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0화(30/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0화
어느덧 노래가 막바지를 향해 갔다.
[기억할 게 우리 둘의 핑크빛 love story]두 손을 앙증맞게 모아 하트를 만드는 마지막 엔딩 포즈까지 야무지게 마치고, 김도빈은 아도라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서 내려왔다.
빨리 튀어 오라고 손짓했건만 미적거리며 올 생각을 안 하는 넷째 놈을 직접 잡으러 가기 위해 막 발을 뗀 순간이었다.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던 류재희가 선수 쳐 입을 열어서 내 걸음을 막았다.
“형, 도빈이 형이 종이랑 펜 좀 가져다 달라는데요.”
“이 자식이 나한테 심부름을 시켜?”
“아니요, 절대 형한테 떠넘기지 말고 저보고 가져오래요.”
“망할 놈이 막내를 막 부려 먹어?”
“형이 언제부터 그렇게 저를 생각하셨다고…….”
“뭐라고, 막내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거 혼자 두는 것보단 그래도 정신머리 박힌 아이돌의 정석 막내 녀석이랑 붙여 놓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펜과 종이를 들려 류재희를 김도빈과 아도라가 있는 쪽으로 보냈다.
김도빈이 미친 짓을 하려 해도 류재희가 알아서 뜯어말리겠지.
“안 엮이게 빨리 튀어 오라니까 셀카까지 찍고 자빠졌네.”
류재희까지 합류해 셀카를 찍고 있는 꼴을 보며 못마땅함을 숨기지 않고 투덜거리자, 서예현이 휘휘 손을 저었다.
“부러우면 너도 저기 껴서 찍고 와.”
“나는 부럽다는 말 한마디도 안 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저기압인데. 같이 사진 못 찍어서 막내들 질투하는 줄 알았잖아.”
“하아아…….”
대답 대신 꺼지게 한숨을 푹 내쉬고는 서예현을 돌아보았다.
“듣고 또 삐치지 마, 제에발.”
“아니, 그냥 안 들으란다. 말하지 마. 또 내 복장 터트리는 소리 하려고 그러지, 너.”
도리질하면서 귀를 틀어막은 서예현을 보며 눈을 가늘게 좁히다가 듣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그냥 형이 리허설이든 본무대든 무대 위에서 실수하는 걸 상상만 해도 짜증이 나서 그래.”
고개를 돌려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무대에서는 KICKS의 리허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도 저 자식들 앞에서.”
“…….”
귀를 막고 있었어도 내 말이 들린 모양인지, 아니면 진지한 분위기를 느낀 건지 서예현이 슬그머니 귀에서 손을 뗐다.
“KICKS보다 완성도 떨어지는 무대를, KICKS 저 자식들 앞에서, 팬들과 대중들에게 보여 주는 것 자체가 내겐 수치라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절로 목소리가 뚝뚝 끊겼다.
손가락 각도까지 딱딱 맞추어 칼군무를 추는 KICKS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저기는 낙하산조차도 구멍은 아니네, 시발. 우리는 누구 때문에 칼군무는 꿈도 못 꾸는데.
앞머리를 쓸어 올리려다가 머리가 세팅된 상태라는 걸 자각하고는 손을 내렸다.
다른 날이었으면 서예현이 손동작을 틀리든 발 방향을 틀리든 새로운 안무를 창작하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가뜩이나 순서가 KICKS 앞이다. 우리의 무대로 KICKS를 올려 칠 거란 상상만으로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빡세게, 그리고 멋있게 하면 되죠. 그거 우리 전문이잖아요.”
신나게 사인받고 셀카 찍고 돌아오자마자 자기들을 반긴 얼어붙은 분위기에 눈치만 살살 보고 있던 류재희가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불쑥 끼어들었다.
“맞아요, 이 댄싱머신 김도빈의 실력이면 예현이 형 실수 한두 개 정도야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고요.”
가슴을 쭉 펴며 거드는 김도빈의 넉살까지 더해지자 시베리아 한복판 같았던 분위기가 숨은 쉴 수 있을 만큼은 풀렸다.
“야, 윤이든.”
나를 부르는 서예현의 목소리에 KICKS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진지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게 너한테만 수치냐?”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예현이 물었다. 그 굳은 얼굴을 마주하니까 갑자기 심장이 쫄렸다.
또 저 인간의 기분상해죄로 초심도가 깎일까 봐.
이제 나중에는 서예현 얼굴만 봐도 초심도 깎이는 고통이 생각나서 자동반사적으로 움찔하는 거 아니냐. 왜, 거 파블로프의 개처럼.
“나는 레브 아니냐? 그 자식들에게 욕은 우리 그룹 전체가 들어먹었는데 왜 너만 욕먹은 것처럼 굴어? 저 자식들에게 빡치는 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지그시 어금니를 깨물며 말을 잠시 멈춘 서예현이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 단단한 눈빛을 마주하자.
‘어쭈?’
피식 웃는 나를 보고 인상을 찌푸린 그가 선포했다.
“그러니까 괜한 걱정 하지 말라고. 오늘 아주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줄 테니까.”
시원하게 웃어젖힌 나는 얼굴이 부끄러움인지 빡침인지 모를 감정으로 시뻘겋게 달아오른 서예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멤버들을 쭉 돌아보았다.
“다들 들었지? 우리 실수머신도 오늘은 정신 빡 차리신다니까 오늘 어디 한번 저놈들 무대는 언급도 안 될 레전드 무대 갱신해 보자.”
[멤버들과의 불화를 조장하는 말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나 방금 엄청 멋있지 않았냐? 멋지고 믿음직한 리더의 현신 그 자체 아니었냐?
설마…….
‘실수머신 단어 하나 때문에?’
대체 저 인간의 멘탈은 내구도가 어떻게 되어 먹은 건지.
“레브, 다음 차례 준비하세요!”
유리보다 더 약한 서예현의 멘탈을 원망할 겨를도 없이 리허설을 위하여 무대 뒤로 터덜터덜 이동했다.
우리 앞의 한 팀을 더 기다리고 우리 차례가 되어 무대에 오르자 익숙한 전주가 재생되었다.
내 파트 안무를 하면서도 매의 눈으로 서예현을 살피던 나는 기어이 황급히 발 방향을 바꾸는 서예현의 모습을 잡아내고는 이를 박박 갈았다.
실수하잖아, 이 실수머신 자식아. 깎인 내 초심도 돌려줘.
* * *
“2분 10초에 ‘일생일대의 기회~’ 여기 안무 발 방향 왼쪽이라고, 왼쪽. 알겠어?”
“그 말 한 번만 더 하면 열 번째인 건 알지?”
“사랑하는 맏형아, 형이 리허설 때 안 틀렸으면 내가 열 번이나 말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
“그놈의 ‘사랑하는’은 제발 집어치우면 안 될까.”
그렇지만 내가 쿠션어 없이 내 성격대로 ‘듣기 싫으면 안무 틀리지를 말든지. 최고의 무대 만들어 준다고 한 지 5분도 안 돼서 실수해 놓고 말이 많네.’라고 댁한테 말한다면 또 초심도 깎일 거 아니야.
나도 학습 능력이란 게 있다.
빼꼼, 무대 뒤편에서 고개를 내밀어 밖을 살핀 류재희가 다시 무대 뒤로 후다닥 달려오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와, 사람 진짜 많아요.”
“많겠지. 제법 큰 축제고, 라인업도 나름 급이 있는데.”
우리는 지금 본무대를 앞두고 무대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 차례는 지금 무대 위 그룹이 끝난 후, 바로 다음번.
노래는 슬슬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었다.
갑자기 류재희가 손뼉을 짝! 쳐서 모두의 시선을 모으더니 대뜸 물었다.
“형들! 저희도 그거 한번 하면 안 돼요? 무대 나가기 전에 팀 구호 외치고 가는 거!”
초롱초롱한 눈에는 기대감이 한 바가지 묻어 나왔다.
우리의 구호는 ‘Dream of me’. 직역하면 내 꿈 꿔.
팬들이라면 몰라도 같은 사내자식들끼리 격려와 파이팅의 의미로 하기에는 몹시 낯간지럽고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견하준 역시 나랑 같은 생각이었는지 떨떠름한 얼굴로 거절의 말을 돌려 내뱉었다.
“무대 오르기 전에 ‘내 꿈 꿔’는 좀 아니지 않나……?”
“그러면 파이팅이라도 한번 하고 가는 건요?”
포기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는 그 끈기는 인정할 만했다.
“오글거리게 뭔 파이ㅌ…….”
인이어를 체크하며 심드렁하게 대꾸하다가 울망울망한 눈을 한 류재희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나는 회귀 전에 멤버들이 모두 나를 손절했을 때 그나마 마지막까지 내 옆에 남아주었던 류재희에게 은근 물러지곤 했다.
그룹에서 견하준 다음으로 대하기 편한 상대이기도 했고 말이다.
게다가 징그럽게 나보다 더 커지고 얼굴선 짙어진 모습이 더 익숙했던 내 앞에 오랜만에 나타난, 앳되고 나보다 작고 솜털 보송한 열일곱 류재희의 모습은 사람 마음 약해지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함 하자. 한다고 닳냐.”
내 긍정에 표정이 환해진 류재희가 제일 먼저 손을 착, 손등이 보이도록 내밀었다.
그 위로 네 개의 손이 차례로 올려졌다.
“둘, 셋! 레브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어어, 파이팅.”
분명 류재희가 둘, 셋을 외쳤지만, 파이팅을 외치는 타이밍은 모두 제멋대로였다.
그중 힘찬 기합을 넣고 외친 놈들은 류재희와 김도빈밖에 없었다.
‘……더럽게 안 맞네.’
다시 한번 하자고 땡깡 부리는 류재희를 애써 무시하자, 타이밍 좋게도 우리를 부르는 사회자의 멘트가 들렸다.
무대로 나가니 서늘한 바람이 세팅된 머리를 가볍게 흩트리고 지나갔다.
소속사 재정이 좀 좋아지기라도 한 건지 본 활동 때보다 질이 조금 더 나아진 무대 의상을 가다듬으며 대형을 갖추어 섰다.
우리를 향한 대포 카메라와 캠코더가 눈에 들어왔다.
첫 팬싸 때는 오직 서예현만을 향한 대포 카메라 두 대가 전부였는데. 많이 컸다, 우리 레브.
하도 많이 들어 익숙하다 못해 다 외우다시피 한 의 전주가 들려왔다.
“윤이든! 서예현! 견하준! 김도빈! 류재희! 위아 원찬스 레브!”
관객석에서 우렁차게 들려오는 응원법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 이름이 맨 앞에 있는 건 꽤 마음에 들었다.
나를 향한 대포를 보며 가볍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네게 주어진 One Chance 일생일대의 기회언제나 One Chance만 남은 것처럼 임해]
본방 때도 이렇게 몸이 부서지라 춰 본 적은 없던 것 같은데.
칼을 갈다시피 한 류재희의 고음을 들으며 파워풀한 안무를 소화해 냈다.
KICKS과의 자존심을 건 싸움에서 밀릴 수는 없었다.
2분 10초.
다시 후렴구에 진입한 순간, 동선을 바꾸며 서예현을 주시했다.
리허설 때와 달리 버벅거리지 않고 단번에 왼쪽으로 향한 발에 만족스럽게 미소 짓다가 서예현과 눈이 마주쳤다.
후다닥 얼굴에서 미소를 지워내자 서예현이 그런 나를 마주 보고 씩 웃었다.
뭘 그리 뿌듯하게 웃어. 마음 놓지 마. 아직 곡 끝날 때까지 48초 남았다고.
* * *
백일몽의 에덴 @daydreamEDEN
xx1021 프리뷰
#레브 #Reve #이든 #EDEN
(윤이든_레전드미소.jpg) (윤이든_윙크.jpg)
공유 4,281 인용 884 마음에 들어요 8,926
-아니 프리뷰 올라올 때마다 ㄹㅈㄷ 갱신하는 거 실화?
-이든이 전에 셀카에서 머리 꽁꽁 싸매서 궁금했는데 투블럭 된 거 빼곤 별달라진건 없는 듯?
└탈색이든 보고 싶었는데ㅠ
-예현이 프리뷰도 좋아요 1만 넘겼더라 오늘 착장 평소보단 괜찮긴 했어 코디 오랜만에 열일한 듯
-울 예현이 올만에 실수 안하고 안무 올클했네ㅋㅋ
-이든이 예현이 보고 흐뭇하게 웃다가 눈 마주치자마자 웃음 싹 지워내는 거랑 예현이 이든이랑 마주 보고 씩 웃는 거 너무 ㄱㅇㅇ
└여기 맨날 예현이 실수하던 부분이잖앜ㅋㅋㅋㅋ
└형아가 실수 안 해서 뿌듯한데 티내긴 부끄러운 고영이랑 그저 실수 안 해서 뿌듯한 강쥐 그자체
-직캠 ㅁㅊ 우리애들 독기 미쳤다 이게 데뷔 1년도 안 된 신인 실력이냐고ㅠㅠㅠ
-엥? 일몽이들 이거 봤어? 너튭 알고리즘이 이런…… 걸 띄워 주던데…… https://yxxtu.be/VLJDSFn23
-도빈이가 왜 거기서 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