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31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10화(31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10화
MC를 비추던 스포트라이트가 꺼지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시 한 줄기 조명이 켜졌다.
우와아아-
가까운 곳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윤이든과 스코언의 모습이 스포트라이트 밑에 비치자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서로를 가까이서 대면하는 둘이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겨우 내리누르는 동안, 거대한 스크린에 VCR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스코언: 뭐라 해야 하지? 이곳까지 굉장히 쉽게 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느낌과 동시에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석 달 동안 정말 즐거웠어요.]화면 속 스코언이 약간은 머쓱해하는 얼굴로 결승까지 온 소감을 말했다.
-라고 양민학살 오지게 하신 강력 우승후보께서 말씀하셨다
-대체 어디에서 어려움을 느낀 거지 스코언은 엄청 순탄히 올라오지 않았나? 오히려 윤이든이 더 고난과 역경이 많았던 거 같은데
-스코언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나 보지
[윤이든: 사실… 슬럼프가 왔었어요. DTB가 처음에는 슬럼프 극복의 한 수단이었지만, 올라가면서, 무대를 하면서 점점 욕심이 나더라고요. 낙서나 하나 남기고 가려고 했는데, 기왕이면 수성펜 말고 유성펜으로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게 남기고 가렵니다.]화면 속 윤이든이 손가락으로 허공에 ‘우승’이라는 글자를 끄적였다.
-여기에서 지든 이기든 너는 DTB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전설 확정이다 축하한다
-울애기고영 슬럼프…ㅠㅠㅠㅠ 우리가 미안해… 마지막까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가 이번에는 무조건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해줄 테니까
-어제 1화부터 쭉 복습했는데 1화는 몰라도 2화부터는 슬럼프 극복한 거 같던데;;;
VCR이 끝나고 조명이 켜지자 스코언과 윤이든이 서로에게서 한 발씩 멀어져 퍼스널 스페이스를 확보했다.
그 사이 다가온 MC가 넘긴 마이크를 건네받은 윤이든이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으며 입을 열었다.
“Dream of me. 안녕하세요, 윤이든입니다.”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공연장이 우렁찬 함성으로 뒤덮였다.
“안녕하세요, 스코언입니다.”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한 스코언의 인사 후 한 차례 더 함성이 울렸다.
자기가 응원하는 이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본격적인 파이널 무대에 들어가기에 앞서 무대 순서를 정하는 투표 결과와 곡 소개가 이어졌다.
“투표 비율 스코언 45, 윤이든 55로 결정권은 윤이든에게로 돌아갑니다! 단, 무대 순서 결정권은 1라운드에만 해당되고, 2라운드는 무조건 1라운드의 순서와 반대로 진행됩니다.”
“그럼 저는 1라운드에서 선공하겠습니다.”
윤이든이 1라운드 선공, 2라운드 후공을 택하자, 스코언의 얼굴에 잠시나마 안도가 스쳐 지나갔다.
“1차 경연곡 제목은 입니다. 그리고 피처링은… 직접 확인하시죠.”
“제 1차 경연곡 제목은 이고요, 피처링은 우리 영빌리 프로듀서님이 기꺼이 맡아 주셨습니다.”
곡 소개가 끝나고 두 결승 진출자가 무대 준비를 위해 대기실로 향한 동안, 짧은 스페셜 무대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연 무대의 서막이 열렸다.
“FINAL ROUND 1, FIGHT!”
MC의 목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찢어질 듯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무대를 강타하고.
사이렌 소리가 잦아짐과 동시에 베이스 사운드의 비트가 공연장에 퍼져 나갔다.
흐르듯 비트 위에 덧입혀지는 중저음의 목소리.
두어 번 읊조리듯 문장이 반복되고, 무대 뒤의 스크린이 양옆으로 열리며 제복을 입은 윤이든이 걸어 나왔다.
윤이든의 등장과 동시에 파이트머니가 빠르게 올라갔다. 아무리 인기 투표화 됐다고 욕을 한다지만 파이널까지 올라간 이상 코어층이 붙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잘 세팅된 머리와 무대 의상인 것이 확 드러나는 제복. 현재 무대 위에 서 있는 윤이든의 모습은 아이돌 그 자체였다.
-헐 저거 무대의상 아니야??
└맞네맞네 미쳤다…
무대 정중앙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두 개의 마이크스탠드를 향해 다가간 윤이든이 스탠드에 마이크를 끼운 후 깍지 낀 손으로 마이크를 가볍게 부여잡고 본격적으로 벌스 1을 시작했다.
[더럽게 빠듯한 시간 덕분에 익숙해진 Miracle dawn너네가 꿈만 꾸고 있을 동안 쥐어 왔던 microphone]
완전히 새로운 랩 스타일을 시도했던 본선 2차나 칼을 갈고 랩 스킬로 압도했던 세미 파이널과 달리 현재의 무대는 레브 곡에서의 랩 스타일과 가장 가까웠다.
극대화된 플로우, 귀에 때려 박히는 딕션, 밀고 당기는 듯한 완급 조절.
홀로 우뚝 무대 한가운데에 서서 그저 마이크만 붙잡고 간간이 제스처와 함께 랩을 하는 거지만 무대가 비어있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았다.
벌스 1절이 끝나고 부드러운 멜로디에 덧입혀진 보컬이 훅을 차지했다.
[So tonight, get away from it all]레브의 팬이라면 곧바로 알아챌 수 있는, 윤이든이 찬양해 못지않은 그 음색이.
-ㅅㅂ 하준아!!!!!!!!
-하준이 맞죠? 하준이죠???
-뭐임 얼굴도 안 나왔는데 왜 다들 소리 지르고 난리임?
윤이든의 등장과 마찬가지로 양옆으로 열린 스테이지의 스크린 뒤편에서 윤이든과 마찬가지로 제복을 입고 걸어 나온 견하준이 단정한 낯으로 제 마이크를 비어 있는 스탠드에 고정시켰다.
[깨고 싶지 않은 백일몽이든 밤을 새우든just wanna have a good dawn]
훨씬 안정적인 음정이 견하준의 입에서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윤이든이 옆에서 추임새를 넣었다.
-군무를 춰야 할 비주얼인데 나란히 스탠딩마이크 앞에 서 있으니까 뭔가 아이러니하다
-저렇게 입고 서 있기만 하는 게 맞는 거임?
-윤이든 1라운드에 감성팔이 하기로 했음? 근데 가사는 전혀 감성팔이 사연팔이가 아닌데?
무대가 너무 정적이라 살짝 단조롭고 지루해지려 하는 찰나.
훅이 끝나기도 전에, 깔끔하게 세팅되어 있던 머리를 마구 헤집어 망가뜨린 윤이든이 제복 단추를 뜯듯이 열어 휙, 벗어던졌다. 그러자 안에 받쳐 입고 있던 새하얀 흰색 티가 드러났다.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베이스 기반의 비트에 드럼이 섞이며 확 귀를 잡아끄는 강렬한 비트로 변모해 갔다.
미이크스탠드에서 마이크를 뽑아낸 윤이든이 무대를 가로지르며 랩 속도를 높였다.
[옷 한 장 벗으면 사라질 뻔한 stereotype?네가 색안경을 벗으면 될 걸 왜 내게 세상의 벽을 깨부수라고 해]
윤이든이 멱살 잡고 끌어올린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 따라 하기 쉬운 반복 파트를 관객들이 우렁차게 따라 외쳤다.
팔짱 낀 채로 뚱한 얼굴로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최현민마저 어느새 팔을 위아래로 흔들어 대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지 않은 한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올린 윤이든이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왔다.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랩 가사를 내뱉으며 가장 가까이 있었던 G-TE와 주먹을 가볍게 맞댄 윤이든이 입가에 웃음기가 어린 채로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혹여 형한테 닿지 않을세라 최대한 쫙 뻗은 막내 라인의 손에 하이파이브를 힘차게 한 번씩 해 준 윤이든이 어색하게 손을 들어 올린 서예현의 어깨에 손을 둘러 끌어당겼다.
씩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V 자를 그린 윤이든이 서예현의 어깨를 놔주고 시원하게 손바닥을 맞댔다.
레브 멤버들과 조금 떨어진 옆의 최현민과 권윤성을 발견하고 살짝 눈이 커진 윤이든은 턱을 작게 까딱하고 몸을 돌렸다.
차마 완전히 들어 올리지 못한 팔을 천천히 내리며 권윤성은 계단을 내려가 견하준에게로 향하는 등을 바라보았다.
대화를 받아 줘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착각했던 걸까. 윤이든이 말한 끝이라는 게 사무칠 정도로 실감 났다.
나도 함께 뛰쳐나왔으면, 아니, 그 불의에 함께 따져보기라도 했다면 어쩌면….
곡에 너무나도 잘 어우러지는 견하준의 보컬을 들으며 권윤성은 이제는 의미 없는 가정을 하염없이 떠올렸다.
* * *
‘오케이, 분위기 살리기는 확실하게 성공했고.’
이제 견하준은 내가 한껏 끌어올린 분위기에 맞추어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훅의 보컬은 확실히 분위기를 띄워 주는 것에 직빵이었다.
리듬과 멜로디에 맞추어 준비한 페어 안무를 선보이며 견하준에게 피처링을 부탁했을 당시를 회상했다.
‘준아, 파이널 한 곡 피처링 좀 서 주라.’
조심스러운 제안이었지만, 대답 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하는 견하준의 모습에 지레 찔려 이유까지 덧붙였다.
‘준비 시간이 턱없이 짧아서, 너밖에 맡길 사람이 없더라. 내 곡을 제일 잘 소화하는 사람이 너잖아.’
의 훅 멜로디는 1절과 2절의 변칙이 심해서 이걸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짧은 시간 만에 당장 소화해 낼 수 있는 사람은 견하준밖에 없었다.
오직 가창력만 봤다면 류재희를 택했겠지만, 내게 지금 필요한 건 이 미묘한 차이를 내가 원하는 대로 얼마나 잘 구현해 내냐였으니까.
‘나는 네가 가끔…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어, 이든아.’
그리고 그 말에 승낙과 함께 돌아온 대답이었다. 아직도 나는 저 말의 진의를 알지 못했다.
모르겠다. 지금은 무대만, 이 곡만 생각하자.
내가 회귀 전에도 한 번쯤은 감히 꿈꿔 보았던 그 무대니까. 먼저 어깨동무를 걸어오는 손에 나 역시 팔을 두르며 후렴구의 추임새를 내뱉었다.
무대 아래, 관객석에서 전해져 오는 열기가 뜨거웠다.
* * *
-윤이든 서예현 얼굴로 비겁하게 승부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라!
-아이돌스러운 의상 입은 거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는데 무대의상 탈의 퍼포먼스 미쳤다
-노래 존좋 보컬 미쳤다 보컬 ㄴㄱ임?
└윤이든 같그룹 멤버
└진짜 아이돌 퍼포먼스 제대로 보여주는구나 이 무대에서
-‘I’M JUST IDOL JUST RAPPER 그런데 왜 붙이기만 하면 욕이 돼’ 이제 우리형 직업 욕으로 만드는 사람 있으면 뒤진다
-그래 시발 아이돌 래퍼라고 하면 덮어놓고 까는 거 이제 자중할 때도 됐지 제2의 윤이든 안나오리란 보장이 있냐
└윤이든 같은 놈은 솔직히 다시 나오기 힘들 거 같은데…
열정적인 환호성과 함께 윤이든의 무대가 마무리되었다. 특별한 건 없으면서도 기대 이상을 보여 준 무대였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스코언의 무대.
[스코언-Another]-와 진짜 우열을 못 가리겠다 윤이든 무대 진심 찢었다고 생각했는데 스코언도 만만치가 않네
-일단 무대 구성은 더 깔끔해서 마음에 듦
-어차피 우승은 스코언! 어차피 우승은 스코언! 어차피 우승은 스코언! 어차피 우승은 스코언!
-피처링 영빌리네 몰틱 섭섭하겠다야
└타팀 프로듀서였으면 더 찢었을 텐데 아쉽
└그건 ㄹㅇ로 윤이든만 가능한 거였다니까
-진짜 가사대로 어나더 클래스긴 하다
-분위기 끌어올리는 건 윤이든 못 따라가긴 하지만 랩은 스코언이 더 좋은 거 같음 윤이든이 너무 사렸어
화면에 스테이지 사이드에서 공출, 그리고 BQ9과 함께 서서 리듬을 타고 있는 윤이든의 모습이 잠깐 비쳤다.
-뭔데 윤이든은 저런 모습까지 멋있냐 나 콩깍지 씐 거냐
-나는 힙합 좋아하는 거라 스코언에 한표 윤이든 무대는 너무 뮤캠 인뮤였음
-여유 넘치네 윤이든ㅋㅋㅋ
완벽 그 자체였던 스코언의 무대가 마무리되고, MC와 윤이든이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왔다.
“들어보니까 두 분 다 1라운드 곡 피처링은 특별히 본인들이 섭외하셨다던데, 혹시 이유가 있으신가요?”
“영빌리 형이 아무래도 제일 믿음직스러우니까?”
“준비 시간이 짧기도 했고, 제가 바라는 수준의 완벽함을 구현해 줄 사람이 하준이밖에 없었거든요. 같은 팀 멤버라서 제일 믿음직스럽기도 하고. 고맙게도 하준이가 그 믿음에 120%로 답해 줬죠.”
그 인터뷰를 지켜보던 서예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뭐가 문제인지 알겠네.’
1라운드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1라운드 파이트머니 결과를 발표합니다!”
두 이름 옆의 숫자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코언]?15,550,000
[윤이든]?11,000,000