말고. 너 계속 반 박자 늦는다. 그러니까 뒷부분에 호흡이 딸리는 거야.”
“We’re free 하고 바로 들어가라고요?”
“어, 잘 알아들었네.”
니지어스는 충고를 받아들이고 적용시키는 게 제법 빨랐다. 딱 무대 체질이었다.
“그리고 라이조 형님은 투혁 형님 파트 끝나고 바로 들어가지 말고 반 박자 쉬고 들어가세요. 들어가는 게 너무 빨라.”
“반 박자 센다고 해도 꼭 이러네.”
라이조가 머쓱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라이조는 녹음 때는 강했는데 실전에서 살짝 약했고.
니지어스가 투표에서 가장 낮은 표를 얻을 거라고 예측했는데 막상 무대 연습을 해 보니 그게 라이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분의 연습을 끝내고 거울 앞에 놓아 놨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무음으로 돌려놨던 휴대폰에 쌓여 있는 수많은 부재중 전화, 문자와 채팅에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DTB 제작진의 번호와 지원이 형, 그리고 용철이 형의 부재중 전화 비중이 가장 큰 걸 보니 DTB 관련으로 무슨 논란이 난 모양이었다.
설마 윤이든 vs 유피 1대 1 대결에서 나를 떨어뜨리고 패자부활전으로 시청률 당겨먹으려 했던 대본이 유출됐나? 그래서 지금 DTB가 욕을 처먹고 있는 건가?
마침 오늘의 서치 퀘스트도 안 했겠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윤이든’과 ‘DTB’를 조합해서 검색하자 금방 포털에 게시글들이 떴다.
스크롤을 얼마 내리지 않아도 바로 보이는 게시글 제목에 표정을 굳히며 곧바로 그 글을 터치했다.
[윤이든 DTB 싸이퍼 가사 표절 의혹]작성자: ㅇㅇ 조회수 81,265
오베이 1집 수록곡 가사(발매년도 4년 전)
-헝그리 정신과 돈 자랑을 동시에 내뱉는
기준도 줏대도 없는 새끼들에게까지 퍼주는
다들 알잖아 힙합의 기본태도 respect
DTB 시즌 4 4화에 나온 윤이든 싸이퍼 가사
-헝그리 정신과 돈 자랑을 동시에 내뱉는
기준도 줏대도 없는 자식들에게까지 퍼주는
다들 알잖아 힙합의 기본태도 respect
욕설 순화 제외하고는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너무 똑같은데 다들 이거 어떻게 생각하냐?
댓글 712
-혹시 님 오베이 본인임? 저런 곡이 세상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는데
└나는 오베이라는 래퍼가 있는지도 몰랐음
-와 듣보래퍼 듣보곡 가사표절 ㄷㄷ
-새끼를 자식으로 바꾼 거 빼곤 진짜 너무 똑같은데? ㅋㅋㅋㅋㅋ
-이건 단지 영향받았다는 말로 실드도 불가능함 문장이 존똑이잖음
-기자회견 열어서 대가리 박고 대국민 사죄한 후에 자진탈락 ㄱ
-백지커닝 올려치기 하자마자 찐 커닝이 드러나버렸네,,,
-저 가사 싸이퍼에서 찢었다고 박수 쳤던 가산데 표절이었다니 ㅈㄴ 실망
-오베이 본인등판해서 본인 곡으로 인지도 달달하게 빨아먹었던 아이돌 래퍼 저격 함 가자
-이제 DTB 제작진들 윤이든 분량 열심히 자르고 편집하느라 고생 좀 하겠네
-잘가라 이든아 4화까진 즐거웠다 크롭티는 좀 좆같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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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들어먹고 있는 건 DTB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