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8화(28/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8화
“난 파티하면서 신나게 노는 씬은 촬영하기 쉬울 줄 알았어. 그런데 제일 어려울 줄이야.”
“내 말이. 막상 앞에 카메라 있으니까 괜히 의식돼서 몸이 굳더라. NG 내가 제일 많이 낸 듯.”
“아니야, 형. NG는…… 음.”
촬영이 끝나고, 신나게 김도빈이랑 후기를 떠들어 대던 류재희가 괜히 서예현을 힐긋 보더니 말끝을 잔뜩 흐렸다.
다행히 서예현은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별장에서의 하우스 파티 장면 촬영까지 모두 마친 우리는 모여서 최종 영상을 확인했다.
그렇지 않아도 얼굴이 가장 눈에 띄는 한 명이 좀 뻣뻣하게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내 우주로 와> 뮤직비디오랑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죄악으로 느껴질 만큼 영상은 괜찮게 뽑혔다.
아마 편집이 들어가면 더 자연스러워지겠지.
이제 남은 건 Dance Practice Video랑 남은 음원 하나 녹음인가.
숙소로 돌아오며 컴백 전까지 남은 일정을 꼽아 보았다.
Dance Practice Video는 댄스 스튜디오 대여해서 짧게 촬영하니, 서예현이 실수만 적게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거고.
음원 녹음도 서예현이 정신만 차리고 녹음하면 시간을 길게 빼진 않을 거다.
시발, 다 서예현이 문제잖아?
서예현이 팀의 개노답 구멍처럼 느껴질 때, 그래서 열이 뻗쳐와 괜히 시비를 걸고 싶을 때 내가 찾아낸 대처법이 있다.
바로 ‘레브 입덕’을 검색하면 된다.
그러면 서예현의 사진들과 함께 레브 입덕했다는 글들이 나온다.
그 글들을 읽고 있으면 아, 이 형도 레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면서 마음이 차분해진다.
초심도도 지키고 내 정신 건강도 지키고 팀 내 불화도 예방하고 위클리 퀘스트 서치도 완수하고 일석사조.
오늘도 그 방식으로 심신의 안정을 되찾은 나는 도착한 숙소 거실 소파에 털썩 기대어 앉아 눈을 감았다.
“이든아, 씻고 방에 들어가서 자.”
“나 아직 안 잔다…….”
가물가물한 목소리로 견하준의 말에 대꾸하자 옆에서 잠을 확 깨우는 우렁찬 외침이 들렸다.
“헐, 나왔다!”
누가 메인보컬 아니랄까 봐 성량은 더럽게 커요.
미간을 팍 찌푸리며 목구멍 볼륨 좀 줄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류재희가 선수 쳐 풀버전으로 외쳤다.
“서라온 10주년 기념 신곡 나왔다!”
아, 오늘이었던가.
뻑뻑한 눈을 깜빡이며 음원 차트에 접속해 차트 1위를 확인했다.
[1위-new‘서라온-어떤 엔딩(Feat. 윤이든 of Reve)’♥71,234]“와, 어떻게 음원 공개하자마자 1위를 바로 찍지? 부러워 죽겠다.”
“훗, 이게 바로 서. 라. 온의 저력입니다.”
콧대가 한껏 높아진 채로 으스대는 막내를 향해 서예현의 타박이 쏟아졌다.
“이게 우리 노래냐? 왜 네가 자랑스러워해?”
“그야 전 조이풀이니까요.”
참고로 조이풀은 서라온의 팬클럽 이름이다.
“그리고 형들도 자랑스러워해야죠. 공개되자마자 1위를 먹은 음원에 우리 그룹 이름이 떡하니 박혀 있는데.”
“그룹 프로젝트도 아니고 윤이든 하나 피처링으로 참여한 거 가지고 뭘 자랑스러워해.”
“형이랑 같은 서씨잖아요.”
“같은 서씨는 얼어 죽을. 너는 조이풀이라는 놈이 서라온 본명 온서라인 것도 모르냐?”
“알죠, 그냥 해 본 말임요…….”
기가 팍 죽은 막내의 정수리를 토닥여 주며 심드렁하게 서예현의 말을 맞받아쳤다.
“아니, 나 하나 피처링으로 참여해서 우리 사랑하는 멤버들이 기여를 안 한 건 사실인데 그룹 이름이 박혔잖아, 인간아. 왜 이렇게 세상을 삐딱하게 보고 살아.”
“그놈의 썩을 ‘사랑하는’은 좀 빼면 안 되냐? 나 닭살 돋은 거 안 보여?”
“응, 안 돼. 그리고 딱히 형 닭살을 보고 싶진 않은데.”
“망할 놈.”
이제 이 정도 대화는 불화 조장으로 초심도도 깎이지 않는, 아주 다정하고도 사이좋은 대화였다.
아무리 방송에서 다정하게 말한다 한들 이런 식의 평상시 대화가 만약 유출된다면 백퍼 레브는 불화설에 휩싸일 거라고, 그러니까 서로에게 평소에도 말 좀 예쁘게 하라고 견하준이 수십 번을 강조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한테는 이게 최선이었다.
여기서 더 다정하면 대화하다가 구역질 나오는 거야.
이어폰도 끼지 않고 노래를 재생시킨 류재희 덕분에 익숙한 멜로디가 공간 가득 퍼졌다.
회귀 전, 그리고 피처링 파트를 녹음하며 수십 번은 훌쩍 넘게 들었던 서라온의 부드러운 음정, 그리고.
[내게 말하지 못했던 비밀 하나네가 없는 이 자리에서 고백하는]
적어도 이 노래에서는 처음 듣는 내 목소리.
왜인지 모르게 현실감이 들지 않아 다시 한번 음원 제목 뒤의 이름을, 소속 그룹을 확인했다.
맨 꼭대기에 있는 내 이름 석 자에 속이 간질거렸다. 원찬스 역주행에 이어 다시 한번 나비효과로 이루어 낸 쾌거였다.
내 피처링 파트가 끝나자마자 류재희가 뚝뚝 끊긴 감탄사를 더듬거리며 내뱉었다.
“와, 형, 와…… 피처링 진짜 찰떡. 대박, 그냥. 와…….”
“인간의 말을 좀 해라.”
타박하면서도 내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보컬이랑 잘 섞여 들어갔네. 피처링 부분 하나도 안 어색하고 깔끔하다.”
“오, 지금 제일 듣고 싶던 말이었어.”
듣고 싶었던 평가를 찰떡같이 내뱉어 주는 견하준의 말에 실실 웃으며 소파에 편히 머리를 기댔다.
역시 쟤는 나를 너무 잘 안다니까.
“보통 저 같은 진정성 있는 감탄이 저런 냉철한 분석보다 더 듣기 좋지 않아요?”
“아니, 전혀.”
“형 MBTI T죠?”
“그랬던가.”
설렁설렁 대꾸하며 차트 1위 화면을 캡처해서 이지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 [감사합니다 덕분에 처음으로 차트 1위에 이름 올려 보네요] [비록 피처링이지만] 오후 7:01‘이 형은 나를 언제 그렇게 봤다고 단언하시는 거?’
뭐, 그렇게 보이는 게 나쁘진 않았다.
[G1 형님- 참, 서라 누님이 피처링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전해 주시란다] [G1 형님- 너희 그룹에서 서예현? 걔가 제일 잘생겼다고도] 오후 7:07 [저는요?] 오후 7:08 [G1 형님- 나도 너희 그룹 단체샷 봤는데 네가 제일 잘생겼다는 소리는 차마 못해 주겠다] [G1 형님- 두 번째 정도라곤 해 줄게] 오후 7:10 [제가 팀에서 두 번째로 잘생긴 건 맞죠 솔직히] 오후 7:11 [G1 형님- 웃기는 놈이네 이거ㅋㅋㅋㅋ] 오후 7:12제일 진담이었던 말이 웃기려는 농담으로 받아들여진 게 속 쓰리긴 하면서도 나는 착실히 말을 전달해 주었다.
“형, 서라온 선배님이 우리 그룹에서 형이 제일 잘생겼다고 전해 주시라는데.”
“이든이 형, 저는요? 서라온 님이 저 언급한 건 없으시대요? 제일 노래를 잘한다거나, 귀엽다거나, 아니 이런 것까진 바라지도 않고……! 아니면 제일 키가 작다든가!”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류재희를 짠하다는 눈길로 내려다보다가 한마디 했다.
“없어, 인마.”
불쌍하니까 이 형아가 싸인은 꼭 받아 와 주마.
* * *
-어떤엔딩 피처링 래퍼인줄 알았는데 아이돌이었네 ㄷㄷ
-피처링 파트 왜일케좋음? 감초역할 제대로다
-아 원찬스 걔구나 랩스타일 바껴서 못알아볼뻔
-노래 좋다 피처링 부분도 안 거슬리고 잘 어울리고
“대중들 반응은 나쁘진 않네.”
일단 피처링 거슬린다는 반응이 주류가 아닌 것만으로도 한숨 놓았다.
물론 피처링 제거 버전이 너튜브에 올라오긴 했지만, 소수 취향도 존중해 드려야지.
그 망할 영상의 조회수와 좋아요가 현저히 낮았기에 발휘된 관대함이었다.
당연하게도 대중은 25초짜리 신인 아이돌 래퍼의 피처링 파트보다는 서라온 보컬에 더 관심이 많았다.
-어떤엔딩 뮤비에 이든이 나왔는데 내가 놓쳤을까 봐 20번 돌려 봤는데 걍 출연 안 한 거였구나ㅠ
-제발 서라온이랑 같이 음방 나와 줬으면ㅜㅜㅜ
-좋아하는 가수 노래+좋아하는 가수 피처링=극락조합
-걍 내가수여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랩파트 ㅈㄴ좋음 서라온 팬인 내친구도 ㅇㅈ함
-울 윤리다 실력으로 인정받는 거 보니까 너무 뿌듯하고 우리 레브 더더더 잘돼서 이름만 나와도 다들 알 정도로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ㅅㅂ 아이돌이라고 더럽게 후려치네ㅋㅋ 탈아이돌하기 전까지 인정 못해 준다 ㅇㅈㄹ 니들 인정 없어도 울 이든이 국힙원탑임ㅗㅗㅗ
팬들은 마냥 좋아만 하기보단 약간 복합적인 것 같은데, 그래도 일단 뭐가 나왔다는 것에 기뻐했다.
“이든이 형 덕분에 저희 도 또 역주행했어요. 지금 차트 TOP100 안이에요. 98위긴 하지만.”
“활동 끝나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98위가 어디야.”
견하준이 픽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우리 활동 끝난 지 한 달밖에 안 되지 않냐. 누구는 3주간 1위 하고도 그 후로도 30위권을 안 벗어나던데.
“매니저 형, 우리 예능 섭외는 안 들어와요? 3류 예능이라도 나가서 예능 체험해 보고 싶은데, 쩝.”
김도빈의 철없는 말에 신경질적으로 쯧, 혀를 찼다.
배부른 소리 한다. 3류 예능 나가서 망돌이라고 무시당하고 편집당하는 게 얼마나 서러운지는 알고 그러냐.
지금이야 대표님이 그런 3류 예능 안 나가도 배부르니까 컷해서 너희는 아마 평생 모르겠지.
하지만 회귀 전 망돌이었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나갔고, 무시당했고, 서러움에 입술 깨물며 눈물을 겨우 삼켰다.
물론 이것도 이제는 나만 기억하는 과거이자 사라질 미래였다.
“얘들아, 도착했다.”
매니저 형의 말에 다들 안전벨트를 풀며 비척비척 일어나 차 문을 열고 나갔다.
‘하, 시바…….’
더럽게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점점 겨울이 오고 있다는 걸 알려 주듯 공기는 서늘했다.
헤어 컬러 스프레이를 뿌려 임시적 흑발이 된 머리를 헤집자, 뒤따라오던 코디가 세팅해 놓은 머리 망가뜨리지 말라고 잔소리했다.
어차피 앞머리야 다시 기르면 되는 터라 적당히 잘라 놓고 세팅하니 머리는 펌이 들어간 투블럭 비슷한 꼴이 되어 있었다.
오늘 스케줄은 지방 행사 타돌 그룹 펑크난 거 땜빵으로 잡힌 스케줄이었다.
회귀 전 레브가 뺑이 쳤던 듣보 망돌만 초대하는 축제가 아니라 그래도 제법 라인업 잡힌 행사였다.
“헐, 아도라다!”
어제 하루 종일 우리가 남의 펑크 메우는 행사에 아도라 온다고 설레발을 쳐 댔으면서 라인업에 아도라 있는 걸 처음 알았다는 듯 입을 틀어막고 놀라는 김도빈을 보며 다시 한숨을 내뱉었다.
“혹시 가서 번호 딴다고 난리 치면 너 죽고 나 죽는 거다, 도빈아. 그리고 뒤에 선배님 안 붙이냐? 인성 논란 한 번 휩쓸려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