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8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86화(28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86화
몸에 딱 맞는 쓰리피스 정장을 입은 채 핏을 자랑하던 류재희가 한 손에는 스케치북을 들고, 긴 다리를 휘적거리며 카메라 앞으로 다가왔다.
[미미미미미쳤다 울 막내 완전 남자다] [정장이 젤 잘 어울리는 스무살 아기] [잠깐만 유제가 쓰리피스 정장이면 예현이는 자동으로 1화 베레모 아녀?] [크롭티! 크롭티! 크롭티! 크롭티!] [방심하지 마세요 궁예룩이랑 산악회장룩 남았어요] [다른 거 다 괜찮으니까 제발 은행강도 복면만 쓰고 나오지 마ㅠㅠㅠㅠ] [다들 강도룩은 후보에도 안 올린 거 봐ㅋㅋㅋㅋㅋ] [수트 핏 도랐네] [막냉이 키 진짜 많이 컸구나 새삼 느낀당]쫙 편 손바닥을 올린 류재희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기 시작했다. 저 녀석이 무엇을 패러디하고 있는지 바로 눈치챘다.
류재희가 손가락을 모두 접자 배경음으로 니지어스가 노래방에서 열창했던 바로 그 사랑 노래가 잔잔하게 깔렸다.
<데이드림, 할 말이 있어요>
스케치북을 한 장 넘기자 또박또박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묻어 나오는 류재희의 손글씨가 보였다.
문장 끝에는 햄스터인지 생쥐인지 영 알쏭달쏭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드디어 러브액츄얼리의 스케치북 고백이 옳은 방향을 찾았다!!!!!] [아아…… 투디부터 쓰리디까지 아우르는 짤방생성기가 된 이든이의 스케치북 고백이 생각나는구나……] [패러디 엄청 됐지ㅋㅋㅋㅋㅋ 부탁하기 어려운 부탁들 저렇게 스케치북에 써서 하는 거ㅋㅋㅋ] [울 막내 효자네 리더 형은 그 로맨틱한 고백 외간남자한테 갈기던데] [저거 생쥐야?]나만 헷갈린 게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은 이렇게 말하게 되네요>
<혹여 이 마음이 일몽이들께 부담이 될까 봐 많이 고심해 봤지만 데뷔 이후로 확실해졌어요>
<일몽이들 사랑해요♥>
“일몽이들 사랑해요.”
스케치북에 써진 멘트부터 마지막 장은 육성으로 말하는 것까지 완벽히 재현해 냈다.
내가 하지도 않은 손가락 하트를 날려 대는 건 덤이었다.
[스케치북 고백이라는 게 웃긴 게 아니라 굉장히 설레는 거였구나 윤리다 버전으로만 봐서 웃기는 건줄] [이든아 래퍼들한테만 하지 말고 우리한테도 한 번 해줘] [멘트 새삼 설랬네ㅋㅋㅋㅋ 그걸 투혁한테 해서 문제지만ㅋㅋㅋ]스케치북을 내게 넘긴 류재희가 카메라를 향해 멋쩍게 웃었다.
“고백 공격과 러브액츄얼리까지 합쳐 봤어요.”
“DTB 4화부터 6화까지 한 방에 완벽 요약이네여.”
[울 햄찌 혹시 고백공격의 뜻을 몰라???] [유제야 단어 정정해줘 고백공격이 아니라 고백포상이야] [내 심장에 타격 입히려던 거였으면 고백공격 확실히 성공] [고백 공격은 이든이가 한 게 고백 공격이고!]옆구리를 툭툭 찌르는 류재희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러브액츄얼리를 재현했다.
다만 장소가 스튜디오인지라 노래방에서 한 가성비 러브액츄얼리보다는 좀 더 업그레이드됐다.
“같은 정장인데 느낌이 참 다르네요. 이든이 형이 킹스맨이었다면 류재는 마피아 느낌?”
김도빈의 평에, 내가 최형진한테 한 것처럼 김도빈의 어깨에 팔을 얹고 있던 류재희가 씩 웃었다.
“아, 내가 이든이 형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고?”
“아니. 너는 총구 겨누면서 협박할 거 같이 보인다면, 이든이 형은 그냥 다짜고짜 우산으로 뒤통수부터 후려갈길 것 같아.”
“후자는 킹스맨이 아니라 그냥 잘 차려입은 1호선 광인 아니야?”
떨떠름한 류재희의 물음에 견하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
“어느 의미로는 후자가 더 위험하긴 하네.”
[리더 취급 무슨 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험섹시한 마피아 vs 그냥 위험한 1호선 광인 닥후승] [도빈이의 저 평가랑 싸이퍼 미션 때 이든이 손에 검은색 장우산 들려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 일어난다는 글 때문에 이제 그 장면 제대로 못 볼 것 같음] [DTB 1화부터 다 본 눈으로서 저걸 부정할 수 없다는 게 참 슬프다 이든아]DTB가 뭐라고 멀쩡한 사람의 이미지를 또라이로 만들어 놓는 것인가. 나는 그저 악편을 피하려고만 했을 뿐인데.
“다음은 제 체감상 가장 핫했던 DTB 패션이네요.”
[가슴골? 이미 하준이가 입고 있는데?] [크롭티구나!!!!!!!!!!] [제발 도둑놈 복면만 아니길] [왜 이렇게 복면룩 no 부르짖는 채팅이 많아? 그게 그렇게 핫했나??] [ㅈㄴ 핫했어요 패션 마스크도 아니고 강도 마스크 뒤집어써서 얼굴 가리고 나온 미*놈이라고]“자, 나와 주세요!”
베레모와 청자켓에 민소매 차림의 서예현이 DTB 합격목걸이를 들고 카메라 앞으로 걸어 나왔다. 누가 특성이 모델 아니랄까 봐 이중 패션을 가장 잘 소화하고 있었다.
저 패션이 저런 느낌이구나. 같은 패션 맞아?
[예현아 사랑해] [드디어 베레모가 본연의 큐티빠띠함을 되찾았구나] [미쳤다 자아살해룩이 저렇게 사람 자아를 살릴 줄이야] [오직 이든이 자아만 살해했던 거임] [큐티청순청량 다하네ㅠㅠㅠㅠㅠㅠㅠㅠ] [이든이가 입은 사진만 봐서 몰랐는데 저거 굉장히 청춘청량룩이구나] [자아살해룩은 이든이 자아를 죽인 것인가 옷 자아를 죽인 것인가] [그런데 이게 제일 핫한 패션이었나?]“아니, 베레모 유행시킨 걸 윤이든병이라고 하질 않나, 그게 역병 소리를 듣질 않나. 하도 그런 소리를 많이 들어서 제 체감상 가장 핫한 패션이었습니다.”
유일하게 내가 자아 없이 반강제로 입은 옷이기도 했고.
카메라 앞에서 몇몇 포즈를 취하고는 내 앞으로 다가온 서예현이 내 목에 합격 목걸이를 턱, 걸어주었다.
“이건 저희가 비교를 해 보기 위해서 특별히 이든이 형 사진도 준비했어요.”
김도빈이 DTB 1차 예선 대기 현장에서 찍힌 기사 사진이 크게 인쇄된 판넬을 서예현 옆으로 들어 올렸다.
나한테 왜 그래.
“짭청량과 찐청량. 예현이 형이랑 비교했을 때 이든이 형은 뭐랄까…… 잠입수사…….”
“같은 복장 다른 느낌의 정석.”
“너희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이렇게 사람 하나를 공개처형 시켜도 돼?”
“괜찮아, 이든아. 사람마다 어울리는 패션이 각자 있는 법이잖아.”
준아, 너는 이렇게 사람을 확인사살 시켜도 돼?
[그런데 저렇게 나란히 보니까 느낌 진짜 다르다ㅋㅋㅋㅋㅋㅋ] [예현아 랩 한 번 해줘~] [만약 예현이가 베레모 쓰고 갔다면 베레모 유행은 절대 안 일어났을 듯ㅋㅋㅋㅋ]네 명이 나왔고, 이제 마지막 패션만이 남았다. 류재희가 진행을 이어받았다.
“대망의 마지막! 공개합니다, 백지 커닝 퍼포먼스에도 묻히지 않은 반전 패션!”
어서 공개하라는 듯 나를 향해 뻗어진 손에 엄숙하게 한마디 했다.
“춥다.”
[거기안에크롭티있는거맞지!!!! 씨바당장벗어!!! 내가크롭티를본방으로못본게평생의한이됐어지금!!!] [온도올려온도올려온도올려온도올려온도올려온도올려] [일몽소녀들의 이 뜨거운 염원이 느껴지지 않는 거냐] [윤리다는 데이드림 앞에서도 복근을 공개하라! 왜 힙합충들 좋은 일만 시키냐!] [이든아 추워? 우리는 열받아서 더워 누가 복근 최초공개를 dtb에서 하래] [크롭티가 부끄럽다면 시원하게 상탈 ㄱ] [크롭티! 크롭티! 크롭티! 크롭티! 크롭티!]채팅창이 나를 향한 성화로 가득 찼다.
“에어컨 온도 올려 줄까?”
견하준의 물음에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럼 도빈이가 얼마나 덥겠어. 이 8월 한여름의 땡볕 더위에 저렇게 껴입고 있는데, 에어컨 온도까지 높이면 도빈이 쓰러진다.”
이건 크롭티를 공개하고 싶지 않은 핑계가 아니라 같은 그룹 동생을 위한 내 진심 어린 마음이다.
“엥, 전 괜찮은데여. 저도 좀 추워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너 열사병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는 아냐? 어?”
이 눈치라고는 니지어스보다 더 밥 말아 먹은 자식. 더 낫다는 말 취소다, 인마.
김도빈의 어깨를 덥석 잡고 열사병의 위험성에 대해 일장 연설했다. 에어컨 온도를 높이며 서예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누가 들으면 우리가 뙤약볕에서 야외 촬영하는 줄 알겠다.”
그렇게 자꾸 빼면 가오 떨어져 보인다는 류재희의 말에 쳇, 혀를 차며 져지 자크를 시원하게 열어젖혔다.
입고 있던 스포츠져지를 벗어서 휙 던지자 김도빈이 기가 막히게 캐치했다.
“와,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부담스럽긴 하다.”
서예현이 솔직한 감상평을 내뱉었다.
[드디어 나도 라이브로 크롭티랑 복근 봤다] [임종] [어떻게 저걸 입고 랩서바에 갈 생각을 하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놈아 고소한다 돌았냐 작작해라(극상의행복)] [휀걸들이야 행복하다지만 저걸 직관한 디티비 프로듀서들이랑 힙합충들은 무슨 심정이었을지 ㄹㅇ 궁금하다] [형 옷 좀 다시 입어줘] [그런데 새삼 이든이 의상 신경 써서 갔구나ㅋㅋㅋㅋ 멤버들이 입은 옷들 보니까 팍 느껴진다]베스트 패션은 만장일치로 서예현이 입은 베레모-청자켓 룩이 뽑혔다.
“모델이 좋아서 그래.”
서예현이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왜 그 말을 내 베레모-청자켓 착샷을 옆에 들고 하시는지?
데뷔 3주년 기념 케이크 커팅을 하기 전에 간단히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DTB 5 나갈 생각 없냐고요? 저요?”
레브의 서브래퍼 서예현이 질문 하나를 읽더니 저를 가리키며 멀뚱하게 물었다.
“아, 이든이요. 우승하면 시즌5 못 나가잖아. 맞지? 저야 뭐…… 1차 예선에서 떨어질 게 분명한데 굳이……?”
서예현이 볼을 긁적이며 말끝을 흐렸다.
“아니야, 형. 형이 원한다면 3차 예선까지는 올라갈 수 있게 내가 도와줄게. 그런데 3차 예선부터는 대진운이 적용돼서 내가 못 도와줘. 당사자성 발언이야.”
“헉, 설마 심사 비리? 2차까지는 프로듀서 권한으로 붙여 주게?”
“이 형 머릿속에서는 벌써 내가 시즌4 우승해서 시즌5 프로듀서 하고 있네. 아직 본선 시작도 안 했어, 형.”
서예현에게 가볍게 타박을 날리고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을 읽었다.
“이제 DTB 촬영이 얼마 정도 남았냐고요? 어디 보자…… 아마 시즌3이랑 똑같은 플롯이라면 이제 프로듀서 팀 선택이랑 본선 1, 2차, 세미파이널, 파이널. 이렇게 남았네요. 그런데 저 겉옷 다시 입어도 될까요?”
[아니!!!!!!] [NOOOOO!!!!!!!] [입지마 복근 감상 좀 더하게] [엉 제발 다시 입어줘 난 크롭티보다 져지 패션이 좋았다고] [가슴골을 당당하게 까고 있는 하준이를 보고 용기와 자신감을 얻으렴 이든아]“너무 맨살이 많이 보인다거나, 추워 보인다거나, 타투가 거슬린다거나 해서 부담스럽지 않으세요?”
[뭐라고? 목 부분도 깐다고?] [어우 바깥온도 38도인데 너만 보면 시원해지니까 걱정하지 마 이든아] [잘 모르는구나 아이돌의 맨살은 많이 보이면 많이 보일수록 좋은 거란다] [난 다시 옷 입었으면 좋겠어… 크롭티 너무 길티야…]채팅창의 의견을 절충하여 다시 져지를 걸치고 자크를 잠그지 않은 채로 두었다.
하지만 이상한 복장이 나오지 않았다고 안도하는 데이드림은 모르겠지.
궁예와 도둑놈 복면과 산악 회장복이 벌칙용으로 준비되어 있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