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29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297화(29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297화
“왜 자꾸 새벽에 들어오는 사람 무섭게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건데?”
“별 무서운 것도 많네. 겁도 없는 놈이 왜 호들갑이야?”
서예현이 별 이상한 놈 다 본다는 눈빛을 하고선 타박했다.
“밤늦게 자면 피부 푸석해진다고 칼같이 수면 시간 지키던 사람이 5샷 아아메까지 들이켜면서 깨어 있는데 내가 지금 안 무섭게 생겼어?”
저 인간이 지금 자기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인 외모를 포기했다고! 물론 고작 하루 밤새웠다고 저 외모가 다운그레이드될 일은 없긴 하겠지만.
“혹시 내 곡 작업 고난을 함께 나눈다는 취지야? 그냥 자, 형. 이게 더 부담스러워.”
상의를 벗으며 투덜거리자 서예현이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는 듯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서 그런 취지로 밤새우는 건 생각도 안 했는데.”
“그럼 대체 왜 깨어 있는 건데?”
“너나 나나 스케쥴 때문에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시피 하잖아. 심지어 넌 곡 작업하느라 새벽에 들어오니까 내가 깨어 있어야지 어쩌겠어.”
“무슨 이야기? 꼭 지금 해야 하는 거야? 이 한밤중에?”
“곡 작업 D-Day 얼마 안 남았잖아. 그러니까 지금 해야지. 이번 활동 곡도 관련된 이야기인데.”
내 기준에선 굉장히 뜬금없는 소리였다. 살다 살다 내가 서예현이랑 음악 관련 대화를 다 하게 생겼네.
“그걸 왜 형이…?”
견하준이 아니라 왜 너냐는 뜻이 내포된 질문에 서예현이 꾸물꾸물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쓰더니 이불로 몸을 꽁꽁 감았다.
누가 봐도 곧 쏟아질 폭력에 대비하는 것 같은 모습이라 보면서 기가 막힐 뿐이었다.
누가 보면 내가 멤버 패는 줄?
“하준이랑 너는 서로를 향한 배려라는 게 존재를 해서 직설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이야기하기가 힘들겠지만 너랑 나는 아니거든.”
그렇게 비죽 웃어 봤자 이불로 꽁꽁 싸맨 상태에서는 그저 만만해 보일 뿐이라는 걸 저 인간이 좀 알아 줬으면 싶었다.
“탁 까 놓고 말하면 우린 처음부터 배려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던 사이잖아?”
“아, 그래서 그때 들었던 독설, 내가 내 역할 못 하고 빌빌대고 있는 지금 돌려주시겠다?”
그렇지 않아도 피곤하고 곡 작업 과정과 일정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서예현까지 시비를 걸어 대자 나도 모르게 말이 한결 날카롭게 나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불화 조장 어쩌고로 초심도가 깎이지 않았다는 거? 역시 내가 말을 조심할 게 아니라 멤버들의 멘탈을 강하게 만드는 게 답이었군.
내 빈정거림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불 더미 안에서 나를 바라보던 서예현이 물었다.
“네 역할이 뭔데?”
“그야 당연히 음악이지.”
“그럼 하나만 묻자. 너 말고 우리는 음악 하려고 모인 사람들 아니야?”
“그러니까 다 같이 곡 메이킹 과정 참여라도 하시겠다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 몰라? 한 명씩만 의견을 내도 벌써 다섯 갈래야.”
그 의견들이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그 의견을 하나하나 취합하고 있을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내 목소리에 짜증이 섞여 나오자 서예현의 목소리가 살짝 누그러졌다.
“그 다섯 갈래 중에 정답이 있을 수도 있지. 왜 나머지 네 개의 길에서는 정답이 없을 거라 확신해?”
“오, 정말로 교과서에 나올 만한 논리네.”
꽃밭을 거니는 것만 같은 서예현의 말은 딱히 와닿진 않았다. 세상이 그렇게 논리적이고 정석적이기만 하면 얼마나 좋아.
내 심드렁한 대꾸에 서예현이 눈썹을 치켰다.
“그럼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지금 이 상황을 타파할 다른 방법이 있어?”
“준이 말대로 이번만 포기하고 외주 곡을 받아와도 되고….”
제일 피하고 싶은 선택지를 입에 올리는 내 말끝이 흐려졌다.
“물론 하준이 말처럼 외주 곡을 받아오는 것도 당장 이 상황을 타파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지. 그런데 내가 보기엔 외주 곡으로 이번 활동을 해서 성공한다면 네 슬럼프만 더 심화될 것 같거든?”
나 스스로조차도 내지 못했던 답이 서예현의 입에서 확신을 담아 흘러나오고 있었다.
“형이 그걸 어떻게 확신해?”
방금까지 담았던 빈정거림을 쫙 빼고 정말로 순수한 궁금증만이 담긴 질문이었다.
견하준조차 몰랐던 걸 서예현이 어떻게 알겠나 싶으면서도 목소리만큼이나 확신이 담긴 저 눈빛에 그가 생각한 이유가 정말로 답일지 궁금해서.
“대체될 수 있다는 게 증명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정답이네.”
내 곡을 내 그룹에 주지 못하는 과거를 되풀이하고 싶지도, 회귀 전처럼 탈퇴하더라도 나 하나 빠져도 딱히 아쉬울 게 없어 지금까지 팀을 함께 끌고 온 의리 말고는 붙잡을 이유 하나 없고, 붙잡는 이 하나 없는 멤버로 남고 싶지도 않았다.
“준이도 모르는 걸 형이 어떻게 알았어?”
“야, 내가 그걸 어떻게 모르겠냐. 나도 그랬는데. 아니, 지금도 그러고 있잖아.”
“형이 뭘 하는데…?”
대체 서예현이 대체될 수 있는 게 무엇이며 그걸 위해서 뭘 한다는 거냐. 설마 서브래퍼 포지션? 그래서 설마 방문 닫고 랩 맹연습한 건가.
물론 서예현보다는 류재희가 랩에 더 싹수를 보이긴 하는 건 사실이다. 김도빈은… 서예현이랑 비슷한 거 같고.
하지만 류재희는 메인보컬이기 때문에 막내가 서브래퍼까지 소화하면 우리는 레브가 아니라 류재희와 아이들이 되어 버리니 안심하라고 말하기도 전에 서예현이 선수 쳐 입을 열었다.
“외모 관리를 내가 괜히 빡세게 하는 줄 알아? 내가 이 팀에서 유일하게 내세울 게 외모밖에 없는데 이 비주얼멤이라는 포지션까지 뺏기면 난 아무것도 아니니까 하는 거지.”
제발 서예현이 주제 파악 좀 했으면 싶었다. 저게 시발 대체가 될 외모냐고.
서예현이 현재 몸 상태에서 10kg 정도 살이 찌고 밤을 한 열흘간 새워도 비주얼멤 교체는 요원한 일인데.
있는 놈이 더한다더니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다.
“우리 데뷔 초반이면 몰라도 지금은 형 파트 없으면 곡 심심해져. 그러니까 형 역할이 없는 건 아니야.”
그래도, 서예현도 그런 불안을 안고 있을 줄은 몰랐기에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위로를 던져 주었다.
“너도 그렇게 치면 마찬가지지. 프로듀싱뿐만 아니라 랩도… 쓰읍, 랩 파트 없는 그룹도 좀 있던데. 랩 파트 빠져도 노래 괜찮던데. 리더 역할… 은 뭐였지.”
“하하, 재밌다. 이건 뭐 위로를 하자는 건지 돌려 돌려 엿을 먹이는 건지. 댁 파트가 서브래퍼예요, 아저씨.”
“재희가 나한테 아저씨라고 하면 몰라도 네가 나한테 그러는 건 좀 양심 없지 않냐?”
언제나 그랬듯 다시 삼천포로 빠진 대화를 서예현이 다시 본래 길로 끌고 왔다.
“아무튼, 너는 그게 문제라고. 지금이 무슨 쌍팔년도도 아니고, 가장 혼자 가정을 짊어지는 가부장 신화를 왜 그룹에서 재현하려 하냐고.”
“내가 봤을 때는 밥상머리 수저 예절이 문제야. 그 수저 예절 때문에 네가 더 부담을 느끼는 거 같거든? 그러니까 이제 나이순으로 바로잡는 게-”
“음, 헛소리네. 나 이제 자도 되지?”
어딜 가장 자리 쿠데타를 시도하려고 그래. 서예현의 말을 끊고 침대에 드러눕자 아직 진짜 중요한 할 말은 안 했다며 서예현이 나를 강제로 일으켜 앉혔다.
“네가 그랬지. 멤버들이 모두 곡 작업 과정에 참여하면, 그렇게 사공이 많아지면 배가 산으로 갈 거라고.”
“어어, 그랬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지만 사공이 없으면 배가 못 움직여. 망망대해에서 멈추기 전에 어디로라도 가보는 게 낫지 않겠어?”
처음으로 조금은… 와닿는 말이었다.
“레브의 음악성은 너 자체잖아. 너 없이는 우린 사공 역할도 못 한다고.”
그러니 이건 네 역할을, 네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고 서예현은 말하고 있었다.
BQ9과 본선 2차 곡을 준비할 때 왜 부담이 없었던가. 내가 의견을 내고 경연곡의 방향을 같이 맞추어 가는 게 BQ9의 프로듀서 역할을 뺏는 건 아니지 않나.
어차피 확정된 본선 2차 우승, 하고 싶은 거 모두 때려 박는 경연곡의 방향이 내가 지금 하는 걱정대로 산으로 가고 있는가. 그 대답은 당연 ‘아니-’였다.
‘지원이 형은 바로 그걸 내게 말하고 싶었던 건가.’
그래서 슬럼프 극복 겸 DTB에 나가 보라고 권했던 건가.
방향 없는 황무지에 정답으로 다다르는 한 줄기 길까진 아니어도 이정표가 생긴 듯한 기분이었다.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래, 어디로라도 한 번 가 보자.”
책임은 모두 내가 지고 가더라도, 어쩌면, 정말 어쩌면 서예현의 말처럼 그 다섯 갈래의 길 중에서 정답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내 음악이지만 다섯 명이 있어야지만 비로소 완성되는 레브의 음악이기도 하니까.
“형, 고마워.”
침대에 드러누운 채로 짧은 감사 인사를 내뱉었다.
“고마우면 수저 예절 재정립 좀.”
“그건 좀.”
그렇게 훈훈한 상태에서 대화가 마무리되고, 누운 지 겨우 오 분 정도.
“야, 윤이든.”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뜨고 대꾸했다.
“왜.”
“나 잠이 안 와.”
“카페인을 그렇게 과다 섭취를 했는데 당연히 잠이 안 오겠지.”
늘어져라 하품 한 번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야, 윤이든.”
또 한 번 내 이름을 부르는 부름에 눈이 자동 반사적으로 번쩍 뜨였다.
“아, 왜.”
살짝 짜증을 담고 대꾸하자 서예현이 누가 들어도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두서없이 중얼거렸다.
“나 밤새우기 싫은데 어떡하지? 피부 완전 푸석해지고 거칠어지는 거 아니야? 눈가에 다크서클 내려오는 거 아니야? 진짜로 네가 호칭했던 대로 아저씨처럼 보이는 거 아니야? 혹시 아까 네가 나를 그렇게 불렀던 이유가…”
“형,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뻔히 답이 나오는 걸 삽질만 하고 있는 나 보면서 많이 답답했지.”
서예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지금 그래. 형이 열흘을 밤새워도 비주얼멤에서 벗어날 일 없으니까 걱정 내려놓고 아침까지 양이나 새.”
나는 자야 하니 더 이상 말을 안 받아 주겠다는 무언의 의사 표현으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가물가물한 정신이 막 잠으로 빠지려던 그 순간, 또 다시 서예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윤이든.”
귀신이 이름을 세 번 부르면 잡혀 간다던 김도빈의 쓸데없던 호들갑이 갑자기 떠오르는 건 왜일까.
하긴, 귀신이나 지금 시간까지 깨어 있는 서예현이나 똑같이 초자연적이긴 했다.
“아, 진짜 왜!”
이 새벽에 서예현 하나를 감당하라고 온 멤버들을 다 깨울 수는 없어 목소리를 잔뜩 낮추어 으르렁거리며 이불을 확 내렸다.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는 속절없이 말똥말똥한 서예현의 눈동자를 담고야 말았다. 눈깔 상태를 보니까 저 인간은 100% 오늘 못 잔다.
“같이 밤새우면 안 돼?”
“헐, 혹시 형 나 견제해? 내가 푹 자고 형이 밤새우면 내가 비주얼멤으로 올라갈까 봐 나 견제하는 거야?”
세상에, 내가 서예현도 인정한 비주얼멤 견제픽?
“에이씨.”
진심 어린 내 질문에 서예현이 혀를 차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반응 왜 저래. 자기 잘난 거 이제 잘 안다 이거지?
눈을 완전히 감기 직전, 푸른빛 상태창이 오랜만에 내 눈앞에 펼쳐졌다.
[멤버 ‘서예현’과의 사이 개선도 100을 달성했습니다.] [▶멤버들과의 사이 개선도-서예현(100%)
-견하준(99%)
-김도빈(100%)
-류재희(99%)]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