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0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07화(30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07화
* * *
TEAM 원백&D.I의 대기실.
이제 프로듀서들만 자리를 지키게 생길 대기실 문을 벌컥 연 공출이 넉살을 부렸다.
“아이고, 원백이 형. 미안해서 어쩌나. 어쩌다 보니 우리 팀 애들이 다 올라가 버렸네.”
“말로만 미안하면 쓰냐?”
진심으로 미안하면 한턱 쏘라고 원백이 공출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내가 무슨 용한 점쟁이도 아니고 몇 번째 시즌에 다시 재출연하면 좋겠느냐고 묻는 최형진과 은근슬쩍 귀를 기울이는 A01에게 DTB 락세 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재출연하라 충고를 던져 주고 용철이 형한테 슬그머니 향했다.
“덕분에 결승까지 편하게 있게 생겼다. 이 형을 그렇게 백수로 만들고 싶든?”
“나는 그저 나를 너무 잘 아는 형이랑 내 라이벌로 묶인 형진이 조합을 상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뿐인데.”
능글맞은 그 대답에 용철이 형의 손이 내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모른 척하는 것 봐라. 세븐킥 경연곡도 이 형 팀 꺾어 보겠다고 아주 칼 갈았으면서.”
아직 방송 나가기도 전인데 어떻게 알았지. 멀뚱하게 눈을 깜빡이며 용철 형을 돌아보자 그가 피식 웃었다.
“어떻게 알았긴. 네 스타일이 곡에 딱 묻어 나오더만.”
씨바, 이제 이 형이 독심술도 하는 건가.
묻지도 않았는데도 내가 궁금한 것만 딱딱 알려 주는 용철이 형이 이제는 신기할 지경이었다. 이게 바로 오랜 시간을 함께한 짬밥?
“그건 그렇고 얌마, 본선 무대 숨긴다고 리허설을 그렇게 날려 버리면 어떡하냐.”
“본무대 때 형이 경악하는 얼굴을 보고 싶어서?”
“무대 서면 보이지도 않을 건데 겨우 그런 거 때문에 마지막으로 연습할 기회를 날리냐. 아무리 자신 있다고 해도 평소 스타일이랑 그렇게 다른데.”
한참을 잔소리를 쏟아부은 용철이 형이 내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참, 준결승 진출 축하한다.”
본선 2차 무대 두 개를 준비하느라 하도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축하를 해 준다며 용철 형이 멋쩍게 웃었다.
“작년에는 네가 나한테 해 줬던 인사인데 올해는 내가 너한테 하고 있네.”
저 형도 나이가 들긴 했는지 용철 형이 감수성에 빠져 있는 틈을 타 잽싸게 요청했다.
“형, 그러면 작년에 나도 피처링 서 줬으니까 이번에는 형이 내 세미 파이널 무대에 피처링으로 서 줘.”
“공출 형이랑 BQ9이 너한테 피처링 안 붙여 준다던?”
미간을 찌푸린 용철이 형이 공출과 BQ9을 돌아보았다. 용철이 형이 두 사람에게 따져 묻기 전에 선수 쳐 부정했다.
“아니, 그럴 리가.”
“그럼 그냥 거기가 섭외한 초대 가수랑 해. 왜 굳이 프로듀서인 나한테 맡겨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 해.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이렇게 나올 줄 알았지. 용철 형은 어떤 면에서는 은근 보수적이라 나와 달리 모험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용철 형이 절대 무시하지 못할 패를 하나 쥐고 있었다.
“형이 그랬잖아. <낙서> 무대, 내가 아니면 평생의 미련으로 남을 거 같다고.”
내 오랜 부채감이기도 한 그 무대를 입에 올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내 진중한 눈빛에 용철 형 역시 내가 허투루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듯했다.
“나도 그래. 형이 아니면 정말로 평생의 미련으로 남을 것 같아서. 그래서 형한테 부탁하는 거야.”
이건 내 진심이었다.
어그로를 끌고 싶어서도, 파이트머니를 단 1원이라도 더 받아 결승에 진출하고 싶어서 하는 버둥거림도 아닌, 그저 오직 곡과 무대만을 위한 선택이었다.
“내가 생각한 곡에는, 그리고 무대에는 꼭 형이 있어야 해. 그로 인해서 파생될 논란도, 욕먹을 것도 충분히 각오했어.”
잠시간 천장을 올려다본 용철이 형이 무거운 목소리로 반쯤 승낙의 말을 내뱉었다.
“일단, 알았다. 그런데 이거 PD님께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안 그래도 BQ9 형이 물어봤는데 아주 함박웃음을 지으시면서 오케이하셨다는데?”
BQ9가 전해 준 말을 읊자 더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 용철이 형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해 듣기로는 내 플랜 A를 듣자마자 박수 치면서 ‘bravo!’를 외치셨다고. BQ9이 양념을 친 건지, 아니면 사실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리고 10화 방영 당일.
[용철이형- 설마 플랜 A가 나 피처링으로 세우는 거냐??] 오후 11:22 [ㅇㅇ] 오후 11:22 [용철이형- 야이놈의자식아!!] 오후 11:23 [용철이형- 아주 작정을 했구먼!!]용철이 형 역시 본방 사수를 하고 있던 건지 삐처리된 플랜 A가 나오자마자 내게 메시지를 마구 보냈다.
그다음 날 세미 파이널 경연곡을 준비하기 위해 작업실에 모이자마자 내 정수리를 한 대 쥐어박은 것은 덤이었다.
“아주 먼 길도 돌아왔다. 그냥 우리 팀 왔으면 그런 노력은 안 해도 됐을 텐데.”
“인맥 힙합 한다는 소리 듣기 싫었단 말이야.”
DTB 서바이벌을 하는 동안 단 하나의 논란거리도 용납하지 않겠다.
그 스코언도 영빌리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인맥 힙합이라고 욕 처먹은 걸 보고 내 선택이 옳았다는 걸 깨달았었지.
내가 지원이 형이나 용철이 형을 선택했으면 딱 그 세 배로 까이지 않았을까.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지….”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이 무대는 형이 있어야지만 완성될 수 있거든.”
마른세수를 하는 용철이 형의 등을 두드려 주고는 세미 파이널 경연곡의 제목과 내 파트의 가사만 적힌 종이를 그에게 건넸다.
종이 가장 상단부에 내가 휘갈겨 놓은 곡 제목을 용철이 형이 나지막하게 읊었다.
“….”
낙서, 그리고 명작. 명작이 된 낙서.
내가 이 곡으로, 이 무대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깨달았는지 용철 형이 내 등을 힘있게 짝! 쳤다.
“그래, 내가 널 시작점이 되는 무대에 세웠으니까, 그 서사를 완결하는 무대는 내가 해야지.”
그렇게 함께 세미 파이널 곡 작업을 하고, 무대를 연습하고, 바로 지금.
용철 형과 함께 무대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1년 전, 무대에 피처링으로 섰을 때와는 비슷하지만 또 다른 풍경과 느낌이었다.
그때보다 더 넓어진 공연장의 후끈거리는 열기.
온전히 나를 향한 환호성. 나를 응원하는 이들.
쉴 새 없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파이트머니의 액수.
심장 박동인지 비트의 울림인지 모를 기분 좋은 두근거림.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고 온전히 내가 끝맺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 놓는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해 주고 있는 게 신기했다. 덕분에 한결 내 음악에 다시 자신감이 붙었다.
그렇게 마지막 소절이 끝나자마자 마이크를 내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회귀 전, <낙서> 무대에 평생의 미련을 남겼을 용철이 형의 마음을 이제는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무대에 용철이 형이 아닌 다른 사람을 피처링으로 세웠다면 나 역시 평생을 이 무대에 미련을 품은 채로 살아갔겠지.
“고마워, 형.”
사과는 이전에도 한 번 했으니까, 미안하다는 사과 대신 내뱉은 진심 어린 감사 인사에 용철이 형이 시원하게 웃었다.
“뭘, 덕분에 나도 소원 풀었다. 네 무대에 피처링 서는 게 내 소원이었거든. 이번 DTB 때 같은 팀이 안 돼서 아쉽다 싶었더니 결국 이렇게 멋있게 우리 이야기를 완성했네.”
내 등을 두드려 준 용철 형이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눈물 약간 핑 돌 정도로 나한테 감동을 먹여 놓고 쿨하게 혼자 들어가면 다야? 어?
“축하드립니다, 윤이든! 파이널 진출 확정입니다!”
유피가 먼저 내민 손을 잡고 페어플레이에 대한 인사를 나눴다.
회귀 전에는 DTB 시즌 4의 우승자이자 DTB의 인기를 쭉 끌고 간 몇 안 되는 부동의 인기 래퍼였으나 지금은 쿨찐 혹은 비호감 이미지만 얻은 채 세미 파이널에서 탈락해 버린 게 아주 조오금 짠하긴 했다.
그러게 누가 나 저격하래? 3차 예선 패자부활전은 대본이라고 해도 저격 가사는 대본이 아니잖냐.
카메라 앞에서 훈훈한 장면을 연출해 대는 유피에게 일단은 맞춰 주며 사이 좋게 백스테이지로 돌아왔다. 팀 프로듀서들은 먼저 대기실로 들어가고, 우리는 개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개인 인터뷰를 마치고 나란히 각자의 대기실로 향하던 도중, 유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서 깔끔하게 감정 털죠. 미안했슴다.”
“갑자기요?”
“한 다다음 시즌 정도에 다시 나올 거라서요. 그때 그쪽이 프로듀서로 있으면서 이번 시즌의 앙금으로 나 탈락시키면 어떡해.”
회귀 전에도 DTB 시즌 5쯤부터 재출연자가 제법 보였다. DTB n수생이라는 별명을 받은 래퍼들도 꽤 심심찮게 있을 정도였다.
시즌 6 정도면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군. 아직 DTB와 힙합의 급격한 하락세가 시작되지 않고, DTB가 더 자극적인 미친 짓을 도입하기도 전이고.
하여간 방송각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잡아.
픽 웃으며 대기실 문을 열자마자 공출과 BQ9이 의기투합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펼쳐졌다.
“비큐야, 이번에는 꼭 우승 배출 팀 되자!”
“당연하죠.”
“자자, 이든이 너도 얼른 와서 손 올리고! 파이널 우승 가자! 파이팅!”
쏜살같이 달려와 나를 끌고 온 공출이 그 의기투합에 나를 더했다. 소외된 세븐킥만이 소파 한구석에서 쓸쓸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아직 무대도 안 했는데 벌써 나 떨어진 거야…?”
* * *
[DROP THE BEAT SEASON 4 Ep.11-세미 파이널Ⅱ]-벌써 11화 실화냐
-다음 화가 막화라니 모른척 눈감아줄 테니까 본선부터 리스타트해서 20부작으로 늘려봐라
-드디어 유피랑 윤이든 피처링 누구 세웠는지 볼 수 있다!!!!!
└ㄹㅇㅋㅋ 일주일 동안 궁금해 뒈지는줄 알았네
11화는 곧바로 세미 파이널의 본무대부터 시작되었다.
[유피-FIVE’]-본선 2차에서 너무 쩔어서 준결승 걱정했는데 ㄹㅇ 기우였네
-윤이든이랑 붙어서 더 칼 갈고 나왔나 봄
└하긴 둘이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많이 부딪히긴 했지
[영빌리: 확실히 잘하긴 한다, 유피가.] [BQ9: 아무래도 이든이랑 한 번 붙어서 결과로 시끄러웠던 전적이 있으니까 이번에는 그 말 안 나오게 하려고 완전히 칼 간 거 같은데.]유피의 벌스 1절이 끝나고 실루엣만 보이는 벽 너머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의 훅이 들려왔다. 1절 훅이 끝날 때까지 실루엣으로만 남아있으며 궁금증을 더욱 유발시켰던 이가 2절 훅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서라온이 등장하자 티비 안에서도 댓글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미미미ㅣ미친 서라온!!!!!!
-아니 무슨 동네 조기축구회 시합에 메시 데려오는 짓이야
-G1이 또 레전드를 갱신했구나
-DTB에 서라온이 나오다니 DTB 진짜 성공했다
[세븐킥: 와씨, 서라온!] [스코언: 우와, 이런 누추한 곳에 저렇게 귀한 분이.] [몰틱: 너무 끝판왕 데려온 거 아니야? 서라온 피처링을 어떻게 이겨. 쓰읍, 임팩트가 너무 강해. 자칫하다가는 그다음 무대 묻히겠는데?] [공출: 야, 이게 뭐야! 갑자기 궁극기를 쓰면 어떡해!] [BQ9: 허허허허허…(실성)]-진짜 좀 걱정되긴 하네 윤이든이 1세대 전설의 래퍼를 데려와도 서라온은 못 뛰어넘을 거 같은데
-갓이든님은 다 생각이 있으시다
-아 준결승에서 결국 유피 올라가나요 내심 윤이든이 이기길 바랐는데 서라온이 너무 컸다ㅠ 곡이랑 서라온 피처링이 안 어울리면 모르겠는데 너무 찰떡이고 목소리 합도 대박이고ㅠ
유피의 무대는 큰 박수를 받으며 마무리되었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유피를 잠시간 비추던 화면이 개인 인터뷰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G1: 프로듀서로서 정말로 만족했던, 만족스러웠던 무대였습니다.] [유피: 제 스스로도 역대 최고의 무대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DTB가 아니라 제 무대 중에서요.]팀 프로듀서들이 대기실로 돌아온 유피를 따스하게 맞이하는 모습이 짧게 지나가고, 바로 윤이든의 무대가 이어졌다.
[윤이든-Masterpiece]-뭐야 윤이든 바니보이룩 입고 나온다던 놈 어디갔어 개구라잖아
-뭐지 분명 이든이 동물잠옷 입고 나와서 귀요미송 랩버전 부른댔는데 피처링도 귀요미송 원곡자라 했는데
-뭐임 윤이든 제복입고 와서 군무 춘다며 ㅅㅂ 옷부터 존나 평범하네
-윤이든 1분 30초쯤에 상탈한다던데
-대체 위에 놈들은 뭘 보고 온거야
[스코언: 막 확신의 반전, 이런 건 없어 보이는데?] [몰틱: 그래서 플랜 A가 뭐야, 대체. 나 진짜 궁금해 죽을 뻔했다고.]-<낙서> 후속곡인가 디아이가 피처링 했으면 완벽했을텐데 왜 하필 이런 필승 카드 두고 공출&비큐 팀을 선택했냐
-일단 복장이 너무 평범해서 기대감이 –100 되어버림
-그놈의 플랜 A 언플으로 기대감 한껏 높여놓고 랩스킬만 개쩌는 무대를 보여주면 실망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
한껏 기대치를 높여 놓은 게 무색할 수준의 평범한 무대에 슬슬 시청자들이 실망하던 그 순간.
드디어 스테이지의 스크린이 열리며 윤이든의 플랜 A만큼이나 궁금증을 유발시켰던 피처링 주인공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티비 화면에 등장했다.
얼굴을 보여주어 정체를 공개하기 전 격렬하기 그지없는 프로듀서들과 참가자들의 반응이 먼저 나왔다.
[스코언: 왓더…!] [영빌리: (입틀막)] [세븐킥: 저건 진짜로 알고 봐도 미쳤다. 진짜 respect한다.] [G1: 진짜 기대를 저버리지를 않는다! 아, 진짜 쟤 대박이야!] [유피: (입을 다물지를 못하는…)]-누구임? 테이커라도 내한했음?
-대체 누구인데 반응이 저럼??
-G1 당신은 누구의 프로듀서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