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09화(30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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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 파이널 방영 D-3 겸 뮤직비디오 촬영 전날.
눈앞의 거울엔 몇 달 동안 떠나 있었다고 살짝 낯설어진 흑발이 비쳤다. 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 만족스럽게 웃었다.
“하, 그리웠다. 내 원래 머리 색.”
되찾았다기보다는 검은색으로 덮은 거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익숙한 머리 색으로 돌아와서 좋았다.
“그런데 형, 이제 아예 흑발로 덮었으니까 파이널 무대도 이 머리로 서야 하잖아요. 이러면 컴백 스포 되는 거 아니에요?”
“컴백 스포는 내가 무지개색으로 대가리를 물들였을 때나 되는 거고.”
김도빈의 괜한 기우에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류재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 말을 부정했다.
“형이 머리를 무지개색으로 물들이고 파이널 무대에 올라가도 사람들이 딱히 스포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걸요. 윤이든이 윤이든 했다는 반응만 나오겠죠.”
어쩐지 경외감까지 느껴지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류재희였다. DTB 나가길 잘했다.
“DTB가 큰 몫 했어요. 형은 이제 팬 기만이랑 범죄만 안 저지르면 웬만한 미친 짓은 다 까방권이에요.”
진짜로 DTB 나가길 잘했다.
원래 세상살이는 바른 생활 이미지보다 막사는 놈이 더 편한 법이다. 전자가 잘하다가 하나만 삐끗하면 욕을 먹지만, 후자가 막살다가 하나만 잘하면 칭찬을 듣거든.
“그러고 보니까 오랜만에 국내에서 뮤비 촬영하네.”
“오히려 잘됐지. 17일 동안 두 곡이나 준비해야 하는데 해외까지 왔다 갔다 하면 시간 너무 빠듯해. 팀 프로듀서들한테도 못 할 짓이고. 내 스케줄에만 맞출 수는 없잖아, 아무래도.”
한국풍이라 국내 촬영으로 충분히 분위기를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나마 안무는 파이널 곡 준비 들어가기 전에 다 숙지 끝내 놔서 한숨 돌렸지.”
“저도 형이 한두 번 만에 바로 따라와서 놀랐어요. 하도 기본 세 번에 익숙해져 있었던 터라서.”
내 새벽반 임시 개인 댄스 트레이너였던 김도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누구 저격 비슷한 말을 했다.
저격 당한 사람이 괜히 찔렸는지 셀프 변호를 해 댔다.
“그래도 다섯 번이었던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거잖아.”
“엥, 제 기억으로는 분명 일곱 번이었는데. 다섯 번으로 처음 줄어들고 했던 우리의 감격의 포옹이 기억나지 않는 거예요, 예현이 형?”
그런 김도빈의 반박에 서예현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워 댈 뿐이었다.
일정대로 무사히 뮤직비디오 촬영이 끝나고, 곧바로 파이널 경연곡 준비에 돌입했다.
웬만해서는 파이널 무대에 피처링을 세우고 싶지 않았다. 파이널 무대는 온전히 내가 완성하고 싶었기에.
하지만 그건 나나 프로듀서들이나 다 같이 힘들어지는 길이라고 나를 만류하는 공출과 BQ9의 말도 있고, 나 역시도 레브 컴백 준비까지 하면서 두 곡 다 온전히 내 무대로 채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한 곡은 내가 양보하기로 했다.
“대신 피처링은 제가 섭외할게요. 생각해 놓은 사람 있거든요.”
세미 파이널에서의 플랜 A가 대성공을 거둔 이후, 공출과 BQ9은 더 이상 내가 내는 의견을 의심하지 않았다.
“100% 확실하게 섭외 가능해? 펑크 낼 염려는 없고?”
“음… 한 번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아무튼, 1차 곡은 분위기 살리는 쪽으로 가고, 2차 곡은 감성팔이 한 번 하죠. 저희가 시간이 좀 빠듯하니까 2차 곡 비트는 아예 새로 만들기보단 변형하는 식으로 하고, 비트는 1차 곡에 올인합시다.”
“모레까지는 답변받아 올 수 있지? 안 되면 빨리 우리 측에서 섭외해야 하니까.”
“그때까지 무조건 답변 가능합니다-.”
하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긴 했지만 기왕 부탁하는 거, 면대면으로 얼굴 보고 해야 하지 않겠나.
공출이 짝짝 손뼉을 치면서 사기를 끌어올렸다.
“자, 그럼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 좀 거둬 보자! 나 한 번만이라도 우승자 배출 팀 좀 되게 해 줘!”
“나는 이미 D.I 이겨서 미련 없는데.”
“규인아, 야망을 가지고 살자! 너 이러다가 DTB 프로듀서 자리 내년에 이든이한테 뺏긴다니까?”
“이든아, 너 여기 레이블 들어올 거냐?”
“아니요? 전 소속사가 있어서 그렇게 되면 이중 계약 되는데요?”
“그렇다네요. 뺏길 일은 없을 거 같은데.”
BQ9이 태평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이후에는 굳이 같은 레이블이 아니어도 네임드 래퍼들을 불러 DTB 프로듀서 한 팀으로 묶어 버리긴 하지만 그것까진 부러 BQ9에게 말하지 않았다.
* * *
KICKS 숙소.
“현민이랑 같이 DTB 파이널 직관 갈 사람! 동반 1인 구해요!”
최현민의 경쾌한 외침에 KICKS 멤버들의 시선이 그를 향해 쏠렸다.
“오, 뭐야. 언제 신청했어?”
“그냥 장난으로 넣어 봤는데 오늘 당첨 문자 왔더라고? 형, 갈래?”
“그닥 가고 싶지는…?”
“나도 딱히… 가서 마냥 즐기기는 좀 그래….”
연속되는 거절 속에 윤이든 폰 저장명 일명 KICKS 낙하산, 정이서가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물론 정이서 그조차도 딱히 기대는 없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최현민은 정이서를 본 체도 하지 않고 곧바로 권윤성에게 향했다.
하여간 씨발 이런 좆같은 그룹은 빨리 망하는 게 맞다고 정이서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런 정이서의 속내를 알 리 없는 최현민은 유일하게 긍정도 부정의 답도 내놓지 않은 권윤성을 잡고 늘어졌다.
“윤성이 형, 가자아.”
“정이서랑 가라. 쟤는 가고 싶다잖아.”
권윤성의 단호한 대답에 힐긋 정이서를 돌아본 최현민은 못 들은 척 다시 권윤성을 졸라댔다.
“형, 진짜 안 가? 이든이 형 파이널인데?”
“현민아, 윤이든이랑 우리가 직관 가서 결승 진출 축하해 줄 사이냐?”
“에이, 형. 우리 라방 때문에 형 DTB 4 애청자인 거 팬들한테도 다 들켰어. 그리고 딱히 이든이 형 축하해 주러 가는 거 아닌데? 스코언한테 투표하러 가는 건데?”
“그럼 가지 마, 씨발.”
“아, 형은 이든이 형이 이기길 바라는 거야? 형이 나랑 같이 가 주면 이든이 형한테 투표해줄 수도?”
“그딴 식으로 얻은 한 표를 그 자식이 퍽이나 좋아라 하겠다.”
권윤성이 미간을 팍 찌푸렸다.
‘역시 윤성이 형이랑 가는 건 포기하고 혼자 가야 하나? 에이씨, 다들 스케줄 있다고 했는데. 김성진은 힙합 안 좋아하고.’
최현민이 눈을 굴리고 있자 그 모습이 퍽 불쌍해 보였던지 권윤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턱을 까딱했다.
“그래. 가자, 가.”
“오예!”
의견이 제대로 씹힌 정이서만 속으로 쌍욕을 갈겨대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DTB 4 FINAL 생방 당일.
긴 대기 끝에 드디어 세트장 입장이 시작되었다. 권윤성과 최현민은 계단 무대 쪽 관객석을 안내받았다.
미리 자리를 배정받고 대기하고 있던, DTB에서 윤이든과의 라이벌 서사로 한껏 주목을 끌었던 G-TE가 보였다.
그리 절친했던 권윤성조차도 몰랐던 윤이든의 과거 인연.
어쩌면 윤이든이 언더 시절의 이야기를 풀면서 지나가듯 말했을 수도 있겠지. D.I와는 달리 기억나지도 않는 걸 보니 그리 비중 있는 인연은 아닌 듯하지만.
그렇지만 지금은 어떤가. 정반대 신세가 아닌가.
윤이든에게 있어서 별 거 아닌 존재였지만 기어코 라이벌로 인정받은 G-TE.
친했지만 이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버린 권윤성.
그걸 자각하니 입맛이 썼다.
하지만 윤이든을 제외하곤 아이돌, 특히 남돌에 관심이라고는 없는 G-TE는 권윤성이 누구인지, 뭔데 저를 저렇게 복잡미묘한 눈깔을 하고선 보는 건지 알지 못했다.
‘뭐지, 쟤네도 아이돌인가? 존나 면상 반질반질한 놈들만 이쪽에 몰아놨네. 흠, 나도 혹시?’
거울이 없는 탓에 자기객관화가 한없이 부족해진 G-TE가 지대한 착각에 빠져 있는 동안 두 막내, 류재희와 최현민의 시선이 마주쳤다.
‘저 새끼가 왜 여기 있어?’
류재희와 최현민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기싸움 중인 막내들을 따라 시선을 옮긴 권윤성과 서예현 역시 서로를 발견했다.
‘시발, 파이널이라 당연히 윤이든네 멤버들도 다 왔을 거란 생각을 못 했네.’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즉시 그쪽 일행을 훑은 권윤성은 그중 견하준이 없는 것에 안도와 동시에 의문을 느꼈다.
윤이든과 견하준이 없으면 나머지한테는 별 유감 없었다.
하지만 KICKS를 향한 윤이든과 견하준의 적대감 어린 태도만 봐 왔던 레브 세 멤버는 아니었다.
우리 뒷담도 신명나게 까셨다는 KICKS한테 아주 큰 유감이 있었다.
사방이 눈이고 카메라인 터라 함부로 부딪히지는 못하겠지만 서로의 속을 긁어 놓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우와, 어지간히 이든이 형 팬인가 봐요? 직접 현장 평가단 신청해서 파이널 방청도 다 오시고. 우리는 이든이 형이 초대권 줬는데.”
“어쩌다 보니까 당첨이 돼서. 그리고 난 스코언 팬인데?”
“에이, 같은 아이돌 래퍼 응원 좀 해 주시지. 이든이 형이 아이돌 래퍼 대표로 아이돌 래퍼들을 향한 무시 좀 줄여 보겠다고 이렇게 열일하고 있는데.”
“같은 멤버치고 이든이 형 너무 모르는 거 아니야? 그 형이 그렇게 거창한 이유로 나갔을 리가 없잖아. 하고 싶은 거 하는 김에 얻어걸린 거지.”
“사람 가치관이야 자라면서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선배님보다는 이든이 형이랑 4년 동안 한 숙소에서 동고동락한 제가 더 이든이 형을 잘 알겠죠?”
류재희와 최현민의 빙썅 화법 대전을 서예현 옆에 착 붙어서 구경하던 김도빈이 서예현의 귀에 속삭였다.
“형형, 이러다가 싸움 나면 어떡해요? 그런데 KICKS 막내 너무 이든이 형 잘알인데요?”
“재희는 물론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 믿고, 저기도 설마 그렇게 생각이 없을 리가….”
최현민의 수많은 전적들을 떠올린 서예현이 말하다 말고 말끝을 흐렸다. 저 팀 리더는 몰라도 저놈은 생각이 없는 게 맞다.
류재희의 어깨에 손을 얹은 서예현이 권윤성을 향해 느이 막내 좀 어떻게 해 보라는 의미를 담아 눈짓했다.
“시작한다. 괜히 시선 끌지 말고 이리 와.”
세트장의 조명이 하나둘 꺼지자 권윤성이 최현민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당겨 류재희에게서 멀찍이 떼어 놓았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가 켜진 무대 위, 어느새 올라온 MC가 힘차게 외쳤다.
“DROP THE BEAT SEASON 4, 그 마지막 여정이 드디어 막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