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8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80화(28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80화
“얌마, 눈 나빠지겠다. 휴대폰 좀 적당히 보라니까.”
내 타박에 거의 그 안에 들어갈 듯이 고개를 처박고 있던 휴대폰 화면에서 시선을 뗀 류재희가 10년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로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으아아아…… 이건 진짜로 하늘이 도왔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왜, 또 무슨 일이 있었는데. 또 알테어 팬인가 킥스 팬인가 하고 우리 팬들이 싸움 붙었어?”
비슷한 일이 있었던 당시에 거의 환장하려 하며 하루 종일 휴대폰을 붙들고 있던 류재희를 떠올리고 묻자 퀭한 얼굴로 류재희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긴요. 많은 일이 있었죠. 형 가사 표절 논란부터 해서 G-TE, 그분이랑 엮인 것까지.”
아, 그거 말하는 거였냐. 하늘은 모르겠고 시스템이 돕긴 했지.
안고 있던 쿠션에 머리를 박으며 류재희가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이건 제가 절대 해결 못 했어요. 키(Key)가 G-TE 그분이었잖아요. 대체 형은 어떻게 알고 미리 사과 박은 거예요? 디스전 때문에 논란 날 거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럴 리가.
최형진한테 사과한 것도 대충 찍어서 맞춘 건데. 나는 나의 순수한 궁금증이 담긴 그 물음 하나로 그 녀석이 내게 앙금을 품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
“형, 이거 12부작이라고 했죠.”
“엉, 그렇지.”
“형이 탈-”
레브 내의 일시적 금지어를 내뱉으려 하자마자 따갑게 닿는 견하준의 시선에 류재희가 슬그머니 입을 다물었다.
견하준은 이제 내가 ‘탈락’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려도 나를 저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다.
내가 괜찮다고, 그런 건 전혀 내 우승에 부정 타지 않는다고 몇 번을 붙들고 말해 봤지만, ‘그래, 내가 너무 과했나 보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라는 씁쓸한 미소 섞인 대답을 듣자, 아무래도 좋은 상태가 되었다.
아, 아니, 뭐, 친구가 내가 우승하기 전까지는 그 단어가 듣기 싫다는데 그거 하나 못 맞춰 주겠어.
“아무튼, 그걸 하지 않는 이상은 앞으로 일곱 번의 방영이 더 남은 거죠?”
금지어를 피해 적당히 얼버무린 류재희가 손가락을 꼽으며 물었다.
내가 맞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류재희가 실성한 듯한 웃음을 흘렸다.
“하하, 기왕 휴식기인데 도빈이 형 끌고 어디 사찰이나 들어갈까.”
“갑자기 사찰은 왜?”
“DTB 방영 끝날 때까지 제에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는 108배나 올리게요. 지금 형이 이슈의 중심이거든요? 이 상태에서 논란이 터지면 지금까지 저희가 헤쳐 왔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한 역경이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갑자기 108배 하니까 류재희의 수능 날 올렸던 108배가 생각났다.
과연 저 녀석은 꿋꿋하게 108배를 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처럼 큰절 한 번을 절 열 번으로 퉁칠 것인가.
김도빈이 함께 가면 후자가 될 확률이 농후하다는 것에 서예현의 DTB 본선 진출 확률을 건다.
“나 천주교라니까?”
“열 살 이후론 성당에 간 적도 없다면서 무슨 천주교야.”
“성당은 가지 않아도 마음은 언제나. 그리고 나는 왜 끌고 가?”
류재희의 말에 태클을 건 김도빈이 내가 내심 궁금해하던 걸 물었다.
“다른 형들은 나이 있어서 무릎 나가잖아. 제일 젊은 형이 같이 가야지.”
“야, 나는 메인댄서거든! 나도 무릎 중요하거든!”
“막내야! 나 아직 스물넷밖에 안 됐어!”
“재희야……?”
레브 전체에 광역공격을 한 류재희가 미간을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하아…… 그리고 저희 다 같이 진달래로 우정 타투도 새겨야 할 판이에요. 지금 이든이 형이 타투 공개하고 나서 이 진달래 타투를 우리가 다 같이 새긴 데뷔 기념일 타투로 오해받고 있다고요.”
서예현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손을 슬쩍 들었다.
“도저히 못 하겠으면 어떡해? 나 윤이든이 From에 올린 C형 간염의 위험성 보고 타투는 평생 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일단 나는 타투 하고도 C형 간염에 안 걸렸으니까 형도 운 좋으면 안 걸리지 않을까?”
“그걸 지금 네가 할 말이야? 타투 박멸 홍보대사가 된 네가 할 말이냐고!”
“다들 파이팅. 타투 새기고 다 같이 건강검진 받으러 가면 되겠다.”
“너 때문이잖아, 너!”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남의 몸에 막 타투를 새긴 서른 살 윤이든 때문이 아닐까?
나를 짤짤 흔들어 대는 서예현의 손을 슬쩍 떼어 내고 방으로 들어왔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침대에 풀썩 누워 시스템을 향해 나지막하게 질문을 던졌다. 시스템은 대답이 없었다.
때처럼 삭제된 음원을 그냥 복구해 주기만 해도 됐다.
그렇지만 최형진에게 사과하라는 힌트를 준 덕분에 때아닌 유사 학폭설도 무사히 풀렸다.
내가 사과하지 않았으면 최형진이 나와 함께 그런 투샷을 찍어 줄 리도, 해명 비스무리한 글을 올렸을 리도 없었겠지.
그렇다면 시스템은 최형진이 내 예전 음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과 내게 앙금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소린데.
만약 시스템이 내게 주는 힌트가 회귀 전의 빅데이터라고 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최형진은 회귀 전의 삶에서 마주칠 일이 없었으니까.
오직 방송으로만 DTB 4를 보았던 과거에는 G-TE라는 래퍼가 참가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만큼 무난하게 묻혀 갔다가, 조명 한 번 받지 못하고 본선 전인가에 탈락했다.
본선까지 올라갔으면 내가 최형진은 몰라도 G-TE라는 래퍼를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기에 그건 확실했다.
차연호가 말했던 기억의 조작.
그것이 작은 범위가 아니고 꽤 큰 범위라면?
한참 슬럼프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렸을 시절, 김도빈이 추천한 전생 최면 체험에서 내가 들었던 내 목소리. 그리고 다음번에 또 들으려 하니 칼같이 차단된 최면.
전생(前生)이라면 회귀 전의 삶도 포함되는 게 아닌가? 나는 확실히 전생 체험을 하고 온 것일지도 몰랐다.
-거봐, 나는 달라지기 그른 놈이라니까.
-포기하자. 너나 나나 이제 지쳤잖아. 이게 내게 안배된 결말인가 보지.
-네 명이서도 충분히 행복해 보였던 그 녀석들 얼굴을 다시 보는 것도 고역이고. 알아, 내 잘못도 있다는 것도 아는데, 그래도 원망스러운 걸 어떡하냐.
대체 어떤 상황인지,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지만 단서 하나는 찾을 수 있었다.
내가 탈퇴한 후의 레브를 내 눈으로 본 적이 있다는 사실.
내 마지막 기억은 내가 레브로서의 마지막 스케줄을 앞둔 날 밤이었으니, 이것 역시 기억의 조작을 의심해 볼 만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나는 내가 없는 4인조 레브를 보고 다시 그 틈에 낀 적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기억은 현재 내게 없는 상태고.
내가 기억하는 건 오직 초심도로 인한 두 번의 회귀. 두 번 다 한 달을 넘기지 못했긴 하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회차가 존재한다는 소리였다.
“4인조 레브라…….”
내가 탈퇴했으니 당연히 레브는 4인조가 되었겠지. 어차피 장르가 힙합이 아닌 이상 랩은 노래에 딱히 필수 불가결한 파트도 아니었을 테고.
그 당시의 나는 레브의 프로듀서 멤버도 아니었으니 내 탈퇴는 그룹에도 별 영향이 없었을 것이다. 그때의 내가 리더 역할을 잘했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분위기 망치는 놈이 제 발로 나가서 좋아했으려나.
내가 4인조 레브를 중얼거리는 것과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김도빈이 눈을 크게 뜨고 흠칫하는 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저 녀석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기에 오해를 바로잡아 주려 입을 열었다.
“뭐, 인마. 내가 아무리 그래도 예현 형을 레브에서 막 빼겠냐.”
내 타박을 듣곤 눈에 띄게 어색해하는 미소를 지은 김도빈이 삐꺽거리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아. 그 소리였구나. 어우, 심장 떨어지는 줄…….”
심장깨를 문지르며 덧붙이듯 중얼거리는 김도빈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 뭐라고 알아들었는데?”
“아, 아니, 저는 형이 나가신다는 줄 알았죠.”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없는 레브를 상상하기가 힘들지 않나? 프듀멤에, 리더에, 서예현과 비슷한, 아니 어쩌면 지금 DTB 시즌4로 주가를 올린 상황에서는 더 인지도 있는 멤버인데.
지금의 내가 딱히 회귀 전처럼 다른 그룹들 프로듀싱을 해 주느라 레브에 소홀한 것도 아니고, 멤버들과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닌데.
왜 저 녀석은 당연히 내가 나간 4인조 레브를 상상한 건지.
결론은 하나였다.
김도빈은 내가 빠진 4인조 레브를 알고 있다. 저 녀석이 과거 기억을 해금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 * *
DTB 6화 방영까지 단 사흘이 남았다. 그 말인즉슨, 조별 음원 미션 무대까지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저희 파이트머니 많이 남았으니까 다 털어서 레이저쇼나 함 하죠. 무대가 화려할수록 관객들에게 딱 각인은 될 테니까요.”
“백댄서 쫙 세우면 안 돼요?”
“댄서들 세우면 무대가 오히려 어수선해질걸. 무대에는 네 명이 올라가는 게 제일 깔끔해. 우리 비트가 댄스에 걸맞은 비트도 딱히 아니고.”
어느 정도 연습이 된 우리 조는 무대를 어떻게 꾸밀지에 대해 토의를 나누고 있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DTB 시즌 1부터 꼬박꼬박 챙겨 본 DTB 애청자인 라이조가 진지한 얼굴을 하고선 말했다.
“6화에 저희 조가 얼마나 길게 비칠지가 관건이네요.”
DTB 방영 분량은 정해져 있었고, DTB는 방송에 나오지 못한 조들의 분량을 미공개본이라고 너튜브 클립으로 푸는 것으로 자기들은 소임을 다 해 줬다고
물론 DTB 애청자가 아니면 따로 미공개본을 찾아볼 일이 없었기에 스포트라이트는 대부분 방송에서 분량을 챙긴 조들에게 향했다.
총 다섯 조에서 두 조는 썩둑썩둑 잘린 채로 방송본에 등장한다는 소리였다.
‘내가 지금까지 DTB 시즌4에 해 준 게 얼마인데 설마 배은망덕하게 우리 조를 편집할까.’
지금까지의 DTB 시즌4 시청률은 역대 최고라고 해도 될 만큼 높았다.
회귀 전 시청률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회귀 전의 시즌4 시청률도 넘었을 거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 시청률에 아주 큰 몫을 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 준 게 얼만데, 어?
그 보답을 나는 DTB 시즌4 6화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DROP THE BEAT SEASON 4 Ep.6- 조별 음원 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