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9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94화(29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94화
정 모 양이 윤이든의 랩을 접한 건 레브의 곡에서 사십여 초 있는 윤이든의 파트가 대부분이었다. 더 길게 접할 수 있었던 건 솔로곡인 <빌런(villain)> 정도?
이제까지의 DTB 방영본에서도 주어진 시간 내에 짧게 자신의 역량을 선보이거나, 조를 짜서 4명 중 한 명으로 나온 터라 DTB에서 윤이든이 선보인 랩 분량은 이제까지의 레브 파트와 그다지 의미 있는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윤이든의 온전한 솔로 무대였던 조장 게릴라 미션 단독 공연은 궁예룩이 하도 충격적이어서 무대에 집중을 못 했고.
하지만 두 명이 올라온 무대, 그 듀엣 중 한 명의 래퍼로서 윤이든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은 확실히 레브의 메인래퍼 윤이든과는 달랐다.
밀고 당기는 듯한 완벽한 완급 조절과 무대 위에서 넘치는 여유, 그 여유를 훌륭하게 받쳐 주는 실력. 속사포처럼 쏟아지면서도 귀에 콱 꽂히는 딕션.
관객들에게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 역시 자연스러웠다. 무대 위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두 래퍼의 모습에 관객들 역시 환호성을 내지르며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야, 미쳤다. 윤이든 존나 잘하는데?”
옆에서 들려오는 감탄사에 정 모 양의 어깨가 괜히 으쓱 올라갔다. 이게 우리 리더이자 메인래퍼의 저력이다!
물론 정 모 양이 사랑하는 건 솔로래퍼 윤이든이 아닌 레브에서의 윤이든이었지만 내 새끼가 주목과 찬사를 받는데 좋아하지 않을 팬은 없었다.
[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 but 역전의 기회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situation]
곡을 만든 사람이 야구를 어지간히 좋아하는지 가사에는 야구 용어가 가득했다.
‘아, 그래서 의상을…’
청춘이라는 걸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한 윤이든의 스포티한 무대 의상을 지나쳐 옆의 세븐킥이라는 래퍼의 콘셉트에 딱 맞는 맞춤 의상을 보며 정 모 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연이 클라이막스로 치달아갈수록 공연장의 열기 역시 후끈하게 달아올라 갔다.
그렇게 윤이든의 끝 소절을 마지막으로 곡이 마무리되고.
와아아아-
공연은 끝났지만 환호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렇게 공연장을 나가는 길, 정 모 양은 네 팀의 무대 중 하나에 투표를 해야 했다.
망설임 하나 없이 윤이든 조인 Team 공출&BQ9에게 표를 던지고, 정 모 양은 오랜만에 기분 좋게 SNS에 글을 올렸다.
1001몽 @thousandonemong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
메이제이 @MayJay
@thousandonemong 님에게 보내는 답글
아 맞다 너 오늘 dtb 방청 직관갔댔지 또 대체 무슨 의상을 봤길래;;
힙찔st 거적때기야?
│
1001몽 @thousandonemong
@MayJay 님에게 보내는 답글
아니 스포라서 말 못 하는데 나 진짜 행복하다니까?
│
메이제이 @MayJay
@thousandonemong 님에게 보내는 답글
음 무난st 후드티였나보다
│
1001몽 @thousandonemong
@MayJay 님에게 보내는 답글
미치겠네 내 행복의 기준이 대체 어디까지 낮아진 거냐고
│
메이제이 @MayJay
@thousandonemong 님에게 보내는 답글
후드집업 하나에 행복해했던 너 자신의 모습을 기억에서 날려버린거니…?
* * *
한편, 윤이든과 세븐킥이 무대로 올라간 직후의 백스테이지.
선택받지 못한 이들의 침울한 분위기와 싸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백스테이지의 공기는 무겁기 그지없었다.
마이크 선택 구경을 다 한 AJA는 어후, 소리를 내며 Geek승과 함께 대기실로 들어갔고 G1과 유피는 백스테이지에 남아 살벌한 기류가 흐르는 탈락자와 프로듀서들을 지켜보았다.
“씨이발, 진짜…”
신경질적인 손길로 거칠게 제 머리를 헝클인 IJM이 욕설을 내뱉었다. 씨근덕거리는 숨소리는, 분한 기색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무조건 붙여 준다며. 씨발, 붙여 주지도 않을 거면 공수표를 왜 날려. 방송 눈치가 그렇게 보였습니까? 예?”
눈을 부라리며 따져 묻는 IJM을 향해 공출이 한숨을 푹 내쉬며 점잖게 대꾸했다.
“야, 나도 뭔 이유가 있어야지 너를 붙여 줄 수 있을 거 아니야.”
공출 그도 나름의 플랜이 있었다. 윤이든이 제 팀을 선택하기 전까진.
“연습량 핑계로라도 붙여주려고 했더니 쟤네들이 연습을 너네보다도 많이 할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냐. 나는 쟤네가 실력 믿고 연습 안 할 거라 생각했지. 너네는 중간 점검 끝나고 바로 집 갔지, 쟤네는 막날까지 연습하고 갔어. 너 그 정도 했어? 아니잖아.”
윤이든의 오만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당당한 태도와 양아치미가 섞인 날카로운 외모는 아이러니하게도 윤이든 그의 노력의 크기를 깎아내리는 요소 중 하나였다.
선입견이라는 게 참 그래. 본선 1차를 준비할 때 윤이든이 보여 준 그 의외의 모습에 잠깐 놀랐던 BQ9은 공출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중간 점검 때 걔네들 보면서 안 느껴지든? 준명아, 임준명. 나도 좀 살자. 나 벌써 잘리고 싶지 않다. 겨우 시즌 4밖에 안 됐어, DTB 이거. 우리 레이블도 좀 살아야지.”
공출이 마른세수를 하며 퍽 지친 얼굴로 한탄 같은 말을 내뱉었다.
합만 제대로 맞춰 온 놈들과 그 짧은 시간에 가사에 어울리는 콘셉트까지 잡고 합뿐만 아니라 의상까지 맞추어 중간 점검에서부터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 온 놈들.
프로듀서로서 어느 팀을 선택해야 할지는 명확했다. 그 중간 점검 공연을 보며 IJM이 공출 그와 같은 레이블이라는 건 고려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조차도 그렇게 느낄 정도였는데, 깔끔한 편집까지 들어간 방영본을 보는 시청자들은 어떻겠나.
“적당해야지, 곡 분위기에 랩스타일 맞추는 이해도부터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손을 들어줘요.”
BQ9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IJM이 영 아니꼽다는 얼굴로 한마디 보탰다. 크리티컬이었다.
그 대화를 들으며 유피는 짧은 냉소를 내뱉었다.
윤이든 같은 실력 있는 참가자도 별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로 탈락할 뻔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게 어이가 없어서.
이래서 인맥 힙합이 좆같은 거라고 유피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래도 윤이든을 살린 걸 보면 역시 방송은 방송이구먼.’
윤이든을 본선 1차 무대로 올린 게 방송 대본인지 진짜로 공출의 판단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본선 1차, 마이크 선택에서 탈락한 IJM이 거칠게 발을 구르며 백스테이지를 벗어나고 눈치만 살피던 노네임 역시 공출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선 등을 돌려 멀어졌다.
“하씨, 미치겠네. 규인이 너는 노네임이랑 괜찮겠냐? 아니, 왜 쟤네는 팀을 저렇게 좆같이 짜 가지고, 하…”
“저는 인맥발로 너 무조건 올려 줄 생각 없다고, 올라오고 싶으면 실력으로 올라오라고 예선 때부터 미리 말했어요.”
한숨이 푹푹 섞인 공출의 질문에 BQ9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이만 가자는 뜻으로 툭, 저를 가볍게 치는 G1의 손길에 유피 역시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대기실로 향하며 유피가 슬쩍 G1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저런 비하인드를 카메라 앞에서 막 저렇게 말해도 돼요?”
“어차피 이든이랑 세븐킥이 올라간 이상 이런 대화는 의미 없어져서 다 짤려. IJM이랑 노네임이 올라갔으면 몰라도.”
어젯밤에 공출에게서 왔던 문자를 떠올리며 G1은 가볍게 혀를 찼다.
[공출- 야 지원아 내가 윤이든 떨구고 준명이 올리면 분명히 욕먹겠지?] 오후 10:30 [ㅇㅇ 영생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오후 10:39그래도 공출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어제의 문자를 상기하라는 의미로 지켜보고 있었던 건데 공출이 옳은 선택을 해서 다행이었다.
대기실 모니터로 현 스테이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볼 생각으로 대기실로 가는 두 사람의 걸음이 한결 빨라졌다.
* * *
앞선 본선 합격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연장의 열기에 취해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무대를 내려왔다.
이제 우리를 본선 2차부터 쭉 책임져야 하는 공출과 BQ9이 수고했다며 등을 두드리는 게 느껴졌다.
땀에 젖어 축축한 헤어밴드를 이마에서 휙 벗어 내고 눈밑에 붙인 아이패치도 뜯어낸 다음, 받아든 수건으로 머리를 가볍게 털었다.
“와씨, 옷부터 갈아입어야지. 야야, 덕분에 아이돌 체험했다.”
유니폼 가슴팍을 잡고 펄럭이며 세븐킥이 키득거렸다. 이쯤 되니 저 형님이 아이돌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우리 크루도 단체복 맞추는 건 태훈이 형 표현을 빌리자면 짜치는 거라 생각해서 딱히 의상을 맞춘 적은 없긴 한데, 이게 아이돌 전유물은 딱히 아니잖아.
대기실로 돌아오자마자 훌러덩 상의를 벗은 세븐킥이 유니폼을 들어 올리며 내게 물었다.
“이건 어째, 빨아서 가져다줘?”
“아니요, 그냥 가지세요. 어차피 저희 그룹이 이거 입을 일은 없어서요.”
레브가 야구 유니폼 콘셉트를 잡으면 내가 이걸 한 번 입었으니 이거 말고 다른 디자인으로 입겠지.
옷을 갈아입자마자 순위 발표 및 본선 2차 팀 매치 대진표를 결성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다시 섰다.
참가자 여덟 명과 프로듀서 여덟 명. 이제 정말로 본격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는 게, 세미 파이널을 앞두고 있다는 게 실감 났다.
“본선 1차 무대 득표수 1위는 Team 공출&BQ9, 4위는 Team 원백&D.I입니다. 2위와 3위는 차례로 Team 몰틱&영빌리와 Team G1&AJA가 차지했습니다.”
MC가 본선 1차 득표 순위를 발표했다.
“자, 그럼 이제 4위를 기록한 Team 원백&D.I한테 본선 2차 팀 매치 우선 지목권이 주어집니다. Team 원백&D.I, 상대팀을 지목하시겠습니까?”
3차 예선의 대결 상대 지목 방식에서 재미 좀 본 모양이었다. 굳이 꼴등표를 기록한 팀에게 선지목권을 쥐여 주는 꼴을 보니 말이다.
무엇보다, 본선 2차는 고작 네 팀이었기에 사실상 Team 원백&D.I가 대진표를 결정짓는 셈이었다.
Team 원백&D.I 팀에서 본선 2차로 진출한 두 명은 G-TE(최형진)와 A01.
‘니지어스와 YISIK이 떨어졌군.’
한때 같은 팀이었던 니지어스가 탈락한 건 아주 살- 짝 안타까웠다. 그래도 니지어스랑 형진이 중에 고르라면 당연히 형진이지.
객관적인 랩 실력 평가 때문이지 절대 최형진이 억울한 가사 표절 누명을 벗는 데에 도움을 줘서는 아니다.
프로듀서인 원백과 용철이 형은 후회 없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며 팀원 겸 참가자들에게 선택권을 넘겼고, 마이크를 받아든 A01은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고민하다가 최형진한테 마이크를 다시 넘겼다.
선택권을 쥔 최형진은 망설임 없이 본선 2차에서 맞붙을 상대 팀을 지목했다.
“예, Team 공출&BQ9 선택하겠습니다.”
프로듀서들과 참가자들 군단에서 오오오! 탄성이 터져 나왔다.
분명 흥미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팀 외부적으로는 시즌 3의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팀 프로듀서로 다시 한번 매치를 벌이는 형식이고, 팀 내부적으로는 덥넷에서 라이벌 구도로 민 나랑 최형진이 본격적인 일대일 매치로 붙는 그림이니까.
내가 봤을 땐 이 팀 매치가 성사되면 덥넷에서 100% 나랑 최형진을 본선 2차에서 붙여 놓을 것이다.
꼭 A01이랑 붙어야 할 이유도 없었으므로 최형진이랑 본선 2차에서 붙더라도 별 상관없었다.
Team 공출&BQ9 Vs Team 원백&D.I
Team G1&AJA Vs Team 몰틱&영빌리
그렇게 본선 2차 대진표가 결성되었다.
그 말인즉슨, 활동 곡 D-Day가 이제는 정말로 코앞이라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