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76화(27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76화
씨발, 오베이가 누군데?
지금 이 게시글은 내가 듣도 보도 못한 래퍼의 가사를 싸이퍼에서 표절했다며 몰아가고 있었다.
게시글 업로드 날짜를 보니 오늘 올라온 글이지만 DTB 4 화력이 워낙 대단하다 보니 조회 수와 댓글은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4년 전에 발매된 앨범의 수록곡, 그리고 촬영한 지는 몇 주가 되었다고 해도 며칠 전에 방영한 싸이퍼.
사람들이 누구에게 돌을 던질지는 뻔했다.
-흠…… 다른 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지만 비속어 수준이 다르니 일단 중립기어 박습니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방송에서 표절해 놓고 안 들킬 줄 알얐냐 이든아
-아이돌 래퍼가 다 그렇지 뭐 작사가가 써 주는 가사만 그대로 읽다가 막상 작사하려니까 대가리 터지는 거지
– 덕분에 랩 가사 수준 괜찮은 래퍼 찾음 가사 잘 쓰네 왜 윤이든이 가져왔는지 이해는 된다 물론 그게 옳다는 건 아니지만
-가사는 좋은데 왜 묻혔는지는 알겠다 실력이 ㅅㅂ…… ㅋㅋㅋ
└그냥 윤이든한테 가사 양도하고 끝내면 안 되나? 솔직히 가사가 아깝다 들으면서 같은 가사라고 느끼지도 못함
-피해자 후려치면서 표절충 옹호하네 개념이란 걸 좀 챙겨 봐라
-다른 가사들도 표절했나 찾아보고 와야지
내게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생각하고 있을 댓글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게시글에서 나왔다.
잔뜩 쌓인 부재중 전화 알림을 휙휙 지우고 수북하게 쌓인 메시지 창에 들어갔다.
[DTB 제작진- 5화 방영 전까지 싸이퍼 가사 표절 논란 해명 가능하실까요?] [DTB 제작진- 이거 해명 안 되시면 자진 하차하셔야 해요]나한테 친절하게 해명 D-day까지 알려 주는 DTB 제작진.
[지원이형- 야 이게 뭔 일이냐?] [지원이형- 찐 표절은 아니지?]나를 욕하는 저 댓글들과 달리 일단 중립 박은 지원이 형.
[용철이형- 저 가사 그거잖아] [용철이형- 너 그러다가 언젠간 저 가사에 해당하는 놈한테 멱살 잡히니까 하지 말라 했던 거] [용철이형- 그게 6년 전인가 5년 전인가 일인데 왜 4년 전 곡에 저게 있냐?] [용철이형- 형이 어떻게든 해명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있어]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를 말해 주며 나를 안심시키는 용철이 형.
그리고 무신경하게 표절 사건이 진짜냐 묻는 몇몇 지인들의 문자와 아무쪼록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응원을 남긴 지인들의 문자까지 모두 확인하니 어이가 다 없어서 빠졌던 힘이 조금이나마 났다.
“헐, 형님. 이거 보셨어요? 저도 방금 전달받은 건데 형님 이거 더 이슈 되면 하차해야 할 수도 있다는데요?”
니지어스가 내 눈앞에 휴대폰을 불쑥 들이밀었다. 류재희나 이놈이나, 블루라이트 차단은 켜고 이러는 거냐고.
일회성 팀이라 차마 쥐어박지는 못하고 휴대폰만 꾹 눌러서 내 눈에서 멀리 떼어 냈다.
“그런데 찐으로 가사 표절한 거예요? 완전 존똑인데.”
김도빈보다 더 눈치가 없는 니지어스가 내 속을 긁는 물음을 내뱉었다.
김도빈은 적어도 내 눈치라도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봐서 내 성질 지수를 1% 정도는 깎았을 텐데.
니지어스 덕분에 자꾸만 내 안에서 김도빈이 재평가되고 있었다.
이미 내가 표절충이라 100% 확신한 듯한 그 질문에 굳이 열불 내지 않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굳이 따지자면 이쪽이 내 걸 표절한 거지?”
“엥, 이건 4년 전 노래라는데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니까 너한테 말하는 게 아니겠니. 내가 음악을 시작한 게 8년 전인데.”
니지어스를 향해 가볍게 타박해 주고 음원 사이트에 오베이를 검색했다.
얼씨구, 2집까지 내셨어? 내가 가사를 표절했다는 수록곡 가 담긴 1집의 발매일은 그 글에도 적힌 대로 4년 전.
4년 전 저 날짜면 내가 19살, 한창 뉴본에서의 연습생 생활로 바빴을 때라 1집을 낼 여유조차 없었다. 저 때가 아마 데뷔조가 꾸려진 이후였던가, 그 전이었던가.
내가 언더에서 솔로로 1집을 냈던 적도 없었고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힙합씬을 디스하고 싶어 안달이 난 이 가사는 내가 학창 시절 썼던 가사 노트에서 빌린 가사였다. 내가 본가에서 가져왔던 그 노트 말이다.
패자부활전까지 준비해야 했던 터라 시간이 빠듯하여, 쓸 만한 가사가 혹시 있나 싶어 가사 노트를 뒤적이다가 발견한 토막 가사였다.
10대의 치기가 고스란히 담긴 가사라 좀 쪽팔리긴 했지만, 그나마 홀로 respect를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주제에 맞아 가져온 거였다고.
그러니까 내가 오베인가 육베인가 하는 놈과 뇌를 공유하지 않는 이상, 나는 지금 내 가사를 당당하게 표절해서 음원까지 낸 표절범 씹새를 내 노력 하나 없이 잡은 것이다.
이걸 개꿀이라고 해야 하나?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표절해 놓고 안 들킬 줄 알았느냐고 일침 날린 새끼, 뒤에 붙인 이름 내 이름에서 오베이로 바꿀 준비나 해라.
“휴, 다행이네요. 통편집당하고 조 구성 바뀔 생각에 갑갑했는데.”
라이조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당장은 그게 제일 큰 문제이긴 하지.
조장인 내가 하차해 버리면 내가 맡던 훅부터 내 파트까지 싹 다시 짜고 재녹음해야 할 테니.
나 자신이 불명예스럽게 하차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이유가 제일 크지만 팀원들을 생각해서라도 어떻게든 이 망할 표절 의혹에서 벗어나야 했다.
“증명할 방법은 있는 거죠?”
골 아프다는 표정을 한 투혁이 내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증명을 어떻게 하지……?’
가사 노트를 찍어서 올린다고 해도 이걸 내가 중학생 때 썼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지 않나.
과열된 분위기에 찬물은 부을 수 있겠지만 확실히 뒤집을 만한 한 방은 아니다. 필체로 세월을 알아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용철이 형의 증언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만 들을 수 있으니 일단 보류.
재희야, 류재희!
습관처럼 레브의 해결사를 찾다가 멈칫했다. 이건 온전히 내 일이니 내가 해결하는 게 맞지 않을까?
류재희가 내 언더 시절을 어떻게 알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내려놓자마자 귀신처럼 류재희한테 전화가 걸려 왔다.
[✆류재희]우리 막내가 또 내게 해결책을 내려 주려 바로 전화를 했구나. 모니터링을 나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하는 류재희가 이걸 못 봤을 리가 없지.
-이든이 형!
내가 전화를 받기가 무섭게 류재희가 나를 다급하게 불렀다.
“엉, 막내야. 왜.”
-일단 뭘 하기 전에 저한테 말이라도 좀 해 줘요! 막 올리지 말고요! 알았죠? 아니, 지금 무작정 대응하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일단 숙소로 와요. 와서 이야기를 좀 해 보고, 좀 다 같이 대책을 세워 보고 뭐를 하던가 하자고요. 알았죠?
숨도 내쉬지 않고 따발총처럼 쏘아 대는 류재희의 다급한 만류를 듣고 있자니 류재희한테 서브래퍼의 자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쌩뚱 맞은 생각이 들었다.
“막내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섭섭하지. 내가 언제 내 마음대로 하다가 사고 친 적 있어?”
-슬랜더 대전 생각 안 나요? 제가 슬랜더비트 다운 받던 형 말린 거 생각 안 나냐고요!
음, 그건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디스곡을 내자고 결정한 건 나였지 않은가. 그리고…….
“야, 내가 설마 이딴 놈을 상대로 디스곡을 내겠냐? 걱정도 팔자다.”
-그 말이 아니잖아요! 아무튼 빨리 와요! 이런 루머는 초장에 잡아야 한다고요!
전화가 뚝 끊겼다.
스피커 너머로 아주 잘 들렸을 류재희의 목소리 덕분에 DTB 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들으셨다시피 저는 오늘 이만 가 봐야 할 것 같네요. 내일 뵙겠습니다.”
“리더라고 안 했어요? 완전 잡혀 사시네.”
“이럴 때만 이래요. 특수 상황이라서.”
* * *
숙소에 도착하자, 다들 심각한 얼굴로 내 노트북 주변에 모여앉았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네가 옛날에 쓴 가사를 재탕했다가 네 그 가사를 표절한 놈이 걸렸다, 이 말이지?”
“어, 정확해.”
견하준이 깔끔히 현 상황을 요약해 주었다.
일단 저 오베이라는 놈이 어디에서 이 가사를 봤을지부터 찾아내야 했다.
‘역시 뮤클밖에 없나.’
학창시절 친구들한테도 안 보여 준 이 노트 안의 가사를 저놈이 어디에서 봤겠나. 그리고 이 가사 옆의 동그라미는 분명 곡에 쓴 가사라는 표시였다.
그리고 그 뮤직클라우드에 올린 내 중학 시절 믹스테이프는 내가 17살 때 아이돌로 진로를 틀기로 결심한 후 싹 밀었다.
그러면 얼추 시기가 맞는다. 내가 삭제한 후에, 표절 시비가 걸려 오지 않을 정도의 텀을 두고 올린 거다.
뮤클에서는 지웠지만 아직 나는 그 곡들의 작업본을 가지고 있었다. 제작 날짜까지 나오는 음원 파일을.
내가 그 시절 작업했던 마흔여섯 개의 믹스테이프가 들어 있는 USB의 폴더를 열었다.
하필 그 가사 부분이 토막처럼 있었던 탓에 대체 어느 믹스테이프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살 만해>처럼 내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곡이었다면 가사를 보자마자 단번에 기억했을 텐데.
대가리 굵어지면 다시 업로드 절대 안 할 만한 어지간히 거지 같은 곡만 골라서 표절을 했구나, 썩을 놈이.
마흔여섯 곡이 재생되었다. 이제 여기에서 그 가사가 나온 곡만 찾아서 증거물로 올리면 된다.
다만, 초창기 작업본이라 그런지 랩 실력이든, 작사 실력이든 엉망인 곡을 듣고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가사보다 어디를 뜯어고쳐야 하는지만 자꾸만 귀에 들어와 딱 죽을 맛이었다.
마침내 마지막 곡까지 재생이 끝나고.
“내가 못 들은 거 아니지……? 그, 뭐…… respect? 그 단어는 들려도 문장이 똑같은 건 없던데?”
서예현이 볼을 긁적이며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저만 못 들은 게 아니었네요.”
김도빈 역시 고개를 주억거리며 서예현의 말에 동의했다.
“형, 이게 전부예요? 다른 곳에 저장한 건 없어요?”
류재희의 물음에 갑자기 떠올랐다.
옛날에 USB 용량 부족하다고 습작곡 몇 개를 삭제했던 기억이…….
‘좆됐다.’
어떻게 딱 표절당한 곡만 삭제할 수가 있지?
세상이 나를 억까하네,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